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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리의 청년들도 마리오 루폴로처럼

등록일 2015-01-27 02:01 게재일 2015-01-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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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OECD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각종 경제지수 및 보건의료지수 등이 상위권에 있음에 반해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가 행복지수인데, 이는 스스로 생각해 볼 때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수(Quotient)` 또는 `수량(Quantity)`라는 말이 우리 인간의 삶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지수가 아무리 높아도 `하우스 푸어`, `열정 페이` 같은 비경제적인 문제가 남듯이, 행복지수가 아무리 낮아도 행복하지 못함의 틈새 어디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행복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지수 또는 수량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다.

춥고 텅 빈 겨울의 한가운데 앉아서 행복지수를 생각하다 보니, 문득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간 우리의 대학생들이 떠오른다. 행복이라는 말을 새겨볼 시간도 없이 바쁘게 돌아간 학기 중의 일상을 벗어나, 가족들과의 만남 가운데서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며 여유 있는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좋을 텐데 라는 바람을 가져 본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을 스치는 영상들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열중하는, 취업준비를 위해 토익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가를 열심히 헤매고 있는 학생들이니 어쩌면 좋으랴. 대학생들에게 방학 중의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는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학기 중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는 빡빡한 방학이라면, 그야말로 학교에서 또는 학교 공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방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미국 윌리엄스 칼리지의 경우 겨울 1개월 동안 윈터 스터디제를 운영하고 있다. 짧지만 봄, 가을 학기와 비슷한 비중을 가진 학기인데, 이 기간에는 교수나 학생이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스킬을 배우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정규 교과와는 다르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지수와 교육효과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 학기 제도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감에 빠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영화 `Il Postino`(1994)의 주인공 마리오 루폴로가 떠오른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불타는 인내심`(1985·우리나라에서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로 번역)을 각색한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 칼라 디 소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면 어부로 일생을 사는 운명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마리오라는 청년은 어부가 되기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던 중, 칠레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가 마리오가 사는 마을로 망명을 오게 된다. 우체국에서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네루다의 우편물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 우편배달부를 모집한다. 약간의 문해력을 지닌 마리오는 대시인 네루다의 우편물을 가져다주는 배달부가 되어 네루다와의 만남을 시작한다. 임시직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마리오 청년은 네루다의 시에 빠져들게 된다. 이들의 만남은 시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지로까지 발전하고, 마침내는 네루다가 마리오의 연애를 도와 행복한 결혼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어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와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마리오의 표정은 너무나 다르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행복의 조건을 `그대들의 이성, 그대들의 심상, 그대들의 의지, 그대들의 사랑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 그대들은 그대들의 행복에 도달하게 되리라`고 했다. 우리의 대학생 청년들도 한 방향으로만 달리지 말고, 방학 때만이라도 마리오 청년처럼 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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