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예의 질문형 문자가 왔다. `에멜무지로`가 뭐야? 나로선 처음 보는 말이다. 스페인어 쯤 되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순우리말이다. `단단하게 묶지 아니한 모양`이나 `결과를 바라지 아니하고, 헛일하는 셈 치고 시험 삼아 하는 모양`을 일컫는단다. `거리가 가까우니 그냥 에멜무지로 안고 가라`라거나 `에멜무지로 한 일이 그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라는 쓰임새로 활용할 수 있다.
검색해서 알게 된 모범 답을 전송한다. 이어지는 언니 말로는 우리가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쓰던 말 중에 `이말무지로`가 있었단다. `이말무지로 논두렁에 심은 팥이 실하게 영글었다`라거나 `이말무지로 산 닭인데 달걀을 많이 낳더라`는 식의 화법을 엄마가 즐겨 썼다나. 검색해보니 `이말무지로`는 `에멜무지로`의 방언이다. `에멜무지로`만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에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얻은 결론 하나. 보수적 언어 습관을 지닌 엄마 세대의 언어도 어김없이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 언어의 소멸과 생성 및 변화 속도는 생각이상으로 빠르다. `이말무지로`냐, `에멜무지로`냐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숱한 순우리말의 생명력 자체가 약해진다는 게 문제이다. 불과 이삼십 년 전만 해도 고이 쓰이던 낱말들이 너무 쉽게 사라지는 안타까움. 에멜무지로 쓰던 우리말이 다시 피는 꽃처럼 살아나기를 바라는 건 역시 무리일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