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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일 뿐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8-26 02:01 게재일 2014-08-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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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체리가 드문드문 시장에 나오던 초창기에는 그것이 맛나다는 것조차 즐길 겨를이 없었다. 비싼 수입 과일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맛있다는 진심의 욕망을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흔히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라고 포기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과일 가게에 가면 산더미처럼 쌓인 체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비싸기는 하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대중적 과일이 되어 있었다.

남유럽 여행에서 충격 먹은 것 중의 하나. 달리는 차창 밖으로 아름드리 체리나무 행렬이 이어졌다. 내게 로망이기만 했던 과일이 이토록 흔한 것이었다니! 제 철이라 그런지 값도 무척 쌌다. 체리 한 번 다시 실컷 먹어보기 위해 다시 여행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반면에 나는 토마토는 거의 좋아하지 않는다. 단맛에 길들여진데다 미감마저 약해 내 입맛에는 토마토가 영 밍밍하고 싱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찰토마토니 대추방울토마토니 등 온갖 세련된 맛의 품종이 쏟아져 나와도 내게 토마토는 다 같은 토마토일 뿐이다. 나를 뺀 나머지 식구들은 토마토를 좋아한다. 몸에 좋다니 자주 사서 갈아먹고 볶아먹고 하면 될 것을 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토마토에는 손길이 가질 않게 된다. 토마토나 식구들 입장에서는 토마토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해주지 않는 내가 야속할 수도 있겠다.

체리든 토마토든 과일 자체의 본질이나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 체리는 체리 그대로, 토마토는 토마토 그대로 존재한다. 체리를 선호하거나 토마토를 우선하는 것은 선택자의 마음일 뿐이다. 내가 특정 과일을 선호한다고 해서 다른 과일의 본질이나 가치가 뒤로 밀리는 건 아니다. 그건 취향의 문제이지 당위의 문제가 아니다. 체리는 체리대로 토마토는 토마토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품은 향기가 다를 뿐이지 그 향 자체가 옳고 그름을 말하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품은 향기와 맛은 다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본질과 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다. 개성이라 불리는 그것들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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