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화가로서의 급수

등록일 2015-01-13 02:01 게재일 2015-01-13 18면
스크랩버튼
▲ 권정찬 화가·경북도립대학 교수

가끔 수준이 낮은 그림을 들고 와서는 어디 공모전에 대상작가이고 심사위원이라 하면서 그 정도 되는 작가인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만큼 화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은 누가 진정한 화가인지 등급을 매길 수가 없다. 하기야 예술에 무슨 등급이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기도 하다. 80년대만 해도 국전의 추천 초대작가가 되면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 소위 밥 먹고 살기편한 대우였는지도 모른다. 그 만큼 공모전에 죽어라 매달리던 시대였다. 하지만 그러한 공모전은 전국에 수도 없이 생겨나고 미술대전도 도전도 시전도 모두 시들해졌다. 상을 받고자 한다면 미협 선거와 관련한 공헌도 해야 하고 심사에 자주 참여하는 스승이나 지인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실력보다는 줄이란 셈이다.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공모전의 상으로는 인정하기 싫은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된 시대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유명작가라고 할 수가 있을까? 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설명하려면 꾸준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에 가장 많은 점수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전의 시대에는 그래도 엉터리 작품이 상을 받거나 특선을 하는 경우가 적었다. 많은 작품을 뽑지도 않았다. 그래서 실력을 겨루는 장으로는 최고였던 셈이다. 그것은 기초가 되어있지 않는 작가는 넘보지 못하는 성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밤을 지새우면서 작업에 매달리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하지만 요즘은 급하게 인정을 받으려는 자세가 앞서다 보니 작품보다는 많은 발표에 중점을 두는 작가들이 많다. 자신의 작품이 개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남의 작품을 도용해가면서 작품을 양산해서 숨 돌릴 틈 없이 전시를 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가족이나 지인의 우선적 금전 지원이 큰 몫을 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가족, 친척, 동창, 계모임에서 작품을 사주는 소위 인맥을 이용한 판매로 대가가 된 것처럼 뽐낸다. 물론 이러한 작가들은 영세한 화랑들의 사냥 표적이 된다. 소위 팔아주는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대학출신도 아카데미출신도 상화작가도 돈만 있으면 작가가 쉽게 된다.

작가가 되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 기초를 다지고 자기 것을 찾고 평론가와 유명화랑의 부름을 받을 정도가 돼야만 그래도 작가라 할 수가 있다. 정말 작품을 좋아하는 고객층의 호응도 중요하고 언론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보도에도 한 몫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열정과 기다림뿐이라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화가의 기준을 1급 대사, 2급, 3급 등으로 급수를 둔다. 물론 예술에 무슨 급수가 있나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수많은 작가를 쉽게 접근하기에는 그러한 급수도 괜찮다고 보여진다. 중국의 1급 대사는 대단한 작가들이다. 1천만이 넘는 화가들 가운데 매겨진 등급이다. 그리고 화단에서나 사회에서나 그렇게 인정을 한다. 작품 값도 대단하다.

한 예로, 필자와 같이 전시회를 한 중극의 짱따화 작가의 경우 전지 한 장에 5천만원이 호가하는 1급 작가이다. 그는 북경공항에 중국전통이미지를 홍보하는 작가이고 미국 맨해튼에 정부가 30억을 들여 광고탑을 세워주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중국 각지 미술관에 모사품이 소장될 정도이다. 그는 제백석 제자로서 자기만의 독특한 선화적 이미지 작품의 기틀을 마련했다. 주위에는 당원, 기업인도 있고 배우, 가수, 전통악기 연주가, 영화인, 의상디자이너, 모델 등 수많은 애호가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짱따화의 그림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다. 선후배나 이웃도 친인척도 아니다.

지금의 시대화가들은 모두 성급하다. 그렇다고 기초를 등한시하고 내 것도 없이 서둘러 간다면 결과도 결과 이지만 가족이나 주변 친인척, 지인들의 마음과 믿음에 상처를 줄까 두렵다.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