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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혼 끝에는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9-01 02:01 게재일 2014-09-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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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이 서울에 왔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이 걸작은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청동 문짝 부조물이다. 로렌초 기베르티의 작품인데 7m 높이에 6t 무게가 나간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경복궁내 고궁박물관에서 다른 작품들과 전시되고 있다.

피렌체에 가면 이 `천국의 문`과 `두오모 쿠폴라`(대성당 돔)만은 꼭 봐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작품이다. 피렌체의 산 조반니 광장에는 세 개의 중요 건물이 있다. 대성당, 세례당, 종탑이 그것이다. 그 중 세례당을 장식하는 세 문 중의 하나가 천국의 문이며, 대성당 두오모의 돔 지붕 형식이 쿠폴라이다. 구약성서의 주요 내용이 각 10장의 판에 새겨진 `천국의 문`은 동시대의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인정할 정도였다. `너무 아름다워 천국 입구에 그저 서있고 싶다.`라고 그가 말한 것을 계기로 `천국의 문`이란 별칭을 얻게 되었다.

문으로 만들 부조상을 현상공모했을 때 기베르티 외에 응모한 주요 인물은 금 세공사였던 필리포 브루넬레스코였다. 두 시작품은 지금도 전해져 관광객들은 비교해 볼 수 있다. 브루넬레스코의 것은 조각의 느낌이 강하고 혁신적인데 비해, 기베르티 것은 회화적이고 보수적인 느낌이 난다. 공모전의 최종 승자는 기베르티였는데, 실력이 나아서라기보다 기법상 좀 더 가벼워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되었다고 한다. 기베르티는 천국의 문과 다른 한 쪽문을 완성하는데 거의 한 평생을 쏟아 부었다. 브루넬레스코도 패배자로 남아있지는 않았다. 공동제작을 권유한 관계자의 청을 마다하고 건축 공부를 했다. 고대 로마 유적 및 구조물 연구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완성한 작품이 바로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이다.

진정한 예술가에게 승자니 패자니 하는 말은 무의미하다. 숭고한 예술혼 끝에는 완성된 작품과 무한한 감동이 있을 뿐이다. 두오모의 돔을 보러 당장 이탈리아까지는 갈 수 없고, 천국의 문 숨결이라도 느끼게 고궁박물관을 찾아가는 일만 남았다. 이 천상의 아름다움 전은 11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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