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름달답게 만물에 잔뜩 물이 올랐다. 겨울을 이겨낸 봉오리들이 2015년에 대한 희망으로 한 가득 부풀었다. 이제 때를 기다려 봄바람이 밖에서 쪼아주면, 2015년의 화려한 봄 잔치가 시작될 것이다. 비록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순리를 저버렸지만, 인내심을 갖고 올해도 자연은 자신들의 할 일을 하고 있다. 봄소식에 맞춰 모든 학교들이 교문을 활짝 열었다. 봄꽃보다 더 화사한 학생들이 저마다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길 바라며 교문으로 들어섰다. 닭이 알을 품듯 학교는 학생들의 꿈을 품었다. 어미 닭의 정성에 따라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더 큰 세상으로 나올지 말지가 결정되듯, 학생들이 저마다 간직한 꿈 봉오리를 피울지 말지는 이제 학교에 달렸다. 그렇다고 학생들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학교에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는 어렵다. 어미 닭과 병아리가 같이 힘을 모으지 않고서는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나오기 어렵듯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혼연일체가 되지 않고서는 학생들이 꿈의 껍데기를 깨고 자신만의 꿈 봉오리를 피울 수는 없다.
`같이의 가치`라는 광고 문구를 보면서 필자는 `같이의 가치`는 금융권보다 오히려 학교에 더 필요한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교육 붕괴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학교 밖 청소년 증가 등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붕괴는 무너지는 것인데, 교육 붕괴는 도대체 무엇이 무너지는 것인가. 그건 바로 교육 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 간의 신뢰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 신뢰 지수는 얼마나 될까. 신뢰는 연결 고리 같은 것이어서 신뢰가 무너진 집단은 마치 모래알 같다. 뭉치려고 해도 뭉칠 수 없는 모래알 집단은 제각각의 목소리만 내다 결국 모두 자멸하고 만다. 지금의 우리 사회, 특히 교육계가 이와 같다. 교육청,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제목소리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입만 있고 귀는 없는 지금 교육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같이`의 의미는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함께`다. `같이`의 가치는 바로 `함께`이다. 모든 집단은 어느 한 요소만으로는 구성될 수 없다. 집단 형성과 발전의 가장 기본은 함께이다. 함께 할 때 비로소 완전한 집단이 된다. `함께`에도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인 진정한 소통과 나눔이다. 그리고 소통의 전제는 이해와 수용이다. 이해 없는 소통은 지시 밖에 되지 않는다. 지시만 있고 이해가 없는 소통은 독재나 다름없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그리고 두 번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과정을 분석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히 시작 단계에서부터 적용해야지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는 것과 실천은 다르다는 것이다.
3월 첫째 주는 학교 달력으로는 분명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년,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 새로운 교과서 등 많은 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출발선에는 항상 설렘과 기대, 그리고 우려와 걱정, 두려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그래서 항상 긴장감이 맴돈다. 그 긴장감 때문에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 선수도 간혹 실수를 한다. 그 한 번의 실수로 몇 년 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안타까운 장면을 우리는 언론들을 통해 많이 봐왔다.
모든 학생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3월! 더군다나 7월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으로 인성교육 원년이라고 하는 2015년!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교육청이 함께, 그리고 같이, 서로 이해와 진실에 바탕을 둔 소통을 통해 힘찬 출발을 하길 기원한다. 그래서 꼭 우리 학생들이 꿈의 껍데기를 깨고 자신이 꿈꾸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