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보면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뭔가를 열심히 외우고 시험문제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른바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주입하는 교수자 중심의 주입식 교육의 형태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학습 주체가 되어 스스로 공부거리를 찾아서 해야 하는 학습자 중심교육이 주를 이룬다. 그런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수많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해야 온전한 대학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대학생활에서 기른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나머지 인생의 전반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교육과 공부는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의사소통의 주요한 수단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핀란드·노르웨이 등 9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려는 AHELO(Assessment of Higher Education Learning Outcomes·대학생 성취도 평가), 대학생들의 핵심역량 수준을 파악하여 역량강화 및 진로개발을 지원하고, 대학에는 교육역량강화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주도하에 개발된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 시스템(K-CESA; Korea Collegiate Essential Skills Assessment), 미국의 CLA(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대학학습평가)와 MAPP(Measure of Academic Proficiency and Progress·대학성취정도) 등에서 의사소통역량에 대한 평가는 필수이다.
사회적 요구를 염두에 두고, 우선 대학의 학업과정을 온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대학생들은 수많은 글쓰기와 말하기를 해야 한다. 당장 학기 중에 수강하는 거의 모든 교과목마다 리포트를 써서 제출해야 하고, 간간이 ppt문서를 작성해서 발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마주치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 1학년 과정에 글쓰기, 말하기, 글쓰기와 말하기 등의 교과목을 필수 교과목으로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2학점 2시간, 2학점 3시간, 3학점 3시간 등 시수와 학점도 다양하고, 각 분반의 수강정원도 20명에서 60명 정도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더 나아가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턱없이 부족한 강의시간을 보충하기 위해서 글쓰기센터를 설치하고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까지도 지도하는 대학들도 있다. 과거의 대학들에 비하면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은 확실히 진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적인 동력들의 진보에 비해 학생들은 여전히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글쓰기 생각쓰기`의 저자 윌리엄 진서가 말하지 않더라도 글쓰기는 생각 쓰기이다.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것이 생각이라는 사실은 너무 뻔한 진리이지만, 생각하기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의 학생들에게 `생각`이라는 단어는 언저리에만 가도 머리가 아파지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글쓰기와 말하기의 최소이자 최대 원칙은 생각하기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리포트와 다가오는 발표를 어떻게 잘 해낼 것인가의 문제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글쓰기 교육 전문가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연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글쓰기와 말하기로 밖에 달리 연습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운명처럼 글 쓰고 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