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불청객(不請客) 아니라 할까봐 황사(黃砂) 소식이 잦은 요즘이다. 불청객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청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온다는 것, 둘째는 염치(廉恥-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가 없어 다른 사람 생각은 전혀 안 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 시작과 함께 또 다른 봄 불청객이 우리를 움츠리게 하고 있다. 바로 꽃 샘 추위다.
황사와 꽃 샘 추위에 병원마다 감기와 기관지염 환자로 만원이라고 한다. 면역력이 약할 대로 약해진 사람들에게 봄 불청객을 이겨낼 힘이 있을 리 없다. 자연의 순리를 스스로 깬 사람들이기에 지금의 고뿔은 어쩌면 당연지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은 순리를 모르는 사람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참꽃을 통해 보여주었다. 아무리 혹독한 꽃 샘 추위에도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은 참꽃은 올해도 변함없이 소담스러운 분홍 웃음을 피웠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황사나 꽃 샘 추위와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불청객이 와 있다. 그건 바로 불경기(不景氣)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정말 경기(競技)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걱정이 단순하게 말로 끝날 걱정이 아님을 보여주는 현상들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말이 `청년 실신시대`다.
한 사회의 가장 큰 원동력은, 또 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계층은 바로 `청년`이다. 그런데 그 청년들이 실신(失神, 失信)을 했단다. 비록 의미가 다르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실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청년 실신시대`에서 실신은 실업자와 신용불용자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청년 실업률은 11.1%. 하지만 청년 체감 실업률은 22.9%로 나타났다. 취업을 못한 청년들은 학자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일을 하고 싶지만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 청년들에게 정부는 외국으로 눈을 돌리라고 한다. 이 말을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왜 이리 슬프게, 또 아프게 들릴까. 이 나라에서는 해 줄 것이 없으니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으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무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어디 있나 싶어 청년들을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청년 실신시대를 살고 있는 이 나라 청년들은 거의가 교육의 최고 단계인 대학교육까지 마쳤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왜 대학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도대체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이미 대학은 학문 연구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필수 과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어떤 대학도 학생들에게 취업을 보장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방대는 학생들이 취업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 나라에서 교육이란 무엇일까. 청와대가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4대 구조개혁, 지금 안 하면 미래 없다.” 청와대에서 말하는 4대 구조 개혁의 대상은 `교육, 금융, 노동, 공공`인데,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처럼 제대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듯하다. 특히 교육은 개혁은커녕 오히려 퇴화를 하고 있다. 퇴화하는 교육계의 모습을 청와대는 알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오늘도 필자는 전학에 대한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아이가 학교생활을 너무 힘들어해서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전화 드렸습니다.” 산자연중학교에 전화를 하는 많은 학부모님들이 인사처럼 하는 말이다. “아이가 학교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왜 가는지를 모릅니다. 어떻게 해서든 학교에 가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는 “죄송합니다!”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필자도 정말 궁금하다,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으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꽃 샘 추위가 한창인 오늘 교육이 이 나라의 불청객이 되지 않길, 교육 실신시대라는 말이 절대 생겨나질 않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