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산자연중학교 졸업식`.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는, 네온사인은 생각지도 못하는, 고라니 가족들이 산책을 다니는 영천시 화북면 오산리 시골 길에 현수막이 걸렸다. `제1회`를 읽어 주는 건 입춘을 지나온 봄바람과 하루에 두 번뿐인 시내버스밖에 없다. 비록 세상, 정확히 말해서 경상북도 교육청으로부터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는 학교지만, 그래도 2014년을 잘 살고 졸업식을 한다. 뭐가 그렇게 잘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 물어준다면 필자는 할 말이 많다.
첫째, 서울, 경기, 대구, 부산 지역 고등학교 입시에서 산자연중학교 1회 졸업생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둘째, 비록 교육청으로부터 모든 교육 공모전에서 소외된 학교이지만, 수학여행 우수사례 공모전 교육부장관상 수상 등 다양한 교외 대회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었다. 셋째, 많은 농산어촌 학교들이 학생 수 급감으로 통합 또는 폐교를 걱정하지만, 신입생 배정에도 빠져 있는 산자연중학교는 2월 첫째 주 기준으로 10명이 훌쩍 넘는 2015년 전입학생을 확정지었으며, 지금도 꾸준히 전입학 상담을 하고 있다.
학교 자랑을 하고자 글을 시작한 게 아닌데, 교육청의 처사에 하도 화가 나서 그만 학교 자랑으로 글을 열었다. 인근 초등학교에 있는 6학년을 산자연중학교로 강제 재배정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서울, 부산, 대구 등지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명품 경북 교육을 받기 위해 산자연중학교로 재배정을 해달라고 하는데, 교육청에서는 해 줄수 없다니…. 이럴 거면 처음부터 학교라는 이름을 붙여주지나 말지, 세상에 이런 차별이 어디 있을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전학 전과 후가 너무나 다른 삶을 산다. 산자연중학교로 전학 오기 전에는 분명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의무 교육 혜택을 다 받는 대한민국 중학생이었다. 하지만 산자연중학교로 전학 오는 순간 그 간의 모든 지원이 사라지면서 헌법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국적불명(?)의 학생이 된다. 정말 마술도 전학 전과 후가 이렇게 완벽하게 달라지는 마술은 없을 것이다. 마술은 눈속임이지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받는 차별은 결코 마술이 아니다. 마치 괘씸죄에 걸린 것처럼 전학 전과 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각급(各級) 학교와 각종(各種) 학교. `급(級)`과 `종(種)`의 차이뿐인데, 이 둘의 차이는, 아니 차별은 하늘과 땅보다 더 심하다. `각급`이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계급`이라는 말처럼 보이고 들린다. 그래서인지 두 학교의 차별은 마치 계급 사회에서나 있음직한, 아니 계급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그래서 필자는 외친다, “교육 평등은 절대 없다”고.
공문을 보면 교육계의 주요 일들을 알 수 있다. 작년에는 안전과 관련된 공문들이 쏟아졌었다. 아까운 목숨들을 앗아간 세월호 때문이라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요즘 공문의 대세는 졸업식이다. 내용은 건전한 졸업식 유도 및 순찰 강화. 공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섭다. 순찰에는 학교 생활지도 교사들과 장학사, 그리고 경찰까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언론은 “밀가루와 달걀은 애교, 교복 찢기는 필수, 교복 벗기기와 졸업빵은 필수선택”인 졸업식의 진화 모습을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보여 주면서 학생들을 학습시켰다. 그 덕분으로 이젠 더 이상 송사와 답사, 그리고 졸업식 노래를 부르면서 석별의 정을 나누는 졸업식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산자연중학교에는 졸업빵은커녕 밀가루 폭탄 같은 것은 절대 없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위해 추억 노트를 만들었다. 선생님들은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중학교 생활 모습이 담긴 추억의 동영상 제작과 축가를 준비했다.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안다. 졸업식 당일 산자연중학교 교육 공동체 전원은 두 손을 모아 졸업생들은 물론 재학생들도 차별과 천대가 난무하는 대한민국 교육 판에서 더 이상 각종 학교 출신이라고 차별을 받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