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크롬(monochrome·단색조) 회화는 70년대 한국 미술계를 풍미했던 미술경향이자 미술운동이었다. 서구의 영향을 받은 50년대 앵포르멜과 60년대 투상표현주의를 거쳐 꽃 피운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는 우리 미술에서 굵은 선을 긋고 있다. 이러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단색조 화풍의 형성 배경을 먼저 살펴보면 우리의 서양미술사 속에서 `현대미술`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해방과 분단, 좌우익의 이념 갈등, 정부수립, 6·25전쟁, 전후의 혼란 등 혼란스러웠던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인 미술양식의 수용과 집단적 흐름의 형성이라는 과정을 통해서였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이 서구 미의식을 `서양화`라는 재료와 편협 된 기법의 표현과 묘사로 보여주었듯이 현대미술 역시 서구 미술양식의 지엽적인 차용이 주는 한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적 현대미술로 발전과 변모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한국 추상회화의 1세대로서 미술을 현대어법으로 발전시켜 나갔던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백영수, 이규상 등을 시작으로 모던아트협회와 현대미술가협회, 신조형파, 창작미술가협회 등이 일제히 결성하여 자신들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개성적인 그룹 활동은 이후로 앙가주망, 신인회, 실존미협 등의 단체가 등장하며 뚜렷한 조형적 이념을 표방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한국의 모노파가 새롭게 현대미술의 운동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화폭 뒤에서 물감을 밀어 올려 방울 모양의 무늬를 점점이 빚어내는 하종현의 작품제작 방법과 연필선을 화면 가득히 리듬감 있게 되풀이해 그려가는 박서보, 젖은 한지가 겹쳐진 질감 효과를 강조하는 정창섭, 두툼한 물감 층을 뜯어낸 마티에르(질감)의 느낌을 증폭시킨 정상화의 작업들은 70년대 현대미술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일본 평단에서 호평을 받으며 70~80년대 화단의 권력으로 등극했던 모노크롬은 80~90년대 참여미술운동에 밀리고, 90년대 이후에는 팝아트 열풍에서 소외 시 되었지만, 오늘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모노크롬의 회화세계는 모더니스트 회화이념과 동양정신의 만남을 통해 독창성과 그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예술의 세계를 우리는 흔히“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비유해 말하곤 한다. 예술을 꼭 경제적 가치나 금전으로 평가하는 건 문제점이 많지만 최근 단색조 작품들의 가파른 상승을 지켜보며, 결코 예술을 짧은 시각과 지식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