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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나는 포항

등록일 2015-02-27 02:01 게재일 2015-02-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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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구위덕대 교수·자율전공학부
지난해도 포항엔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수많은 사람이 밤하늘 가득한 불빛의 아름다움에 열광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 왜 포항에서 불꽃은 쏘아 올려져야 하는가.

많은 수의 사람들은 불빛 축제의 당위성을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서 찾는다. 해와 달의 상징인 `연오랑 세오녀`와 관련한 설화가 이곳 포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까.

지금 호미곶에는 상생의 손이 있다. 바다에 오른손, 육지에 왼손. 어느 사이엔가 포항하면 호미곶에 있는 `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손과 `연오랑 세오녀`가 포항과 관련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손은 어찌해서 포항과 관련을 지닐까.

`손과 연오랑세오녀, 그리고 포항`과의 관련성을 찾는 것은 불빛축제와 호미곶해맞이축제 등 포항축제를 고민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올해도 내년에도 `호미곶해맞이축제`는 계속될 것이고, 호미곶의 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정신이 번쩍 뜨이는 말씀을 들었다. 포항의 지형이 오른손을 닮아 있다고. 그러고 보니 포항의 지형은 오른손과 많이 닮아 있다. 호미곶이 있는 곳이 엄지손가락에 해당한다. 엄지에서 검지까지가 구룡포에서 영일만으로, 칠포로 이어지는 바닷가이다.

손을 오무려 보자. 다섯 개의 손가락이 모이는 곳에 형산강의 물줄기가 이어져 있다. 형산강 주변을 따라 연일읍 중명ㆍ자명리, 동해면 도구, 오천읍 세계리 등이 있다. 곧, `연오랑 세오녀` 설화와 관련되어 있는 곳이다.

손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손은 나와 남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오른 손을 내밀면 상대와 악수를 하는 것이고, 내가 오른 손으로 상대의 왼손을 잡을 때 나란히 다정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친구를 뜻하는 한자 벗(友)은 오른손(又)과 왼손(巾)이 서로 잡은 모습이다. 서로 맞잡고 가는 길에 문화가 이어지고, 문화와 문화의 접점이 생긴다. 교류의 문화는 손을 맞잡을 때 형성이 되는 것이다. 또한, 손은 우리들의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통로다. 손이 없다면 생활에 필요한 도구는 만들어질 수 없다. 손이 없다면 도구를 사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

손가락은 다섯 개다. 포항에는 다섯 개의 섬(五島)이 있었다고 한다. 다섯이란 숫자와 포항이 관련을 맺는 이유이다. 다섯은 오행(五行)과 관계 지을 수 있다. 오행 곧, 수화목금토(水火木土) 다섯 기운은 만물을 생성시키는 척도이다. `서경(書經)의 홍범구주(洪範九疇)`에는 “사람이 다섯 가지의 기운을 통해서 모양과 말과 눈과 귀와 생각이 갖추어진다”한 게 이것이다.

이처럼 손은 문화와 문명을 만들고 이어준다. 더불어 손바닥을 펴고 있으면 만물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친교할 수 있는 손이 되는데, 반대로 주먹을 쥐면 도전과 응전을 뜻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보니 `상생의 손`은 절묘한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오늘 다시 찾은 해돋는 동해의 바닷가 호미곶에 불쑥 내민 손은 그래서 참 반갑다.

손은 내게 말한다. 도전하자. 화합하자. 배려하자.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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