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밀림, 아니면 동물원. 아무튼 장소를 불문하고 사자를 떠올리면서 친근함, 온순함, 순종 등을 떠올리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강한 공격성, 한 번 물면 잘 놓지 않는 악착스러움 등이 사자를 먹이 사슬의 최고 위치에 올려놓았다.
사자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유전자를 진화시켜 왔다. 그 유전자 안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물귀신 본능`이 아닌가 싶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한 끈질김. 그 끈질김의 세기와 정도가 먹이 사슬의 위치를 결정하는지도 모른다. 먹이 사슬의 최고점에 위치한다는 것은 분명 그 끈질김 또한 최고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끈질김, 즉 `깡`하면 사람들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힘 좀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사자의 물귀신 본능을 가지고 있다. 남이 잘 되는 꼴은 절대 못 보는, 그리고 나 혼자는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물귀신 본능!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 모습을 보면 사회라고 하기 보다는 사자들만 우글거리는 밀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사자(死者)는 말이 없다고 했는가? 사자(死者)의 말 한 마디에 쑥대밭이 되어버린 정치판과 또 마음과 눈과 귀를 다 빼앗겨 버린 국민들을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기보다는 사자 공화국임이 틀림없다. 최근 사자가 던진 종이 한 장에 빅 매치가 펼쳐지고 있다. 빅 매치 이름은 모순전(矛盾戰)! 반드시 뭔가를 입증하겠다는 창과 꼭 막아내겠다는 방패의 싸움. 그런데 이 싸움은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대진표를 보면 최소 8경기는 잡혀 있기 때문이다.
사자 공화국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살생부(殺生簿)이다. 살생부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아무 종이에다 이름과 숫자만 적으면 된다. 그러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을 공개하면 된다. 이 나라에는 살생부 전문 사냥꾼들이 많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고, 사냥꾼들은 그 살생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까지 사자와 물귀신이 판을 치는 밀림에 살아야 할까. 분명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왜 한탕주의, 권위주의, 배금주의, 지역패권주의 국가로 변질 되고 있는지? 옆 나라 정치인들은 똘똘 뭉쳐 자신들의 선조가 저지른 잘못된 과거를 어떻게 해서든지 역사에서 지우려고 하는데, 도대체 이 나라 정치인들은 왜 서로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래도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 물귀신이 단단히 붙은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물귀신이 정치에만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귀신을 물리칠 카드로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개혁이 되기는커녕 개혁이라는 말 자체에도 물귀신이 붙고 말았으니 어쩌면 좋을까.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혁명만이 길이라면 혁명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 상황은 혁명으로도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그럼 우리는 영원히 사자 공화국에서 살아야 하는가?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방법을 필자는 라디오에서 찾았다. 그건 바로 10선(善)계이다. 물귀신은 10악(惡)에서 나온다. 10선(善)은 바로 이 10악(惡)을 막아 주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10선(善)을 모두 행한다면 세상은 분명 푸른 5월보다 더 푸를 것이다. 10선(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살생하지 않기 ②도둑질 하지 않기 ③간음 하지 않기 ④거짓말 하지 않기 ⑤헛된 말 하지 않기 ⑥욕하지 않기 ⑦이간질 하지 않기 ⑧ 탐욕 부리지 않기 ⑨노여워하지 않기 ⑩올바른 견해 갖기.
우리는 이를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필자는 자가진단을 하다 부끄러운 마음에 끝까지 체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필자가 물귀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끄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