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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청양(靑羊)띠 해의 바람

등록일 2015-01-19 02:01 게재일 2015-0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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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을미년(乙未年) 청양(靑羊)띠의 해가 동해바다에서 힘차게 쏟아 오른 지도 벌써 수일이 지났다. 연말과 새해가 교차하는 시간이 되면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새롭게 펼쳐지는 미래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으로 보면 필자는 아직 청년인 것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이 가지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녹슬지 않고, 모험심과 진취적인 도전정신이 아직 살아있다면 이는 분명 청년이라고 불러도 무관할 것이다.

사실 필자에게 올해는 지난 여느 해 보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한해이다. 2015년은 삶에 대한 전환점으로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깊은 사찰을 갖게 해주는 `지천명(知天命)`이라는 오십의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막상 새해를 맞고 보니 힘차게 요동치는 청년의 심장을 갖고 싶은 욕구가 더욱 간절해진다.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말처럼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된다(五十而知天命)”는 의미가 필자에게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조심스럽게 사색케 해준다.

지난해는 갑자년(甲子年) 청말의 해였고 올해는 을미년 청양의 해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는 `갑(甲)질`로 우리사회가 참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었던 한해였다면, 올해는 그 `甲질`에 대한 `(을)乙`의 정당한 요구와 행동들이 연초부터 언론을 장식해 가고 있다. 이제 그만큼 우리사회가 성숙하고, 사회로부터 소외 받던 구성원들에게 정당한 권리가 인정받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의 아픔과 땅콩회항에서 비롯된 대한항공 사태의 분노는 우리사회의 조직 속에서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들이 더 이상 무시되고 소외시 돼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전해 주었다.

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전문분야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甲이 아닌 甲의 우의적 위치에서 수많은 업무를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업무의 편리함이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진행했던 일들이 상대에게는 뜻 하지 않은 아픔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지천명이 되면서 하늘이 나에게 내린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하늘의 뜻은 결코 이처럼 甲의 횡포가 아닌 乙의 입장에서 乙을 이해하고 행동하며 배려하라는 의미로 필자에게 준 선물로 생각된다.

을미년(乙未年)의 `을`은 `청색(靑)`을 의미한다. 특히 청양의 해인 올해는 푸른색이 가지는 진취적이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에 온순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인`양(羊)`이 함께 있는 해이니 분명 역동적인 한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고대부터 양은 순종과 희생을 대표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성경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동물이 양이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 역시 양으로 기록되고 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양떼를 키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는 선한 목자의 상징적으로 종교적 지도자와 성직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희생이 되어 제물로 바쳐지는 양을 의미한다는 용어로 사용 되는 `희생양`, `속죄양`과 같은 단어 역시 `양`의 순수함과 희생정신을 새롭게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인 것 같다.

올해에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는 억울한 `희생양`의 해가 아닌 수많은 양떼의 무리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주며 양의 고귀한 희생정신의 의미를 이해하며, 소중히 간직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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