오페라는 인류가 남긴 최고의 종합예술이며, 화려하고 극적이지만 사치스런 면이 있다. 그리고 오페라를 감상하려면 높은 지적 수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 오페라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가지기도 하고, 아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대구의 국제 오페라 축제가 탄생하면서 관객층도 많이 생겼고, 그 수준 또한 선진 도시에 못지않다.
겨울 오페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푸치니의 `라보엠`을 꼽을 수 있다. 이 오페라는 푸치니 작품 중에서 대중적인 작품이다. 연인 사이의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있고,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의 낭만도 있으며, 비극적인 부분 또한 일상의 추억처럼 가지고 있다. 아름다움만 있는 게 아니라 이루지 못한 아련한 추억도 있다는 것이다.
푸치니의 `라보엠`은 그의 작품 `토스카` `나비부인`과 더불어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라보엠`은 푸치니 나이 37세(1897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그의 추억도 곁들여 있다고 한다.
연주시간은 제1막 32분, 제2막 18분, 제3막 22분, 제4막 25분 총 1시간 40분이며, 주요 등장인물은 미미(가난한 처녀), 뮤제타(미미의 친구), 로돌포(시인), 마르첼로(화가) 등이 나오는데 베르디 오페라의 직계라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풍부한 선율로 극적인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는 점에서 그의 최대걸작으로 꼽힌다. `보엠`이란 말은`보헤미안 기질`이란 뜻으로, 예술가 또는 그의 족속들이 세속적인 풍습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프랑스의 시인 뮈르제(Murger, H. 1822~1861)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La vie de Boheme)`에서 지아코사와 일리카가 대사를 쓴 것이다. 극 중에는 세 사람의 예술가와 한 사람의 철학가가 다락방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그중 시인 로돌포는 같은 다락방에서 수놓는 병든 처녀 미미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가난했기 때문에 부양할 힘이 없어 죽게된다. 이러한 비련과 결부시켜 본다면 화가 마르첼료와 거리의 처녀 뮤제타와의 현실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하여 싸움과 젊은 네 사람의 우정을 교묘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보헤미안의 생활의 슬픔과 기쁨 등이 잘 표현된, 한없이 아름다운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보면 먼저 전체 4막의 줄거리로 돼있다. 1막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동료들과의 들뜬 즐거움이 묘사되고, 이룰수 없는 사랑의 여인 미미와의 만남이 있다. 필자는 `라보엠`을 공연 하면서 1막의 즐거움, 그리고 그리움과 비극의 시작부분들에 도입된 음악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연인과의 만남이 있고, 아름다운 이중창과 멋진 아리아(`그대의 찬손`)가 있기 때문이다. 2막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로 밀리는 인파속에서 로돌포, 미미, 뮤제타 등이 나와 연인과 친구들의 재미있는 일상생활이 전개된다. 3막에서는 폐병으로 쇠약해진 미미, 동거하는 로돌포와의 식어가는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미래의 이별을 예고하는 이야기 등이 전개되며, 4막에서 로돌포, 미미, 뮤제타 등이 등장하면서 미미의 죽음을 암시한다. 결국은 로돌포의 가슴속에서 묻혀 미미는 로돌포의 외침을 뒤로한 채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막이 내려진다.
간단히 요약해 봐도 이탈리아 사실주의(verismo) 오페라 답게 현실적이며 정열적인 내용이다. 아마도 가장 진실하게 구성되고 사실적인 오페라를 꼽으라면 푸치니의 `라보엠`일 것이라고 감히 정의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 만남과 헤어짐은 동그라미속에서 머물고 이어지며, 그렇게 인간은 성숙해가지 않을까. 이 겨울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라보엠의`그대의 찬손`아리아를 들으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