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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9-22 02:01 게재일 2014-09-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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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 소설가의 모 신문 오늘 자 칼럼 한 구절. 소설가는 문단 대선배 황석영 작가를 만나 하룻밤을 지냈다.

새벽녘 자리에서 일어서며 후배 작가 어깨를 툭 치며 건넨 대작가의 말은 이랬다. “작가로 살려면 어떻게든 써야만 해. 작가로 사는 시간이 흐르면 쓰는 것도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 같지만 전혀 아니야. 잔머리 굴려 봐도 소용없어. 다른 방법도 없고.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천하의 잘난 작가 누구라도 앉아서 엉덩이로 쓰는 거야.”

애오라지 작가로 살아온 이에게도 특별한 `쓰는 재주` 같은 건 없다. 천하의 작가도 앉아서 엉덩이로 쓴다. 모든 알려진 작가는 끈질기고 성실하다. 하기야 `끈질기고 성실하다`는 말은 잘 나가는 작가들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SNS나 블러그에 지속적으로 제 일상을 올리는 것도 재바르고 부지런해야 가능하다. 부담없는 일상적인 일도 제대로 꾸리지 못하면서 글쓰기라는 일생일대의 과업을 완수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건 착각일 뿐이다.

황석영 작가의 저 몇 마디 말에 글 쓰는 자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모두 들어 있다. 우리는 오해한다. 잘 쓰는 작가 대부분은 천부적 재능을 타고 났을 거라는 것과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글을 술술 생산해낼 것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다. 쓰는 데서는 이등 가라면 서러워할 작가에게도 잔머리는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시간이 지난다고 절로 글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글 쓰는 방법? 그런 건 없다. 그냥 쓰는 거다. 황석영 작가의 저 명쾌한 충고를 따르기만 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언제나 실천이 문제일 뿐. 작가의 말대로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또 위에서 아래로 내려 쓰고, 그 누구라도 앉아서 엉덩이로 쓴다.

우선 쓰려면 스스로를 유폐시켜야 하고, 그 갇힘 안에서 제 부지런함을 채찍질해야 한다. 고독의 성안에 갇힌 공주, 지옥의 감옥에 갇힌 죄수 그것부터 되지 못한 중생 하나, 새벽마다 의자에 앉긴 잘한다. 다만 늘어나는 엉덩이 치수에만 설워하니 글은 언제 될꼬.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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