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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금 세계의 화두는 `인재양성`과 `교육`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인 만큼 교육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국가와 기업, 더 나아가 인류의 공동 번영을 이룩하는 일이라는 데 주목하고, 교육부와 한국경제신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공동 주최로 2006년 제1회 글로벌 인재포럼을 개최한 이후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바람직한 논의들이 쌓여가고 있다. 우리가 지닌 글로벌 인재양성에 대한 관심처럼, 싱가포르도 2008년부터 인적자원회의(SHCS)를, 카타르도 2009년부터 세계교육포럼(WISE)을, 아랍에미리트(UAE)의 비영리재단도 2013년부터 국제교육기술포럼(GESF)을 열며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세계의 화두는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양성과 그를 구현할 수 있는 교육에 집중되고 있다. 국가에 필요한 인재양성은 양질의 교육에 있을 것이고, 양질의 교육은 교육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정비 이후에라야 가능할 것이다. 얼마 전 인천 송도에서는 `2015 세계교육포럼`이 열렸다. 유네스코 195개 회원국 교육장관, UN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관계자,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가한 세계교육포럼은 유네스코, 유니세프, 유엔인구기금, 유엔개발계획, 유엔여성기구, 유엔난민기구, 세계은행 등 7개 국제기구가 공동주최하는 국제교육행사이다. 향후 15년 동안 세계 교육이 나아갈 공동 비전을 논의하는 이 포럼은 제1회가 1990년 태국 좀티엔에서, 제2회가 2000년 세네갈 다카르에서 열렸다.좀티엔의 모임에서는 155개국이 참가해서 모든 사람이 나이, 성, 계층, 지역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EFA)`을 국제 교육목표로 제시했다. 다카르의 모임에서는 164개국이 참가해서 2015년까지 EFA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 의제로 `영유아 보육과 교육의 확대 및 향상, 양질의 무상 의무 초등교육 보편화, 모든 청년과 성인의 학습요구 보장, 성인 문해율 50% 증가, 교육의 양성평등 달성,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6개 항목을 정했다.2015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모임에서는 25년간 지속된 모두를 위한 교육운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15년 동안 나아갈 국제 교육의 방향성 및 실행방법에 대한 공동선언문(인천선언)을 채택했다. 2015 세계교육포럼 의제를 요약하는 5가지 핵심주제는 교육받을 권리, 형평성, 포용, 양질의 교육, 평생학습이다. 이처럼 이번 세계교육포럼의 성과는 교육의 형평성과 양질의 학습에 중점을 두면서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교육 의제를 마련하는 데 있었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인 세계시민 교육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교육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교육의 형식과 내용도 국가마다 편차가 크고, 그 고민도 다양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70년 장기종합교육계획, 1980년 7·30교육개혁, 1985년 교육개혁심의회, 1994년 교육개혁위원회, 1995년 5·31개혁안, 1996년 2·9개혁안 등을 거치면서 교육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고민의 수위를 높여 왔다. 최근 대구가톨릭대 융합교양연구소 및 SSK 인재교육체제 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미래교육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미래교육 전략을 논의했다. 성공회대는 구로구와 서울남부교육지원청과 함께 `미래혁신교육` MOU를 체결했다. 제6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주최로 열린 국가발전포럼에서도 고등교육의 미래전략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처럼 미래교육담론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입시와 취업 위주의 교육지형도는 바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2015-06-11

“나 잘난, 더 잘난”의 교훈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중에 번개맨이 있다. 번개맨은 일반 영웅들처럼 처음에는 악당들에게 당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착한 마음을 지닌 이들, 특히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응원으로 힘을 회복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악당들을 물리친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응원으로 다시 살아나 악당들을 무찌르는 번개맨을 보면서 무한 감동과 함께 정의에 대한 환상을 키운다.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에는 번개맨의 역할도 크지만, 항상 번개맨에 의해 뜻이 좌절되는 “나 잘난, 더 잘난”도 큰 몫을 한다. “나 잘난, 더 잘난”은 악(惡)의 특성상 처음에는 번개맨을 이기는 듯하다. 그들은 그 승리감에 도취되어 세상 전부를 얻은 것처럼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항상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은 패배의 원인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면서 쓸쓸히 퇴장한다.“나 잘난, 더 잘난”이 번개맨과의 대결에서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네 탓”이라는 어설픔 때문이다. 어설픔은 무모(無謀)함을 부른다. “앞뒤를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분별력이나 지혜가 없음”이라는 뜻처럼 무모함은 판단력을 흐려 착각에 빠지게 한다. 착각은 자만으로 이어지고, 자만은 다시 오만과 교만을 넘어 거만(倨慢)을 낳는다. 거만에 빠진 이들은 하나 같이 때 이른 승리의 축배를 마신다. 하지만 그들은 착각에 빠져 그것이 독배인지 모른다.메르스 창궐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보인다. 필자가 보기엔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번개맨과 너무도 흡사하다. 언제나 그렇듯 국가적 사건이 발생하면, 항상 짠하고 나타나 자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이 있다.“나 잘난, 더 잘난”을 닮은 그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지금의 문제 상황은 모두가 무능한 정부 탓이라고.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직접 나섰다고.메르스는 이 나라엔 잘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한 번 더 증명해주고 있다. 그 잘난 사람들은 앵무새처럼 떠들어 댄다. “네 탓이오, 네 탓이오.” 그들에겐 예의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조건 떠들고 본다. 그래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이면 또 착각에 빠져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더 크게 떠든다.잘난 분들이 워낙 많은 대한민국은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산 이름은 메르스! 산으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 호엔 공포와 불신만이 가득하다. 그 공포에 제일 먼저 관광이 얼어붙었다. 수만 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방문을 취소했거나, 또 하고 있다. 취소 사태는 문화 체육 분야로 이어지고 있는데, 콘서트들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들은 개봉 시기를 연기했다. 야구, 축구 등 프로 경기 관중 수도 급감했다.대한민국 호는 지금 도미노에 빠졌다. 문화, 경제 등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요소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그런데 문화, 경제의 위축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회적 불신이다. 믿을 수 없기에 우리는 함께 하지 못한다. 불신의 가장 큰 문제는 분열이다. 분열은 새로운 갈등을 조장한다. 갈등은 또 불신을 만들고, 불신은 더 강한 분열을 양산한다. 불신, 갈등, 분열의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순간 문제 해결은 영원히 멀어지고 만다.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신도 중요하지만 우선 실종된 믿음부터 되찾아야 한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만이 잘 났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다. 번개맨과 “나 잘난, 더 잘난”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절대적 믿음을 받는 번개맨은 꼭 악을 물리친다는 것과 “네 탓”만 하는 “나 잘난, 더 잘난”은 항상 망한다는 교훈을.

2015-06-10

바이러스의 역습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나무들의 말이 제일 풍성한 누리달이다.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이라고 해서 누리달이라고 불리는 6월. 나무들은 푸른 말로 품 넓은 집을 짓고, 그늘로 뜰을 만들어 온 생명들을 초대하여 쉼이라는 에너지를 나눠주고 있다.그런데 생명의 소리 중 반갑지 않은 소리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홍콩의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 불리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 corona virus)`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재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그리고 2013년에 개봉된 영화 `감기`가 떠오른다. 물론 영화처럼 심각한 국가 위기가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들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어 걱정은 걱정이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조류인플루엔자(AI),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첫째 강력한 바이러스 질환. 둘째 급성 열성 호흡기 질환. 넷째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동물. 다섯째 치사율이 높음. 여섯째 이들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늦장 대응과 호들갑만 난무함. 일곱째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음.하지만 `메르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발생한 여타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과는 분명 다르다. 왜냐하면 위에 든 공통점들 중 일곱째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염병 청정지구였다. 인근 국가들이 SARS, AI 등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어도 우리나라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양상은 분명 뭔가 이상하다.지금까지 확진 환자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많을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국가가 되어 버렸다. 중국에서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 받은 K씨를 두고 우리 정부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생명체가 바이러스다. 그런데 생명체 중에 가장 고등단계에 있다는 인간이 왜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까. 그건 아마도 인간에 대한 바이러스들의 저항적 진화가 아닐까 한다. 인류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를 깨웠다. 바이러스의 저항에 인간은 항생제를 개발하여 그들을 다시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들은 내성(耐性)으로 인간을 비웃었다. 우리는 슈터 박테리아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죽지 않은 슈퍼 박테리아 역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비록 가장 작은 생명체이지만, 바이러스가 가장 무서운 것은 기생(寄生) 능력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극미한 생명체에도 기생할 수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복제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한 가지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제를 통해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 낸다. 바이러스들의 복제 능력은 그들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바이러스의 구조는 정말 단순하여 생존에 필요한 핵산(DNA 또는 RNA)과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복잡한 인간과는 달리 단순하기에 바이러스들은 자신을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다.바이러스가 무서운 또다른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과학과 의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는 바이러스의 진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백신은 항상 바이러스가 활개를 친 다음에야 나온다. 하지만 그 백신은 바이러스들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메르스 때문에 심각한 우리에게 누리달의 푸른 나무들이 말한다.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대유행)을 아느냐고. 그걸 막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인간이 깨끗해지는 것이라고. 그런데 외부 환경이 깨끗해지는 건 일시적인 효과뿐이라고. 진정으로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인간 내부, 즉 인간 자체가 깨끗해져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발 욕심을 버리라고, 나눔과 배려를 말로만 하지만 제발 실천을 하라고. 인간이 깨끗해지면 인간 안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들도 깨끗해질 것이라고. 품 넓은 나무가 더 넓은 그늘로 말해준다.

2015-06-03

경북도립미술관 건립 어때요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경상북도 도청 이전이 가까워지면서 예천과 안동의 부동산시장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국 평균 상승률 보다 크게 웃도는 원인은 단순히 도청을 비롯해 신축건물들이 들어서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그 원인은 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이러한 신도시의 개발을 통해 더욱 윤택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상당한 부분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며 즐기려는 욕구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욕구는 지역이나 소득의 수준과 상관없이 현대인들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바람 인 것이다.경상북도 도청 이동을 준비하는 관계 공무원부서와 실무자들도 이러한 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1세기 접어들어 새로운 삶의 욕구로 부각되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도시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진다.필자는 여러 문화시설 중 도청 이전도시나 인근 신도시에 경북을 대표하는 멋진 `경북도립미술관` 건립을 제안해 본다. 이러한 시설의 직접 운영을 통해 미술품만을 보존하고 수집하며 기획 전시로만 이어가는 보편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문화관광과 연계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보여주는 공간으로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이러한 시설을 통해 문화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능성을 가진다면 새로운 경북의 볼거리와 관광을 위해 재원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대사회에 있어 문화예술 산업은 사회구조와 환경변화, 삶의 질 향상으로 활성화됨에 따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화관광 상품으로 가치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했던 미술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으며, 이제는 그 외형이 더욱 확장되면서 고도의 경쟁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말할 수 있다.좀 더 확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소득수준이 크게 향상 되면서, 생활수준 또한 높아져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점차 확대되어지고 있다. 국내 문화산업의 규모 역시 약 60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세가 4%대로 성장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의 증가는 미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유명 작가의 대형 전시부터 인사동와 삼청동을 중심으로 국내전시까지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개최되면서 국내 문화예술계는 많은 성장을 보여 주었다.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근로시간의 단축에 따른 여가시간이 증대되면서 여가에 대한 인식과 삶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음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경제적 풍요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사회전반에 중요성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문화관광은 예술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문화예술 연결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의 신설도시는 유럽의 문화관광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과거와 현대가 함께하는 미술관 정책운영과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해 나간다면 도청이전에 따른 다양한 효과는 분명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2015-06-01

딴지 청문회 금지법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정녕 있어야 할 법은 없고, 없어야 할 법이 허다한 게 이 나라다. 전자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법은 `딴지 청문회 금지법`, 그리고 후자에 속하는 법은 대한민국 교육계의 가장 불평등 법인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이다.`딴지 청문회 금지법`은 뉴스를 보면 이 법이 왜 시급히 제정되어야 하는지를 알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청문회인지 알다가도 모를 대한민국 청문회! 이 나라 청문회의 다른 이름은 창과 방패의 대결인 모순전(矛盾戰)이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모순과 함께 청문회에 딱 어울리는 말은 `딴지`다. 건수(件數) 정치의 달인답게 정치인들은 이번에 제대로 청문회 건수를 잡았다. 그들은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의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반성 어쩌고저쩌고 할 때는 언제고 기회다 싶으니 재보선 결과는 벌써 잊고 모두가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빠져 건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 당내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총리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는 당내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치 쇼를 언제까지 봐야하는가.분명 이건 건전한 견제도, 건전한 비판도 절대 아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다 아는 건전한 비판 방법을 국회에 계시는 분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건전한 비판 정신은 세대를 넘어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러기에 비판의 건전성 정도는 사회, 나아가 국가 발전에 비례한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어떤가? 암담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어쩌면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국민대표로 뽑은 죄 값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최근 청문회들은 최악의 신상 털기, 인권 유린을 주제로 한 막장 딴지 드라마로 전락해버렸다. 딴지의 정확한 의미를 사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는 것” 필자는 훼방이라는 단어에 오래 마음이 머물렀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청문회인지.건수 정치의 달인이신 이 나라 정치인들이 펼치는 정치 쇼에 이제 웃음을 넘어 화가 난다. 부정을 위한 부정은 분명 부정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표심을 통해 알았을 텐데 또 부정을 위한 부정을 하고 있으니, 국민 된 한 사람으로 정말 짜증이 난다. 그리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언론의 보도 태도에서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다.“이번 청문회 관전 포인트를 알아보겠습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아나운서와 패널의 입방정에 대한민국 정치는 물론 대한민국 품격 자체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민들도 분명 안 볼 권리가 있는데, 언론들은 건수 정치를 24시간이 모자라는 듯, 그리고 마치 격투기 경기를 중계 하듯 방송하고 있으니 채널 돌리기가 무섭다.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 나라는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왜냐하면 자기만이 잘났고, 자기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사공이 워낙 많기에. 그런데 건강한 땀을 흘리는 사공이 많다면 이 나라는 순풍에 돛단 듯 청산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 사공은 땀 대신 입으로만 나라를 산으로 옮기고 있으니 머지않아 시지프스의 돌을 우리가 굴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그래서 감히 제안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 하심(下心)을 마음에 새기자고. 굴기하심(屈己下心)을 사전에서는 “사람을 대할 때 자기 자신을 굽히고 마음을 겸손하게 갖는 것.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부족하다고 겸손해 하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높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하심(下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항상 자기의 허물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볼 줄 알며 인내하고 반성하고 참회”라고 가르치고 있다. 굴기하심(屈己下心)만 실천된다면`딴지 청문회 금지법` 제정 대신,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는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 폐지에 우리 모두가 온힘 쏟을 수 있을 것이다.

2015-05-27

문화의 꽃은 언제 피는가?

▲ 류영재 포항시축제위원·스틸아트페스티벌위원장산업화의 시대였던 20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지식인들은 입을 모아 다가오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 예견하였고, 그 예상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기대에 비하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담론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술인들은 문화를 굳이 문화예술이라 말하며 예술 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해 왔으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늘 절망을 선사하곤 한다.문화는 워낙 광범위한 개념이라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문화(culture)의 어원은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연과 비교되는 개념이다.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낸 것,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여 만들어 낸 인간집단의 생활양식이 문화인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주로 정신적이거나 지적이고 예술적인 산물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정신의 밭을 경작하는 일이라 해석하면 되겠다.문화의 세기라는 말은 20세기에 돈 되는 일이 산업생산이었다면 21세기에는 문화가 돈벌이가 되어야 성립된다. 과연 문화가 돈이 되는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타이타닉`은 3천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고, 그 수익은 무려 2조원이 넘었다고 하니 더욱 놀랄 일이다. 2조원이면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승용차 400만대를 생산, 수출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라니 문화생산의 폭발력을 보여준 실례가 되겠다. 2009년에 제작된 `아바타`는 타이타닉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하며, 2012년에 개봉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린 `007스카이폴`은 오랜 세월에 걸쳐 무려 23번이나 같은 이름으로 제작된 007시리즈 중 하나이니 이정도면 007문화라 명명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왜 문화예술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그러나 경제 효과의 창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 본성의 문제, 삶의 질에 관한 문제이다. 인생은 지성과 감성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의 여정이다. 두개의 바퀴가 균형이 잘 이루어져야 비틀대지 않고 똑바로 굴러갈 수 있고, 한 사람의 생애가 더욱 가치있게 기록되는 것처럼 경제적인 풍요와 더불어 정신적인 여유가 균형을 이루어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자꾸만 각박해져 경제적인 이윤 창출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전에 비해 먹고사는 문제는 한결 나아졌다. 오늘날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보다 영혼의 갈증이 더욱 심각한 세상이 되었다. 우울증이니 자살이니 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는 바로 영혼의 빈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간 영혼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것이 문화요 예술이니 어찌 문화예술을 빵 다음이라 할 것인가!녹음이 짙어가는 산하에 온갖 꽃들이 피고진다.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기에 파종을 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준비와 지원이 필요한 법이다. 매년 각 기관단체들은 한 해의 농사를 위하여 예산 확보에 분주하며, 이맘때쯤에는 추경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산을 달라는 사람이나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기 위하여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사람이나 어찌 그들 개인을 위한 일이겠는가.인류의 과거였고 현재이며 미래사회의 성장 동력인 문화예술의 창달을 위하여 관과 민, 문화기획자들이 다함께 노력해야 하겠다. 가장 가치로운 꽃, 문화예술의 꽃은 언제쯤 활짝 필 것인가?

2015-05-26

5월, 부모님을 생각하다

▲ 임선애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5월은 유난히도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8민주화운동기념일,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석가탄신일, 발명의 날, 세계인의 날을 지나 바다의 날에서 끝이 날 만큼 많다. 나이가 들고 보니, 이 많은 이름 있는 날들 중에서도 가장 가슴을 울리는 날은 어버이날이다. 어린 시절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어머님의 은혜는 가이 없어라` (`어머니의 마음`(양주동 작사, 이흥렬 작곡) 1절)를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을 모르는 몸뚱이가 세상에 편지처럼 도착한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나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나를 어느 반지하방에서 혼자 낳았다. 여름날이었고, 사포처럼 반짝이는 햇빛이 빳빳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윗도리만 입은 채 방안에서 버둥거리던 어머니는 잡을 손이 없어 가위를 쥐었다. 창밖으로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였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머니는 가위로 방바닥을 내리찍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뒤, 어머니는 가위로 자기 숨을 끊는 대신 내 탯줄을 잘라주었다. 막 세상 밖으로 나온 나는, 갑자기 어머니의 심장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적 속에서 귀가 먹는 줄 알았다.”김애란 소설가의 `달려라 아비`(2004)의 서두 부분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나`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는 미혼모의 딸이다. 어느 반 지하방에서 혼자 끙끙대며 주인공을 낳는 장면은 어머니의 회상이 바탕이 되었을 테고, 갓 태어났을 때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주인공의 상상력이 가미된 짐작의 서술이리라. 작가의 서술대로 출산의 고통은 죽음의 경지에 비유되어 숨이 끊기는 순간을 연상시킬 만큼 큰 것인데, 자녀를 출산하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이런 고통을 거뜬히 견뎌내고 자녀들을 낳고 기른다. 주인공은 갓 태어났을 때의 느낌을 `어머니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자 정적 속에서 귀가 먹는 줄 알았다`고 서술한다. 세상의 누구도 자신이 태어났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신기하게도 문학적 상상력으로는 가능한 일이고, 너무도 그럴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라는 데 고개가 끄덕여 진다.어머니와 태아는 한 몸으로 있다가 분리되는 것이 출산에 대한 과학적 정의일 것이다. 이때의 분리는 단순한 분리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연결되는 분리이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로 주인공을 밝게 길러낸다. 주인공 `나`는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도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해 준 아버지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한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나서, 그들을 남겨 둔 채 떠나버린다. 주인공은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것이 아니고 유쾌하게 상상한다. `내게 아버지를 상상할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아버지가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뜀박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분홍색 야광 반바지에 여위고 털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무릎을 높이 들고 뛰는 아버지의 모습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규칙을 엄수하는 관리의 얼굴처럼 어딘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내 상상 속의 아버지는 십 수 년째 쉬지 않고 달리는데, 그 표정과 자세는 변함이 없다`김애란 작가는 주인공 그녀의 슬픈 가족사를 지나치게 유쾌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더욱 가슴이 아파지게 된다. 이렇듯 부모님은 좋고 나쁨의 잣대로 선택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고, 우리와 하나로 있는 존재이다.

2015-05-20

2015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지난 주 모 방송국으로부터 취재 요청을 받았다. 내용은 스승의 날을 기념해서 일반 학교와는 다른 생동감 넘치는 학교 현장의 소리를 담고 싶다는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취재에 응했지만, 부담이 컸다. 아직 신생학교이고, 또 관할 교육청인 경상북도 교육청으로부터 괄호 밖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하지만 망설임은 곧 자신감으로 변했다. 왜냐하면 산자연중학교가 2015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 참가 학교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는`꿈, 끼, 행복, 창의체험`네 가지 주제로 전국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각종학교를 대상으로 참가 신청서를 받아 교육부에서 최종 155개를 선정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교육 종합 향연의 장이다. 이번 2015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서 경북교육청에서는 10개 학교가 선정되어 참가하는데, 산자연중학교는 `행복`이라는 주제로 박람회에 참가한다.방송국에서 보내 온 취재 요청서의 핵심은 바로 학생들의 `행복`이었다. 필자는 행복학교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방송을 준비하면 좀 더 깊이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OECD 중 꼴찌이다.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행복학교 박람회가 열린다는 것이 조금은 어폐가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학생들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이라는 차원에서 행복학교 박람회는 분명 의미 있는 행사이다.행복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행복(幸福)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사전의 뜻을 참고하여 “행복한가?”라는 말을 좀 더 구체적 표현으로 바꾸어보면 “만족하는가?” 또는 “기쁜가?” 이다. 행복, 만족, 기쁨! 누군가가 “당신은 행복한가?”라고 묻는다면 과연 독자 여러분의 답은?만약 필자에게 “당신은 행복한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 “예!”라고. 왜냐하면 필자에겐 비록 의무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필자의 수업에 집중해주는 학생들이 있고, 또 학교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시고, 또 서로 의논할 수 있는 동료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의 행복에는 1% 부족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에 대한 의무 교육 혜택이다. 정말 이것만 충족 된다면 필자, 아니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님들의 행복지수는 100%가 될 것이다. 필자는 빠른 시간 안에 꼭 이 1%가 충족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필자는 행복하다.행복 바이러스는 좋은 의미의 전염이 강하다. 필자의 행복 바이러스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옮긴 것이다. 행복 웃음 넘치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필자는 취재 당일 마음껏 자랑했다. 산자연중학교의 행복 바이러스는 지난 15일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방송 후 산자연중학교에는 더 큰 행복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메아리는 제37회 경상북도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 결과를 물고 왔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전교생이 38명뿐인, 교육청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여 주변 학교의 중고(中古) 과학 도구들을 얻어서 쓰는 산자연중학교의 결과는 과연?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느 정도의 결과를 생각하시는가? 2등? 3등?놀라지 마시라! 제37회 경상북도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산자연중학교가 교육청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는 유수의 큰 학교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경상북도 최우수 중학교(2학년 한형근, 지도교사 최순호)로 선정되어 경상북도 대표로 전국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행복은 행복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산자연중학교의 행복 바이러스가 여러분께 꼭 전해지길 기원한다. 그리고 7월 16일부터 여수 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와 전국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산자연중학교가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2015-05-19

미술, 과연 아는 만큼 볼 수 있을까?

▲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미술에 관한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하다 보니, 미술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적 분야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내가 보고 생각 하고,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일반인들에게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이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내곤 한다. 미술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란 외형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묘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탄생과 함께 동굴 속 새겨진 벽화들이 주술적 의미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의미 있는 조형적 기호건 상관없이, 인간이 최초로 몸짓으로 표현한 노래나 춤보다 미술이 앞서 있다.이처럼 인류의 역사 속에서 미술은 생활 깊숙한 곳에서 늘 함께 해 왔음을 여러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선사시대 조상들의 미술에 대한 DNA를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면 현대인들이 가지는 미술에 관한 지식과 안목은 탁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진화하며 미술에 대한 능력은 퇴화했는지 이렇다 할 발전을 이어 오지 못한 건 사실이다.필자가 아는 만큼 일반인들도 미술에 대한 지식을 알 것이라는 착각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그럴 것이 시각적 장애가 없는 현대인들이라면 눈으로 보고 쉽게 평가하기가 미술만큼 쉬운 예술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는 만큼, 쉽게 보고 성급하게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주변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여기에서 생겨난 말인지 모른다. 누구나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미술을 자신이 아는 지식과 함께 평가해 예술적 가치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조형예술의 모순에 스스로 빠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예술은 동시대의 절대적 조형가치를 고스란히 담기도 하지만, 미래의 새로운 조형미로 평가될지 모를 요소들을 실험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각적 자극에 의한 창의적인 사고와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현대인들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합리적 가치관의 정립을 통해 조형적 감각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느의 경우 20세기 초반 그가 표현했던 조형적 요소들이 당대 비평가들에 의해 혹독한 악평을 받았지만, 그의 일관된 예술 활동이 새로운 미술사조를 탄생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누구보다 미술을 사랑했던 유럽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이 미술사와 일류의 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잔느는 앞으로 15년간 미술사에서 가장 기억되는 웃음거리로 남을 것이다. 이 평범한 늙은 화가를 천재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러스킨이 말한 `런던식 뻔뻔스러움` 때문이다. 세잔느는 시골에서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면서 노력은 많이 하지만 구성은 엉뚱하기 짝이 없는 둔탁한 작품을 계속해 만들어 낸다”라는 평론가 카미유 모클레르의 비평은 화가의 예술성을 자극해 창작의욕을 새롭게 고취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 되었다. 그러한 비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세잔느를 존경한다. 그의 작품은 무릇 위대한 창시적 예술가의 작품이 그렇듯, 이해 할 수 없는 신비를 지니고 있다. 마치 세잔느 자신이 위대한 힘의 영매가 되어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세잔느는 커다란 운동을 주도한 위대한 천재였다.”라는 영국의 화가이자 비평가인 로저 프라이의 글을 통해 새롭게 평가되었다.미술은 결코 어렵거나 두려운 학문이 아니다. 시각적으로 가장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예술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공부하고 알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미술은 언제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2015-05-18

사람이 무섭다

▲ 류영재 미술교사·화가인간의 감정에는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용기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성리학의 철학적 개념 가운데 하나인 사단칠정론에 의하면 이성에 바탕을 둔 인의예지가 사단이며, 감성에 관한 희노애구애오욕이 칠정으로 이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라 했다. 그 중에서 겉으로 드러내기가 매우 불편한 감정이 `구(懼)`이다. 구는 두려움을 말하는데, 어떤 종류의 두려움이든 두려워한다는 것이 사나이답지 못해 보이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만 같은 생각에 가급적이면 그것을 꿀꺽 삼켜 속으로 감추곤 한다.내 기억에 초등학교 시절에는 무서운 것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무서움은 대게 어둠과 함께 찾아왔다. 십리길을 걸어서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그 무렵까지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골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내게 깜깜한 밤길은 두려움의 종합선물세트였다. 어쩌다 하교가 늦어 밤길 귀가를 할 때면 가로등도 없는 십릿길을 온갖 공포스런 상상들과 함께 내달렸는데, 그 중에서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대표적인 대상은 문둥이와 간첩이었다.들판 길을 달릴 때면 보리밭에 숨어 있다 어린아이의 간을 빼먹는다는 문둥이 생각으로 등줄기에 땀이 흘렀고, 무장공비 소동이 종종 있었으며 반공교육이 워낙 강조되던 때라 눈이 빨간색일 것 같은 간첩이 무서움의 대상이었다.숨이 턱에 차서 도착한 동구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어머님을 만나면 어찌 그리 든든하고 안심이 되던지, 지금 생각하니 그도 여인이라 어둠속에서 두려움을 간신히 참고 계셨을 터인데….세월따라 두려움의 대상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나이 들고 세태도 달라진 요즘 가장 무서운 것은 말이다. 말은 사용하기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데,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약이 된 경우이며 `칼에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혀에 베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는 말이 지독한 독이 된 경우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혀 밑에 도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세치 혀로 하는 말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말들이다. 나쁜 말은 나와 남을 모두 해치지만, 고운 말은 나와 남을 모두 살린다는 삶의 진리(眞理)를 선조들도 후세에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실체도 없고 향기도 없고 흔적도 없는 것 같지만 마음에는 오랫동안 머무르는 힘을 가진 것이 말이다. 고운 말, 격려의 말 한마디에 기운을 내기도 하고 독한 말 한마디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독이나 화, 칼이나 총처럼 위험한 것들은 외자로 된 경우가 많다. 말도 외자로 되어있다. 말이 외자인 이유는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되니 짧게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만큼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기업인의 메모 한 장으로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다. 돈을 주었다는 말과 받지 않았다는 말들이 상황에 따라 변질되기도 하고 서로 교차하며 난무하고 있다. 그 사람은 가고 없으나 그가 남긴 말은 핵무기 같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것, 그건 아무래도 사람인 것 같다. 사람과 그 사람의 말이 무섭다.언중유골이라 했으니 말에 뼈가 있는 법이고, 그 뼈는 가시가 되어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튼튼한 뼈대가 되어 큰 교훈을 주기도 한다.불손함 없는 추상같은 기개가 넘치는 말이 그립다.

2015-05-15

사자(獅子, 死者) 공화국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사자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밀림, 아니면 동물원. 아무튼 장소를 불문하고 사자를 떠올리면서 친근함, 온순함, 순종 등을 떠올리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강한 공격성, 한 번 물면 잘 놓지 않는 악착스러움 등이 사자를 먹이 사슬의 최고 위치에 올려놓았다. 사자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유전자를 진화시켜 왔다. 그 유전자 안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물귀신 본능`이 아닌가 싶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한 끈질김. 그 끈질김의 세기와 정도가 먹이 사슬의 위치를 결정하는지도 모른다. 먹이 사슬의 최고점에 위치한다는 것은 분명 그 끈질김 또한 최고라는 것을 의미한다.그런데 끈질김, 즉 `깡`하면 사람들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힘 좀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사자의 물귀신 본능을 가지고 있다. 남이 잘 되는 꼴은 절대 못 보는, 그리고 나 혼자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물귀신 본능!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 모습을 보면 사회라고 하기 보다는 사자들만 우글거리는 밀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누가 사자(死者)는 말이 없다고 했는가? 사자(死者)의 말 한 마디에 쑥대밭이 되어버린 정치판과 또 마음과 눈과 귀를 다 빼앗겨 버린 국민들을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기보다는 사자 공화국임이 틀림없다. 최근 사자가 던진 종이 한 장에 빅 매치가 펼쳐지고 있다. 빅 매치 이름은 모순전(矛盾戰)! 반드시 뭔가를 입증하겠다는 창과 꼭 막아내겠다는 방패의 싸움. 그런데 이 싸움은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대진표를 보면 최소 8경기는 잡혀 있기 때문이다.사자 공화국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살생부(殺生簿)이다. 살생부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아무 종이에다 이름과 숫자만 적으면 된다. 그러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을 공개하면 된다. 이 나라에는 살생부 전문 사냥꾼들이 많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고, 사냥꾼들은 그 살생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우리는 언제까지 사자와 물귀신이 판을 치는 밀림에 살아야 할까. 분명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왜 한탕주의, 권위주의, 배금주의, 지역패권주의 국가로 변질 되고 있는지? 옆 나라 정치인들은 똘똘 뭉쳐 자신들의 선조가 저지른 잘못된 과거를 어떻게 해서든지 역사에서 지우려고 하는데, 도대체 이 나라 정치인들은 왜 서로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래도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 물귀신이 단단히 붙은 모양이다.그런데 문제는 물귀신이 정치에만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귀신을 물리칠 카드로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개혁이 되기는커녕 개혁이라는 말 자체에도 물귀신이 붙고 말았으니 어쩌면 좋을까.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혁명만이 길이라면 혁명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 상황은 혁명으로도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그럼 우리는 영원히 사자 공화국에서 살아야 하는가?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방법을 필자는 라디오에서 찾았다. 그건 바로 10선(善)계이다. 물귀신은 10악(惡)에서 나온다. 10선(善)은 바로 이 10악(惡)을 막아 주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10선(善)을 모두 행한다면 세상은 분명 푸른 5월보다 더 푸를 것이다. 10선(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살생하지 않기 ②도둑질 하지 않기 ③간음 하지 않기 ④거짓말 하지 않기 ⑤헛된 말 하지 않기 ⑥욕하지 않기 ⑦이간질 하지 않기 ⑧ 탐욕 부리지 않기 ⑨노여워하지 않기 ⑩올바른 견해 갖기.우리는 이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필자는 자가진단을 하다 부끄러운 마음에 끝까지 체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필자가 물귀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끄러울 뿐이다.

2015-05-13

이미 포항이 지닌 무형자산을 지켜야

▲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부국장2015년 포항은 KTX동해선의 개통, 연말경 포항-울산간 고속도로 일부 개통 등 눈에 보이는 이른바 유형자산의 확충에 시민들의 눈이 쏠리면서 이러한 개발사업들이 장기 부진에 빠진 지역경제에도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지역 철강산업의 한축을 담당해온 현대제철의 철근 제조라인 매각설, 동국제강의 후판공장 폐쇄설 등이 대두되면서 지역경기의 앞날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이처럼 긍정·부정적 요소가 동시에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2015년은 포항의 입장에서 그만큼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문제는 역시 전자의 긍정적 측면이 지역경제에 파급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며 효과 극대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없을 경우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당장 관련 공장의 근로자가 실직 내지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배치될 경우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으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물론 당장 한 두 개의 기업들이 국내 생산체계의 개편 등으로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경영전략에 따른 결과이고 이로 인한 실직 근로자의 지역내 소비 감소분이나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발생하는 포항인구의 감소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직 근로자들 대부분이 은퇴 예정 연령층이라는 점이다. 포항의 경우 이들을 포함하여 이미 2010년부터 산업인력의 고령화로 인한 은퇴 러시가 개시되어 앞으로도 5년간은 이어질 전망이며 2015년은 그런 의미에서 포항도 산업인력 은퇴기간의 정중앙에 위치한다.이러한 대규모 은퇴 러시는 마치 일본의 베이비붐세대가 일거에 은퇴하기 시작하였던 2007년 당시와 유사하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산업인력의 집중적인 은퇴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2007년 문제`라는 용어까지 만들며 해결책 마련에 고심한 바 있다. 이때 가장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곳은 제조업 분야였다. 일본의 제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중요기반의 하나는 IT분야와 같이 표준화된 부품의 단순 조립이 아니라 각기 다른 부품을 서로 미세 조정하여 블랙박스화된 하나의 새로운 부품으로 만드는 독보적인 기술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의 원천은 바로 최신예 기계설비가 아니라 매뉴얼화할 수 없는 풍부한 현장경험과 이들의 미세한 손끝으로 조정되는 지식, 이른바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지닌 은퇴예정의 숙련근로자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의 제조업 중 2007년 문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화학, 일반기계, 철강 순이었다.특히 일본의 철강업계는 2007년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품질경쟁력의 원천인 은퇴예정 숙련근로자들이 지닌 암묵지를 청년근로자에게 전수할 수 있는 시간확보를 위해 은퇴시기를 연장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다. 장기불황과 철강업계 내의 치열한 MA 등 구조조정의 와중에서도 이들을 정년연장, 신입사원 교육훈련담당으로의 보직전환, 연구개발부서의 보조연구원 채용 등 수십 년간의 현장경험을 최대한 흡수, 승계하는데 주력하였다. 심지어 퇴직 후에도 한국, 중국 등 후발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퇴직자에 대한 사후관리에도 힘썼다.포항의 2015년 문제를 다시 살펴보자. 포항은 지금 철도나 고속도로 등 유형자산에만 주목할 때가 아니다. 정작 소중한 무형자산인 포항철강업을 이끈 산업인력이 지닌 암묵지가 사장되는 것은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큰 손실임을 깨달아야 한다.독일, 미국 등 선진국 철강기업이 지금도 성장 중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숙련근로자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암묵지가 한몫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포항경제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당장 생산라인의 가동이 높지 않아 유휴인력이 생기더라도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지금까지 많은 자원을 들여 양성한 지역의 무형자산을 최대한 잘 관리하고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2015-05-11

부모를 버리고 싶은 자식의 마음

▲ 황연화 화가·중원대학교 교수필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가까운 병원에 입원치료를 하였는데 많은 노인 분들이 병실에 누워 계신다. 부모님을 뵈러오는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자 등 가족들의 면회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 어느 날 아들과 딸로 보이는 부부가 병원 복도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늙은 할머니(모친)에게 따지는 장면을 보고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인즉, 왜 엄마는 시키는 대로 안했냐?는 것이다. “숫자도 이름도 나이도 기억 안나고 무조건 모른다고 그래라 했잖아.” 그래야 치매등급을 받아 요양병원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야단친다. 그리고 집도 내 놓아서 갈 때도 없다고 호통을 친다. 조사원에게 모친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으로 자식이 수차례 단단히 타일렀건만 사실대로 정확히 대답했다고 한다.얼른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 버리려는 아들과 딸의 마음이다. 이게 현실이다. 국가가 독거노인을 지원해주는 제도의 허점을 잘 이용하는 사례들이 너무 많다. 홀로 집 나와서 가족과 연락 안 된다, 수입 없다며 거리에 나돈다면 노인들은 국가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자식들은 부모를 쫓아내도 걱정이 없다. 부모도 자식과 불편하면 쉽게 집을 나온다. 이러한 제도를 잘 알기 때문이다.또 다른 풍경 하나. 어느 막내아들이 시골에 있다는 이유로 인근의 요양병원에 모친을 입원시키고 매일 출퇴근하며 돌보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다며 모친의 걱정에 온갖 지혜를 동원하여 보살피려함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형들을 원망한다. 서너 달에 한 번 들리면서 올적마다 동생한테 왜 엄마가 이렇게 몰골이 엉망이 되도록 뭐했나, 좀 잘할 수 없나며 나무란다는 것이다. 하기야 일 년에 한두 번 부모님 병실을 찾는 자식들도 수두룩하다고 하고 죄를 진양 후다닥 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가까운 이웃집 한 청년이 노모를 모시고 사는 에피소드도 요즈음의 세태를 절감하게 한다. 어느 날 노모는 자식이 연락도 안 닿고 집전화도 끊어져 자식의 소식을 알 길이 없다며 이웃을 통해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이유인 즉 시에서 나오는 보조금 통장의 모은 돈이 자식의 휴대폰 요금 등으로 다 빠져 나가고 전화요금이 밀려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두 푼 품삯으로 모은 돈도 그 40대의 철없는 자식이 다 쓰고 없애는 모양이다. 그래도 노모는 하루종일 자식의 소식을 기다리며 불통의 전화기만 매만지고 있다는 것이다.필자의 어머니와 친한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종이 박스를 주워 팔아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오고 갈 곳 없는 딸아이 하나를 데려다 키우고 공부시켜 시집을 보냈다. 하지만 딸은 엄마가 길에서 종이, 고물이나 주워가며 사는 것이 못 마땅해서 일방적으로 양로원으로 보내버렸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종이를 줍고 이웃과 이야기하며 평생을 그렇게 살다보니 체질에 안 맞는 양로원생활이 지옥과 같았다. 하루하루가 바깥이 그립고 손자손녀를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주위로부터 늘 백수를 하시겠다고 들었던 그 할머니는 그만 시름시름 하다가 짧은 양로원 생활을 접고 생을 마감했다.요즈음 부모를 모시기 싫어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고령층의 빈곤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부모와의 경제적 갈등과 간섭, 일방적인 행동이 못 마땅하고, 늙은 모습이 보기 싫고, 하는데서 갈등의 틈이 생기고 결국 한 집에 부모님을 모실 수 없는, 그런 상태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는 자식, 손자의 걱정과 그리움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앉으나 서나 자식 걱정이다. 당신이 못 입고 굶어도 자식새끼 굶는 것은 가슴에 한이 맺힌다. 자식이라면 그 빚만큼은 갚아야지 않을까, 싶다.

2015-05-08

진정으로 빛나는 인류의 유산, 노인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네팔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늘어나는 인명 피해 소식이 우리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40대 여성의 70대 노인 폭행사건`은 우리의 마음에 어두움을 덧칠하고 있다. 노인 폭행사건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뉴스 검색을 해 보면, 경남 밀양에서는 동네 조폭이 이웃 노인들을 상대로 상습 폭행을 했고, 전북 전주에서도 동네 조폭이 이웃 노인을 이유 없이 폭행을 했고, 충북 청주에서는 취객이 공원에 앉아 있던 노인을 이유 없이 다가가 폭행을 했고, 강원도 강릉에서도 중년 남성이 농촌마을에 사는 노인들을 뚜렷한 이유 없이 상습적으로 폭행을 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우리들의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노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빈번한 폭행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달, 중국의 한 여성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노인에게 부딪혀 자신의 아이폰 액정이 파손되자 노인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노인이 “내가 보상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내가 돈이 정말 없다”며 눈물을 보이자, 그녀는 노인의 뺨을 수차례 때렸고, 비가 내리는 길바닥에서 노인은 그녀에게 무릎 꿇고 사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에서도 한 젊은 남성이 한적한 쇼핑센터 통로를 걷고 있는 노인을 상대로 묻지마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미국의 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도 10대 소년이 60대 노인에게 묻지마 폭행이 있었다.우리가 사는 세계는 동물들처럼 물리적인 힘이 지배하는 양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다. 노인들은 단지 기운이 덜하다는 이유만으로 힘센 젊은이들에게 폭행을 당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노인들은 갖은 힘을 다해 젊은이들을 키워낸 존재들이다. 키케로가 “장수는 복이고 젊은이는 노인의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노인을 짐처럼 여기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노인들이 공경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젊은이들의 미래도 없다”고 했다. 이는 자신이 지닌 장수의 욕망은 우위에 두면서, 타인의 장수는 무시하는 현대인의 이율배반적인 사고를 우려한 말씀이고, 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는 길임을 일깨워 주는 말씀이다.세계적으로 이름 난 사회학자이자 인간생태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 코넬대학교의 칼 필레머 교수는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관한 수많은 책과 강연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도 왜 우리는 여전히 불행한가?`라는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2006년`코넬대학교 인류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가 명명한`인류 유산 프로젝트`는`인생의 모든 길을 직접 걸어본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이야말로 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그리고 전해주어야 할 인류의 빛나는 유산`이라는 의미에서 생겨났다. 그동안`인간과 삶의 가치`라는 주제에 매달렸던 그가 이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해 70세 이상의 노인을 인터뷰 대상으로 정했다. 그는 5년 동안 70세 이상의 노인 1천여 명을 만났고, 그들이 지닌 지혜는`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2011)이라는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이처럼 지혜의 보고(寶庫)인 노인들이 공경의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500원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빈곤, 자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외로움, 거기다 젊은이들의 폭행까지 견뎌낼 노인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요절하지 않는 이상 노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으며, 진정으로 빛나는 인류의 유산은 바로 그 노인이라는 사실만 우리 앞에 있다. 안숙현 시인이 `무거운 짐을 들고/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짐을 들어주며 함께 걸을 줄 아는 그대는/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2015-05-07

각종학교 차별 금지의 날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안 올 것 같은 오월이 왔다. 만남이 있어 행복한, 행복 할 수 있어 감사한, 감사하기에 고마운 5월.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세계 공정 무역의 날, 유권자의 날, 입양의 날, 자동차의 날, 식품 안전의 날, 스승의 날, 세계 가정의 날,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 성년의 날, 발명의 날, 세계인의 날, 부부의 날, 석가 탄신일, 방제의 날, 실종아동의 날, 바다의 날, 금연의 날. 마치 세상 모든 날이 5월에 모인 듯 참 많은 기념일이 있다. 계절의 여왕이어서 그런지 일벌들이 여왕벌에게 몰려들 듯 많은 날들이 5월에 몰려 있다. 일벌이 여왕벌과 그 무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듯, 5월에 몰려 있는 많은 날들도 희망찬 사회 건설을 위해 결사항쟁의 의지를 보이는 듯 하다. 그걸 우리는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다. 명명철학이란 수필에서 글쓴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그 이름을 안 다는 것은 그것의 태반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으로 이름이란 지극히도 신성한 기호다.”라고 했다.이름이란 그 대상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언어 형식이다. `어린이 날`은 말 그대로 어린이를 위한 날이고, `금연의 날`은 금연을 위한 날이다. 그런데 이런 이름이 생겨난 것은 왜 일까. 이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우선 대상에 대한 특징을 세세히 분석한다. 그리고 그 특징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단어를 찾거나, 만든다. 그 이름이 사회적 공감을 얻으면 그 대상은 무의함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존재로 다가 온다.그런데 이름은 꼭 구체적인 사물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도 그것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의해서 만들어 지기도 한다. 5월의 많은 날이 이에 해당한다. `어린이 날`의 유래를 보자. `어린이 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의 주도로 우리의 꿈과 희망인 어린들의 행복을 위해 제정되었다. 그런데 만약 어린들이 행복하게 살았다면 `어린이 날`이 만들어졌을까. `어버이, 스승의 날` 또한 마찬가지다. 부모와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면 결코 이런 날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기념일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날에 해당하는 가치나 의미가 퇴색되었거나 부재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식품 안전의 날`, `실종 아동의 날`이 왜 생겼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바다의 오염이 심각하기에 `바다의 날`이 제정되었고, 금연에 대한 절실함이 크기에 `금연의 날`이 생겼다.명명(命名)과 관련해서 우리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잘 기억하고 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중략)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중략)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지금 우리나라를 보고 누군가가 기념일을 더 만든다면 어떤 이름의 기념이 만들어질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사회 각 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기념일이 먼저 떠오른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상호 비방 금지의 날`, `뒷거래 절대 금지의 날`, `신뢰의 날`, `상호 존중의 날`이, 경제와 관련해서는 `갑을 상생의 날`, `갑질 금지의 날`, `파업 금지의 날`이, 그리고 교육과 관련해서는 `각종학교 차별 금지의 날`이!일 년 중 그나마 유일하게 모든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5월 둘째 주 필자는 각종학교 학생들이 “잊혀 지지 않은 하나의 눈짓”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몽골에서 해외이동수업 2차 사전답사 중이다. 5월 푸른 이야기들이 세상을 더 푸르게 만들기를 푸른 물들기 시작한 몽골에서 기원해본다.

2015-05-06

지방중소도시 육성으로 행복생활권 완성을

▲ 이동수 대구한의대학교 교수박근혜 정부의 지역정책은 한마디로 전국을 56개 지역행복생활권으로 구성하여 통합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생활권별로 지역행복생활권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지역발전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또한 지역과 관련된 각종 사업들 역시 지역행복생활권 단위로 선정하는 추세이다.그러나 23개 권역에서 지방중소도시가 중심도시 또는 그에 준하는 지위를 갖지만, 생활권내 중소도시와 주변 시·군과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출 뿐 국가 또는 시·도 단위 도시체계 또는 중심지체계 상의 중소도시 위상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있다.지방중소도시에 대하여 국토정책에서는 국토종합(개발)계획, 특히 제2차 계획 및 수정계획, 제3차 계획, 제4차 계획 수정계획(2006~2020)은 주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표·전략 하에 지방중소도시를 도시체계와 중심지체계 상의 중심지 또는 거점으로 육성하고자 하였으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미흡하였다.정부의 각종 지역정책에 있어서 지방중소도시는 늘 관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지역발전특별회계의 기초지자체 자율편성 포괄보조사업도 대도시, 낙후지역, 농산어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지역발전특별회계 포괄보조사업인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은 특별·광역시와 인구 50만 이상 도시가 주요 대상이고, 일반 농산어촌 개발은 군(郡) 및 50만 미만 도농복합시의 읍·면 또는 농산어촌 마을이 주로 대상이 되었고,`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및 시행령에 근거하는 낙후지역인 성장촉진지역은 군지역 위주로 지원하여 지방중소도시 중에서는 11개 지역만 포함되었다.이러한 결과로 전국 시급도시 중 비수도권 소재 중소도시(50만 명 미만의 시급도시)의 대다수가 인구변화, 고령화, 재정력, 소득, 일자리 측면에서 취약하거나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수도권 중소도시를 포함한 전국중소도시 62개의 연평균 주민등록인구 변화율은 0.62%인데 반해 지방중소도시 43개의 변화율은 -0.08%로 나타나고 있고 근무취업인구 변화율은 1.51% 대 0.78%로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지방중소도시의 활성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가 도시체계 내에서 다른 도시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도시체계상에서의 방중소도시 위상을 고려한 정책과 함께 인구 변화, 일자리 수 및 내용의 번화, 특화산업 등 도시내부여건 변화를 동시에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체계상에서의 위상, 내부여건 등에 기초한 유형별 활성화와 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각 지방중소도시들이 성장과 쇠퇴에 적합한 처방적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방중소도시의 재생은 국가 전체차원에서는 지역의 재생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스위스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들이 5만명에서 10만명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최대의 도시인 취리히가 30만명 정도이고, 국제기구가 밀집한 제네바가 17만명 정도, 수도인 베른이 12만명 정도의 규모이고 나머지는 모두 5~10만명 수준의 도시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들은 지역별로 특화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어 스위스 국토가 균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저변을 제공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업들도 대기업 중심으로 육성이 되었고, 도시 역시 대도시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져 중소기업, 중소도시 특히 지방중소도시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경향이 있다.최근 산업부분에서도 강소기업의 육성이 중요한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와 함께 지방중소도시의 강소도시육성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강소기업은 강소도시에 뿌리를 두고 성장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 생각한다.

2015-05-01

모순을 이기는 콩 세 알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계절의 여왕 5월이 목전이다. 그런데 한 많고 말 많은 4월에 밀려 푸른 달 5월이 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감사와 나눔이 있기에 푸르다는 5월, 감사도 나눔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된 이 나라에 5월은 더 이상 푸르지 않다. 4월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말하기에 바쁘다. 노란 리본을 맨 사람들은 “진실을 인양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말보다 다른 말이 더 크게 들리니 과연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세월호 옆 광장엔 총파업이라는 붉은 깃대를 든 사람들이 “인금 인상”을 한 목소리 외치고 있다. 워낙 할 말이 많은 나라이기에 광장은 외침의 장소로 늘 비좁다. 그래서 외칠 것이 있는 사람들은 길로 몰려나온다. 요즘 길거리에 떼로 몰려나온 사람들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그곳은 청와대!가려는 자가 있으면 막으려는 자가 있는 법. 종착지가 청와대인 사람들의 여정은 늘 힘들다. 특히 구호(口號)와 함께 떼로 청와대에 가려는 자들은 자신들을 막으려는 자들의 강력한 벽에 부딪힌다. 벽이 강할수록 그 벽을 넘으려는 힘도 강해진다. 벽은 방패가 되고 넘으려는 힘은 창이 된다. 창과 방패의 대결은 어느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많은 희생을 낳는다고 역사는 말해준다.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 그 어떤 창도 뚫을 수 없다는 방패와 세상에 뚫지 못할 방패는 없다는 창.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창과 방패뿐이다. 기를 쓰고 뚫으려는 창과 더 기를 쓰고 막으려는 방패, 그 창과 방패가 겨루는 소리에 이 나라가 너무도 혼란스럽다. 그 혼란스러움에 주눅 든 경제는 얼어붙었다. 어쩌다 이 사회가 모순만 가득한 사회가 됐을까?나만 옳고 다른 모든 이들은 틀렸다는 모순주의자들이 연일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 가운데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국회의원들도 있다. 그들은 인성의 주요 덕목으로 정직, 책임, 존중, 배려, 공감, 소통, 이해, 나눔, 양보 등을 내세웠다. 그런데 세월호, 성완종 사건 등을 보면 정작 자신들은 이것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모순은 국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 시장에도 큰 모순이 존재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들의 수가 통계 시작 후 최고치라고 한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월급을 더 올려달라며 총파업을 하겠다고 하니 이 또한 모순이 아니고 뭘까. 고통분담을 그토록 외치고 있지만 노동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은 손톱만큼도 손해를 보려하지 않으면서 “더, 더, 더”만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청년 실업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모순은 정치, 노동뿐만 아니라 교육계에도 있다. 그것도 아주 큰 모순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자신의 개성에 맞는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경쟁보다 협동하는 사람이 되라고, 세상은 평등하다고, 우리 사회는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고,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서는 조금 손해 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그런데 과연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런 삶을 실천하는 선생은 얼마나 있을까.모순 가득한 이 나라의 5월은 절대 푸르지 않다. 푸름을 잃은 사회에 밝은 미래란 없다. 더 푸른 5월이, 더 희망찬 미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콩 세 알 이야기를 인용한다.아버지가 말했다. “농부가 콩을 심을 때 세 알씩 심는다. 왜 그러는지 아니?” 아들이 갸우뚱해하자 아버지가 말했다. “한 알은 공중의 새들 몫이다.” “또 한 알은요?” “땅 속의 벌레들 몫이지.” 아들이 말했다. “그럼 한 알만이 주인 몫이군요.” 아버지가 말했다. “나누는 마음 없이 한 알만 심어 수확을 기대하다가는 빈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국회, 정부, 노동계, 교육계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콩 세 알을 심고 싶다.

2015-04-29

칭찬은 보약이다

▲ 권정찬화가·경북도립대 교수요즘 학교에서 의사소통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니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확실한 행복은 소통을 통한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진정한 친구는 나의 학벌이나 실력, 사회적 활동 보다 칭찬을 통한 소통으로 맺어지고 있다는 점도 느끼게 된다. 인간사회에 있어서 칭찬은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두지만 거꾸로 무조건 반대하는 자의 옆에는 사람이 없음을 알 수가 있다.얼마 전 교직에 있는 후배의 모친 장례식에 문상을 간 일이 있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웬 조화가 그렇게 많은지 사회단체는 물론이고 개인에 이르기 까지 꽃을 보내온 층도 다양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지위에 있는 분들의 조화는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줄을 서서 대기하는 문상객들과 자리를 빈틈없이 메운 식장분위기에 내심 놀라울 뿐이었다.이 후배는 평소 동창이나 모임, 그리고 직장에서도 항상 리더로서 온갖 일을 도맡아 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각종 지인들 모임의 소식지도 만들고 주소록도 만들고 동창회의 일까지 도맡아 한다. 또한 지인들 근황은 물론 다양한 지식과 소식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을 통한 공유를 즐긴다. 물론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최고다. 한번은 필자에게`형님 중국전시회 소식 좀 알려 주세요!`해서 여러 가지 현지 활동 이야기를 전하니 당장 밴드와 페이스 북, 카카오스토리 등에 도배를 하며 즐거워했다.또 이 후배는 외국인과의 소통에서 발생하는 어려운 영문은 해석과 영작으로 만들어 올려 주기도 한다. 누구라도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무슨 의도나 자그마한 조건도 없다. 단지 느낄 수 있다면 모든 일에 긍정과 칭찬이 몸에 배어있다는 점이다.하지만 이러한 친구도 있는 반면 주위에서 칭찬 받을 만한 좋은 일이라도 반대와 시비로 일관하는 성격의 소유자도 있다. 즉, 남이 잘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시비하고 사사건건 끼어들며 간섭하고 방해하는 사람을 우리는 주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크게는 정치적으로 상대방을 무조건 시비조로 몰아붙이는 방법이, 적게는 개인적으로 주변을 부정적으로 보는 자이다. 개인 대 개인은 물론 소속이나 단체에서도 반대하고 헐뜯고 상대를 헤치는데 취미(?)를 갖고 있는 자들은 절대 남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일이 없다.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모양새 일뿐 오히려 상대와의 시비꺼리를 찾기에 골몰하고 찬스를 노린다. 이러한 스타일의 대부분은 어떤 직위의 욕심이나 경제적 문제의 스트레스, 지나친 열등의식에서 비롯된다.필자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우리는 긍정적인 사고와 칭찬, 그리고 욕심을 줄이고 상대를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 능력자를 칭찬하고 있는 자는 베풀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먼저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한마디의 칭찬은 용기를 북돋워 주는 보약이다. 그리고 따끔한 충고는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면 상대와의 거리는 멀어지게 되고 그것이 쌓이면 나쁜 감정으로 변질되어 결국 나를 이해하고 찾는 자가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친구가 많아야만 장수한다고 한다. 친구가 많다는 것은 우선 상대가 싫어하는 대립과 무모한 언쟁이 없었다는 것과 칭찬을 잘하는 습관의 증거이다. 상대를 편하게 하지 못하고 욕심에 의한 비판과 사사건건 시비만을 불러일으킨다면 결국 주위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하나 둘 다 떠날 것이다.알아도 용서하고 몰라도 이해하고 상대를 칭찬 할 때 그는 나를 항상 가까운 친구로 생각할 것이다. 내 주위에 얼마나 많은 친구가 진정으로 나를 좋아하는지 이번 기회에 한번 쯤 되돌아 봐야 하겠다.

2015-04-24

양심을 비추는 기기들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봄날 앞에 흔히 붙는 수식어가 `화사한`이지만, 며칠 동안 쉼 없이 내린 비는 화사한 봄날이 아니라 `어두운` 봄날이 되게 했다. 잠깐, 꽃들이 예쁘게 피어 화사한 봄날인듯 싶더니만 이내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꽃잎이 지고, 뒤이어 꽃을 떠받들고 있던 꽃대마저도 뚝뚝 떨어져내려 나뭇가지 위에서가 아닌 땅에서 꽃들은 온통 비를 맞으며 세상과 이별하는 어두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모름지기 생명이 있는 것들은 그 기한이 있어 슬픔이라는 감정을 부추기는가 하면, `미인박명`이라는 말은 아쉬움까지 더하는 슬픔을 부르기도 한다. 최근의 뉴스들을 지켜보면서 꽃이 지는 일을 슬퍼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슬퍼해야 할 일은 인간의 양심 오작동으로 인한 불행들이라는 생각이 짙어졌다.양심이라는 말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그 무엇으로 인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인간만이 항구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이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다. 가치, 변별, 행위, 옳고 그름, 선과 악, 판단, 도덕…. 이런 단어들은 인간들이 고안해 낸 단어들로, 인간이 지녀야할 최소이자 최고의 덕목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양심의 작동은 각각의 존재들이 주체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수위의 정도를 정하는 것도 각 존재들의 몫이다. 따라서 행위의 결과는 양심의 정도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우리 사회의 근간은 각 개인들의 양심이 순조롭게 작동하는 것으로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가 `명예는 밖으로 나타난 양심이며, 양심은 내부에 깃든 명예`라는 말로, 양심의 올바른 작동을 명예와 결부시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양심이 바른 작동을 하기에는 속세의 유혹들이 너무도 많고, 오작동의 내용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그에 합당한 법적 처벌을 흔쾌히 받을 만큼 용기 있는 사람들도 흔치 않다. 양심의 오작동은 당연히 도덕성을 상실한 행위로 나타나지만 사적이고 은밀한 거래일 경우, 그 본래의 모습을 보기란 매우 어렵다. 우습게도 사람이 만든 기계가 양심의 작동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거짓말탐지기는 `자각증세와 심적 변화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각종 반응을 이용하여 피의자 진술의 진위성을 판별하는 장치로, 폴리그래프의 일종이며, 고의로 거짓말을 할 때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인해 호흡이나 혈압, 맥박 등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기록하는 장치`라고 한다. 거짓말탐지기가 처음 나왔을 때 과연 사람이 하는 거짓말을 기계가 잡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혹들이 많았고, 실제의 상황을 반영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 내비게이션, CCTV, 녹음기, 카메라 등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최첨단 기기는 거짓말탐지기에서 보이던 시시비비가 힘을 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휴대폰의 통화기록, 주고받은 문자들은 그들이 언제 무슨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었는지 그대로 남아 있다.내비게이션의 기록은 그들이 언제 어디서 어디로 갔는지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고, CCTV는 그들이 언제 그 장소에 있었으며, 또 거기서 무엇을 했는지 그들의 행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녹음기는 그들이 어떤 은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는 물론이고 숨소리까지도 정확하게 들려주고 있고,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인물들이 모여서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사람이 말하기 싫은, 말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 주고 있는 셈이다. 기기들이 사람의 양심이 한 일을 밝혀 낼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명명백백한 세상을 사는 슬픔이 아닐 수 없다.

2015-04-23

벌점 학교의 갑 선생과 을 학생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와의 대화다. “아빠, 나 벌점 2점 받았어.” “왜 벌점 받았니?” “실내화 때문에.” “실내화를 안 가져갔구나.” “아니, 가져갔는데 갑자기 실내화가 찢어졌어. 밖에 비가 와서 현관 내려가는 계단에서 실외화를 신었는데, 선생님께 걸렸어.”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지 그랬니.” “말씀드렸는데, 벌점 제도에 따라 벌점을 주셨어.”실내화를 확인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딸아이와 벌점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했다.“벌점이 쌓이면 어떻게 되니?” “20점이면 엄마 소환, 30점이면 교내봉사, 40점이면 사회봉사, 50점이면 강제 전학.”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딸아이는 줄줄 외웠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씁쓸했다. 그러다 문득 지난 학교의 일이 떠올랐다. “선생님, 상점주시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벌점이 얼마니?” “30점요.” “또 뭘 잘못했니?” “몰라요, 담임 쌤이 지시 불이행이라며 15점을 주셨어요.” “좀 잘 하지 그랬니. 그래 뭘 할 수 있니?” “뭐든 다 하겠습니다.” “그럼 책 2권 읽고 느낀 점을 국어 시간에 이야기해. 숙제야.” “네, 그런데 선생님 오늘 상점주시면 안 될까요?” “왜?” “오늘 징계 결정이 난대요.”필자가 줄 수 있는 상점의 최고점을 찾아보았다. 상점은 5점이 최고였다. 그 학생은 국어 시간에 발표도 잘 하고, 수업 태도도 좋고 해서 필자가 줄 수 있는 최고점을 주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결국 사회봉사를 받았다. 그리고 한 학기에 두 번 사회봉사를 받았기에 등교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참 아이러니한 건 두 번의 사회봉사와 등교정지 모두가 담임교사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이가 그 반에 한두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필자는 상벌제도에 대해 그 선생과 몇 차례 심한 이야기를 했다. 그럴 때면 그 선생은 언제나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벌점을 주고 안 주고는 내 마음인데 왜 선생님이 참견입니까?” 그러면 필자도 말했다. “그럼 상점을 주고 안 주고는 제 마음인데 왜 뭐라고 하십니까.” “벌을 주려고 벌점을 주면 상점을 주니까 그렇죠.” “그린마일리지 제도가 학생들을 사회봉사 보내라고 만든 제도입니까?” 이즈음 되면 교무실 분위기는 싸늘해진다.그린마일리지 제도를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린마일리지 제도란 교내에서 학생에 대한 체벌을 근절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및 생활지도를 위해 2010년 3월 시행된 학생 상벌점제를 말한다.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을 체벌하는 대신 벌점 부여와 상담과 순화교육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며, 칭찬받을 행동을 한 학생에게는 상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설명만 보면 참 이상적인 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우리나라 교육을 만나면 왜곡되어 버린다. 그린마일리지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상벌점제를 분석해보면 상점 항목보다 벌점 항목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제도는 체벌 대신 벌점으로 학생들을 구속하는, 그래서 결국은 갑 선생과 을 학생의 벌점학교를 만드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경기도를 비롯한 몇 몇 지자체에서는 상벌점제를 폐지하였다.“상벌점제 운영은 학생들의 준법정신이나 질서의식을 함양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학생 상벌점제는 교육의 필요수단이다”라며 상벌점제의 이상(理想)을 말한 어느 교육학자도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학생들에게 “준법정신, 질서의식”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이나 있는지 그 교육학자에게 묻고 싶다.필자는 필자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가 학생들에게 벌점을 줄 자격이 있습니까?” 라고!

201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