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어린이 그림대회의 진실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매년 4, 5월이 되면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대회가 여기저기서 마련된다. 이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축하하기 위한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축제로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대회의 성격에서 벗어나 그날 하루는 참여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들을 마련해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1년 365일이 이처럼 즐거운`어린이 날`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림대회를 통해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들은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순위가 정해지고 상장과 함께 소정의 선물을 받게 되며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그리고 그림대회에서 큰 상을 받은 어린이들은 그림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미래에 멋진 화가가 되는 꿈을 갖고, 그림 실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더욱 열심히 그림 공부를 해 멋진 그림으로 으쓱되길 꿈꾸게 된다.어린이 미술대회의 취지가 최근 들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미술대회와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진행되는 유사한 행사에서 똑같이 느끼는 점이다.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그림대회를 자주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이지만,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대회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그리고 어떤 그림이 더 잘 그렸는지 평가하는 것 자체도 어린이들에게는 그림대회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이 되어 버린다. 모든 대회가 그렇지만 그림대회의 취지상 우열을 가릴 수밖에 없다 보니 본의 아니게 어린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도 생겨나는 것이다.필자 역시 어릴 적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미술에 관련된 일을 이제까지 해오고 있다.그래서 인지 몰라도 돌이켜 보면 많은 화가들의 그림을 직접 보기도 하고 작품전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해 왔다.그림만으로 감동과 전율을 전해주는 작품에서부터 도대체 무엇을 그린 그림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림까지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감동을 주는 그림이 무엇인지 반문을 해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어린이들의 그림 역시 잘 그렸다는 기준에 대한 편협된 시각에서 본다면, 그림대회의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어린이의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그림을 보고 이해하려는 자세보다는 화려하고 주제표현이 뚜렷한 그림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아동미술 현실이 어린이들의 미술대회를 축제가 아닌 또 다른 경쟁을 유발시키는 시험장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특히 유치부 어린이들은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어려우므로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칠함으로써 자기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감정이나 경험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미술을 배우고 응용한다.이러한 표현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미적 감각을 익히며 정서적으로 원만한 기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그림 속에는 그들의 언어와 행동표현보다는 심리적 갈등이 솔직하게 나타나고 무의식속에 억압되고 잠재 된 정서가 표출되어 진다.비록 미술대회라는 경쟁 속에서도 평가되는 어린이들의 그림들이지만, 어린이들의 진솔한 마음을 읽어 볼 수 있는 어른들의 열린 마음이 더욱 절실히 요구 되는 현실이다.

2015-04-21

불편한 진실

▲ 류영재 화가·포항항도중 미술교사새로운 한 주를 위하여 휴식이 필요한 일요일 밤, 그래서 대부분 일찌감치 자리에 눕거나 편한 자세로 TV를 본다. 문명의 이기 리모컨이 손안에 있으므로 굳이 인내할 필요 없이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보면 공중파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열광하였으나 가벼운 말장난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관계로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어서 애꿎은 리모컨만 바쁘다가 문득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에 아이들 말로 필이 꽂힌 적이 있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젊고 잘 생긴 개그맨이 능청스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왜 이러는 걸까요”라 말하면 절로 웃음이 터진다.불편한 진실은 미국 부통령을 지낸 엘 고어의 1천회가 넘는 강연을 바탕으로 엮은 지구환경 리포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산화탄소 증가 등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구와 인류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었으며, 이 내용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여 무분별한 인류에게 경고장을 내 민 무거운 내용인데, 역설적으로 가볍고 유쾌해야 할 개그의 소재가 된 것이다.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을 관통해 온 갈등은 전통적 유교 방식의 보수적인 가정환경의 영향으로 분방한 자유로움을 갈망하였으나 현실규범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강박이었다. 예술가를 꿈꾸는 자가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것 등 나를 둘러 싼 환경들은 모든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고, 그것을 풀어내는 일이 결국 내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저만치 인생의 황혼을 앞에 두고 밀려오는 회한은 성취감과 안도감이 아니라 내가 그리는 그림이 과연 이 시대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가, 경력만 많아진 교직에서 나는 과연 미술교사로 자격이 있는가 하는 쓸쓸함이다.지금껏 내가 해 온 예술행위란 것이 이미 100년도 더 지난 옛날에 빛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인상주의 작가들보다도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 고향에 대한 애정과 열망으로 버텨온 지역문화, 지역예술을 위한 활동은 이상과 현실이라는 극과 극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초래하며 쓰러지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근근히 이어가고 있음 또한 알량한 사명감이었다.교사라는 직업은 선택과 관계없이 생존이었으며 학교라는 현장에서 쏟아지는 업무와 수업으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 하고도 무거운 책임감 외엔 언제나 내 마음은 예술을 향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예술가로서 교사로서 나의 불편한 진실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를 위대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이 모방자가 아니고 완전한 창조자이기 때문이며, 교육의 위대함은 지식의 전달보다 스승의 가치관이 사표가 되기 때문이다.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들어선 지 벌써 30여년이 되었고, 미술교육 또한 해체하는 모더니즘을 지나 다시 통합하는 포스트모던적 패러다임으로 바뀌었다.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배웠던 미술과 40여년이 지나 내가 가르치는 미술과는 형식이 달라졌을 뿐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필요와 조건이 바뀌었는데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그 문화는 정체되고 만다. 그러므로 시대성의 탐구는 예술가로서 교사로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오늘날의 의학이 사라져가는 질병을 연구하기보다 새롭게 나타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듯 예술과 교육도 그 시대의 조건에 대응해야 한다.무엇을 그리느냐? 무엇을 가르치느냐?결국은 부단한 성찰을 통하여 예술과 교육활동에서 싱싱한 작품과 싱싱한 수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 이 또한 훗날 불편한 진실로 남게 될지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며 내 인생이 어디쯤에 있는지 그 현주소를 짚어 본다.봄이다. 대지를 흔들어 움트는 생명들도 작년과 올해가 다를 것이다. 자연도 매순간 새롭고 다른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거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예술가는, 교육자는 어떠해야 할까요?모처럼 개그콘서트를 봐야겠다. “왜 이러는 걸까요?”

2015-04-17

글쓰기에 최소원칙이 있다면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글쓰기의 최소원칙`은 도정일 선생님 외 13명의 선생님이 대담 형식으로 출판한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매일 글을 쓰고,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학생들이 쓴 글을 읽고, 조언을 해 주는 직업을 가진 교수들도 글쓰기 앞에서 마음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글은 곧 그 사람의 전부라고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글쓰기가 어려운 만큼 글쓰기에 도움을 주려는 책들의 종류도 참으로 많다. 일단 이 책에서 글을 쓰는 데 최소의 원칙이 있다니 궁금하기 그지없다.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을 역임한 도정일 선생님은 평소 삶의 경험과 사회적 문제 등이 한데 연결되는 방식으로 글쓰기 능력을 키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자기 삶의 이야기,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이야기, 봉사하러 갔던 곳에서의 자기체험들 등과 같이 일상의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써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의 공포에 머물러 있다. 공포로부터의 해방 그것이 글쓰기의 첫걸음일 것이다. 또한 문장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문장 훈련은 생각하기 훈련으로 비교와 대조, 분류, 요약, 분석 등의 수사적인 훈련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글쓰기의 자원을 독서에 두며 책읽기와 글쓰기 교육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근간임을 강조하고 있다.소설가인 김훈 선생님은 책읽기의 중요성도 있지만 세상을 자기의 안목으로 관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세상이나 인간이나 풍경이나 사태를 자기 나름대로 들여다보는 시선의 독자성 말이다. 특히 문학적 글쓰기의 본질을 표현에서 찾고 있다. 표현이라는 것은 끔찍한 전쟁과도 같은 것이어서 끝까지 가지 않는 것은 표현이 아니라고 한다. 표현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위치 설정과 언어의 음악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칼의 노래`는 국악의 휘몰이나 자진모리 문장으로 쓰려고 했단다. 선생님의 말씀에서 박자와 장단까지 고려하는 고수의 글쓰기 모습을 엿볼 수 있다.`통섭`의 저자인 최재천 선생님은 자신의 미국유학 시절 경험담을 통해서 글쓰기의 비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통합이 물리적 합침이라면, 융합은 화학적 합침이고, 통섭은 생물학적 합침이라고 하며, 통섭의 시대에 필요한 글쓰기 지수(Writing Quotient)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학시절에 만난 로버트 위버 교수와의 수업은 늘 자신이 써 간 글을 읽어보게 하는 수업이었다고 한다.`쓰고-읽고-고치고`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치열하게 글쓰기를 한 결과 글쓰기 교과 교수로부터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의 경험담을 통해서 보면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연습할 수 있다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 떠오른다.시인 이문재 선생님은 개성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를 당부하고 있다. 첫째, 나쁜 버릇부터 찾는다. 자신이 쓴 글을 대상으로 분석해서 나쁜 버릇을 찾아내서 고쳐야 한다. 둘째,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찾아라. 글쓰기 모델 하나를 정해서 베껴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셋째, 새롭지 않으면 쓰지 말라. 새롭지 않다면 신기하거나 흥미롭기라도 해야 한다. 넷째, 자세히 관찰하라. 앞서 김훈 선생님이 그랬듯이 관찰이 중요하다. 관찰이 정확하지 않으면 사실관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섯째, 메모하고,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메모광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최소원칙을 밝혀내보면, 이미 있는 글들을 열심히 읽으며 베껴 써 보기도 하며, 밥 먹듯 글쓰기를 해야 하고, 자신이 쓴 글을 박자와 장단까지 고려하며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이 그것일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을 습관처럼 할 때 좋은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다.

2015-04-16

4월은 아직 침몰 중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모든 것이 분주한 봄이다. 시작하려는 이들의 분주함이 봄 들판을 가득 매웠다. 봄은 시작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시작을 위해서는 구태(舊態)의 껍데기를 깨거나, 묵은 것들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은 없다고 봄 들판이 말해준다. 상춘객들 옆으로 봄갈이에 한창인 어느 할아버지의 무상무념의 표정에서 필자는 시작하는 방법과 봄의 의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필부에 지나지 않는 필자는 답을 찾지 못했다.꽃 잔치에 이어 새싹들이 겨울을 뚫고 대지마다, 가지마다 푸른 눈을 떴다. 눈을 뜬다는 것은 나아갈 방향을 안다는 것이다. 새싹들은 꽃 잔치에 이어 곧 있을 신록의 물결을 위해 한눈을 팔지 않고 열심히 자연과 소통하고 있다. 그 소통의 결과는 넘실거리는 신록임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안다.자연은 소통이라는 방법을 통해 계절을 순환시키고 있지만, 소통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로지 일방통행만 하고 있다. 일방통행의 결과는 단절이고, 단절은 불신을, 불신은 무한 이기주의를 양산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기주의의 참혹한 결말을 우리는 2014년 4월 16일에 똑똑히 보았다. 한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던 295명의 고귀한 생명을 우리는 너무도 아프게 기억한다.두통 섞인 출근길에 한껏 물오른 가로수를 보았다. 잠시나마 새싹의 싱그러움을 느끼려고 할 참에 필자는 필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노란 현수막을 보았다. “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이 말이 왜 필자에겐 너무도 이기적으로 보였을까. 소통 중인 자연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아, 또 불법적으로 매단 광고라는 느낌에 필자는 금방 눈과 마음을 거두어 버렸다.그리고 재난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마치 세상이 다 무너질 것만 같았던 2014년 4월! 하지만 그 이후 우리는 어떠했는가. 불과 반년도 안 되어 우리의 관심은 세월호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물론 모든 국민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드러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묵묵히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또 만약 내세(世)가 있다면 그곳에서만이라도 춥지 않게, 또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국민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이유로 그때의 아픔을 잠시 잊었고 살았다는 것을.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학교 정문들에는 추모 현수막이 내걸렸고, 많은 단체들은 이번 한 주를 추모 기간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추모 행사들의 공통점은 “잊지 않겠다!”이다. 정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세월호 추모 기사를 검색하다 2014년 7월의 한 기사에 눈이 오래 머물렀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세월호 1주년에 맞춰 나온다는 기사였다. 영화 제목은 `거위의 꿈` 영화제작 추진위 공동대표인 조계종 법안 스님의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 탐욕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자화상이며, 어린 영혼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죽음이 이 시대 어둠을 비추는 등불로 남을 수 있도록 영화를 제작 하겠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많은 공감을 했다. 그러다 문득 `과연 어떤 내용을 다룰지` 궁금해졌다.스님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해주었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할까. 필자는 어느 단체 회원들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든 현수막이 계속 생각난다. `정권 퇴진` 과연 세월호 희생자들이 바라는 것이 이것이었을까.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해서,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리사회가 재난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4월이 더 이상 침몰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정부의 약속이 꼭 지켜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2015-04-15

진정한 `에로티시즘(eroticism)`의 표현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며칠 전 시내 볼일이 있어 나갔다. 시내 한가운데 젊은 연인들의 능청스런 애정행각을 보며 인상을 찡그린 적이 있었다. 필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인지 아니면 요즘의 젊은 신세대의 빠른 풍속도 변화를 못 따라가는지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다채로운 표현의 자유와 함께 성(性)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근대화와 경제개발이 본격화 된 이후 50여년이라는 짧은 변화 속에서 사랑과 연애 등 `에로티시즘`에 대한 사고는 이미 서구화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젊은 연인들의 사랑표현은 이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럼없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주변사람들이나 연세가 드신 분들로 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는 모습들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리스어 에로스(eros)에서 유래된 `에로티시즘(eroticism)`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연애, 사랑의 신을 의미하는 단어로 예술적 가치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그리고 성행위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사용되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와는 구별되어진다. 이러한 시각 차이로 인해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性)을 자극하는 에로티시즘을 이용하는 것도 현대인들의 소비적 시각 문화 속에서 새로운 `예술과 외설`에 대한 논쟁이 비롯되고 있는지 모른다.20세기 오스트리아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 에곤 쉴레(1890~1918)는 성(性)과 죽음에서 그 진실을 작품으로 표현하여 구원에 이르고자 했던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던 시기의 유럽 미술계는 큰 변혁기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이 시기에는 독일의 표현주의와 비엔나 분리파, 야수파, 다다, 초현실주의 등의 예술운동이 활발히 진행됐으며 사회적으로 산업혁명의 부정적 부산물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향락과 소비문화의 온상이 되기 시작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도시인들은 극히 원초적인 향락문화에 빠져들면서 거리에는 창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분위기에서 지극히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화가가 에곤 쉴레이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에로티시즘을 작품의 모티브로 이러한 환경을 활용하게 됐으며 특히 남성적이며 힘차고 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성욕의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했다. 정신분석학이 태동했던 비엔날레가 그의 주요 작품 무대였던 환경 속에서 성(性)과 자아에 대한 도취는 새로운 정신분석학과 연관을 맺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포옹은 노란 담요 위 구겨진 흰 시트에는 한 쌍의 연인이 팔을 감은 채 엉켜 있으며 여자의 머리는 베개 너머로 흩어져 있고, 얼굴을 돌리고 있는 자세에서는 서로의 얼굴이 겹쳐질 정도로 밀도감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림이다. 쉴레 특유의 성(性)에 대한 비틀린 사고에서 벗어나 작가 내면의 부드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이 작품은 결혼생활에 대한 쉴레의 만족감을 그림으로 반영해 주는 요소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대전 후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임신 6개월 된 아내 에디스가 사망하자 쉴레도 3일후 숨을 거두고 만다. 그때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스스로의 내면세계와 본성을 여지없이 과감하게 드러낸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본성 중 가장 근원에 자리하는 성(性)을 죽음과 융화시켜 표현함으로써 그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와 찬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진정한 에로티시즘의 표현은 어떠한 모습인지 그의 작품포옹을 보며 반문하게 된다.

2015-04-10

새로운 지성(智性) 개발을 위하여

이수원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교육이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교육의 설계 역시 다가올 미래 사회가 어떤 인재를 요구할지를 예측해 이뤄져야 하는데, 미래 사회를 위한 교육의 방향 중 하나가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재 육성이다.지금까지의 교육은 유능한 인재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개인의 똑똑함은 그 개인이 속한 사회가 번영을 누리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유능한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도 있고 똑똑한 기업인이 이득을 취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교묘히 속일 수도 있다.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개인의 재능을 입신양명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거나 나홀로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앞으로 다가올 사회는 이념, 종교, 문화, 인종, 사회계층 간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으므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사회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요구될 것이다.이 때문에 IQ와 같은 지능보다 새로운 지성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교육학자 Burbules는 새로운 지성으로 일리성(reasonableness, 그럴 수 있음을 아는 것)을 제안했다. 일리성은, 특정 행동이나 의사결정이 `그 상황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리성은 내가 가진 잣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다. 계산문제를 잘 푸는 인재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뇌의 영역을 넘어서서 사회관계에서의 지능을 개발할 필요가 생겼다.세상의 많은 갈등 중 일부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똑똑한 기업가가 이득을 취하기 전에 피해를 볼 소비자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유능한 정치인이 개인의 승리보다 시민을 위해 사회정의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일리성을 갖추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책 한 권을 읽어 무엇인가 배운 것 같고 스스로 똑똑하다 생각할수록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내가 똑똑하다면 나보다 똑똑하지 못한 타인의 생각을 들어보거나 이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리성은,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가치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이 전제될 때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일리성은, 논리적인 사고 기술에다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더해졌을 때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다.자라나는 세대들이 일리성을 갖추기 위해, 경쟁구조의 환경 속에서 홀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보다 협력학습을 통해 문제해결을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혼자서 수행한 과제 수준보다 누군가와 힘을 합쳐 수행한 과제 수준이 훨씬 좋았을 때,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일리성 개발을 위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세상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정치에서 좌·우파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 언론이나 대중매체가 사회경제적 강자의 입장을 어떻게 대변하고 있으며 약자의 입장이나 생각을 어떻게 배제하거나 왜곡하고 있는지 등 세상을 읽는 다양한 방법을 아는 것은 세상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이나 의사결정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는 일리성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공존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가운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애나 정의 등 보편타당한 진리 내에서 특정 행동과 의사결정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또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2015-04-09

당신의 행복지수는?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전국이 꽃 잔치로 떠들썩하다. 산수유, 매화, 유채, 벚꽃의 공통점은 지역 봄 축제의 주인공들이라는 것이다. 산수유는 전남 구례, 매화는 광양, 유채는 부산, 벚꽃은 진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문득 몇 해 전 여섯 살 나경이와의 대화가 기억난다.“나경아, 봄은 왜 봄일까?” “아빠, 봄은 볼 것이 많아서 봄이야.” 필자의 무지를 깨뜨려주었던 여섯 살 나경이의 봄에 대한 정의가 딱 맞아 떨어지는 요즘이다. 전국이 볼 것으로 넘쳐나는 4월. 그래서인지 주말 뉴스에는 전국 주요 도로를 가득 매운 상춘객들에 대한 소식이 항상 메인을 차지한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봄 꽃 축제가 사치(奢侈)인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다음 주면 1년이 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렇고, 또 달세 독촉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집 없는 사람들이 그렇고, 삼(3)포를 넘어 오(5)포 세대가 된 청년들은 더더욱 그렇다. 오(5)포 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에 `인간관계와 내 집`까지 포기한 청춘들을 말한다. 저주 받은 세대라고까지 자학하는 이 나라 청년들에게 봄은 정말 잔인한 계절이다.잔인한 봄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 위의 사람들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학생들이 그렇고, 그 학부모들은 더 그렇다. 그 중에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잔인한 봄은 언제 끝날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행복한 봄은 정말 전설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인지, 답답하고 답답할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마치 “대한민국은 더 혹독한 겨울로 가고 있다”는 제목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겨울이 혹독할수록 봄꽃은 더 화려하다는 말이 있듯 지금의 겨울을 이겨내고 찬란히 꽃 피울 진정한 봄을 꿈꿔본다.그런데 왜 이 꿈이 정말 꿈으로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까. 대한민국 헌법(제 10조)은 다음과 같이 국민의 행복에 대해 국가의 보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하지만 지금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대한민국 정부는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라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할 사람은 이 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라는 것이 있다. GHN 지수는 1970년대 부탄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2007년 4월 OECD는 국민총행복을 목적에 따라 평균행복, 행복수명, 행복불평등, 불평등조정행복의 4개의 세부 행복지수로 구분하고 각국의 GNH 정도를 측정하였다.과연 대한민국 행복지수는? 이에 대한 답을 짐작할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가 학생 행복지수다. 그럼 대한민국 학생 행복지수는 어떨까?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학생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꼴찌!” 마음 아프게도 꼴찌는 학생뿐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대한민국 행복지수도 꼴찌였다. 꼴찌라는 말이 대한민국의 꼬리표가 되지 않을 지 걱정이다.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3일 `성인 행복지수`라는 것을 발표했다. 역시 결과는 참담했다. 세계 143개국 중 대한민국의 순위는 118위! 118위는 거의 꼴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에 있어서는 학생도 꼴찌, 성인도 꼴찌, 나라도 꼴찌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 결과는 OECD 국가 중 전체 자살률 1위로 나타났다.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직역하면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이다. 중국의 4대 미인인 한나라 왕소군에 대한 설화인 이 고사성어가 수 천 년을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낸 말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정말 묻고 싶다.“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2015-04-08

선생님 감사합니다!

▲ 권정찬 화가·경북도립대 교수작년 연말에 필자의 은사님이신 김태신 선생님께서 93세의 일기로 열반(스님)하셨다. 84년 맥향화랑 개인전 때 오셔서 이제는 채색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첫 대면이 지금까지 영원한 스승으로 가슴에 묻어두고 있다. 86년 이른 봄, 당시 맥향화랑 (故)김태수 사장님의 소개로 서울 인사동 운당여관에 찾아가서 큰절을 하고 건삼 두통을 내어놓고 얼른 나오려 했다. 방안에는 내노라 하는 대가들이 빙 둘러 앉아 처음 보는 낯선 청년의 등장에 호기심으로 지켜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날이 저물기도 하고 분위기에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대구로 내려 갈 참이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날이 저무니 자고가라 하시니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손님을 물리치고서는 이왕 왔으니 인삼 두통 값은 배우고 가라하신다. 그리고 손수 이부자리를 펼쳐주시고 자라고 하시며 “낳은 아들은 미우나 고우나 영원한 아들이지만 가르치는 아들(제자)은 책임을 져야한다”하시며, 그래서 일본에서도 제자가 없고 이우환이 배우려는 것도 마다했다고 하셨다. 또한 서울의 유명한 동양화교수가 아들을 부탁해도 거절하셨다. 그런 분이 하룻밤을 자고나니 다음에 한국에 오면 또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는 일본에서 오실적마다 채색을 배워 주시고 재료학을 가르쳐 주셨다. 심지어 제자를 위해 채색물감을 직접 일본에서 구입하여 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앉으나 서나 심지어 이부자리 밑에서도 그림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어머니(김일엽 스님)이야기, 한국화단의 대가들과의 교류, 일본 활동, 특히 개인전 지원 등의 이야기는 대단한 것이었다. 심지어 당대의 최고화가들의 채색사용, 재료를 구입하고 일본 내 개인전을 열게 해 주신 내용 등은 필자에게도 교훈이 되었다.선생님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의 개화여성 사이에 태어나신 분이다.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한국을 드나들고 하신 것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교유하신 분들도 한 결 같이 한국현대미술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많다. 이당 김은호 화백의 양아들로 입문하시면서 그림을 배우고 이응노, 나혜석, 김기창, 장욱진, 고석봉, 천경자, 안동숙 등 현대미술사의 중심인물들과 친분을 갖으신 것이다. 그렇다면 선생님의 채색화에 대한 영향은 얼마나 될까?어떤 분은 일본의 개인전을 열어드리고, 또 어떤 분에게는 채색의 특별한 기법을 전수하셨다. 물론 제자로서가 아니라 동료 선후배로서 답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과 그렇게 교류하신 분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서신 분들이다. 누구도 외국 유명화랑개인전이 매우 어렵지만 그 당시에는 해외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함에도 대부분 초대전으로 도쿄에서 열리도록 도와주심은 대단함이 묻어있다. 그렇다고 그 고마움을 공개하며 일본인 은사님과의 유대를 내세우지도 못한 시대였다.특히 채색화를 일본화라고 치부하던 시대이기에 더욱 선생님과의 관계를 과시(?)하지 못했다. 필자의 채색화 작품 역시 대구의 미대 동양화교수들의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채색화는 화단전체에 번져 채색의 물결을 이루게 되었다.그 영향의 뿌리는 역시 필자의 스승 김태신 선생님이시다.그리고 언젠가는 선생님의 화단야사, 채색화에 대한 가르치심을 정리 해 보아야겠다.힘들과 아프고 엇갈려 만남이 오래오래 되어도 만나면 늘 훈훈하게 해주시며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알면서도 속으며 이웃사랑과 배품을 실천하신 선생님, 그러한 선생님께서 단 하나의 제자로 거두어 주심에 “선생님 가르침의 영원한 아들”로 살아가겠습니다.

2015-04-03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새봄을 맞아 미술시장도 이제 새로운 활기를 찾으며 2015년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미술시장은 단색조 작가들의 작품들이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하더니 지난달 17일까지 홍콩에서 마련된`아트바젤 홍콩`에서는 단색조 화가들의 급부상이 단연 돋보였던 기회가 되었다. K옥션에서 진행된 미술품 경매에서는 단색조 회화들이 새로운 최고가를 기록하며 낙찰되었으며, 아트페어의 여러 부스에서는 이들의 작품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다. 최근의 미술시장 트렌드는 단색조 회화의 급부상이 계속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런 모노파의 대표적인 국내 작가로는 김기린,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등 원로 작가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전통 색채의 재해석을 앞세운 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과거를 보여주는 유물 같은 존재들이다.모노크롬(monochrome·단색조) 회화는 70년대 한국 미술계를 풍미했던 미술경향이자 미술운동이었다. 서구의 영향을 받은 50년대 앵포르멜과 60년대 투상표현주의를 거쳐 꽃 피운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는 우리 미술에서 굵은 선을 긋고 있다. 이러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단색조 화풍의 형성 배경을 먼저 살펴보면 우리의 서양미술사 속에서 `현대미술`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해방과 분단, 좌우익의 이념 갈등, 정부수립, 6·25전쟁, 전후의 혼란 등 혼란스러웠던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인 미술양식의 수용과 집단적 흐름의 형성이라는 과정을 통해서였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이 서구 미의식을 `서양화`라는 재료와 편협 된 기법의 표현과 묘사로 보여주었듯이 현대미술 역시 서구 미술양식의 지엽적인 차용이 주는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적 현대미술로 발전과 변모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한국 추상회화의 1세대로서 미술을 현대어법으로 발전시켜 나갔던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백영수, 이규상 등을 시작으로 모던아트협회와 현대미술가협회, 신조형파, 창작미술가협회 등이 일제히 결성하여 자신들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개성적인 그룹 활동은 이후로 앙가주망, 신인회, 실존미협 등의 단체가 등장하며 뚜렷한 조형적 이념을 표방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한국의 모노파가 새롭게 현대미술의 운동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화폭 뒤에서 물감을 밀어 올려 방울 모양의 무늬를 점점이 빚어내는 하종현의 작품제작 방법과 연필선을 화면 가득히 리듬감 있게 되풀이해 그려가는 박서보, 젖은 한지가 겹쳐진 질감 효과를 강조하는 정창섭, 두툼한 물감 층을 뜯어낸 마티에르(질감)의 느낌을 증폭시킨 정상화의 작업들은 70년대 현대미술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일본 평단에서 호평을 받으며 70~80년대 화단의 권력으로 등극했던 모노크롬은 80~90년대 참여미술운동에 밀리고, 90년대 이후에는 팝아트 열풍에서 소외 시 되었지만, 오늘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모노크롬의 회화세계는 모더니스트 회화이념과 동양정신의 만남을 통해 독창성과 그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예술의 세계를 우리는 흔히“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비유해 말하곤 한다. 예술을 꼭 경제적 가치나 금전으로 평가하는 건 문제점이 많지만 최근 단색조 작품들의 가파른 상승을 지켜보며, 결코 예술을 짧은 시각과 지식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느껴 본다.

2015-04-02

무상급식 폐지보다 더 아픈 의무교육 박탈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10여 년 전 12대 대선 때 어느 대통령 후보가 한 말을 개그맨이 개그 소재로 사용해서 한때 크게 유행한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요즘 필자의 입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학부모님들 행복하십니까, 대한민국 교육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십니까?”과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떨까? 그런데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여전히 OECD 국가 중 꼴찌인데 학부모들이 행복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들도 행복하지 않다고 하니 도대체 대한민국 교육에서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은 자유학기제 실시 후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한 학기 동안은 말이다.필자는 최근 어느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감사합니다.” 이 말만 듣고 필자는 처음에 합격자의 소감발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합격자가 아니라 탈락자였다. 나이 어린 탈락자는 말했다. 탈락한 것은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고. 그동안 많이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우연히 본 어느 탈락자의 소감을 들으면서 필자는 감사에 대해 큰 가르침을 얻었다. 자신을 떨어뜨린 사람조차 포용하는 마음이 곧 감사라는 것을.그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부끄러웠다. 여태껏 필자는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필자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원망을 쏟아냈다. 학생들 앞에서는 늘 감사하면서 살라고 해놓고서는 정녕 필자는 감사를 실천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이중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얼굴이 뜨겁다.오늘도 필자는 `2015년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 희망 학교 신청 안내`라는 공문을 보고 교육 차별에 대한 원망만 늘어놓았다. 대안 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를 무시하고 수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까지 대안학급을 설치하겠다는 교육청의 계획을 보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추진배경을 읽으면서 필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렸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대안교육 기회 제공”최근 경상남도 무상급식 폐지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무상급식폐지에 노여워하는 사람들에게 “산자연중학교 학부모도 있는데 기껏 급식비 때문에 그러시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무상의무급식폐지, 비교육적 비인간적 처사`라는 기사를 보면서 중학생이면서도 의무교육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생각했다. 이 기사 제목대로라면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만큼 `비교육적, 비인간적` 대접을 받는 학생들도 없을 것이다.지난주 금요일 늦은 저녁 시간 산자연중학교 학부모회의가 있었다. 필자는 전국에서 모인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학부모님, 행복하십니까? 대한민국, 경상북도 교육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싸늘한 반응을 교육 당국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자신을 탈락시킨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던 어린 탈락자만도 못한 필자지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정말 붉은 머리띠라도 두르고 싶은 요즘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럴 수도 없는 각종학교 선생이다.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배움에 나아가고 지혜를 더하는 데에는 아홉 가지 생각(九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한 이이 선생의 구사(九思)를 외웠다.“볼 때는 환히 볼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똑똑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고, 안색은 온화하게 가질 것을 생각하고, 태도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고, 말은 진실 될 것을 생각하고, 일할 때는 조심할 것을 생각하고, 의심날 때는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 화가 날 때는 곤란하게 될 것을 생각하고, 이득이 생기면 의리를 생각해야 한다.”누가 거짓말이라도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의무 교육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2015-04-01

책 읽기의 힘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정민 선생이 쓴 `오직 독서뿐`(김영사, 2013)을 읽어 보면 옛 사람들의 공부 방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등 16~19세기까지 이름 난 조선 선비들의 책읽기에 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정민 선생은 무한질주하는 지금의 시대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법을 책읽기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책읽기가 생각의 힘을 기른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역사적으로 볼 때 사유가 없는 시대는 비극만이 범람할 뿐이었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무사유가 악의 근원임을 밝히고 있다. 악은 지극히 평범한 것으로 인간의 무사유 즉, 개념 없음에서 온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이미 파스칼이 말하지 않았던가. 사유는 인간 고유의 속성이기 때문에 생각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을 넓히는 데는 직접경험만큼 좋은 것이 없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존재가 아니던가. 그렇기 때문에 책은 자신의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허균(1569~1618) 선생은 장횡거의 `책은 마음을 지켜준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늘 있게 되고, 책을 읽지 않으면 의리를 보더라도 보이지 않게 된다`는 글을 인용한다. 책은 마음의 흐트러짐을 막아주는 좋은 도구로 작용하고, 의로운 이치를 바로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이익(1681-1763) 선생은 `찾는 것이 있어 책을 읽게 되면 읽더라도 얻을 것이 없다`는 글을 남겼다. 정민 선생은 이를 두고,`학생들은 죽기 살기로 암기하고 공부해서 안 틀리고 다 맞지만, 막상 시험만 끝나면 그 공부한 내용이 내 삶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딴 일이 되고 마는` 일에 비유한다. 시험에 유익하면서도 삶이 유익한 독서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양응수(1700-1767) 선생은 정자의 `책을 읽는 것은 장차 이치를 궁구하고 실용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제 혹 문장 구절의 말단에만 마음을 쏟는 것은 소용이 없다`라는 글을 인용한다. 이는 당대의 선비들이 책이 주는 큰 메시지보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지엽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석을 두고 싸움을 일삼는 데 대해 깨우침을 주려고 한 말일 것 같다.안정복(1712-1791) 선생은 `책이란 옛 성현들의 정신과 심술(心術)의 궤적이다. 옛 성현들이 오래 살면서 가르침을 베풀 수 없었으므로, 반드시 책을 저술하여 뒷세상에 남겨, 후인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취를 찾고, 자취를 통해 이치를 미루어 알게 하려 한 것이다`라고 했다. 책이 사람이라면 책읽기는 사람읽기와도 같다. 홍대용(1731-1783) 선생은 `독서는 진실로 외우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이 외우는 것을 버린다면 더더욱 기댈 바가 없게 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초보 독서가들에게 외우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박지원(1737-1805) 선생은 `군자의 아름다운 말도 간혹 뉘우침이 있음을 면치 못한다. 착한 행실도 때로 허물이 있을 수가 있다. 독서에 이르러서는 1년 내내 해도 뉘우칠 일이 없고, 100 사람이 말미암아도 허물이 없다. 명분과 법이 비록 훌륭해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긴다. 많을수록 더욱 유익하고, 오래되어도 폐단이 없는 것은 독서 뿐`이라고 했다. 세상에는 좋은 것이 참으로 많지만, 반복해서 하면 싫증이 난다. 하지만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안목이 넓어지니, 자신의 삶에 유익한 일만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조선의 선비들은 책 읽기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았음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보고 듣기가 우세한 세상인 것 같지만, 읽기는 누가 뭐래도 보고 듣는 문화 생산의 동력이 되고 있다. 책읽기가 힘이다.

2015-03-26

교육 실신(失信)시대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누가 불청객(不請客) 아니라 할까봐 황사(黃砂) 소식이 잦은 요즘이다. 불청객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청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온다는 것, 둘째는 염치(廉恥-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가 없어 다른 사람 생각은 전혀 안 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 시작과 함께 또 다른 봄 불청객이 우리를 움츠리게 하고 있다. 바로 꽃 샘 추위다. 황사와 꽃 샘 추위에 병원마다 감기와 기관지염 환자로 만원이라고 한다. 면역력이 약할 대로 약해진 사람들에게 봄 불청객을 이겨낼 힘이 있을 리 없다. 자연의 순리를 스스로 깬 사람들이기에 지금의 고뿔은 어쩌면 당연지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은 순리를 모르는 사람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참꽃을 통해 보여주었다. 아무리 혹독한 꽃 샘 추위에도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은 참꽃은 올해도 변함없이 소담스러운 분홍 웃음을 피웠다.지금 우리 사회에는 황사나 꽃 샘 추위와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불청객이 와 있다. 그건 바로 불경기(不景氣)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정말 경기(競技)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걱정이 단순하게 말로 끝날 걱정이 아님을 보여주는 현상들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말이 `청년 실신시대`다.한 사회의 가장 큰 원동력은, 또 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계층은 바로 `청년`이다. 그런데 그 청년들이 실신(失神, 失信)을 했단다. 비록 의미가 다르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실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청년 실신시대`에서 실신은 실업자와 신용불용자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청년 실업률은 11.1%. 하지만 청년 체감 실업률은 22.9%로 나타났다. 취업을 못한 청년들은 학자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일을 하고 싶지만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 청년들에게 정부는 외국으로 눈을 돌리라고 한다. 이 말을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왜 이리 슬프게, 또 아프게 들릴까. 이 나라에서는 해 줄 것이 없으니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으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무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어디 있나 싶어 청년들을 도저히 볼 수가 없다.청년 실신시대를 살고 있는 이 나라 청년들은 거의가 교육의 최고 단계인 대학교육까지 마쳤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왜 대학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도대체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이미 대학은 학문 연구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필수 과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어떤 대학도 학생들에게 취업을 보장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방대는 학생들이 취업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과연 이 나라에서 교육이란 무엇일까. 청와대가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4대 구조개혁, 지금 안 하면 미래 없다.” 청와대에서 말하는 4대 구조 개혁의 대상은 `교육, 금융, 노동, 공공`인데,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처럼 제대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듯하다. 특히 교육은 개혁은커녕 오히려 퇴화를 하고 있다. 퇴화하는 교육계의 모습을 청와대는 알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오늘도 필자는 전학에 대한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아이가 학교생활을 너무 힘들어해서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전화 드렸습니다.” 산자연중학교에 전화를 하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인사처럼 하는 말이다. “아이가 학교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왜 가는지를 모릅니다. 어떻게 해서든 학교에 가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는 “죄송합니다!”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필자도 정말 궁금하다,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으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꽃 샘 추위가 한창인 오늘 교육이 이 나라의 불청객이 되지 않길, 교육 실신시대라는 말이 절대 생겨나질 않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2015-03-25

선물

▲ 류영재 화가·미술교사지난해, 교육대학원 학생들에게 서양화 강의를 하면서 예술가의 길과 교직을 동시에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수강생들에게 질문하였다. 20대 청년들과 일종의 소통 과정이었는데 “여러분은 혹시 내가 부러운 부분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런 질문을 한 까닭은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나 여전히 삶의 여정은 고달프고 뚜렷이 이룬 것도 없이 몸도 마음도 늙었다는 쓸쓸함으로 이제 사회로 나가는 그들의 젊음과 밝은 기운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의외로 나를 부러워했다.“결혼도 하셨구요. 자식들도 장성하였구요. 직장도 있으시구요. 어쨌든 교직에 있으면서 작가도 되셨구요….”나의 처지를 탄식하는 의미로 한 질문이었는데 예기치 못한 답변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직 결혼도 안하였으니 아이도 없을테고, 장성하여 독립해야 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아직은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저 치열한 임용고시가 엄청난 부담일테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었을텐데 그림은커녕 우선 당장 스스로 먹고 살 일도 해결하지 못하였으니 생각 있는 자의 사고와 판단으론 참으로 막막하기도 하겠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들은 거의 비슷한 입장이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한 학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 마다 선물을 받는 것 같아요. 오늘도 하루라는 선물을 주셨구나. 오늘은 이 하루라는 선물 상자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그래서 매일이 궁금하고 매일 재미있어요.” 그 또한 망치에 맞은 것 같은 띵 한 답변이었고, 그 앞에서 나이만 많았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한 부끄러움과 그런 마음을 가진 젊은이에 대한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자신의 마음가짐이라는 당연한 진리에 새삼 숙연함과 기특함, 안타까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교차되었다.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엔 따뜻한 밥 한 끼가 큰 행복이었고 이젠 먹고 사는 걱정은 어느 정도 해결 된 것 같은데도 사람들은 먹고 살 일이 걱정이라 한다. 먹고 산다는 의미가 달라진 까닭이다.물질이 풍요로워진 사회! 결국 삶은 물질과 정신의 조화일텐데 혹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나 또한 죽어라 일하며 눈에 보이는 이득을 창출이라 생각하는 구시대 유물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시대를 앞 서 가는 예술가이고자 애쓰지만 정작 나의 삶은 나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에 함몰되어 편한 감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삶이란 것은 되돌아보며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다가오는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 즉 치열한 생존이다. 인간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성숙해 가는 과정은 개인적으로는 성장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책임과 의무라 생각 한다.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시대성과 인간성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파문이다. 세상이 나쁘다고 탓하기 전에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지 못한 인간적인 미성숙을 부끄러워하고 각성해야 할 일이다.매일을 선물로 맞이하는 젊은이! 참으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우리 세대의 행복이란 개념은 안락하고 풍족하여 근심 걱정 없는 삶이었으나 그들에게는 갈등이 풀어야 할 대상이며, 시련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위기는 기회의 대상으로 하루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것! 한 세대 진화 된 인간의 모습이다.그 겨울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아프리카로 봉사 활동을 떠난 젊은이에게서 메일이 한 통 왔다. 이 시대 멋진 젊은이들에게 존경과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내가 가지고 있는 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주머니 속에 꼭꼭 숨겨 놓고는 자신도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 하루가 나의 지금까지 인생에서 제일 젊은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젊음을 아낌없이 쓰는 제가 되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군요.ㅜㅜ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까? 걱정이지만 잠시 그 짐은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2015-03-24

역사 속에서의 유아교육과 현재

이수원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최근 언론매체나 주변 대화를 살펴보면 유아들의 학업성취도나 지능발달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학부모들은`내 아이에게 학교교육을 어떻게 준비시킬까?`에 관심이 많다. 이에 부응하여 유아들의 학업 성취도나 학업 준비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교구가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다.이 중 한 교재·교구는 `당신의 아이를 똑똑하게 만들 것입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쓰고 있는데 학부모가 그 홍보물 앞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다.상업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프뢰벨 교구나 몬테소리 교구도 유아들이 자신의 감각을 활용하는 동안 지적 자극을 받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학교교육을 받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교구는 영어와 같은 제 2 외국어를 가르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프뢰벨이나 몬테소리가 원래 의도한 교육철학을 실천하는 대신 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변형된 것이다.그렇다면 프뢰벨이나 몬테소리처럼 역사 속 유아교육자들은 어떤 교육법에 관심을 가졌을까? 교구와 관련된 교육철학을 제대로 이해해야 그 교구를 활용하여 유아발달을 제대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역사 속 유아교육자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유아교육자들의 생각이 교구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먼저, 역사 속 유아교육자들은 공통적으로 유아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프뢰벨(1782~1852)은 누구나 태어날 때 내면에 신성(神性)을 갖고 있다고 보았고 이 신성을 개발하기 위해 교구를 고안했다. 프뢰벨의 교구는 신이 창조한 우주를 기하학적인 형태로 단순화시켜 놓은 것으로, 유아가 교구를 만지고 놀면서 스스로 내면의 신성을 깨닫고 신처럼 창작활동을 하게 된다.몬테소리(1870~1952)는 유아가 자신이 선택한 일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므로 어른의 힘과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유아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교구를 고안했다.결국 이들의 교구는 오늘날 강조되는 유아의 지능 개발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유아들의 잠재력에 대한 신뢰로부터 출발하여 타인의 간섭 없이 스스로 놀이할 수 있도록 도울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다. 하지만 학업 준비도가 강조되는 요즘에는 교구들이 원래의 제작 목적과는 다르게 학업 준비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외국어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한편, 역사 속 유아교육자들은 공통적으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했으며 유아교육에도 이를 반영했다. 프뢰벨은 유아들이 매트 짜기나 상자 만들기와 같은 일에 참여하여 자조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유아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의 종류를 제시했다. 몬테소리는 유아들이 일상생활 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의자 옮기기, 냅킨 접기, 물 따르기 등을 훈련하여 자조능력을 기르도록 했다.미국 진보주의 교육학자 듀이(1859~1952)도 요리나 재봉, 목공과 같이 당시 사회적으로 가치 있던 활동에 유아를 참여시켜 유아도 사회생활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필자가 교육현장에서 만난 아이들 중 유치원에서 하는 어떤 활동이든 “난 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평상시에 간섭이 심하며 엄격한 부모님 아래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이 무엇을 할 지를 선택해 본 적이 없고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성취감을 맛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그 아이는 무기력해져 있었다.똑똑하고 성적점수가 높은 것이 최고의 가치인 요즘, 아이들이 이에 따라 훈련받고 있으나 실상은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길들여지고 있으며 글자쓰기나 셈하기 속도는 빨라질지언정 자신의 일상 삶에서는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때문에 유아의 성장 가능성은 그들이 자유로울 때 꽃피울 수 있다는 선인들의 지혜를 돌아보고, 유아들이 교구를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아울러 아이들 수준에 맞는 작업을 제공하여 자유와 일의 기쁨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5-03-20

운명처럼, 글 쓰고 말하는 대학생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보면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뭔가를 열심히 외우고 시험문제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른바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주입하는 교수자 중심의 주입식 교육의 형태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학습 주체가 되어 스스로 공부거리를 찾아서 해야 하는 학습자 중심교육이 주를 이룬다. 그런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수많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해야 온전한 대학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대학생활에서 기른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나머지 인생의 전반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교육과 공부는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의사소통의 주요한 수단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핀란드·노르웨이 등 9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려는 AHELO(Assessment of Higher Education Learning Outcomes·대학생 성취도 평가), 대학생들의 핵심역량 수준을 파악하여 역량강화 및 진로개발을 지원하고, 대학에는 교육역량강화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주도하에 개발된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 시스템(K-CESA; Korea Collegiate Essential Skills Assessment), 미국의 CLA(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대학학습평가)와 MAPP(Measure of Academic Proficiency and Progress·대학성취정도) 등에서 의사소통역량에 대한 평가는 필수이다.사회적 요구를 염두에 두고, 우선 대학의 학업과정을 온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대학생들은 수많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해야 한다. 당장 학기 중에 수강하는 거의 모든 교과목마다 리포트를 써서 제출해야 하고, 간간이 ppt문서를 작성해서 발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마주치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 1학년 과정에 글쓰기, 말하기,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교과목을 필수 교과목으로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2학점 2시간, 2학점 3시간, 3학점 3시간 등 시수와 학점도 다양하고, 각 분반의 수강정원도 20명에서 60명 정도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더 나아가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턱없이 부족한 강의시간을 보충하기 위해서 글쓰기센터를 설치하고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까지도 지도하는 대학들도 있다. 과거의 대학들에 비하면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은 확실히 진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적인 동력들의 진보에 비해 학생들은 여전히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글쓰기 생각쓰기`의 저자 윌리엄 진서가 말하지 않더라도 글쓰기는 생각 쓰기이다.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것이 생각이라는 사실은 너무 뻔한 진리이지만, 생각하기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의 학생들에게 `생각`이라는 단어는 언저리에만 가도 머리가 아파지는 단어일지도 모른다.어쨌거나, 글쓰기와 말하기의 최소이자 최대 원칙은 생각하기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리포트와 다가오는 발표를 어떻게 잘 해낼 것인가의 문제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글쓰기 교육 전문가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연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글쓰기와 말하기로 밖에 달리 연습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운명처럼 글 쓰고 말해 보자.

2015-03-19

목욕탕 담론과 교육개혁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3월 온도계는 봄이 오는 소리를 측정한다. 기온이 낮을 때는 봄이 더디 오는 것을, 기온이 높을 때는 봄이 빨리 오는 것을 나타낸다. 지난 주말 봄은 큰 걸음으로 성큼 성큼 우리에게로 왔다. 그래서 온도계는 18도를 훌쩍 넘었다. 자연이 색의 변화를 통해 계절의 흐름을 나타내듯, 사람들은 옷차림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표현한다. 겨울을 털어낸 나무는 울긋불긋하다. 겨울옷을 벗은 사람들 또한 형형색색이다. 봄날 자연과 사람은 색으로 하나가 된다. 겨울을 털어낸 자연과 사람들의 형형색색의 발걸음은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하지만 필자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필자는 봄을 맞이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더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왜냐하면 아직 해야 할 일을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젠 필자, 아니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경상북도 교육청은 안 들리는지, 아니면 못 들은 척을 하는 것인지 1년 내내 같은 말 뿐이다. “인가 조건 때문에 안 됩니다.”살기 위해 우리나라는 사회 전 분야에서 고강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제일 개혁이 필요하지만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곳이 있으니 바로 교육계다. 지난 토요일 필자는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하다는 날 가장 춥고 무거운 마음으로 구미에 있는 경북교육연수원에 다녀왔다.그곳에서 필자는 부끄럽다 못해 헛웃음만 나는 오락 프로 한 편을 봤다. 그것은 마치 요즘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런닝맨`과 비슷했다. 제목은 `진행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진행하려는 자의 등에는 `기초학력 담당교사 역량강화 연수회`라는 이름표가 붙었고, 막으려는 자의 등에는 “휴일 강제 출장근무 폐지하라!”라는 이름표가 붙었다.TV에서처럼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질지 알았는데, 점잖은 교사들이서 그런지 막으려 자들은 강당 밖에서 현수막과 반대 서명을 받으면서 진행하려는 자를 압박했고, 진행하려는 자는 모르쇠로 준비한 연수 책자를 읽어 나갔다. 연수를 들으면서 `꼭 모여서 책자를 함께 읽어야만 하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러다 불쑥 막으려는 자의 주장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눠준 유인물을 읽어봤다. “상담과 수업준비에 정신없는 3월 교사 동원. 각종 업무전달 회의 시 권역별 평일 연수로 대체하라. 출장비와 근무수당 정상 지급하라!”라고 적혀있었다. 여기에는 더 많이 궁금증이 생겼다. 수업준비에 정신없는 3월이라고 했는데 그럼 평일에 연수를 하면 수업에 차질이 없는지, 또 출장비와 근무 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면 휴일에 해도 괜찮은지 등. 하지만 각종학교 교사인 필자는 어느 쪽에도 물어볼 수 없었다.궁금증을 꾹 참고 있다가 연수 마지막에 필자는 용감하게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대한민국 중학생들입니다. 교사들을 위한 지원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또 공짜로 달라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과 교사들도 각종 교육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막으려는 자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던 사회자로부터 필자는 항상 전화기로 너머로 듣던 소리를 또 들었다. “그건 다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더 외치고 싶었다,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은 모든 교육 공모 사업에 최선을 다해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혹시 하시기 귀찮은 교육 공모 사업이 있으면 산자연중학교에 맡겨주십시오.”라고. 하지만 필자는 용기가 없었다.지친 몸을 위로하기 위해 사우나에 갔다. 거기서 필자는 민심을 들을 수 있었다. “개혁,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누가 저거 손해 보는 짓 하겠노. 이제 국민들은 안 속는다. 어디 국민들을 빙신으로 아나. 공무원들, 교사들 더 이상 거짓말 하면 안 돼. 저그가 무슨 국민을, 학생을 위해 일한다고. 저그들 잘 먹을라고 하지.” 한증막 안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필자는 크게 “맞습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개혁, 교육개혁, 정말 웃긴다.

2015-03-18

우리나라 문화의 진정한 힘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며칠 전 TV에서 전해주는 기분 좋은 뉴스를 보며 문화예술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새삼 뿌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수입이 전년보다 24.4% 늘어난 181억불을 기록했으며, 이는 역대 최대 수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관광객 수도 16.6% 늘어난 1천420만명으로, 이들 관광객이 전 산업에서 있어 33조원 가량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관광객수는 작년보다 41.6% 늘어난 612만7천여명으로 13억 중국인구의 놀라운 힘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벌어들인 우리나라의 관광수입이 승용차 70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내었다고 하니 관광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한다. 1990년대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를 시작으로 2000년대`겨울연가`, `대장금`등의 드라마와 다양한 K-POP의 인기상승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한류열풍을 불어 일으키기에 충분한 콘텐츠가 되었고 최근에는 아시아를 넘어 소비재, 한식 등 한국문화가 유럽과 북미까지 폭발적으로 전파되고 있다.더불어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내세워 국가 미래성장 동력의 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곧 상품이 되는 창조경제의 대표산업을 문화콘텐츠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관광, 의료, 교육, 제조업 등 다른 분야에 까지 확대시켜 나갈 것을 정부의 각 부처에 지시했다. 이는 문화콘텐츠산업이 21세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연금술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경험했기에 가능했던 일들일 것이다.이러한 결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위해 묵묵히 활동을 이어왔던 문화예술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문화예술이 문화산업으로 발전되는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는 일들이다. 수많은 문화적 경험과 체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이다.“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文化)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평생 조국의 광복과 민족통일을 위해 애쓰시다 비명에 가신 백범 김구 선생의`나의 소원`의 한부분이다.`문화의 힘`은 실로 엄청나고 중요하기에 인류의 역사마저도 바꾸어 놓을 수 있음을 과거 여러 사례를 통해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과거 위대한 지도자는 문화로 세상을 다스렸다. 세종대왕이 그러하고, 중국과 로마의 위대한 황제들도 그러했듯이 엄한 벌이나 엄청난 돈으로도 바로잡지 못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부패한 세상을 문화가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의 진정한 힘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류 문화 열풍을 통해 얻는 문화콘텐츠산업의 경제적 이익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과제가 되는 것이다.

2015-03-13

대학생이 된 아름다운 청춘, 그대들에게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봄을 이야기 할 때`희망찬 봄이다`라는 말을 흔히 한다. 희망을 품고 뭔가를 시작하는 달이 3월이기 때문에, 그 희망들이 모여서 희망이 가득 찬 봄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쓰는 것 같다. 지금 대학의 캠퍼스에는 희망에 가득 찬 새내기 대학생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넓은 교정에 퍼져 있는 강의실을 찾아 헤매는 학생도 있고, 강의와 강의 사이에 빈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서성이는 학생도 있다. 좌충우돌하면서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각 대학들이 강의를 시작한 지 한 주일이 지났다. 고등학교 때와는 너무도 다른 생활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적응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부딪히는 큰 문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개강 전 입학식과 함께 새내기 캠프를 열어 대학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대학도 있겠지만,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며칠간의 설명으로 그 실상을 다 익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한 주일 동안 겪어 보아서 잘 알겠지만,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내 삶의 주인되기`임을 짐작했을 것이다.이번 학기에 수강해야 할 교과목을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동아리에 참여할 것인지, 하루 중의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주변의 도움이 있기는 하겠지만 선택과 결정의 주체는 자신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철학자 안병욱 선생님이 대학생을 두고 도자기를 빚는 도예공에 비유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물레 위에 올라앉은 진흙덩이로 어떤 도자기를 빚어낼지는 순전히 그대들의 몫이니, 멋진 도자기를 빚어내 보자.지난 주, 강의를 들어보아서 짐작했겠지만 대학에서의 공부는 입시위주의 암기식 공부가 결코 아니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교육학자 김신일 선생님의 말씀처럼 `의심과 모험의 학습학`이고, 사회학자 한완상 선생님이 말씀하신 `창조적 상상력을 기르는` 공부여야 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지구의 운동을 의심해 보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처럼 의식의 한편에 있는 무의식을 실험해 보고, 프리드리히 니체처럼 당대의 합리주의를 부정해 보는 것이 이른바 그런 류의 공부일 것이다. 의심과 모험에서 창조적 상상력으로 나아가는 공부는 결코 쉽지가 않다.창조적 상상력은 21세기의 인재들에게 간절히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한데, 이는 지금까지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다면 새로운 해석이라도 해 봄직 하지 않은가. 이런 성과를 내기위해서는 전공과 교양 영역의 교과 전반을 두루 거치면서 성실하고 꼼꼼한 자세로 기존의 지식들을 점검하는 일이 우선해야 가능할 것이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고등학교 때의 공부와는 달리 그 범위가 거의 무한대로 넓고 깊기 때문에, 학습의 주체가 지식의 바다를 헤엄치는 데 비유되기도 한다.공부의 양이 많아지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도 당연하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학생이 된 여러분들은 밤을 새워 과제를 준비하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고, 과제 준비를 위해서 도서관 출입도 잦아질 것이다. 새로 만나게 된 친구들과 생각을 나눌 시간도 가지게 될 것이고, 선배님이나 교수님께 공부나 인생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을 것이다. 먼 후일, 그대들은 킴벌리 커버거의 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화자처럼 회한에 젖은 시구를 읊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청춘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2015-03-12

교육감께!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같이 갑시다.” 외로운 늑대의 분별없는 폭력행위의 피해자인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수술 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자신을 격려 해 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긴 이 한 마디에 `리퍼트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사랑과 관용과 같은 말인 리퍼트 효과란 부정적인 결과를 바라고 한 행동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리퍼트 대사가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기 이전부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주 정월대보름, 산자연중학교에서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한적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도심지보다 더 활기로 넘쳤다. 학교 도서관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자리를 했다. 곧이어 학년별로 학생들이 나와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전교생이 세배를 드렸다. 손자 손녀가 친조부모께 올리는 세배도 분명 이보다 더 정성스럽지는 못할 것이다.세배가 끝나고 학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정월대보름 음식이 정성껏 차려진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사랑과 웃음으로 넘쳤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도서관. 학생들의 도움을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당신들의 소원을 부끄럽게 소원지에 적으셨다. “우리 손주들 건강하게 하세요.”라고 적힌 소원지를 보면서 학생들은 모두가 숙연해졌다. 그리고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엔 봄보다 더 따뜻한 미소가 피었다.운동장에서 달을 기다리던 달집이 달보다 학생들과 동네 어르신들을 먼저 맞이했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소원을 꽃봉오리마냥 한 가득 매달았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곧 달이 뜰 것이고, 달이 자신들이 매달아 놓은 소원 꽃봉오리들을 활짝 피워 줄 것이라는 것을.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거운 구름 뒤에서 달이 힘껏 떠올랐다.달이 뜨면서 불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달집을 중심으로 학생들은 동네 주민들과 함께 달보다 더 환하고 둥근 원을 만들었다. 그 원 안에서 달집이 불꽃을 피웠다. 뜨거운 불 속에서 대나무가 축포를 울리며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미리 축하해주었다.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장단에 맞춰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어울려 불꽃같은 춤판을 펼쳤다.그렇게 마을과 학교, 학교와 마을은 하나가 되었다. 어르신들께서는 말씀하셨다.“얘들아, 너희들이 최고야.” 학생들이 답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친손자 친손녀처럼 잘 하겠습니다.” 한껏 소리를 높이는 풍물소리를 따라 정월보름 밤과 학교와 마을의 정이 깊어갔다. 학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마을과 당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해달고 부탁했고, 당신들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허락했다. 그것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학생들은 마을과 당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겠다고 약속했다.“같이 갑시다.”를 이보다 더 잘 실천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또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들을 통해 “같이”와 “전통”을 배우고, 또 이를 창조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그래서 감히 경상북도 교육감께 건의 드린다. 더 이상 인가 조건에 얽매여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차별하시지 말 것을. 또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중학생들이고 이들도 헌법이 정한 의무 교육 대상자라는 것을 잊지 마실 것을. 교육부도 사립 대안학교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과연 경상북도 교육청은 언제까지 인가 조건 타령만 하고 있을 건지, 그래서 창조 교육, 명품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지. “같이 갑시다.”는 말에 눈물이 난다.

2015-03-11

`같이`와 `가치`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물오름달답게 만물에 잔뜩 물이 올랐다. 겨울을 이겨낸 봉오리들이 2015년에 대한 희망으로 한 가득 부풀었다. 이제 때를 기다려 봄바람이 밖에서 쪼아주면, 2015년의 화려한 봄 잔치가 시작될 것이다. 비록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순리를 저버렸지만, 인내심을 갖고 올해도 자연은 자신들의 할 일을 하고 있다. 봄소식에 맞춰 모든 학교들이 교문을 활짝 열었다. 봄꽃보다 더 화사한 학생들이 저마다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길 바라며 교문으로 들어섰다. 닭이 알을 품듯 학교는 학생들의 꿈을 품었다. 어미 닭의 정성에 따라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더 큰 세상으로 나올지 말지가 결정되듯, 학생들이 저마다 간직한 꿈 봉오리를 피울지 말지는 이제 학교에 달렸다. 그렇다고 학생들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학교에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는 어렵다. 어미 닭과 병아리가 같이 힘을 모으지 않고서는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나오기 어렵듯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혼연일체가 되지 않고서는 학생들이 꿈의 껍데기를 깨고 자신만의 꿈 봉오리를 피울 수는 없다. `같이의 가치`라는 광고 문구를 보면서 필자는 `같이의 가치`는 금융권보다 오히려 학교에 더 필요한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교육 붕괴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학교 밖 청소년 증가 등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붕괴는 무너지는 것인데, 교육 붕괴는 도대체 무엇이 무너지는 것인가. 그건 바로 교육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 간의 신뢰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 신뢰 지수는 얼마나 될까. 신뢰는 연결 고리 같은 것이어서 신뢰가 무너진 집단은 마치 모래알 같다. 뭉치려고 해도 뭉칠 수 없는 모래알 집단은 제각각의 목소리만 내다 결국 모두 자멸하고 만다. 지금의 우리 사회, 특히 교육계가 이와 같다. 교육청,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제목소리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입만 있고 귀는 없는 지금 교육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같이`의 의미는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함께`다. `같이`의 가치는 바로 `함께`이다. 모든 집단은 어느 한 요소만으로는 구성될 수 없다. 집단 형성과 발전의 가장 기본은 함께이다. 함께 할 때 비로소 완전한 집단이 된다. `함께`에도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인 진정한 소통과 나눔이다. 그리고 소통의 전제는 이해와 수용이다. 이해 없는 소통은 지시 밖에 되지 않는다. 지시만 있고 이해가 없는 소통은 독재나 다름없다.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그리고 두 번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과정을 분석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히 시작 단계에서부터 적용해야지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는 것과 실천은 다르다는 것이다.3월 첫째 주는 학교 달력으로는 분명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 새로운 교과서 등 많은 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출발선에는 항상 설렘과 기대, 그리고 우려와 걱정, 두려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그래서 항상 긴장감이 맴돈다. 그 긴장감 때문에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 선수도 간혹 실수를 한다. 그 한 번의 실수로 몇 년 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안타까운 장면을 우리는 언론들을 통해 많이 봐왔다.모든 학생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3월! 더군다나 7월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으로 인성교육 원년이라고 하는 2015년!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교육청이 함께, 그리고 같이, 서로 이해와 진실에 바탕을 둔 소통을 통해 힘찬 출발을 하길 기원한다. 그래서 꼭 우리 학생들이 꿈의 껍데기를 깨고 자신이 꿈꾸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201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