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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지켜내는 사람들

등록일 2015-02-09 02:01 게재일 2015-0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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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천재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글을 빌헬름 바이세델이 골라서 엮은 `KANT BREVIER`를 손동현, 김수배 선생님이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약동하는 자유`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책이 있다. 그 책을 읽어 보면 칸트는 몸이 그리 건강하지 못했지만, 정신력으로 몸의 허약함을 극복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칸트는 `학부들 간의 논쟁`이라는 글에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은 그 원인이 나의 신체 구조에 있었으므로 여전했지만, 나는 그러한 고통이 나와는 무관한 일인 양 그것으로부터 나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림으로써, 그 고통이 나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신체의 고통이 엄습해 올 때 정신이 더 약해지는 것이 범인들의 속성이건만, 천재가 지닌 강인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신체의 고통을 넘어서 위대한 정신세계를 보여 준 천재가 또 있다. 얼마 전, 루게릭병을 앓으면서 우주의 비밀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을 그린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제임스 마쉬·2014)`에서도 강한 정신력을 가진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 분)의 모습이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사실 영화의 전반부는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 분)의 계산적이지 않은 헌신적인 사랑이 관객들을 더 감동시켰지만, 영화 전반을 통해서 볼 때 스티븐 호킹의 강인한 정신세계는 인간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장엄함을 느끼게까지 해 주고 있다. 그가 `인간의 노력엔 그 어떤 한계도 없습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라는 말을 기계를 통해서 전할 때, 온전한 육체를 가진 우리의 고개를 한없이 숙이게 만들었다.

신체적인 고통 말고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천재도 있다. `뷰티풀 마인드`(론 하워드·2002)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일생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1949년 20살의 나이로 27쪽 짜리 논문을 발표할 만큼 뛰어난 천재 청년 존 내쉬는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떠오르는 인물이었다. MIT 교수였던 그는 정부 비밀요원 윌리엄 파처를 만나 소련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투입된다. 그 무렵 자신의 수업을 듣던 물리학도 엘리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엘리사와의 결혼 후에도 존은 윌리엄과의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수행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현실과 환영의 구분을 할 수 없는 정신분열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제인처럼 헌신적인 아내 엘리사의 노력이 관객을 감동시킨다. 결국 존 내쉬는 지인들과 아내의 노력과 기다림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된다.

아버지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는 천재도 있다. `샤인`(스콧 힉스·1997)은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노아 테일러 & 제프리 러쉬 분)의 일생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엄격하고 독선적인 아버지 피터(아민 뮬러-스탈 분)는 어린 아들 데이비드를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미국 음악학교 유학 제의가 들어와도 거절하며 아들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아버지이다. 데이비드는 유명한 노 여류작가인 캐더린 수산나 프리차드(구지 위더스 분)의 도움으로 정신적 성장을 한다. 그는 아버지의 권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 유학의 길에 올라 성공을 거두지만,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신경쇄약 증세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10년 동안 정신병원 생활을 하게 되는 동안, 길리언(린 레드그레이브 분)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의 천재성은 회복된다.

천재가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함에는 이의가 없다. 위의 이야기들은 누군가 천재를 알아보고 키우고 지켜내는 안목 있는 일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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