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 5월이 되면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대회가 여기저기서 마련된다. 이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축하하기 위한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축제로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대회의 성격에서 벗어나 그날 하루는 참여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들을 마련해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1년 365일이 이처럼 즐거운`어린이 날`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림대회를 통해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들은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순위가 정해지고 상장과 함께 소정의 선물을 받게 되며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그리고 그림대회에서 큰 상을 받은 어린이들은 그림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미래에 멋진 화가가 되는 꿈을 갖고, 그림 실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더욱 열심히 그림 공부를 해 멋진 그림으로 으쓱되길 꿈꾸게 된다.
어린이 미술대회의 취지가 최근 들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미술대회와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진행되는 유사한 행사에서 똑같이 느끼는 점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그림대회를 자주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이지만,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대회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
그리고 어떤 그림이 더 잘 그렸는지 평가하는 것 자체도 어린이들에게는 그림대회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이 되어 버린다. 모든 대회가 그렇지만 그림대회의 취지상 우열을 가릴 수밖에 없다 보니 본의 아니게 어린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도 생겨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어릴 적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미술에 관련된 일을 이제까지 해오고 있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돌이켜 보면 많은 화가들의 그림을 직접 보기도 하고 작품전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해 왔다.
그림만으로 감동과 전율을 전해주는 작품에서부터 도대체 무엇을 그린 그림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림까지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감동을 주는 그림이 무엇인지 반문을 해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린이들의 그림 역시 잘 그렸다는 기준에 대한 편협된 시각에서 본다면, 그림대회의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그림을 보고 이해하려는 자세보다는 화려하고 주제표현이 뚜렷한 그림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아동미술 현실이 어린이들의 미술대회를 축제가 아닌 또 다른 경쟁을 유발시키는 시험장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특히 유치부 어린이들은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어려우므로 그림을 그리거나 색을 칠함으로써 자기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감정이나 경험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미술을 배우고 응용한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미적 감각을 익히며 정서적으로 원만한 기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그림 속에는 그들의 언어와 행동표현보다는 심리적 갈등이 솔직하게 나타나고 무의식속에 억압되고 잠재 된 정서가 표출되어 진다.
비록 미술대회라는 경쟁 속에서도 평가되는 어린이들의 그림들이지만, 어린이들의 진솔한 마음을 읽어 볼 수 있는 어른들의 열린 마음이 더욱 절실히 요구 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