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말이 제일 풍성한 누리달이다.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이라고 해서 누리달이라고 불리는 6월. 나무들은 푸른 말로 품 넓은 집을 짓고, 그늘로 뜰을 만들어 온 생명들을 초대하여 쉼이라는 에너지를 나눠주고 있다.
그런데 생명의 소리 중 반갑지 않은 소리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홍콩의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 불리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 corona virus)`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재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그리고 2013년에 개봉된 영화 `감기`가 떠오른다. 물론 영화처럼 심각한 국가 위기가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들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어 걱정은 걱정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조류인플루엔자(AI),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강력한 바이러스 질환. 둘째 급성 열성 호흡기 질환. 넷째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동물. 다섯째 치사율이 높음. 여섯째 이들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늦장 대응과 호들갑만 난무함. 일곱째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음.
하지만 `메르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발생한 여타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과는 분명 다르다. 왜냐하면 위에 든 공통점들 중 일곱째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염병 청정지구였다. 인근 국가들이 SARS, AI 등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어도 우리나라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양상은 분명 뭔가 이상하다.
지금까지 확진 환자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많을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국가가 되어 버렸다. 중국에서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 받은 K씨를 두고 우리 정부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생명체가 바이러스다. 그런데 생명체 중에 가장 고등단계에 있다는 인간이 왜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까. 그건 아마도 인간에 대한 바이러스들의 저항적 진화가 아닐까 한다. 인류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를 깨웠다. 바이러스의 저항에 인간은 항생제를 개발하여 그들을 다시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들은 내성(耐性)으로 인간을 비웃었다. 우리는 슈터 박테리아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죽지 않은 슈퍼 박테리아 역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비록 가장 작은 생명체이지만, 바이러스가 가장 무서운 것은 기생(寄生) 능력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극미한 생명체에도 기생할 수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복제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한 가지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제를 통해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 낸다. 바이러스들의 복제 능력은 그들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바이러스의 구조는 정말 단순하여 생존에 필요한 핵산(DNA 또는 RNA)과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복잡한 인간과는 달리 단순하기에 바이러스들은 자신을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또다른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과학과 의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는 바이러스의 진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백신은 항상 바이러스가 활개를 친 다음에야 나온다. 하지만 그 백신은 바이러스들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메르스 때문에 심각한 우리에게 누리달의 푸른 나무들이 말한다.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대유행)을 아느냐고. 그걸 막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인간이 깨끗해지는 것이라고. 그런데 외부 환경이 깨끗해지는 건 일시적인 효과뿐이라고. 진정으로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인간 내부, 즉 인간 자체가 깨끗해져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발 욕심을 버리라고, 나눔과 배려를 말로만 하지만 제발 실천을 하라고. 인간이 깨끗해지면 인간 안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들도 깨끗해질 것이라고. 품 넓은 나무가 더 넓은 그늘로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