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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동해안 유배자들이 남긴 문학·생활 풍경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첫 유배지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서 ‘기성잡시’와 ‘장기농가’를 저술했다. 이를 통해 그는 당시 농민의 생활과 고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현재 이 지역은 정약용 등 조선시대 유배 실학자들의 청렴과 학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매년 수천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또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면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매력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제4회 포항 장기유배문화제’를 4월 12일, 19∼20일 3일간 포항시 장기면 일대에서 개최한다. 이번 문화제의 주제는 ‘동쪽 끝에서 새 길을 잇다’로, 포항,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지역의 유배자들이 남긴 문학 자료를 통해 동해안의 풍경과 생활상을 조명한다. 특히 조선시대 가장 많은 유배자들이 거쳐 간 포항 장기의 장소성을 살려 고난을 넘어 학문의 고귀한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유배문화길 투어, 토크콘서트, 선비육례, 백일장, 사생대회, 유배문화촌 탈출게임, 전통체험 등이 있으며, 다양한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장기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문화제의 시작은 ‘유배문화길 투어’로, 과거 한반도 최대 규모의 활엽수 숲으로 기록된 장기숲의 흔적과 우암 송시열을 기린 죽림서원 터, 장기 뇌록, 모포줄, 일출암 등 장기가 가진 보물들을 발굴하는 2시간 이내의 트레킹 코스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이 투어를 통해 참가자들은 장기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다. 12일 장기읍성에서는 유배자들이 편지를 통해 가족들과 소식을 전한 의미를 담은 주제로 백일장이 열리고,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장기읍성을 배경으로 사생대회가 진행된다. 또한, 장기유배문화체험촌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들과 함께하는 탈출 게임이 진행된다. 이는 유배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도 역사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현장형 장소 탈출 게임으로, 포항시 문화관광해설사가 직접 진행해 내용이 풍부하다. 19일 개막식은 오전 10시 45분 식전행사로 장기풍물단과 함께하는 유배 행렬을 재현하고, 유배문화체험촌 내 우암 적거지에서 축제의 문을 연다. 체험촌 내에는 장기부녀회가 운영하는 ‘장기주막’에서 장기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과 딸기주스 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이어 오후 2시에는 ‘맑은 시대에 자유로운 백성’이라는 타이틀로 ‘유배문화 토크 콘서트’가 진행된다. 장기를 중심으로 울진, 영덕 지역의 유배자들이 남긴 문학을 통해 동해안 풍경과 생활상을 주목하며, 각 지역의 전문가들과 남양주시에서도 참여해 정약용의 문학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체험촌 마당과 정약용 적거지에는 장기만이 지닌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는 한지 뜨기, 고서 만들기, 뇌록(단청) 그리기, 한복 체험 등이 포함돼 있으며, 미술심리 상담사가 진행하는 ‘촌병혹치 치유 차(茶) 방’도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포항에서 나는 풀을 활용해 나만의 차를 블렌딩하는 시간으로, 포항 풀 차 ‘위티(We:T)’ 팝업스토어도 함께 열려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장기향교 및 장기읍성에서는 유배문화가 남긴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선비육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장기 향교에서는 예법을 배우고, 전통 악기 감상, 이하우 교수와 함께하는 천문도 이야기, 그리고 윷놀이를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읍성 북문에서는 마술과 말 체험, 무술과 활 쏘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이번 축제는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장기면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욱 뜻깊게 진행된다. 장기풍물단은 개막 공연을 맡고, 자율방범대와 의용소방대는 주차와 안전을 담당하며, 부녀회는 전통 먹거리를 선보인다. 또한, 장기충효관, 장기향교, 장기읍성 등 지역 명소가 총동원돼 유배 문화를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장기유배문화제는 유배지에서 고난을 극복하며 학문과 정신을 이어간 선비들의 삶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축제”라며 “지역 정신문화의 중심이자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장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배문화길 투어, 백일장, 사생대회, 탈출게임은 사전 신청 후 참가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4

풍부한 색채와 공간감의 세계

아일랜드 출신인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 션 스컬리(80)의 개인전이 국내 국공립 미술관 중 처음으로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션 스컬리는 선과 블록 모티프를 중심으로 추상을 탐구해온 작가로서, 그의 작품에는 수평, 수직 등 벽돌 같은 모양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기하학적인 패턴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대구미술관은 오는 8월 17일까지 어미홀 및 1전시실에서 ‘션 스컬리: 수평과 수직’이라는 제목의 션 스컬리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된다. 194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션 스컬리는 지난 수십 년간 현대 추상회화를 은유와 영성, 휴머니즘으로 이끄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동시대 대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회화, 사진,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그는 특히 풍부한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에 기반한 독자적인 화풍으로 유명하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여러 겹으로 덧칠하여 얻는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색채감과 강한 공간감은 그의 회화를 대표하는 특징이다. 작가는 1989년과 1993년 두 차례 터너상 후보에 올랐다. 현재 그의 작품은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고, 광범위하게 전시를 하고 있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대표작과 신작을 아우르는 회화, 드로잉, 조각 등 70여 점을 전시해 그의 예술적 여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빛의 벽’, ‘랜드라인’ 연작을 비롯해 작가 활동 초기인 1960년대의 구상작품, 정밀한 선들이 교차하는 구성의 1970년대 구조적인 격자(Supergrid) 회화, 캔버스 패널 안에 또 다른 패널을 배치하는 인셋(inset) 기법을 활용한 1980년대의 대형 회화, 그 밖에 수채화, 연필 드로잉, 디지털 프린트 등 작가의 작품 세계에 다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특히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를 위해 제작한 4m 높이의 기념비적인 대형 철 조각 ‘대구 스택(Daegu Stack)’과 작가 특유의 풍부한 색채로 도색한 알루미늄 프레임을 층층이 쌓아 올린 ‘38’을 미술관 야외 공간과 어미홀에 각각 설치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션 스컬리의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현대 추상회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거장 션 스컬리의 풍부한 색채, 구조, 그리고 시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작품 세계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3

가족 위한 사랑과 희생… ‘엄마의 고물상’에 담아

사람들이 쓰다 버린 온갖 물건들이 모이는 고물상 흙바닥에서 다섯 아이는 맨발로 뛰어다니며 자란다. 엄마는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방을 내어주고, 손수레와 엿판도 마련해 주었다. 그들은 아침마다 밤새 만든 엿을 손수레에 가득 싣고 가위를 흔들며 길을 나선다. “고물 삽니다! 맛있는 엿으로 바꿔 줍니다!” 소란스럽고 어수선해도 따뜻한 정이 흘러넘치는 그곳은 엄마의 고물상이다. 도서출판 비엠케이에서 출간된 그림책 ‘엄마의 고물상’은 다섯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물상을 열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현지영 작가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그림책이다.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의 ‘으뜸책’으로 선정됐으며, 202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위탁도서로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지영 작가는 다섯 남매 중 넷째로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오랫동안 품어온 그림책 작가의 꿈을 이뤘다. 특히 올해 아흔넷을 맞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게 됐다. ‘엄마의 고물상’은 고물상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족의 사랑과 희생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엄마가 다섯 아이를 키우기 위해 연 고물상은 단순한 폐기물의 집합소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이터였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다. 어머니는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눴다. 그림책 ‘엄마의 고물상’은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희망을 전달하며,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의 힘을 일깨운다. 현지영 작가는 “엄마의 희생과 사랑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라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가치와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3

매화향 그윽한 초봄, 수묵화 여행 떠나볼까

‘탈사군자적 대나무’ ‘목가·전원풍’ ‘맑음-淸’ ‘고절한심(苦節寒心)’ 등 해마다 동양화의 변주(變奏)를 거듭해온 석경 이원동이 올해는 ‘수묵화 잔치’로 관객들을 맞는다. ‘19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으로 유명한 석경 이원동의 33번째 개인전이다. 이 전시회는 25일(화)부터 3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 제11전시실에서 열린다. 올해로 서화 입문 52년째인 이원동의 ‘수묵화 잔치’에는 전시장 정면 벽을 메운 폭 10m, 높이 2.4m의 고매도(古梅圖)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등장한다. 작년에 짙은 홍염(紅艶)의 매화가 여심을 흔들었다면, 올해는 400인치 묵직한 백매(白梅)가 남성들의 춘심을 저격한다. 대작과 더불어 130호 크기의 난초, 대나무, 국화, 노송이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가 하면, 1호 크기 작품 330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비구상의 대형 묵화가 다수 출품되어 작가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 감상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칼을 차고 총을 든 사람과 꿇어앉은 사람 모두가 고개를 꺾고 놀라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옆에는 군중 속에 둘러싸인 개인의 고독을 표현했는가 하면, 줄타기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전에 비해 확연히 정형(定型)에서 벗어난 화풍은 그가 구상에서 탈피해 추상의 영역으로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더욱 깊어진 화의(畫意)는 혼미한 현재의 정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1호 크기의 사군자에는 눈 덮인 산을 뒤로 하고 핀 매화, 둥근 달을 배경으로 삼엄한 설죽(雪竹), 깊은 계곡 낭떠러지에 핀 난초 등을 표현하여, 작지만 깊은 울림으로 대작에 못지않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1호 작품의 대량 출품, 전시는 이번 전시회의 테마이자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석경은 300점이 넘는 작품은 “매일매일 작품에 정진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라며 “부처님 손바닥에 삼라만상이 담기듯 17cm 수묵화 속에도 화두와 사유(思惟)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석경 이원동은 그동안 수묵 사군자뿐만 아니라 석채(石彩)로 그린 포도나 비파, 금니(金泥)를 입힌 불화, 화강석으로 쪼아낸 불상, 도자기 판에 양각으로 새긴 선승 등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석경 이원동 전시회에 앞서 석경은 “이번 전시에서는 장자 소요유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처럼 ‘아무것도 없는 경지의 무위자연’을 노래하고 싶었다.”면서 “탑과 매화 그림의 화제 ‘잔잔하게 바람 부는 날 달빛 좋은 밤…다만 응답이 없어 돌아섭니다’는 그런 담담함의 세계에 중점을 두고 붓을 잡았다.”고 말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3-23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술총감독에 엠마뉘엘 드 레코테 선임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프랑스의 세계적인 사진 전문가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국제적인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희철)은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으로 엠마뉘엘 드 레코테(57·사진)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레코데 예술총감독은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와 파리사진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매년 11월 파리에서 열리는 대규모 사진 축제인‘포토 데이즈(PhotoDays)’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으로서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생명의 울림(The Pulse of Life)’을 주제로 9월 18일부터 11월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 총감독 선임 이후 전시 주제 ‘The Pulse of Life(생명의 울림)’를 설정하고 명망 있는 국내외 큐레이터로 기획팀을 구성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코데 예술총감독은 “동시대 사회적인 이슈와 현대사진의 주요 경향을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고 나아가 AI시대를 맞아 사진매체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진예술의 정체성과 역할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주제는 ‘공생세(Symbiocene·호주의 환경철학자 글렌 앨브렉트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를 넘어, 모든 생명체가 상호 협력하고 공생하는 새로운 지질 시대를 의미)’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모든 생명체 간의 상호 연결성을 성찰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주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포토북전시, 국제사진심포지엄, 포트폴리오 리뷰 등의 부대 행사를 예술총감독의 총괄하에 구성했다. 2006년 10월에 시작해 국내 유일 및 아시아 최대의 사진축제인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평가결과 최고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관장은 “대구사진비엔날레가 10회를 맞아 세계적인 행사로 도약하기 위해 유럽 사진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엠마뉘엘을 예술총감독으로 초빙했다”며 “이번 행사는 매우 기념비적이며, 총감독과 큐레이터 등 모두가 최선을 다해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1

문무학 시인 ‘예술로 노는 시니어’출간

문무학 시인 대구예총 회장을 역임한 문무학 시인이 ‘예술로 노는 시니어’(뜻밖에)를 펴냈다. 이미 어르신 세대가 된 문 시인이 자신의 시니어 일기이자 문화, 예술 섭렵 기록을 담담한 일상 언어로 엮어냈다. 5명 중 1명이 시니어가 된 사회에서, 시니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는 날이 많아져도, 사는 일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다고들 한다. 문무학 시인은 고민 끝에 예술에서 그 답을 찾고자 결심하고 직접 실천에 나섰다. 작가는 이미 매주 한권씩 쉰 두권의 책을 읽고 쓴 서평을 모아 ‘책으로 노는 시니어’를 세상에 내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책으로 노는 시니어’의 범주를 확장해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예술로 노는 한 시니어의 실천기 성격을 띠고 있다. 작가는 한 해 동안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었다. 한 달 4주를 첫째 주는 영화나 연극, 둘째 주는 공연, 셋째 주는 책, 넷째 주는 전시를 보고 매주 한 편씩 그 관람기를 남겨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예술로 노는 시니어’는 단순히 한 시니어의 일 년 기록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수백 년을 살아남은 책이,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생활과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열이 이 한권의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좋으면 좋은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솔직하게 감상기를 펼쳐 나갔다. 단순 예술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일화와 자료, 해석 등을 추가해 독자들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예술소비에 앞서 미리 참고하면 좋을 것, 찾아보면 좋을 것들을 짚어준다. 저자는 매주 한 장르의 예술을 소비하는 일을 통해 삶에 활기가 돌고 생각이 많아진 것에 더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처럼 문화생활을 향유하며 지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는 삶,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삶,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삶을 시니어들도 찾아보자고 권하고 있는 듯하다. /한상갑기자

2025-03-20

암각화 2-고래의 항변: 황폐해져가는 우리 영혼과 정신을 깨우다

“대관절 사무친 원한을/땅속에 묻고 살았더냐//단칼에 참수형을/당하고도//줄/줄/이/끌려온//영어(囹圄)의/저 몸.”- 손수여 시 ‘무시래기’ 전문 손수여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지금도 시위 중이다’(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68편의 시가 4부로 나눠 구성된 시집이다. 손수여 시인은 시집 앞머리 ‘시인의 말’에서 ‘결이 곱고 쉬운 시, 나만의 색깔로 그려볼 수 없을까. 홀아비바람꽃이 불러 모은 천상의 화원처럼 얼마나 더 간절해야 향기 글꽃 나도 피울 수 있을까’라고 쓰고 있다. 표제가 ‘지금도 시위 중이다’인 이 시에서, 시인은 삭막해지는 환경 재해 속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암각화의 고래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통해, 황폐해져 가는 우리의 영혼과 정신세계를 지키고자 시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시 ‘암각화 2-고래의 항변’의 마지막 구절인 ‘경계를 내려놓고 허구 세월을/ 반구대에서 지금도 시위 중이다’는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손 시인의 시 세계는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데 있어 과거와 현재, 개인과 역사, 현실과 초월적 사유를 넘나드는 깊은 통찰과 사색에 기반하고 있다. 일상과 역사적 경험을 소재로 해, 단순한 단어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한국적 정서와 삶의 근원을 탐구하려는 태도가 특징이다. 시 ‘노루 한 마리가’는 아련한 회억이 묻힌 경주 계림과 천년 왕조의 숨결이 일렁이는 반월성을 배경으로 하며, 석굴암과 토함산의 전설을 통해 서라벌의 불국토적 풍경을 묘사한다. 시인은 과거의 흔적을 따라가며 사라진 존재들을 떠올리며, 자연 속에서 시인의 부재를 느끼고 슬픈 노루가 바람의 시를 듣는 장면을 그려낸다. 손수여 시인 ‘홀아비바람꽃’에서는 눈 덮인 땅에서도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사랑하는 이가 없는 봄의 허무함을 표현하며,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연결됨을 보여준다. 시인은 오랜 시간 숙성된 시를 창작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그리움과 상실,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시로 풀어내고 있다. 김철교 문학평론가는 “손수여 시인의 시 세계는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데 있어서 과거와 현재, 일상과 영성의 경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적 감정 발산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과 역사,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며 인간 내면의 진정성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라고 평했다. 손수여 시인은 한국시학, 시세계를 통해 시로, 월간 문학을 통해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제4회 도동시비문학상, 제34회 P.E.N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성스러운 해탈’, ‘숨결, 그 자취를 찾아서’ 등 총 8권을 출간했으며, 평론으로는 ‘매헌 윤봉길의 문학사적 위상 조명’ 외 다수를 집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0

AI 시대, 지속가능한 기업 성공 방법 제시

포스코에서 20년 넘게 기술혁신 컨설팅을 담당해온 장광일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가 신간 ‘AI 시대, 그래도 사람이 최고다’(퍼플)를 펴냈다.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루는 방법이 제시된 이 책에는 ‘포스코 현장 혁신 스토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장 교수는 동국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ISO 14001 및 ISO 9001 심사원보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서 6시그마·통계·TPM 자주보전 등 다양한 혁신 기법을 기업 현장에 적용해 왔다. 그는 경북매일신문에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한 칼럼과 20년간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매년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기술 발전 속에서도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운이 아닌 철저한 준비와 전략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장 교수는 1990년 포스코 제강부에 입사해, 15년 후인 2005년에 혁신지원그룹에 소속됐다. 이 시기에 그는 포스코만의 맞춤형 혁신 활동인 QSS(Quick Six Sigma)를 처음 도입하고 전파하며 회사의 변화를 주도했다. 그는 작은 정리와 개선부터 시작해 현장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쌓아왔다. 장 교수는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문제를 느끼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의 흐름에서 도태된다”면서 변화의 패턴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직장 내 즐거움과 몰입할 수 있는 일터의 중요성을 들어 “기업은 개인의 성장을 돕고, 개인은 기업의 성과를 높인다”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한다.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에서는 혁신과 지속 성장, 안전과 친환경 경영, 현장 개선과 동반성장, 조직 문화와 소통 리더십, 효율성과 낭비 없는 운영, 직장 생활과 개인 성장, 리더십과 협상 전략, 미래를 위한 기술과 방법론 등을 다룬다. 장 교수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작은 변화가 큰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검증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조직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제시한다. 장 교수는 “미래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 실질적인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20

안동시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경북 안동시를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지난 2012년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합의에 따라 2014년부터 매년 각 나라의 독창적인 지역문화를 보유한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다양한 문화교류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안동시는 ‘평안이 머무는 곳 마음이 쉬어가는 안동’이라는 표어(슬로건) 아래 인문정신문화 등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2026년 한 해 동안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문화도시와 함께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교류하면서 아시아를 잇는 문화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개·폐막 문화행사와 함께 동아시아 인문가치 포럼, 동아시아 탈 전시와 체험, 한·중·일 청소년 기후위기대응 인문·예술캠프, 동아시아 전통·현대 음악 교류 축제, 동아시아 종이·문자 비엔날레 등 다양한 문화교류·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지역의 문화사업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문화교류 기반(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중일 3국은 올해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제16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통해 3국의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공식적으로 선포할 계획이다. 문체부 김현준 국제문화정책관은 “경북 안동시는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다양한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지역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이야기와 문화예술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이다.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간 다양한 문화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이해도를 높이고, 각 지역이 문화교류의 거점이 되어 국제교류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8

‘옻 회화’ 세계 개척 채림 작가 초대展

프랑스 조형예술저작권협회 회원이자 독창적 옻칠 세계를 개척한 채림 작가의 개인전 ‘자연의 노래’가 오는 31일까지 경주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노래’를 주제로 한 옻칠 회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채림 작가는 옻칠의 순수 회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옻칠 풍경화’와 옻칠과 오브제를 결합한 ‘조형적인 회화’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회에서는 두 작업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채림 작가는 전통 옻칠인 나전칠기와 같은 전통 공예의 조형미에 착목해 나무에 40여 회의 지난한 수공적 반복 과정을 거쳐 색채와 광택, 질감을 건져 올린다. 옻칠의 농도와 채도에 따라 화면은 천변만화의 표정을 드러낸다. 액체가 번져 흐르듯 유동적인 구성과 바람이 불듯이 속도감 넘치는 붓 터치, 청정한 수면처럼 매끈한 질감, 저 먼 기억 속의 희미한 풍경처럼 몽롱한 파스텔 톤, 안개가 낀 듯 경계가 모호한 스푸마토(Sfumato)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채림 작가의 ‘옻 회화’는 20세기 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화의 마티에르(mati00E8re) 효과를 연상시킨다. 나무에 여러 번 반복한 옻칠에서 생산된 모호한 윤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이고 자극적인 회화성을 지니고 있다. 녹색이나 짙은 푸른색, 붉은색, 검정색을 타고 상승하는 듯한 곡선들은 흡사 초서체로 휘갈겨 쓴 서예의 상승기류를 보는 듯하다. 채림의 작품에는 짙은 녹음의 숲과 조용한 연못이 있고, 어스름한 저녁 풍경이 등장한다.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민 야생화들도 볼 수 있다. 들꽃과의 눈인사, 입맞춤에 이어 숲과의 속살거림이 화면을 채운다. 작가는 붓과 물감 대신에 옻칠과 자개, 순은을 사용해 이색적인 풍경화를 만들어 낸다. 평소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작가는 모네의 불후의 명작 ‘수련’의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지베르니 정원을 방문하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꽃과 열매를 비롯해 호젓한 숲속의 분위기를 차분히 실어내고 있다. 자연을 주제로 한 서양의 회화가 ‘대상지시적’이거나 ‘자아투사적’이라면, 그의 작품은 ‘자연의 관조’에서 오는 ‘맑은 기운’을 오롯이 살려냈다는 점에서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화면 곳곳에 덩굴인지 나뭇잎인지, 또는 나뭇가지인지 뚜렷하지 않은 선들이 서로 교차하고 엉키고 겹치며 미끄러지는 등 여러 표정을 짓는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해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급기야 거대한 흐름으로 바뀐다. 이용우 미술이론가(상하이대학 교수)는 “채림의 ‘옻 그림’은 전통의 뿌리를 튼튼하게 가진, 그러면서 더욱 새롭고 다양한 진화과정에 있다. 그의 예술은 세련된 옻을 다루는 기술, 그리고 보석디자인 기술의 완성도가 뒷받침하는 공예적 전통과 그것을 다시 현대미술과 만나게 하는 적응력이 매우 주목을 끈다”면서 “현대미술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개념과 물질, 비물질, 행위, 아방가르드의 전복적 가치들이 연대하여 만들어낸 자극적인 퓨전 요리라면 채림의 예술은 옻칠이 빚어낸 감칠맛 나는 시적, 감성적 풍경화”라고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8

파격 메타오페라 ‘Amopera’ 한국 초연

혁신적인 실험 오페라 장르인 메타 오페라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선보인다. 메타오페라(Metaopera)는 기존의 오페라 형식을 넘어, 여러 오페라 작품들의 요소를 결합하고 재창조해 새로운 형태로 선보이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공연 예술이다. 이는 전통적인 오페라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오페라적 요소를 혼합해 혁신적인 무대를 제공한다. 현대음악의 빈 필하모닉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클랑포룸 빈(Klangforum Wien)과 벨기에의 국제적 예술단체 니드컴퍼니(needcompany)의 협업작인 메타 오페라 ‘Amopera(아모오페라)’가 오는 22일 오후 5시와 23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작품의 시각적 요소와 실험적인 음악적 접근을 통해 관객들에게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대한민국에서 초연으로 선보이는 ‘Amopera(아모오페라)’는 지난 100여 년에 걸쳐 오페라 역사에서 나온 단편 16개 작품을 모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특히, 아리아나 모노드라마의 구절, 악기 소리와 인간 목소리의 실험적인 조합으로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함으로써 소리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적, 텍스트적, 시각적, 연주적 요소가 혼합돼 생겨나는 연관성과 의미를 새롭게 각색한다. 공연 무대는 니드컴퍼니의 그레이스 창이 인도네시아의 전통 그림자극 와양 쿨릿(Wayang Kulit)에서 영감을 받아 어둠 속 밤의 유령 같은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작품인 ‘MALAM / NIGHT(밤)’을 재구상해 디자인했다. 클랑포럼 빈과 니드컴퍼니가 2022년 11월 오스트리아 티롤의 페스티슬라이스하우 엘렌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지난 100년간의 오페라 역사에 기반해 90편 이상의 오페라 펀드를 통해 관객들을 사랑의 여정으로 안내한다.‘Amopera(아모오페라)’는 관계, 대비, 절망, 황홀경 등을 통해 사랑의 빛나는 동시에 금지된 영역을 형성하며, 이를‘디스토피아적 발라드’(Dystopian Ballad·부정적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사회 부조리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서사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한 노래)로 명명했다. 이 작품은 기존 오페라 애호가뿐만 아니라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도 큰 흥미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홍콩, 대구, 도쿄 아시아 투어로 진행되며 한국에서는 초연이다. ‘Amopera(아모오페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Amor opera(사랑 오페라)’로 해석돼‘사랑’에 대한 내용을 암시하지만,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보다는 질투와 배신, 광기와 같은 사랑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둘째, ‘I am opera(나는 오페라)’라는 의미로, 무대 위의 가수, 연주자, 무용수 등 모두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들이 곧 오페라로 인식되는 확장된 의미를 담는다. 이번 대구 공연에는 얀 라우워스 예술감독과 팀 앤더슨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사라 마리아 선과 바리톤 홀거 팔크, 니드컴퍼니의 그레이스 창, 마틴 세헤르스, 폴 블랙맨, 그리고 10개국 출신의 25명으로 구성된 앙상블 클랑포룸 빈이 함께한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서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현대오페라와 메타오페라의 진수를 경험할 소중한 기회”라며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새로운 오페라 창작에 힘쓰고 있으며, ‘Amopera’는 오페라 장르의 확장과 혁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8

안동시, 문체부 선정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경북 안동시를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제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2012년) 합의에 따라 2014년부터 매년 각 나라의 독창적인 지역문화를 보유한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다양한 문화교류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안동시는 ‘평안이 머무는 곳 마음이 쉬어가는 안동’이라는 표어(슬로건) 아래 인문정신문화 등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2026년 한 해 동안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문화도시와 함께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교류하면서 아시아를 잇는 문화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개·폐막 문화행사와 함께 동아시아 인문가치 포럼, 동아시아 탈 전시와 체험, 한·중·일 청소년 기후위기대응 인문·예술캠프, 동아시아 전통·현대 음악 교류 축제, 동아시아 종이·문자 비엔날레 등 다양한 문화교류·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지역의 문화사업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문화교류 기반(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중·일 3국은 올해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제16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통해 3국의 ‘2026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공식적으로 선포할 계획이다. 문체부 김현준 국제문화정책관은 “경북 안동시는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다양한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지역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이야기와 문화예술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이다.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간 다양한 문화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이해도를 높이고, 각 지역이 문화교류의 거점이 되어 국제교류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8

대구미술관, ‘션 스컬리: 수평과 수직’ 개최

전시포스터./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미술관은 2025년 국제전 ‘션 스컬리: 수평과 수직’을 3월 18일부터 8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 추상회화의 거장 션 스컬리(Sean Scully, 1945~ , 아일랜드/미국)의 한국 국공립미술관 최초 개인전으로,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작품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된다.194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션 스컬리는 지난 수십 년간 현대 추상회화를 은유와 영성, 휴머니즘으로 이끄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한 동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회화, 사진, 조각,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작가는 특히 풍부한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에 기반한 독자적인 화풍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여러 겹으로 덧칠함으로써 얻어지는 풍부하면서도 미묘한 색채감과 강한 공간감은 그의 회화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꼽힌다.작가는 1989년과 1993년 두 차례 터너상 후보에 올랐다. 현재 그의 작품은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으며, 동시대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다.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대표작과 신작을 아우르는 회화, 드로잉, 조각 등 70여 점을 전시해 그의 예술적 여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작가를 대표하는 ‘빛의 벽 Wall of Light’, ‘랜드라인 Landline’ 연작을 비롯하여 작가 활동 초기인 1960년대의 구상작품, 정밀한 선들이 교차하는 구성의 1970년대 구조적인 격자(Supergrid) 회화, 캔버스 패널 안에 또 다른 패널을 배치하는 인셋(inset) 기법을 활용한 1980년대의 대형 회화, 그 밖에 수채화, 연필 드로잉, 디지털 프린트 등 작가의 작품세계에 다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특히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를 위해 제작한 4m 높이의 기념비적인 대형 철 조각 ‘대구 스택(Daegu Stack)’과 작가 특유의 풍부한 색채로 도색한 알루미늄 프레임을 층층이 쌓아 올린 ‘38’을 미술관 야외 공간과 어미홀에 각각 설치해 처음으로 선보인다.대구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션 스컬리의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라며 “현대 추상회화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거장 션 스컬리의 풍부한 색채, 구조, 그리고 시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작품 세계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3-18

문화캘린더(3월 17∼23일)

포항 클래식 채움아트커뮤니케이션 ‘꿈 채움’- 예술꿈나무 장학기금 마련 연주회 (3월 29일)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입장료: 전석 1만원│문의: 010-9042-5774 전시 꿈틀로 작가전 ‘아홉번째 봄’ (3월 6일~3월 31일) SPACE 298│입장료ㅣ무료│문의: 054-289-7872 안동 전시 배리어프리 초대기획전 ‘안아줄게요’ (2월 14일~3월 22일)안동문화예술의전당 상설갤러리│입장료: 무료│문의: 054-840-3600 공간활성화지원사업 ‘솔묵회 한국화전-안동팔경전을 그리다’ (3월 19일~3월 29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34갤러리│입장료: 무료│문의: 054-840-3600 구미 클래식 2025 신춘음악회 KBS대구 포시즌 특집 ‘봄’ - 2025 구미 아시아 육상경기 선수권 대회 성공개최 기원 (3월 22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초등학생(만7세) 이상 입장가능 │무료 공연(온라인 예매 시 수수료 2000원 발생)│예매문의: 054-480-4567, 공연문의 054-480-4565 대구 클래식 금난새의 11시 데이트(3월) (3월 18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입장료: 전석 1만원│문의: 053-430-7667~8 신창용 피아노 리사이틀 (3월 20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입장료: 전석 2만원│문의: 053-430-7700 합창 대구시립합창단 제174회 정기연주회 ‘칸타타, 호모 심비우스’ (3월 20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입장료: 1만원~1만6천원│문의: 053-430-7743 오페라 대구오페라하우스 2025년 첫 시즌 공연 메타오페라 ‘Amopera(아모오페라)’ (3월 22, 23일) 대구오페라하우스│입장료: VIP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문의: 1661-5946 *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취소, 연기,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입장료는 정가 기준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할인 금액 등은 주최측에서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정은 객원기자

2025-03-17

1960~70년대 문인들의 삶과 문학세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 온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84) 영남대 명예교수가 포항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포항 문학전문 서점 책방 수북(포항 북구 장량로 174번길 6-15·대표 김강)은 오는 27일 오후 5시 문인 초청 강연회 ‘작가와 함께 수북수북’ 행사의 스물네 번째 순서로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문학과 삶에 관해 평론가와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작가와 함께 수북수북’ 행사는 2022년 12월부터 매달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의 작가를 초청해 작가와 문학 그리고 사회에 대한 담론을 북토크와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소설가 정지아, 백가흠, 천운영, 방현석, 박지음, 장정희, 안보윤, 시인 문태준, 임재정, 이산하, 고명재, 김해자, 김민정, 박연준, 번역가 김석희, 서평가 김미옥 등 문단에서 쟁쟁한 작가들이 다녀갔다. 이번에 만날 염무웅 평론가는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으로 데뷔한 뒤 창작과비평 대표,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하며 2021년 제2회 이육사 상을 비롯해 2018년 은관문화훈장, 2011년 대산문학상, 2005년 현대불교 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문학계의 거장이다. 작년 12월에는 비평 활동 60년을 기념하는 평론집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창비)을 펴냈다. 9년 만에 상재한 이 평론집에는 1960~7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인들의 궤적을 함께 따라오며 곁에서 지켜본 그들의 삶과 문학 세계와 함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 등을 역임하며 품어온 사유들을 명징하게 기술하고 있다. 염무웅 평론가 김강 책방수북 대표는 “이번 ‘작가와 함께 수북수북’은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우리 문학 비평의 살아있는 역사인 염무웅 평론가가 비평 활동 60년을 기념해 출간한 새 평론집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라며 “그가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평론집은 단순히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경의를 넘어서,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치열한 탐구, 그리고 애정 어린 경륜이 담긴 책이다. 이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염무웅 평론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락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을 주제로 염무웅 평론가는 우리 문학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을 현장에서 경험한 일과 출판계와 문단의 생생한 일화를 관객들에게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방 수북 카카오톡 채널과 도서출판 득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 접수 후 참여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7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인구문제 인식개선 릴레이 캠페인’ 동참 다음 주자로 경북연구원 지명

(재)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은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주관하는 ‘인구문제 인식개선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번 캠페인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되는 전국적인 캠페인으로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경상북도개발공사의 지목을 받아 동참했으며 다음 주자로 경북연구원을 지명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올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온종일 돌봄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과 일과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 정착을 위한‘일·생활균형지원센터’의 개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통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고, 경력 보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경북도의‘저출생 부담 타파 4대 문화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는 문화 조성, 육아에 친화적인 직장 환경 구축, 일·생활 균형 실천 확산 등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역민들이 인구문제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도록 힘쓰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돌봄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하여 인구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7

‘2025 꿈의 무용단’ 공모 선정 포항문화재단 5년간 4억 확보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꿈의 무용단 운영 사업’ 공모에 선정돼 5년간 총 4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꿈의 무용단은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아동·청소년들이 춤을 매개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성을 함양하도록 돕는 문화예술 교육 사업이다. 포항문화재단은 이번 선정을 통해 지역 아동·청소년들에게 수준 높은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운영 13년 차를 맞이하며 지역 사회에 큰 감동을 선사해 온 꿈의 오케스트라에 이어 꿈의 무용단을 새롭게 출범시키며, 꿈의 예술단 내 오케스트라와 무용단 두 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북 최초의 기관으로서 문화예술 교육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는 포항 지역 문화예술 교육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성한 꿈의 무용단 포항 무용감독 이번 꿈의 무용단 포항은 학업과 경쟁에 지친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도록 돕는 교육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자아 존중, 자기 이해, 소통,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목표로 청소년의 능동적 성장과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지원한다. 김성한 무용감독은 프랑스 니스 대학원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무용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02년부터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를 통해 다수의 공연을 제작해왔다. 다년간 꿈의 댄스팀, 꿈의 무용단 총괄 책임자를 역임하며 청소년 예술 교육에 헌신해 온 김성한 감독은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번 꿈의 무용단 포항을 이끌 예정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꿈의 무용단 선정은 포항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숨겨진 예술적 잠재력을 발굴하고, 그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한 미래를 지원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이상 지속될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포항문화재단은 앞으로 ‘꿈의 무용단’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한 다채로운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계한 다양한 공연 및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6

‘격변의시대’ 변화와 갈등을 담아내다

이강소, 박현기, 최욱경, 변종곤 등 오늘날 실험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대구미술 1980-1989: 형상의 소환’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오는 6월 22일까지 2, 3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80년대 대구미술의 다양한 활동과 작품을 통해 당시의 문화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80년대 한국 사회는 정치적 격변기를 겪으며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이로 인해 다양한 갈등과 변화가 나타났다. 대구 미술계는 회화 분야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으며, 은유, 비유, 상징, 표현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예술과 삶이 소통하는 새로운 조형 의식과 소통 방식이 형성됐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주제 발굴전인 대구포럼의 네 번째 전시로서, 1980년대의 사회적 전환기에 주목한다. 당시 대구 미술계가 펼친 다양한 활동을 당시 지역에서 제작되고 발표된 작품들과 함께 살펴보며, 형식주의와 개념미술이 주도하던 국내 화단에 ‘형상’을 통한 상징과 표현으로 영감과 활기를 불어넣었다. 당시 대구미술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시대의 변화와 갈등을 담아내는 중요한 매체로서 기능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80년대는 유신정권 종식 후 신군부가 등장했으나, 수많은 희생을 대가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 동시에 경제 성장과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사회 내부에는 다양한 갈등과 변화가 존재했다. 이번 전시는 ‘실험과 행위’, ‘비판과 은유’, ‘표현과 상징’의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실험과 행위’(3전시실)에서는 1970년대 집단운동의 열기가 가라앉은 이후, 1980년대에 실험미술의 정신과 태도가 성숙하고 개성적인 양식으로 발전해 나간 과정 속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강소와 박현기의 작업에서 시각과 지평의 확장을, 최욱경과 권영식의 작업과 황현욱의 전시 기획에서는 지역 미술계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비판과 은유’(2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초반 민중미술과 신구상미술 등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은유적 형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조명한다. 노원희, 박용진, 송광익, 양호규, 정하수 작가가 참여한 이 섹션은 현실 비판을 상징적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의식을 고찰한다. ‘표현과 상징’(2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대구미술의 창작 태도와 조형 방법에서의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김광배, 김창영, 노태웅, 박일용, 변종곤, 이국봉, 정병국, 정일, 홍창룡은 기성세대와 달리 시각적인 사실성을 추구하면서도 주제 의식의 측면에서 뚜렷하게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성향을 드러냈다. 이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눈앞 삶의 현장에서 인간과 실존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는 회화, 판화, 영상 등 70여 점의 작품과 함께 관련 아카이브, 1980년대 주요 역사 및 대구 미술계 연표를 소개한다. 전시에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한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1980년대 대구 미술계의 흐름을 조명하며, 당시 작품들이 전국적 상황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지역 미술의 자산과 자생력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6

“시와 밥 사이를 헤매며 혹독한 지금을 뚫고 나가는 희망의 불사조”

신경용사진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피어난 불꽃’(북랜드)이 출간됐다. 신 시인은 계간 ‘문장’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자신만의 개성적인 감각과 체험의 깊이가 담긴 내용과 직선적이고 단순한 형식을 추구하며 고유한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금화복지재단 이사장인 신 시인은 지난해 5월 수필가로 먼저 문단에 등단해 수필집 ‘금화의 노래’를 펴낸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신 시인의 유년 시절의 슬픈 이야기와 사모곡, 성공과 좌절 속에서도 교육사업을 일으킨 노정, 비슬산을 둘러싼 수필가, 시인으로서의 따스한 시선에 대한 인간적 정서가 아름다운 시어에 녹아 있다. 특히 감성적 서정시의 빼어난 형상화는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시인의 시는 설움과 고통과 외로움이 흥건하지만, 오뚝이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는 힘이 있다. 모호하지 않고 단순하며 직유적임에도 오히려 이런 점이 주제를 명료하게 해 공감이 더 깊고 울림이 크다. 직선적인 시적 기술로 농밀한 시어를 통해 타인과의 공감을 끌어내는 강한 힘이 신경용 시의 장점이다. 김동원 문학평론가는 신 시인의 시를 “국밥처럼 뜨거운 김이 오르는”, “외로운 울음소리가 들리는”, “찬 겨울 골목을 서성이는 붉은 노을의 시”라고 평가했다. 또한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자의 설움이자, 생의 쓸쓸함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고독한 시”라며, “꿈과 욕망이 뒤엉켜 현실로 드러나는” 신 시인의 시는 “시와 밥 사이를 헤매며 혹독한 지금을 뚫고 나가는 희망의 불사조”라고 말했다. 신 시인은 시집의 표제작인 ‘침몰하지 않는 배’에서 “나는 침몰하지 않는 배/실패의 능선을 넘어 검은 구름을 지나/폭우가 쏟아져도 뚫고 나가리/군데군데 피 맺힌 상처들 만나도/꺼꾸러지지 않으리/슬픔과 고통을 모두 안고 생을 건너리”라며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표현했다. 신 시인의 시는 오랜 체험과 농밀한 시어로 생활과 정서를 잘 버무려 타인과의 공감을 목적으로 하며, 좋은 시는 리듬이 중요하듯 그의 변주는 음악적이다. 최근 그의 시작(詩作)의 경향은 익숙함에서 새로운 비밀을 찾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단순하고 심플한 구도에서 시의 요체가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인은 드라마틱한 시인의 인생 역전을 노래한 61편의 시편을 1부 ‘늘푸른실버타운’, 2부 ‘어릴 적 나는’, 3부 ‘비슬산 참꽃’, 4부 ‘가을 당신’, 5부 ‘지혜의 문’등 총 5부에 나눠 생생하게 실었다. /윤희정기자

2025-03-13

어느날 이름이 도망쳤다… 존재권을 상실한 인간

이정희 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현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아베 코보(1924∼1993)의 출세작 ‘벽’(이정희 번역, 마르코폴로)이 새롭게 복간됐다.‘벽’은 25년 전 소량 번역 출판돼 희귀본이 된 1951년 제2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품집이다. 지난 2000년 한국어판으로 처음 나왔으나 오랫동안 절판 상태였다가 이번에 재발간이 결정됐다. 출판에 앞서 알라딘이 북펀딩을 시작해 단 며칠 만에 목표액을 달성한 것을 봐도 국내 아베 코보 팬들이 복간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알 수 있다. 역자인 이정희 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이번 복간에서 수록 작품 중 화자의 말투를 오리지널 원서에 가깝게 경어체로 환원시키는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S. 카르마씨의 범죄’의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자기 이름이 도망친 것을 알게 된다. 이 순간부터 그는 관습으로 포장된 현실 세계에서 존재권을 상실한다. 존재권을 상실한 인간, 그것은 현실 세계에선 범죄자가 아니면 미치광이 외에는 없다. 주인공은 당연히 읽는 독자들의 시선에 따라 세상으로부터 그 존재를 모두 강탈하려고 하는 흉악 범죄자나 미치광이로 비치게 된다. 존재권을 상실해 어디에도 귀속되지 못한 주인공의 눈에는 현실 세계가 더없이 기상천외하고 부조리한 덩어리로 비친다. 자신과 타인이 서로 각각 또 하나의 자신 혹은 타인으로 변신하는 주인공은 현실 세계 속에서 살고 있으되 자신의 명함이나 번호로 존재하고 사랑하는 소녀는 마네킹 인형으로 변신한다. 이것은 카프카 이상으로 카프카적인 그로테스크한 세계다. 이 때문에 아베 코보는 ‘일본의 카프카’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베 코보는 카프카의 아류가 아니다. 아베 코보의 독창성을 알기 위해선, 독자는 꼭 카프카와 아베 코보를 비교해 본질적인 차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카프카에 비해 아베 코보의 작품이 훨씬 가볍고 밝은 인상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베 코보의 가벼움 내지 밝음은 그의 주인공이 현실 세계의 존재권을 상실해도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으며, 주인공은 상실에 대해 그 어떤 향수도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연한 계기로 저마다 벽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은 인간의 생활과 우주의 법칙이 교차되는 장소이지만 어느 순간 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베 코보가 ‘마법의 분필’로 벽을 그리면 벽은 존재한다. 작품집 ‘벽’에는 ‘S. 카르마씨의 범죄’, ‘붉은 누에고치’, ‘홍수’, ‘마법의 분필’, ‘바벨탑의 너구리’, ‘사업’ 등 모두 6편의 중단편이 수록돼 있으며, 책의 말미에 역자 이정희 교수의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 아베 코보의 문학 세계’가 실려 있어 독자의 소설 읽기를 돕는다. 역자인 이정희 교수는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아베 코보 연구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 최초 아베 코보 연구자다. 아베 코보의 장편소설 ‘타인의 얼굴’을 번역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3

경북여성정책개발원, '2025 경상북도 양성평등정책 지원사업' 실시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제공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이 양성평등 문화 확산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2025 경상북도 양성평등 정책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경북도 내 양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고 도농 간 인식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경북 한 바퀴 찾아가는 양성평등교육’△‘풀뿌리단체 양성평등 활동 지원 사업’ ‘농촌 특화 다양성 존중 교육’ 등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경북 한 바퀴 찾아가는 양성평등교육’은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 방식을 탈피해 생애 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도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아동을 주요 대상으로 선정해 조기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양성평등 의식을 아동기부터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풀뿌리단체 양성평등 활동 지원 사업’은 지속 가능한 양성평등 사회 구축을 목표로, 지역 내 풀뿌리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경북도의 ‘저출생과의 전쟁 시즌 2’에 발맞춰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성과가 우수한 단체를 선정해 시상함으로써 동기 부여를 강화할 예정이다. ‘농촌특화 다양성 존중 교육’은 경북 농촌지역 내 양성평등문화 확산과 인식 개선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이장, 청년 농부 등 농업 관련 직업군을 대상으로 양성평등인식 개선 교육, 다문화 이해 교육, 세대통합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신청 접수는 14일부터 시작되며, 세부 사항은 경북여성정책개발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의식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농어촌지역에서의 양성평등문화 확산이 더욱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함께 체계적인 교육,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3

또 하나의 해학… ‘안동 하회탈 판화전’

안동 하회탈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 웃음 뒤에는 깊은 슬픔과 한이 서려 있다. 하회별신굿에서는 이 탈을 쓰고 양반들의 위선과 부패를 비판하고, 서민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이처럼 탈은 단순히 표정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그 안에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내재돼 있다. 이러한 한국적인 해학은 익살스러움을 통해 사회 모순을 지적하며, 우리 민족 고유의 감정과 문화를 나타낸다. 안동 하회세계탈박물관(관장 김동표)이 10일부터 26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일곱 번째 안동 하회탈 판화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안동시의 사립 박물관 운영 지원 사업으로 진행되는 전시다. 김상구, 다미아노 박, 민경아, 이언정, 정승원, 홍승혜 등 작가 6명이 칼로 목판에 하회탈을 새긴 한국 풍경을 해학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35점을 내걸었다. 목판화 기법, 실크스크린 기법 등을 활용한 색다른 하회탈 작품들이다. 서울·경기, 광주, 프랑스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은 안동 하회마을을 직접 찾아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관람하면서 각자의 시각으로 하회탈을 해석했다고 한다. 하회탈의 아름다움과 특별한 조형미를 작가의 눈으로 재창조해 또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했다는 평가다. 판화 전문 작가 김상구 작가는 1960년대 판화에 입문해 50여 년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회탈과 한국 전통 건축물 단면을 간결하고 탄력적으로 구성해 조형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번 전시에서도 한옥과 탑, 하회탈 특징을 압축한 목판화를 선보인다.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한 하회세계탈박물관은 1995년에 개관한 한국 최초의 탈 전문 박물관이다. 하회마을에서 전승되는 하회별신굿탈놀이 탈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여러 가지 탈들을 수집, 전시하고 있다. 상설전시실 5개 관과 특별전시실 1개 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시실 내에는 탈 써보기, 탈 트릭아트, 탈 캐릭터 본뜨기, 포토존, 탈 도장 모으기 등 무료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어, 박물관을 좀 더 즐겁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1

포항문화원 상반기 문화학교 개강 “시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이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25년 상반기 문화학교 강좌를 개강했다. 이번 문화학교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15개 강좌가 운영되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포항문화원 문화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학교의 지역문화학교로, 매년 상·하반기로 개최되고 있다. 문화원 측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올해로 33년째 다채로운 사회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호평받고 있다. 이번 상반기 강좌에는 한문서예, 한글서예, 판소리와 남도민요, 논어, 한문으로 배우는 포항문화, 명심보감 등 전통문화 강좌를 비롯해, 미술, 캘리그라피, 스마트폰 활용, 노래교실, 하모니카, 숲 이야기 등 현대적인 예술 강좌도 포함된다. 또한, 건강과 여가를 위한 요가테스, 라인댄스 등의 강좌도 개설돼 시민들이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를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문화학교를 통해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가까이하고, 배움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강생 최현석(71·포항시 북구 용흥동)씨는 “이번 문화학교 강좌를 통해 제가 몰랐던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포항문화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강좌는 3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되며, 수강 신청은 포항문화원 홈페이지 및 방문 접수를 통해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1

‘작지만 가까운 별들: 별밤’ 포항시민합창단 공개방송

노래를 사랑하는 포항시민들로 이뤄진 순수 아마추어 혼성합창단인 포항시민합창단(단장 박규환·지휘 김상권)이 오는 15일 오후 5시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작지만 가까운 별들 별밤 공개방송’이라는 제목으로 제3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40여 년간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아 온 MBC 문화방송의 라디오 심야 음악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공개방송 형식을 차용해 기획됐다. 이를 통해 출연자와 단원 간의 거리를 없애고, 관객과 단원들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양식의 공연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포항시민합창단은 그간 첫 번째 정기공연 ‘가족이라는 이름, 첫 번째 가족사진’, 두 번째 정기공연 ‘인생’ 등 두 번의 정기연주회를 기획해 발표했다. 가족과 사람, 사랑, 그리움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따뜻하고 유쾌한 공연을 해왔다. 이번 세 번째 공연 역시 청춘과 그리움, 삶과 사랑 등 우리 주변의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노래극 형식의 공연으로 담을 예정이다. 노래와 소통이 어우러진 라디오 공개방송 ‘별이 빛나는 밤에’의 작은 미니 콘서트 형식을 차용해 DJ 역할인 ‘별밤 지기’로는 포항시립연극단원 하지희 배우가, PD에는 김민철 배우가 출연한다. 박규환 포항시민합창단장 공연에서는 참여한 단원들과 공연 당일 관객들이 직접 보내온 사연들을 소개하며, 잔나비(최정훈)의 ‘작전명 청춘’을 시작으로 조용필, 이문세, 김광석, 송창식, 이상우 등 당대를 풍미했던 가수들과 요즘 세대들이 사랑하는 다비치, 하림의 노래 ‘사랑이여’, ‘단발머리’, ‘그녀를 만나기 100m 전’ 등을 연주곡으로 선정해 무대를 구성했다. 또한, 당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연과 연극이라는 형식에 담아내어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알찬 연주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규환 포항시민합창단장은 “7080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레트로 감성을 즐기는 MZ 세대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다”며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포항시민합창단은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합창단으로서 2017년 창단 이후 정기 공연을 비롯한 크고 작은 공연에서 아마추어 합창단 이상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으며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1

쇼팽의 ‘에튀드’ (기술과 예술을 동시에 다루는 피아노 필수곡)

박정은 객원기자 쇼팽의 ‘에튀드’는 피아노 전공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곡이다. 예술학교와 대학 입시곡, 콩쿠르 지정곡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피아노 전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에튀드’는 프랑스어로 ‘연습곡’이라는 뜻으로,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실력에 대한 변별력이 확실하여 각종 실기시험에서 활용된다. 17세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에튀드는 초기에는 단순히 악기의 기교 숙달을 위한 목적이었지만, 쇼팽의 ‘에튀드’는 연습곡이면서도 표현력을 키워주는 예술성을 겸비했다. 이로 인해 ‘에튀드’는 독립적인 연주곡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연주회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없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이후 등장한 ‘에튀드’들도 쇼팽의 영향을 받아 연습용보다는 연주용으로 작곡되어 섬세한 분위기나 감정의 표현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쇼팽의 ‘에튀드’는 총 27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Op(작품번호).10의 12곡과 Op.25의 12곡, 그리고 3개의 작은 에튀드들로 총 세 묶음으로 나뉜다. Op.10의 곡들은 1829년부터 1832까지 작곡이 되었고, 1833년 출판되었으며, 당시 친한 친구였던 프란츠 리스트에게 헌정되었다. Op.25의 연습곡들은 1832부터 1836까지 작곡되어 1837년에 출판되었고, 리스트의 애인인 마리 다구에게 헌정되었다. 3개의 작은 에튀드는 1839년에 작곡되어 1840년과 1841년에 출판되었으며, Opus 번호 없이 비교적 연주빈도가 낮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쇼팽의 에튀드는 평론가나 음악가들이 만든 부제가 널리 쓰이는데, 이 부제들은 쇼팽의 작곡 의도와 무관하다. 그러므로 연주자는 부제 대신 작품 번호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부제의 시도가 완전히 의미 없다고는 볼 수 없다. Opus.10의 12번째 곡에 붙여진 ‘Revolutionary’(혁명)라는 부제는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됐는데, 당시 평론가들이 작곡된 시기에 폴란드 혁명의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짐작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처럼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부제들에는 Opus.10의 8번 곡 ‘햇빛’, Opus.25의 9번 곡 ‘나비’, Opus.25의 11번 곡 ‘겨울바람’, Opus.25의 12번째 곡 ‘대양’ 등이 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부제들도 있다. Opus.10의 첫 번째 곡 ‘승리’, Opus.10의 4번째 곡의 ‘추격’이 그러하다. 이렇게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별칭은 놀랍게도 2004년 한 네티즌이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작 본인은 개인적으로 업로드한 부제들이 통용되는 줄을 2010년대까지 모르다가 뒤늦게 알게되어서 놀랐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해외에서는 이러한 별칭들을 들어본 적도, 이해할 수도 없다. 한국에서만 이 별칭들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작품번호나 조성으로 곡을 칭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비전공자들에게는 통용되는 부제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쇼팽 ‘에튀드’는 비전공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소위 말하는 ‘흑건’, ‘승리’, ‘혁명’은 어느정도 실력이 되는 비전공자들에게도 자주 연주되는 곡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쇼팽 ‘에튀드’의 입문곡을 궁금해한다. 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이 난이도를 매기긴 했지만, 통상적으로는 Opus.10의 3번과 9번이 느린 템포이기에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 헨레(독일의 원전악보 출판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쇼팽 ‘에튀드’ 책을 찾아 들어가보면 헨레에서 자체적으로 붙인 난이도표를 볼 수 있다. 곡의 난이도는 연주자들 손의 신체적 특징이나 실력 등의 이유로 다 다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자료들이 에튀드를 연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Op.10-5, 이른바 ‘흑건’과 Op.25-12, ‘대양’을 추천하고 싶다. 두 곡 모두 기술적인 도전 요소가 있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표현력과 감정이 담겨 있어 연주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준다. 피아노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쇼팽의 ‘에튀드’를 연주해보는 것은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적 여유와 역량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025-03-10

대구, 한·중·일 ‘클래식 음악’으로 물들다

대구콘서트하우스(DCH)가 직접 초청한 일본의 ‘더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공연과 중국의 ‘상하이 콰르텟’ 공연이 오는 15일과 16일 오후 5시에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이는 대구콘서트하우스 상반기 최대 축제인 ‘DCH 앙상블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DCH 앙상블 페스티벌’의 부제인 ‘Dear. Amadeus(디어 아마데우스·친애하는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 따라 더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서곡을, ‘상하이 콰르텟’은 ‘현악 사중주 19번 C장조, K.465’를 연주한다.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앙상블은 일본 최초의 클래식 콘서트 전용 공연장인 오사카 심포니 홀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2022년 창단된 금관 앙상블이다.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음악의 힘을 재발견하자!’,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만들자!’라는 뜻을 모아 결성한 단체다. 오사카 심포니 홀의 극장장이자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지휘자 히로요시 키’는 공연마다 애니메이션, 뮤지컬, 영화음악, 클래식 등 다양한 테마를 선정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로부터 ‘놀랍도록 격렬하고 빛나는 공연’이라는 평가를 받은 상하이 콰르텟은 1983년 상하이 음악원에서 결성돼 41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앙상블로, 우아하면서도 인상적인 테크닉을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웨이강 리와 비올리스트 홍강 리가 중심으로 창립됐으며, ARD 국제 음악콩쿠르 입장자와 예후디 메뉴힌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를 비롯한 실력파 현악 연주자 네명으로 구성돼 전 세계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더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공연에서는 희극, 오페라의 서곡뿐만 아니라 영화음악 모음곡과 한국·일본의 민요를 편곡한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1부를 슈트라우스 2세의 희극 ‘박쥐’의 서곡으로 문을 연 뒤, ‘모차르트 음악 세계의 총집합체’라고 불리는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와 ‘극장 지배인’의 서곡을 통해 그의 교향곡이나 협주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이어 고창수가 한국·일본 민요를 편곡한 ‘아리랑과 고추잠자리’와 일본 작곡가 코야마의 ‘관현악을 위한 대만가(大挽歌)’가 연주될 예정이다. 인터미션 후에는 다나카의 ‘We are!’, 미우라 편곡 ‘데몬 슬레이어(DEMON SLAYER)’ 메들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모음곡을 통해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했던 청중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상하이 콰르텟은 극적인 대비를 통해 심리적 변화를 강조한 베토벤의 ‘현악 4중주 6번 B♭장조 Op.18’로 1부를 시작한다. 이후 ‘DCH 앙상블 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선보이는 모차르트의 ‘현악 사중주 19번 C장조, K.465’를 연주한다. 이 곡은 ‘불협화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모차르트가 하이든에게 헌정한 이후 하이든의 작곡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연주에서는 특히 서정적이고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2악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1부의 마지막은 중국 민속 음악 모음곡으로 장식된다. 2부에서는 감정을 더욱 직접적으로 표출하며 인간 존재의 불안과 운명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은 낭만주의적 걸작으로 평가받는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14번 d단조, D.810 죽음의 소녀’를 연주할 예정이다. 각 단체는 이번 ‘DCH 앙상블 페스티벌’ 축제에서 일본과 중국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각국 예술가의 성장과 문화예술 발전 및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국제적 면모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공연을 펼치는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앙상블과 상하이 콰르텟은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직접 초청한 실내악 단체로 이번 축제 공연 이후에도 동아시아 3개국의 클래식 예술 발전을 위해 대구콘서트하우스와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한국, 중국, 일본과 직접 교류하며 최고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일본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에 방문해 공연을 선보이는 등 지속적인 교류로 대구가 세계적 클래식 음악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0

예술인들 지방 소멸위기 극복 맞손… ‘공익을 위한 나눔展’

65세 이상 어르신 비율이 50%에 달하는 경북 의성군은 전국에서 지방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술인들과 대구백화점이 의성군의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아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백화점이 운영하는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의성 신평중학교 총동창회와 함께 의성군의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예술인들의 첫 번째 공익 후원 행사를 기획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 프로젝트; 공익을 위한 예술 나눔’ 전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대백프라자점 10층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의성 신평중학교 총동창회(회장 권혁대)가 주최하고 (주)대구백화점이 주관, 경북도·의성군·대구미술협회·경북미술협회·갤러리 희가 후원한다. 의성군의 인구 감소와 지역 쇠퇴 문제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귀농·생활 인구 확대 및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했다. 전시에서는 고은희, 권우석, 김광한, 김명숙, 김성호, 김재성, 박동조, 박두봉, 박소정, 박영교, 박인주, 서규식, 송선일, 신민주, 안정희, 오승아, 오은희, 옥지난, 이은주, 이태경, 이현주, 장개원, 장민숙, 장예주, 정민재, 조정이 등 26명의 작가가 10~30호 크기의 풍경, 정물, 추상과 도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130점을 전시한다. 행사 기간 중 ‘100만 원 특가전’도 함께 열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 신평중 총동창회는 작품 판매를 통해 후원금을 마련해 의성군 ‘고향올래(GO鄕 ALL來)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대구에서 시작해 3월 19일~4월 6일 안동 갤러리 희, 4월 12~27일 의성 청학정보화마을센터 등 순회 전시를 이어간다. 권혁대 신평중학교 총동창회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방 도시의 위기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론화하고자 한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지방 도시를 재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기획 전시는 지방 소멸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예술인들의 첫 번째 공익 후원 행사”라며 “작가들의 따뜻한 마음과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염원이 담긴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전시를 주최하는 신평중학교(의성 신평면 왜가리길 1448) 동창회는 1974년 개교 이후 2007년 폐교까지 58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의 동창회로, 고향 사랑과 지역 발전을 위한 자율적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전시 개막일인 11일 오후 5시 30분부터 갤러리에서는 ‘애플 재즈밴드’의 축하 공연이 열린다. /윤희정기자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