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내내 마음 답답한 이야기들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 인천 어린이 집 이야기. 그 다음으로는 9%를 넘는 청년 실업률 이야기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는 경제 이야기. 그리고 각종 흉악범 이야기. 아직 2015년을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이리 답답하기만 한지.
`괴물 교사`로 불리는 어린이 집 교사의 폭행 동영상은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피해 학생이 4살 여아(女兒)라서 분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워킹 맘들은 물론 오랜만에 국회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솔직히 필자도 놀랐다, 마치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을 보는 듯해서. “꿈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어느 학부모의 피켓이 왜 자꾸 눈에 아른거리는지.
“처음이다, 그 전에는 절대 그런 적 없다,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고 싶었다” 등등 가해 교사는 할 말이 많다. 같은 교사로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았지만,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대한민국 언론의 끈기 있는 방송 덕분에 필자마저 죄인이 됐다. 4살 여자 아이의 내동댕이쳐지는 모습과 아픔을 참고 오뚝이처럼 자신을 혼낸 선생님 앞에 다시 서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죄송함과 미안함에 그저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런데 그 먹먹한 마음 한 편에 왜 불현 듯 갑과 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절대 폭력을 가한 어린이 집 교사를 옹호하거나 두둔할 생각은 없다. 분명 이유를 불문하고 그 어린이 집 교사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재발해서는 안된다. 글을 쓰면서 필자의 마음에는 갑과 을이라는 단어가 더 또렷해졌다.
그러다 생각났다. 교사들도 갑과 을이 있다는 사실을. 교사라고는 하지만 어린이집, 사설 유치원, 각종학교 교사들과 일반 초중등학교 선생님들은 모든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처우 문제에 있어서 전자의 선생님들은 정말 근로 기준법에서 정하는 최저 근로 환경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근무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을(乙) 교사다. 하지만 후자의 교사들은 럭셔리 그 자체로 생활하는 갑(甲) 교사다.
필자 또한 을(乙) 교사이어서 그런지 이번 사건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봤다. 요즘 부모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품에서 내놓는다. 사실 아이들, 특히 영유아기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은 집에서 부모님의 따뜻한 품에서 이뤄지는 부모 품 교육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현실이 그렇지 않음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맞벌이가 보편화 된 사회, 또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이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어린이 집과 유치원에 맡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수업료를 낸다. 그리고 잠시 잊고 열심히 일은 한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을 생각하고, 더 힘을 낸다.
그런데 과연 내 아이를 돌봐주시는 선생님을 생각하는 부모는 몇 명이나 될까. 스승의 날이나, 명절을 제외하고 과연 자신들의 자녀를 맡아 돌봐주는 선생님의 노고에 진정으로 감사해 하는 부모는 또 얼마나 될까. 이 물음에는 필자도 떳떳하지 못하다. 필자 또한 초등학교 돌봄 교실에 아이를 맡겨 놓고 필자의 아이만 생각했지, 돌봄 교실 선생님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내 아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내 아이를 교육해 주시는 선생님께서 먼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필자는 놓치고 있었다.
세월호 사건 때 필자는 `뒷북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몇 차례 글을 썼다. 그런데 여전히 이 나라는 뒷북치기에 바쁘다. 이제 와서 모든 어린이 집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야단이다. 필자는 묻고 싶다, 과연 CCTV로 모든 것이 해결 되는지. CCTV 설치에 앞서 어린이집, 사설 유치원, 각종학교 교사들의 근무 여건은 어떤지에 대해 먼저 조사해 볼 생각은 없는지. 그런데 답은 너무도 뻔하다. NO. 이 나라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희망보다 기적이 필요한 한국, 교육의 앞날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