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온도계는 봄이 오는 소리를 측정한다. 기온이 낮을 때는 봄이 더디 오는 것을, 기온이 높을 때는 봄이 빨리 오는 것을 나타낸다. 지난 주말 봄은 큰 걸음으로 성큼 성큼 우리에게로 왔다. 그래서 온도계는 18도를 훌쩍 넘었다. 자연이 색의 변화를 통해 계절의 흐름을 나타내듯, 사람들은 옷차림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표현한다. 겨울을 털어낸 나무는 울긋불긋하다. 겨울옷을 벗은 사람들 또한 형형색색이다. 봄날 자연과 사람은 색으로 하나가 된다. 겨울을 털어낸 자연과 사람들의 형형색색의 발걸음은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하지만 필자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필자는 봄을 맞이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더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왜냐하면 아직 해야 할 일을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젠 필자, 아니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경상북도 교육청은 안 들리는지, 아니면 못 들은 척을 하는 것인지 1년 내내 같은 말 뿐이다. “인가 조건 때문에 안 됩니다.”
살기 위해 우리나라는 사회 전 분야에서 고강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제일 개혁이 필요하지만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곳이 있으니 바로 교육계다. 지난 토요일 필자는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하다는 날 가장 춥고 무거운 마음으로 구미에 있는 경북교육연수원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필자는 부끄럽다 못해 헛웃음만 나는 오락 프로 한 편을 봤다. 그것은 마치 요즘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런닝맨`과 비슷했다. 제목은 `진행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진행하려는 자의 등에는 `기초학력 담당교사 역량강화 연수회`라는 이름표가 붙었고, 막으려는 자의 등에는 “휴일 강제 출장근무 폐지하라!”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TV에서처럼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질지 알았는데, 점잖은 교사들이서 그런지 막으려 자들은 강당 밖에서 현수막과 반대 서명을 받으면서 진행하려는 자를 압박했고, 진행하려는 자는 모르쇠로 준비한 연수 책자를 읽어 나갔다. 연수를 들으면서 `꼭 모여서 책자를 함께 읽어야만 하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러다 불쑥 막으려는 자의 주장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눠준 유인물을 읽어봤다. “상담과 수업준비에 정신없는 3월 교사 동원. 각종 업무전달 회의 시 권역별 평일 연수로 대체하라. 출장비와 근무수당 정상 지급하라!”라고 적혀있었다. 여기에는 더 많이 궁금증이 생겼다. 수업준비에 정신없는 3월이라고 했는데 그럼 평일에 연수를 하면 수업에 차질이 없는지, 또 출장비와 근무 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면 휴일에 해도 괜찮은지 등. 하지만 각종학교 교사인 필자는 어느 쪽에도 물어볼 수 없었다.
궁금증을 꾹 참고 있다가 연수 마지막에 필자는 용감하게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대한민국 중학생들입니다. 교사들을 위한 지원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또 공짜로 달라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과 교사들도 각종 교육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막으려는 자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던 사회자로부터 필자는 항상 전화기로 너머로 듣던 소리를 또 들었다. “그건 다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더 외치고 싶었다, “산자연중학교 교사들은 모든 교육 공모 사업에 최선을 다해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혹시 하시기 귀찮은 교육 공모 사업이 있으면 산자연중학교에 맡겨주십시오.”라고. 하지만 필자는 용기가 없었다.
지친 몸을 위로하기 위해 사우나에 갔다. 거기서 필자는 민심을 들을 수 있었다. “개혁,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누가 저거 손해 보는 짓 하겠노. 이제 국민들은 안 속는다. 어디 국민들을 빙신으로 아나. 공무원들, 교사들 더 이상 거짓말 하면 안 돼. 저그가 무슨 국민을, 학생을 위해 일한다고. 저그들 잘 먹을라고 하지.” 한증막 안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필자는 크게 “맞습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개혁, 교육개혁, 정말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