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늘어나는 인명 피해 소식이 우리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40대 여성의 70대 노인 폭행사건`은 우리의 마음에 어두움을 덧칠하고 있다. 노인 폭행사건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뉴스 검색을 해 보면, 경남 밀양에서는 동네 조폭이 이웃 노인들을 상대로 상습 폭행을 했고, 전북 전주에서도 동네 조폭이 이웃 노인을 이유 없이 폭행을 했고, 충북 청주에서는 취객이 공원에 앉아 있던 노인을 이유 없이 다가가 폭행을 했고, 강원도 강릉에서도 중년 남성이 농촌마을에 사는 노인들을 뚜렷한 이유 없이 상습적으로 폭행을 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우리들의 마음이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노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빈번한 폭행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달, 중국의 한 여성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노인에게 부딪혀 자신의 아이폰 액정이 파손되자 노인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노인이 “내가 보상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내가 돈이 정말 없다”며 눈물을 보이자, 그녀는 노인의 뺨을 수차례 때렸고, 비가 내리는 길바닥에서 노인은 그녀에게 무릎 꿇고 사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에서도 한 젊은 남성이 한적한 쇼핑센터 통로를 걷고 있는 노인을 상대로 묻지마 폭행사건이 발생했고, 미국의 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도 10대 소년이 60대 노인에게 묻지마 폭행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동물들처럼 물리적인 힘이 지배하는 양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다. 노인들은 단지 기운이 덜하다는 이유만으로 힘센 젊은이들에게 폭행을 당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노인들은 갖은 힘을 다해 젊은이들을 키워낸 존재들이다. 키케로가 “장수는 복이고 젊은이는 노인의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노인을 짐처럼 여기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노인들이 공경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젊은이들의 미래도 없다”고 했다. 이는 자신이 지닌 장수의 욕망은 우위에 두면서, 타인의 장수는 무시하는 현대인의 이율배반적인 사고를 우려한 말씀이고, 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는 길임을 일깨워 주는 말씀이다.
세계적으로 이름 난 사회학자이자 인간생태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 코넬대학교의 칼 필레머 교수는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관한 수많은 책과 강연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도 왜 우리는 여전히 불행한가?`라는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2006년`코넬대학교 인류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가 명명한`인류 유산 프로젝트`는`인생의 모든 길을 직접 걸어본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이야말로 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그리고 전해주어야 할 인류의 빛나는 유산`이라는 의미에서 생겨났다. 그동안`인간과 삶의 가치`라는 주제에 매달렸던 그가 이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해 70세 이상의 노인을 인터뷰 대상으로 정했다. 그는 5년 동안 70세 이상의 노인 1천여 명을 만났고, 그들이 지닌 지혜는`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2011)이라는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지혜의 보고(寶庫)인 노인들이 공경의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500원을 얻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빈곤, 자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외로움, 거기다 젊은이들의 폭행까지 견뎌낼 노인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요절하지 않는 이상 노인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으며, 진정으로 빛나는 인류의 유산은 바로 그 노인이라는 사실만 우리 앞에 있다. 안숙현 시인이 `무거운 짐을 들고/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짐을 들어주며 함께 걸을 줄 아는 그대는/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