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의 인간 심리를 드러내는 작가는 흔하다. 하지만 스스로를 솔직하게 도마 위에 올리는 작가는 드물다. 인간의 솔직함이란 얼마나 이기적이던가. 타인을 객관화시켜 솔직하기란 쉽지만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밝히기란 얼마나 어렵던가. 더구나 그 솔직함이 자기경멸이나 비열함 같은 거라면 누군들 자신에 대해 쉽게 솔직할 수 있을까.
인간은 판단하기를 좋아하고 위선 떨기를 밥 먹듯 한다. `인간 자격이 없는 어린아이` 자아를 지녔다고 고백하는 주인공 요조. 그는 인간에 대한 끔찍한 공포를 일찍이 경험했다. 사소한 예를 들면 정당 연설회에 참석한 이웃들은 돌아오는 길에 모두 그 연설이 형편없었다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하지만 연사로 참석했던 아버지가 `연설이 어땠냐`고 객실에 사람들을 초대해 물었을 때 하나 같이 `오늘 밤 연설회는 대성공이었다고`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어린 요조는 그 모습을 보고 서로 속이면서도 전혀 상처 입지 않고, 어쩌면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산뜻하고 명랑한 불신이 인간 존재에 서려있음을 알게 된다. 신용이라는 껍질을 닫고 있는 인간. 이런 것에 대한 공포가 요조로 하여금 인간실격으로 떨어지게 했을 수도 있다.
정직한 패배자, 솔직한 고백자로서 요조는 자신 또한 얼마나 나약하며, 얼마나 타인만큼 위선 덩어리인지를 낱낱이 고백한다. 요조에게 인간은 난해한 그 무엇이다. 그런 인간을 이해하는 소설 마지막 한 구절은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