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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교육 > 경북 교육

등록일 2015-02-04 02:01 게재일 2015-0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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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영하 30도의 한기가 아직 몸속을 돌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숨이 얼어붙는 꿈을 꾸기도 한다. 연기만 보면 몽골 매연이 생각나 자동적으로 입과 코를 가린다. 눈빛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가방부터 감싼다. 요즘 후유증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필자에겐 더 큰 후유증이 있다. 그건 바로 교육 비교에서 오는 후유증이다. 물론 단순 비교는 안되겠지만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조건을 단다면 독자 여러분은 몽골 교육과 경북 교육 중에서 어느 쪽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참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보는가. 필자의 답은 몽골이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경북, 아니 한국보다 몽골이 한참을 앞서 있음을 필자는 몽골 현지에서 확인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는 이 결론 때문에 불면 등 필자는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필자는 이번에 실감했다. 요즘 신상(身上) 털기에 여념 없는 대한민국이지만 그래도 몽골에 있으면서 대한민국이 많이 생각났다. 그 이유는 영하 30도를 견디게 해 준 건 따뜻한 동포애 때문이다. 현지 분들의 도움도 컸지만, 동포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다음 기회에 꼭 몽골에서 열심히 살아가시는 동포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몽골에서 새 교육 역사를 써 가시는 수녀님들을 소개한다. 아직 필자는 종교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자랑하듯, 아니면 경쟁하듯 외형만 키워가는 종교 시설들을 보면서 필자는 비판보다 비난을 많이 했다. “과연 절대자가 저토록 큰 종교 시설을 원했을까?”라고 정말 물어보고 싶다. 모든 종교의 절대자들은 항상 낮은 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 편에서 그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놓으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외형만 키우는 건 아니다 싶다. 차라리 초대형화, 초호화 할 돈으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살기가 조금은 더 좋아질 것이다.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 아닌데, 외형을 키우기보다 당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면서 어려운 이들과 진정으로 함께하는 종교인들이 많다는 것도 필자는 잘 안다. 그 중 대표적인 분들이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초등학교를 개교한 수녀님들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수녀님들에게 불경스러운 일인지 알면서도 필자는 그분들의 소중한 마음이 경북도 교육청에도 꼭 전해져서 더 이상 이 땅에서 의무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녀님들의 이야기를 한다.

수녀님들께서는 10여 년 전에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가난 때문에 꿈과 희망이라는 것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방치되다시피 하는 몽골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개교 하셨다고 한다. 지금도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비록 집은 어렵지만 예전에는 엄두도 못내는 꿈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아이들이 참 밝았다. 초등학교 다음으로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받은 감명에서 필자는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겔(몽골 전통 가옥) 한 동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몽골 교육청의 대표 유치원이 된 그 유치원을 보면서 필자는 필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더 나은 공교육이 제공돼야 합니다”라는 원장 수녀님의 말씀과 “교육청에서 교과서도 지원 안 해줍니까. 몽골 교육청에서는 그래도 교과서와 교사 임금은 지원해주는데…”라며 안타까움에 말씀을 잇지 못하시는 수녀님의 마음을 경북도 교육청에 꼭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교육이 한 아이를, 나아가 한 집안을, 그리고 더 나아가 한 국가를 일으키는 길임을 필자는 몽골 교육에서 배웠다. “아이들을 위해 투신하고 싶지만, 아직 언어가 서툴러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더 노력해서 아이들을 위해 투신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교장선생님까지 지내신 한 수녀님의 말씀을 이 땅의 교사들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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