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위급한 목숨을 구해 낸 이승선씨, 차가 없어 매일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34㎞를 걸어서 출퇴근하는 제임스 로버트슨씨에게 자동차를 선물한 미국 시민들, 이들의 이야기는 까칠한 갑질과 복잡한 정치성을 넘어선 인간 본성의 높은 차원을 보여주며, 며칠 후 설을 맞는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설은 한 해 중에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정성을 들여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은 문득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설을 준비하고 보내는 풍경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 뉴스들을 뒤적이며 정리해 보기로 한다.
우선 설 차례 상차림 비용이다. 설 차례상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차례상에 놓이는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공통분모가 될 만한 음식들의 재료를 대상으로 그 비용을 환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제수용품의 구매비용은 지난해에 비해 5.7%가 증가한 21만 7천374원이라고 한다. 설 준비 기간 중 돼지고기와 쇠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이고, 참조기, 명태살, 황태포 등의 건어류, 시금치, 대추 등의 야채들도 가격이 올랐고, 과일은 사과를 제외한 단감과 배의 가격만 다소 내린 실정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제대로 된 식재료의 유통이 관건인 것 같다. 양심 없는 일부 업자들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썩은 고기를 먹은 소비자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설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세뱃돈이다. 아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웃어른들께 절을 하면,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복주머니에 세뱃돈을 담아주시던 아름다운 풍경이 떠오른다. 세뱃돈을 들고 마냥 기뻐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어느 날 어른이 되고 보니 새뱃돈을 준비하는 데도 신권을 마련하는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른들의 빈틈없는 지혜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은행과 지점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한 사람당 1만 원 권은 20만 원 선, 5만 원 권은 50만 원 선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한다. 외환은행은 외화 세뱃돈 1만5천세트를 판매하며 이색적인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미화 2달러를 포함해 유로화, 중국 위안화,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등 외국 화폐와 화폐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첨가된 신권 세트이다. 시대가 글로벌시대로 변하다 보니 세뱃돈의 풍경도 글로벌화되는 것 같다.
설은 고향을 떠나 있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이기도 하다. 귀성열차 예매시간에 열차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워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귀향하는 경우,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사람들은 고향으로 향한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설 연휴기간 중 귀성은 설 하루 전인 오는 18일 오전에, 귀경은 설 당일인 19일 오후에 고속도로 혼잡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도시별 소요시간은 귀성의 경우 서울~대전 간 4시간 40분, 서울~부산 간 7시간 20분, 서울~광주 간 6시간 40분, 서서울~목포 간 7시간 40분, 서울~강릉 간 5시간으로 예상했다. 귀경방향은 작년보다 휴일이 1일 더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은 10~20분정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이 아무리 걸리고, 가는 길이 지루하다고 하더라도 고향에 가는 이유는, 고향이 주는 안락함 때문일 것이다.
설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가는 여행객이 역대 최다인 78만명이 넘을 것이라 하고, 마트들은 다양한 설 선물세트를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며, 누구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러 갔다고 하며, 주요 문화기관들이 문화행사를 마련한다고 하고, 2015년 을미년의 설맞이 풍경은 작년과 비슷한 그리고 또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다. 모쪼록 경북매일신문 구독자들은 을미년에 뜻 두신 일들 다 이루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