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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청문회 금지법

등록일 2015-05-27 02:01 게재일 2015-05-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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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정녕 있어야 할 법은 없고, 없어야 할 법이 허다한 게 이 나라다. 전자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법은 `딴지 청문회 금지법`, 그리고 후자에 속하는 법은 대한민국 교육계의 가장 불평등 법인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이다.

`딴지 청문회 금지법`은 뉴스를 보면 이 법이 왜 시급히 제정되어야 하는지를 알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청문회인지 알다가도 모를 대한민국 청문회! 이 나라 청문회의 다른 이름은 창과 방패의 대결인 모순전(矛盾戰)이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모순과 함께 청문회에 딱 어울리는 말은 `딴지`다. 건수(件數) 정치의 달인답게 정치인들은 이번에 제대로 청문회 건수를 잡았다. 그들은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의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반성 어쩌고저쩌고 할 때는 언제고 기회다 싶으니 재보선 결과는 벌써 잊고 모두가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빠져 건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 당내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총리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는 당내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치 쇼를 언제까지 봐야하는가.

분명 이건 건전한 견제도, 건전한 비판도 절대 아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다 아는 건전한 비판 방법을 국회에 계시는 분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건전한 비판 정신은 세대를 넘어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러기에 비판의 건전성 정도는 사회, 나아가 국가 발전에 비례한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어떤가? 암담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어쩌면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국민대표로 뽑은 죄 값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청문회들은 최악의 신상 털기, 인권 유린을 주제로 한 막장 딴지 드라마로 전락해버렸다. 딴지의 정확한 의미를 사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는 것” 필자는 훼방이라는 단어에 오래 마음이 머물렀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청문회인지.

건수 정치의 달인이신 이 나라 정치인들이 펼치는 정치 쇼에 이제 웃음을 넘어 화가 난다. 부정을 위한 부정은 분명 부정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표심을 통해 알았을 텐데 또 부정을 위한 부정을 하고 있으니, 국민 된 한 사람으로 정말 짜증이 난다. 그리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언론의 보도 태도에서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다.

“이번 청문회 관전 포인트를 알아보겠습니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아나운서와 패널의 입방정에 대한민국 정치는 물론 대한민국 품격 자체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민들도 분명 안 볼 권리가 있는데, 언론들은 건수 정치를 24시간이 모자라는 듯, 그리고 마치 격투기 경기를 중계 하듯 방송하고 있으니 채널 돌리기가 무섭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 나라는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왜냐하면 자기만이 잘났고, 자기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사공이 워낙 많기에. 그런데 건강한 땀을 흘리는 사공이 많다면 이 나라는 순풍에 돛단 듯 청산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 사공은 땀 대신 입으로만 나라를 산으로 옮기고 있으니 머지않아 시지프스의 돌을 우리가 굴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감히 제안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 하심(下心)을 마음에 새기자고. 굴기하심(屈己下心)을 사전에서는 “사람을 대할 때 자기 자신을 굽히고 마음을 겸손하게 갖는 것.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부족하다고 겸손해 하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높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하심(下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항상 자기의 허물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볼 줄 알며 인내하고 반성하고 참회”라고 가르치고 있다. 굴기하심(屈己下心)만 실천된다면`딴지 청문회 금지법` 제정 대신,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는 “지방재정교부금법 시행령” 폐지에 우리 모두가 온힘 쏟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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