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소원칙`은 도정일 선생님 외 13명의 선생님이 대담 형식으로 출판한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매일 글을 쓰고,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학생들이 쓴 글을 읽고, 조언을 해 주는 직업을 가진 교수들도 글쓰기 앞에서 마음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글은 곧 그 사람의 전부라고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글쓰기가 어려운 만큼 글쓰기에 도움을 주려는 책들의 종류도 참으로 많다. 일단 이 책에서 글을 쓰는 데 최소의 원칙이 있다니 궁금하기 그지없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을 역임한 도정일 선생님은 평소 삶의 경험과 사회적 문제 등이 한데 연결되는 방식으로 글쓰기 능력을 키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자기 삶의 이야기,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이야기, 봉사하러 갔던 곳에서의 자기체험들 등과 같이 일상의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써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의 공포에 머물러 있다. 공포로부터의 해방 그것이 글쓰기의 첫걸음일 것이다. 또한 문장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문장 훈련은 생각하기 훈련으로 비교와 대조, 분류, 요약, 분석 등의 수사적인 훈련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글쓰기의 자원을 독서에 두며 책읽기와 글쓰기 교육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근간임을 강조하고 있다.
소설가인 김훈 선생님은 책읽기의 중요성도 있지만 세상을 자기의 안목으로 관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세상이나 인간이나 풍경이나 사태를 자기 나름대로 들여다보는 시선의 독자성 말이다. 특히 문학적 글쓰기의 본질을 표현에서 찾고 있다. 표현이라는 것은 끔찍한 전쟁과도 같은 것이어서 끝까지 가지 않는 것은 표현이 아니라고 한다. 표현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위치 설정과 언어의 음악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칼의 노래`는 국악의 휘몰이나 자진모리 문장으로 쓰려고 했단다. 선생님의 말씀에서 박자와 장단까지 고려하는 고수의 글쓰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통섭`의 저자인 최재천 선생님은 자신의 미국유학 시절 경험담을 통해서 글쓰기의 비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통합이 물리적 합침이라면, 융합은 화학적 합침이고, 통섭은 생물학적 합침이라고 하며, 통섭의 시대에 필요한 글쓰기 지수(Writing Quotient)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학시절에 만난 로버트 위버 교수와의 수업은 늘 자신이 써 간 글을 읽어보게 하는 수업이었다고 한다.`쓰고-읽고-고치고`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치열하게 글쓰기를 한 결과 글쓰기 교과 교수로부터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의 경험담을 통해서 보면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연습할 수 있다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 떠오른다.
시인 이문재 선생님은 개성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를 당부하고 있다. 첫째, 나쁜 버릇부터 찾는다. 자신이 쓴 글을 대상으로 분석해서 나쁜 버릇을 찾아내서 고쳐야 한다. 둘째,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찾아라. 글쓰기 모델 하나를 정해서 베껴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셋째, 새롭지 않으면 쓰지 말라. 새롭지 않다면 신기하거나 흥미롭기라도 해야 한다. 넷째, 자세히 관찰하라. 앞서 김훈 선생님이 그랬듯이 관찰이 중요하다. 관찰이 정확하지 않으면 사실관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섯째, 메모하고,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메모광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최소원칙을 밝혀내보면, 이미 있는 글들을 열심히 읽으며 베껴 써 보기도 하며, 밥 먹듯 글쓰기를 해야 하고, 자신이 쓴 글을 박자와 장단까지 고려하며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이 그것일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을 습관처럼 할 때 좋은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