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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별빛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9-12 02:01 게재일 2014-09-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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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났다. 뿔뿔이 흩어지는 게 현대 가족의 숙명이라도 되는 걸까. 한 이틀 얼굴 마주한 식구들은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저마다의 터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나이 들수록 가족끼리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어른들이 매양 하시는 `너들도 내 나이 돼봐라, 부모 마음 알게 된다`는 그 말씀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자식들은 빨리도 자란다. 어느 날 문득 눈 비비고 돌아앉으면 훌쩍 자란 자식은 그럴듯한 독립체로 저만치 물러나 있다. 시시콜콜한 부모의 입김이 잔소리가 되고, 도리어 지들이 부모 걱정을 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된다. 자식이 성인으로 성장해갈수록 부모는 자식에 대한 애틋한 정이 저 밑바닥부터 샘솟는다. 겪어보지 않으면 부모 마음을 모른다는 앞선 이들의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부모 영역 안에 머물지 않게 된, 성장한 자식들을 보면서 맘이 다급해진다. 각자의 자리가 있으니 가족이라 해서 맘먹은 대로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여건이 될 때마다 많은 추억거리를 공유해야 한다는 강박이 맘 한쪽을 지배하게 된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부러 웃을 거리를 만들고, 색다른 경험을 하며, 공유할 관심거리를 찾아 나선다.

명절의 가장 긍정적인 해석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합법적으로 배려 받는 것` 쯤이 될 것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어찌 빛나기만 하는 별이겠는가. 박형준의 시처럼 `통증`과 `상처`의 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포용되고 기어이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그 시간을 위해 우리는 다음 명절을 기다리게 된다.

“이 저녁에 또 하나 별빛이 통증처럼 뻗어나온다 / 나는 말하지 않으련다, 아물지 않는 상처가 /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 / 굴뚝에 오르는 연기를 따라 가면 / 밥상처럼 차려져 있는 달 / 먼 집, 대답 없는 날들이 대문이 빼곰 열린 마당 / 서늘한 우물에 어지럽게 떠 있다” 식구들 뿔뿔이 흩어진 자리에 우두커니 남아 박형준 시인의 `이 저녁에` 한 구절을 웅얼거려 보는 것이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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