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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수고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9-11 02:01 게재일 2014-09-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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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갈등과 결정의 연속이다. 사소하게는 휴일 늦잠에서 깨어나 세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크게는 직장에 사표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은 갈등과 결정의 순환과정이라 해도 별 무리가 없다. 온갖 갈등을 지속적이고 원만하게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것이 곧 삶이다.

모든 갈등은 내면의 문제로 돌아온다. 혼자만의 심리적 고민이든, 표면적 사회 문제이든 갈등은 필연적으로 자신 고유의 결정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하던 일을 말아야 하나 계속해야 하나, 저 사람을 계속 사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갈등은 하루아침에 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이 혼란스러운 내면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만도 없다. 뭔가의 결론을 내기는 내어야 한다. 스스로와 합의한 그 결정이 쓴 열매가 아니라 `단 열매`가 되기 위해서는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 흔히 `홧김에` 라는 말을 쓰는데 심리적 갈등의 끝자락에서 홧김에 라는 말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섣부른 판단이 일을 그르치고 성급한 결정이 후회를 부른다. 내면에 갈등이 생기면 어떤 식이든 결정을 하는 게 옳다. 고민거리를 두고 언제까지나 미적거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중해야 한다. 한 번 내린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데다, 스스로 내린 그 결정이 옳았다고 자부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게 좋다. 잘못 선택한 결정 때문에 한 톨 먼지 같았던 영혼의 흠집이 폭우 속 거센 물살 같은 정신의 파괴로 이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단순명쾌한 답이 없는 상태에서 내면의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그럴듯한 방법은? 진득하니 기다리고 뻔뻔하게 견디는 것. 견딜만한 갈등은 다른 말로 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과 같다. 참고 견디면 뜻밖의 행운이 보상으로 따를 수도 있다. 누군가 말했다. 행운을 부르는 진짜 주인공은 `기다림`그 자체라고. 행운을 만나고 싶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뻔뻔하게 그것이 올 때를 기다리면 된다. 최선을 다한 뒤의 뻔뻔함으로 기다리는 행운은 무죄이기 때문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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