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 `열반경`에 나오는`군맹모상` 대목이다. 어리석은 중생들이 사물을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거나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것으로`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란 속담과 연관이 있는 말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상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만물의 영장인 똑똑한 인간은 그것이 내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우선 따진다. 내게 손해이고 내 억울함을 위무해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 해도 선뜻 발 벗고 나서지 못한다. 코끼리라는 하나의 진리는 너도 알고 나도 안다. 하지만 여섯 맹인이 느낀 그 실체에 대한 감도는 다 다르다.
아는 만큼 본다고 했다. 아니 아는 만큼만 보려고 하는 게 사람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둘러 싼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개혁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은 얻었으되, 구체적 방법론에 있어서는 좀처럼 합의점을 이루기 힘들다. 경면왕이 아무리 진실은 하나라고 외쳐도 다 같이 맹인인 우리는 매양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을 연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