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완벽한 계획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계획은 불완전을 전제로 한다.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그에 따라 계획은 얼마든지 변경하게 된다. 대개 소심하거나 여린 영혼들은 자신이 세운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어떤 사안에 대해 실천하기를 저어한다. 웬만해선 전면에 잘 나서지도 않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주변의 눈길, 자기 불신 등이 그들을 망설이게 하는 진짜 이유인데, 완벽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실천을 잠시 미룬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완벽할수록 완벽주의자와는 멀어진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영원히 완벽에 가닿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계획주의자보다는 어설픈 실천주의자가 좋은 열매를 딸 확률도 높다. 대추 열매를 따려면 일단 가지에 손을 뻗어야지, 열매 따는 계획만 잔뜩 세워서는 곤란하다. 세상일은 언제나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망설인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나 계획만을 세울 순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시도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미덥다. 도전하는 패기가 물러서는 신중함보다는 보시기에 좋다. 자신감 충만한 허풍쟁이가 강박에 휩싸인 완벽주의자보다는 낫다.
좋은 열매를 따려면 실력이 아니라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유폐된 자괴의 다른 이름인 완벽주의보다는 드러난 자만의 선물인 자신감이 훨씬 건전할 수도 있다. 시도하지 않는 무결점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결점이 더 많은 결실을 낳는다. 두려움 없이 저지르기, 결실의 계절이 내게 던진 화두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