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의 두 권짜리 소설 `혁명`을 완독했다.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역사 소설인데도 스토리에 치우치지 않은 것도 맘에 들고,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는 방식도 위안이 된다. 한마디로 취향이 맞으니 금세 읽힌다. 역사 소설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원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등장인물의 디테일한 내면의 소리나, 담백하면서도 정돈된 문체 미학을 곁에 두고 싶은 독자라면 곁에 둬도 좋은 책이다. 이성계, 공양왕, 정몽주, 정도전의 순서대로 화자가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성계는 해주에 있고, 왕과 정몽주는 왕성에 있으며, 정도전은 유배지이자 고향인 영주에 머물러 있다. 정몽주가 살해되기 직전의 18일 간이란 시간을 역사적 기록을 빌려와 작가적 감수성으로 직조해냈다. 혁명이란 제목에 걸맞게 정도전의 내면이 가장 많이 투사된다. 혁명가의 내밀한 비망록을 전하는 작가의 상상력은 치밀하고 촘촘하다. 작가는 생의 가장 아련한 지점, 가장 극적인 순간만을 취함으로써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물론 밀도 높은 문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동문 학자로서, 혁명 동지로서 정몽주와 정도전은 같은 꿈을 꾸었다. 백성이 주춧돌이 되고, 재상이 대들보가 되며, 왕이 지붕이 되는 이상적인 세상. 하지만 현실 정치는 권력의 이전투구장일 뿐이었다. 정치는 타이밍이자 힘이 지배하는 논리이다. 그 둘의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자는 역사의 승자가 되고 그것을 놓친 자는 연민을 부르거나 잊힌 자가 된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후자의 운명이었다. 그들에게 혁명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였다.짧은 시간적 배경과 한정적인 공간적 배경 때문에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 역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다소 아쉽다. 그렇지만 `사직보다도 임금보다도 귀한, 결코 갈아치울 수 없는 그와 나의 모든 것, 백성`이라는 말 한마디를 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효용은 차고 넘친다./김살로메(소설가)
2014-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