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작가로서 우뚝한 순간은 음악으로 치자면 감성 발린 발라드를 부를 때가 아니라 격정적인 몸짓까지 노래하는 락 음악을 보여줄 때이다.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올라버린 `인간의 굴레에서`에서를 살핀다. 인간을 노래하는 그의 발성법은 뼛구멍에 난 터럭까지 감지하고 표현하는 것을 택한다. 인간의 불가피한 이기심을 변론하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 “타인에게 이기적이 아니기를 요구하는데 그건 당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더러 자신의 욕망을 희생하라고 하는 모순된 주장이다.”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으려면 내 욕망과 같은 타자의 욕망을 인정하라는 것, 그것이 곧 자비라는 것, 저마다 추구하는 삶은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의 쾌락`이라는 것. 맨 살에 바른 파스가 뼛속을 관통할 때의 시원한 쾌감 같은 이 기분. 다만 그 통찰이 시원함 자체에만 머물지 않고, 마디마디 서늘한 후통증을 동반한다는 것. 매운 맛을 두려워하면서도 매운 떡볶이를 찾는 소비자처럼 그의 문장들에 중독된다.
인간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서머싯 몸은 친구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에두르지 않고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그가 미덥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 없이는 그토록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전우주적 이해의 접선을 시도하는 그의 말 안에서 우리는 따끔거리고, 찢어지며, 화끈거린다. 경멸하고 경원시하면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의 고통, 그것에 대해 그보다 더 잘 말하는 작가도 없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