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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께!

등록일 2015-03-11 02:01 게재일 2015-03-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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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같이 갑시다.” 외로운 늑대의 분별없는 폭력행위의 피해자인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수술 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자신을 격려 해 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긴 이 한 마디에 `리퍼트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사랑과 관용과 같은 말인 리퍼트 효과란 부정적인 결과를 바라고 한 행동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리퍼트 대사가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기 이전부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주 정월대보름, 산자연중학교에서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한적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이 도심지보다 더 활기로 넘쳤다. 학교 도서관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자리를 했다. 곧이어 학년별로 학생들이 나와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전교생이 세배를 드렸다. 손자 손녀가 친조부모께 올리는 세배도 분명 이보다 더 정성스럽지는 못할 것이다.

세배가 끝나고 학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정월대보름 음식이 정성껏 차려진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사랑과 웃음으로 넘쳤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도서관. 학생들의 도움을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당신들의 소원을 부끄럽게 소원지에 적으셨다. “우리 손주들 건강하게 하세요.”라고 적힌 소원지를 보면서 학생들은 모두가 숙연해졌다. 그리고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엔 봄보다 더 따뜻한 미소가 피었다.

운동장에서 달을 기다리던 달집이 달보다 학생들과 동네 어르신들을 먼저 맞이했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소원을 꽃봉오리마냥 한 가득 매달았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곧 달이 뜰 것이고, 달이 자신들이 매달아 놓은 소원 꽃봉오리들을 활짝 피워 줄 것이라는 것을.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거운 구름 뒤에서 달이 힘껏 떠올랐다.

달이 뜨면서 불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달집을 중심으로 학생들은 동네 주민들과 함께 달보다 더 환하고 둥근 원을 만들었다. 그 원 안에서 달집이 불꽃을 피웠다. 뜨거운 불 속에서 대나무가 축포를 울리며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미리 축하해주었다.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장단에 맞춰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어울려 불꽃같은 춤판을 펼쳤다.

그렇게 마을과 학교, 학교와 마을은 하나가 되었다. 어르신들께서는 말씀하셨다.“얘들아, 너희들이 최고야.” 학생들이 답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친손자 친손녀처럼 잘 하겠습니다.” 한껏 소리를 높이는 풍물소리를 따라 정월보름 밤과 학교와 마을의 정이 깊어갔다. 학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마을과 당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해달고 부탁했고, 당신들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허락했다. 그것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학생들은 마을과 당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이 갑시다.”를 이보다 더 잘 실천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또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들을 통해 “같이”와 “전통”을 배우고, 또 이를 창조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감히 경상북도 교육감께 건의 드린다. 더 이상 인가 조건에 얽매여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차별하시지 말 것을. 또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중학생들이고 이들도 헌법이 정한 의무 교육 대상자라는 것을 잊지 마실 것을. 교육부도 사립 대안학교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과연 경상북도 교육청은 언제까지 인가 조건 타령만 하고 있을 건지, 그래서 창조 교육, 명품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지. “같이 갑시다.”는 말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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