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인간이란 굴레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8-29 02:01 게재일 2014-08-29 19면
스크랩버튼
작가 곁에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항상 많았지만 그들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이런 말로 대변되는 작가적 투망에 잡힐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머싯 몸의 저 말을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근원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러 좋아하려고 노력할 필요까지는 없다, 라고. 서머싯 몸은 인간 내장에 돋은, 까칠한 돌기까지도 잡아낼 정도로 통찰 깊은 작가이다. 인간 관찰에 대한 그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나쁜 짓하다 들킨 아이처럼 뜨끔해지곤 한다.

그가 작가로서 우뚝한 순간은 음악으로 치자면 감성 발린 발라드를 부를 때가 아니라 격정적인 몸짓까지 노래하는 락 음악을 보여줄 때이다.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올라버린 `인간의 굴레에서`에서를 살핀다. 인간을 노래하는 그의 발성법은 뼛구멍에 난 터럭까지 감지하고 표현하는 것을 택한다. 인간의 불가피한 이기심을 변론하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 “타인에게 이기적이 아니기를 요구하는데 그건 당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더러 자신의 욕망을 희생하라고 하는 모순된 주장이다.”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으려면 내 욕망과 같은 타자의 욕망을 인정하라는 것, 그것이 곧 자비라는 것, 저마다 추구하는 삶은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의 쾌락`이라는 것. 맨 살에 바른 파스가 뼛속을 관통할 때의 시원한 쾌감 같은 이 기분. 다만 그 통찰이 시원함 자체에만 머물지 않고, 마디마디 서늘한 후통증을 동반한다는 것. 매운 맛을 두려워하면서도 매운 떡볶이를 찾는 소비자처럼 그의 문장들에 중독된다.

인간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서머싯 몸은 친구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에두르지 않고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그가 미덥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 없이는 그토록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전우주적 이해의 접선을 시도하는 그의 말 안에서 우리는 따끔거리고, 찢어지며, 화끈거린다. 경멸하고 경원시하면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의 고통, 그것에 대해 그보다 더 잘 말하는 작가도 없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