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10여 년 전 12대 대선 때 어느 대통령 후보가 한 말을 개그맨이 개그 소재로 사용해서 한때 크게 유행한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요즘 필자의 입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학부모님들 행복하십니까, 대한민국 교육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과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떨까? 그런데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여전히 OECD 국가 중 꼴찌인데 학부모들이 행복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들도 행복하지 않다고 하니 도대체 대한민국 교육에서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은 자유학기제 실시 후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한 학기 동안은 말이다.
필자는 최근 어느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감사합니다.” 이 말만 듣고 필자는 처음에 합격자의 소감발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합격자가 아니라 탈락자였다. 나이 어린 탈락자는 말했다. 탈락한 것은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고. 그동안 많이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우연히 본 어느 탈락자의 소감을 들으면서 필자는 감사에 대해 큰 가르침을 얻었다. 자신을 떨어뜨린 사람조차 포용하는 마음이 곧 감사라는 것을.
그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부끄러웠다. 여태껏 필자는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필자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원망을 쏟아냈다. 학생들 앞에서는 늘 감사하면서 살라고 해놓고서는 정녕 필자는 감사를 실천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이중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얼굴이 뜨겁다.
오늘도 필자는 `2015년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 희망 학교 신청 안내`라는 공문을 보고 교육 차별에 대한 원망만 늘어놓았다. 대안 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를 무시하고 수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까지 대안학급을 설치하겠다는 교육청의 계획을 보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추진배경을 읽으면서 필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렸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 내에서 다양한 대안교육 기회 제공”
최근 경상남도 무상급식 폐지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무상급식폐지에 노여워하는 사람들에게 “산자연중학교 학부모도 있는데 기껏 급식비 때문에 그러시느냐”고 말하고 싶었다. `무상의무급식폐지, 비교육적 비인간적 처사`라는 기사를 보면서 중학생이면서도 의무교육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생각했다. 이 기사 제목대로라면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만큼 `비교육적, 비인간적` 대접을 받는 학생들도 없을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 늦은 저녁 시간 산자연중학교 학부모회의가 있었다. 필자는 전국에서 모인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학부모님, 행복하십니까? 대한민국, 경상북도 교육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싸늘한 반응을 교육 당국자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탈락시킨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던 어린 탈락자만도 못한 필자지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정말 붉은 머리띠라도 두르고 싶은 요즘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럴 수도 없는 각종학교 선생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배움에 나아가고 지혜를 더하는 데에는 아홉 가지 생각(九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한 이이 선생의 구사(九思)를 외웠다.
“볼 때는 환히 볼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똑똑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고, 안색은 온화하게 가질 것을 생각하고, 태도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고, 말은 진실 될 것을 생각하고, 일할 때는 조심할 것을 생각하고, 의심날 때는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 화가 날 때는 곤란하게 될 것을 생각하고, 이득이 생기면 의리를 생각해야 한다.”
누가 거짓말이라도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의무 교육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