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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숙 선생님 감사합니다

등록일 2015-02-05 02:01 게재일 2015-02-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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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지난 주말 정신없이 보냈던 연말연시 분위기도 어느 정도 가라앉고 올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한 각 부서의 결의와 신년 계획서 작성이 한창인 사무실을 조용히 빠져 나와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최근 개인간 소통(communication)의 새로운 매체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밴드`가 대중화되면서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초등학교 동창들의 만남이 부쩍 늘어났고, 6학년을 함께 생활했던 반창들이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연락을 받고,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시간여행을 갖기 위해서였다. 30여년만에 만나 서로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동창들의 만남도 반갑지만,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는 제안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동기들을 한데 모으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 셈이다.

부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광안리횟집에서 만난 남·녀 동기생들과 선생님은 3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무색해 질 정도로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따스한 재회의 시간이 이어갔다. 한 학년 전체가 네반 밖에 되지 않던 조그마한 학교였기에 동창들의 얼굴은 웬만하면 모두 기억할 것 같았지만 정작 만나고 보니 동창은 고사하고 한 교실에서 뒤엉켜 지내던 반창들의 얼굴마저도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기억 속에서 가물거렸다. 유쾌한 술잔들이 오가며 불현듯 떠오른 기억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새삼 확인하고 다시 한번 깔깔거리며 웃는 웃음소리가 겨울밤의 깊이만큼이나 오래 토록 이어졌다. 열살을 갓 넘긴 미소년과 미소녀들의 청순한 몸짓들이 하얀 거품이 되어 광안리 바닷가를 하얗게 물들여만 갔다.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 왔던 삶의 애환을 안주 삼아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한창 피워 나가던 와중에 담당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우리 모두를 잠시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다. “교육대학을 졸업해 아무것도 모르고 부임해 처음 만난 제자들이였는데도, 아직까지 선생님을 기억해줘서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못하고 보살펴 주는 요령도 몰랐던 새내기교사였지만, 30여년 교직생활을 이어오면서 아직까지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는 제자들이 여러분이며, 또 가장 보고 싶었던 제자들도 여러분이었습니다. 70년대가 다 그러했지만 유난히 빈부의 격차가 심했던 우리반 친구들이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제자들에게 있었던 조그마한 마음의 상처들을 제대로 안아 주고, 치유해주지 못했던 아쉬움은 아직까지 앙금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줘서 너무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이젠 나도 손주들을 돌봐주는 할머니가 됐지만, 여러분들도 자식들을 대학과 군대에 보낸 나이가 되었다는 소리에 덧없이 지나가 버린 세월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학창시절 수많은 선생님과 함께 했던 만남과 가르침이 새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흔히 부모의 은덕은 낳아서 길러준 은덕이며, 스승의 은덕은 가르쳐 사람 만든 은덕이라고 한다. 훌륭한 사람 되라고 가르쳐준 스승의 은덕은 부모의 은덕에 못지않게 소중하고 귀중한 은덕인 셈이다. 가르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제자들이 늘 바라 볼 수 있는 촛불 같은 존재로 함께 한다면 진정한 선생님이며 스승이 되는 것이다. 제자들의 두 눈이 밝음에 트일 때까지, 어둠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를 다하여 타오르는 하나의 촛불처럼 영원히 빛나시길 바랄 뿐이다. 장명숙 선생님 참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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