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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생은 다큐멘터리, 그 속에 첫사랑의 달콤함을”…

수필가 김남희가 신작 수필집 ‘사랑도 말을 알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학이사)를 펴냈다. 2019년 ‘한국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내놓은 첫 수필집 ‘푸른 별 지구’에 이어, 한층 깊고 성숙해진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한 기록이다. 유아교육기관에서 20여 년간 아이들과 호흡해 온 작가는 어른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찰나의 장면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길어 올리는 데 탁월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체득한 그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에 다정한 언어의 옷을 입힌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을 통해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고 담담히 고백한다. 극적인 반전이나 화려한 연출이 없는 삶일지라도, 그 지루할 수 있는 나날 속에 ‘첫사랑 같은 달콤함’이 스며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에게 행복이란 거창한 미래의 성취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감각과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을 기다리는 순수한 믿음에 맞닿아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독자를 삶의 깊숙한 곳으로 안내한다. 1부 ‘일상의 온도’: 하루의 틈새에서 건져 올린 생활의 풍경을 담았다. 순대를 좋아하는 소박한 취향부터 갓 구운 빵의 온기까지, 작가의 취향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자신의 기억 또한 조용히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2부 ‘내 안의 별’: 자기 성찰과 내면의 속삭임에 집중한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포착한 섬세한 감정들이 문장마다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3부 ‘자연의 위로’: 여행지에서 만난 자연이 건네는 치유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풍경이 어떻게 개인의 내면을 어루만지는지를 보여준다. 4부 ‘길 위의 사색’: 떠남과 머묾의 의미를 사유하며 삶의 본질을 묻는다. 김남희 작가는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계명대학교 유아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오랜 시간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으로 재직하며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를 지켜왔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으로 근무하며 한국수필가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등에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08

“세계 무대에 한국적 성악 알리며 K-클래식 새 장 열 것”

“포항의 작은 무대에서 세계로 향하는 꿈을 키웠습니다. K-컬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성악가로 성장하겠습니다.” 포항예술고등학교 3학년 류병진 군(19)이 2025년 국내 최고 권위의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포항 지역 최초로 고등부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26년 입시에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에 합격해 화제다. 형 류병찬(21·서울대 음대 성악과 휴학)씨와 함께 두 형제는 오롯이 포항에서만 음악교육을 받아 성공한 사례라서 지역 예술 교육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으로 교육계와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류병진 군은 이화경향 음악콩쿠르에서 쟁쟁한 수도권 학생들을 제치고 포항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에는 108명이 지원한 서울대 성악과 정시 전형에서도 단 13명의 합격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실력을 입증했다. 홍태기 포항예술고 교장은 “지역 학생의 한계라는 편견을 깨뜨린 역사적 사건”이라며 “예술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도 체계적인 훈련과 열정만 있다면 전국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류병진 군의 성공은 포항예술고의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는 성악 전공자를 위해 개인 레슨, 해외 마스터클래스, 국제 교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홍태기 교장은 “이번 성과로 포항예술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예술 교육의 플랫폼으로서 더욱 발전해 나가고 학생들이 예술가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를 배우도록 교육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류병진 군의 성공 배경에는 이미숙 포항예술고 강사(56)의 헌신적인 지원도 빠트릴 수 없다. 이미숙 강사는 류 군의 발음·호흡법부터 감정 표현까지 세밀히 교정하며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예술가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류병진 군의 형 류병찬씨도 2023년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했다는 점이다. 두 형제가 지역 예술고 출신으로 서울대 성악과에 연이어 합격한 것은 유례가 없다. 이미숙 강사는 “병진이와 병찬이 모두 음악적 재능은 물론, 매일 4시간 이상의 자기 주도적 연습으로 자신을 단련해왔다”며 “포항에서도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류병진 군은 단순히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성악가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가를 지향한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와 사회적 갈등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처럼 인간의 내면을 울리는 작품으로 세상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학 졸업 후 독일 유학을 계획 중인 그는 “해외 무대에서 한국적 감성의 성악을 알리며 K-클래식의 새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시에 지역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재능 기부 공연도 이어갈 예정이다. 류병진 군은 “형은 현재 육군본부 군악대에서 복무 중이지만, 형과 함께 포항의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도전이 글로벌 무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한국 성악의 세계화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되겠다”고 말했다. 류병진 군은 “연습 중 자신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묵묵히 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온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하며 “포항에서도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어 더 많은 학생이 예술가의 길을 걷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8

“연극·뮤지컬 중심극장으로 도약”···국비 2억6000만원 원 유치

대구시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봉산문화회관(관장 전성찬)은 2026년 새해벽두부터 대규모 국비 유치 성과를 알리며, ‘연극·뮤지컬 중심극장, 스토리가 있는 전시장’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담은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공모전에서 3개 부문 동시 선정되며 이뤄진 것으로, 공공문예회관으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국비 2억6420만원 확보···지역 문화 허브로 발돋움 봉산문화회관은 ▲2026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사업(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기반 청년일자리지원사업(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3개 국가 공모에 잇따라 선정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예산 2억6420만 원은 지역 콘텐츠 제작 강화, 청년 예술인 지원, 공공 공연 유통 확대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특화 공연 개발에 방점을 둔 점이 눈길을 끈다. △화려한 공연 라인업과 가족 친화적 프로그램 봉산문화회관의 올해 기획공연은 어린이·가족 대상 콘텐츠, 지역 스토리 기반 창작극, 우수 레퍼토리 개발 등으로 균형 있게 구성됐으며, 회관의 상징성과 공공성 강화를 함께 실현하고 있다. 3월부터 이어지는 화려한 공연 라인업 본격적인 시즌의 포문은 3월 뮤지컬 갈라 콘서트 형식의 신춘콘서트 ‘RE:START’가 연다.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 민우혁과 유리아가 출연해 지역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뮤지컬 넘버와 OST 등으로 구성된 품격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팝스 밴드와의 협연을 통해 클래식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무대로, 새 봄을 맞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중구의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그림책 페스티벌, BOOK적BOOK적’이 개최된다. 세계적인 작가 백희나의 대표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가족뮤지컬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이 각각 5월 2일~3일, 9일~10일 가온홀 무대에 오른다. 어린이 대상 공연뿐 아니라, 그림책을 바탕으로 한 기획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회관 전체가 가족 친화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검증된 명작 공연과 창작극, 장르별 우수 레퍼토리 선보여 상반기 온가족이 함께하는 기획공연에 이어, 극장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공연도 잇달아 선보인다. 9월에는 ‘봉산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자체 제작하는 창작뮤지컬 ‘신들의 밤’이 초연된다. 대구 서문시장의 ‘금달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신화적 판타지 구조를 차용해 대구 중구 콘텐츠를 통해 대중성 및 사회적 메시지를 무대 위에 담아낸다. 음악, 안무, 무대미술까지 모두 새롭게 창작되는 이번 공연은 지역 스토리를 담아 ‘연극·뮤지컬 중심극장’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대표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우수공연시리즈’로 4월에 대학로 인기 레퍼토리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10월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국악 콘서트 ‘풍류일가’를 선보인다.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는 김호연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가족과 인생을 유쾌하게 풀어낸 휴먼 코미디 연극으로,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국악콘서트 ‘풍류일가’는 국악계 아이돌 김준수와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젊은 소리꾼들이 함께 전통, 창작 국악, 재즈 리듬이 어우러진 새로운 감각의 국악 콘서트로,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예술로 잇는 시대와 세대”··· 전시 프로젝트 눈길 전시 부문에서는 ‘스토리가 있는 전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대구 중구 출신의 천재 화가 이인성과 그의 스승 서동진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대구문화사 전’을 선보인다. 9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20세기 한국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지역 미술이 지닌 정체성과 예술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중요한 기획 전시가 될 것이다. 11월에는 문화예술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아트 도네이션 전’이 열린다. 작가는 작품을 기증하고, 기업은 작가 창작활동을 위한 기부를 추진하는 방식의 전시로, 예술과 나눔의 선순환을 실현하고 관람객에게는 예술을 통한 사회적 참여의 가능성을 환기시키는 의미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트스페이스 ‘유리상자’ 시리즈도 계속된다. 강민영(2~4월), 정정하(10~12월)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설치미술의 흐름과 실험성과 동시대적 감각을 담아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8

전시 리뷰▶▶▶포항 공예의 미래 가능성을 탐구하다···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매치-업: 연결되는 우리’ 전

“H빔 모둘러 벤치&커피 테이블, 알루미늄 금속 프린팅 스탠드. 스테인리스 스틸 면발광 LED 조명, 스틸 스탠드, 스테인리스 스틸 스피커, 강판 꽃병···.”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주최하는 예술인과 기술인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공예 창작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적 공예 전시 ‘매치-업: 연결되는 우리’(Match-up: We Connect)가 오는 2월 22일까지 포항시 북구 학산동 공예실험실 커넥트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포항이 보유한 금속 제작 문화와 현대 공예의 접점을 탐구하는 자리로, 환동해 공예산업 특화지역 조성사업의 하나인 ‘소도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산업 자재와 첨단 기술을 예술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공예 시리즈 23점의 작품을 통해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도 프로젝트’는 포항이 오랜 세월 축적한 철강 산업의 기술적 자산과 현대 공예의 창의성을 결합한 혁신적 시도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의 ‘소도(蘇塗)’에서 이름을 차용한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과 근원의 공생’을 목표로 한다. 과거 제의 공간이자 야장(冶匠)의 땅이었던 소도의 상징성을 이어받아 제철 산업의 역사 위에 예술의 터전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이번 전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7명, 금속 제작 마스터 6명, 융합기술 마스터 3명 등 총 16인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워크숍을 통해 각자의 전문성과 예술성을 교환하며,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실험적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워크숍 아카이브’는 제작 과정의 시행착오부터 기술적 도전까지 기록해 결과보다 ‘과정 자체의 가치’를 조명한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포항 철강 산업의 상징인 철판, 파이프, H빔 등을 소재로 삼아 일상 속 공예품으로 변모시켰다. 투박한 산업 자재가 예술적 기법을 만나 미학적 완성도를 갖췄다. 김권우 작가는 철판과 파이프로 만든 ‘스밈(Smim)’을 통해 차가운 금속의 물성을 따뜻한 빛으로 표현했다. 김영민 작가는 H빔과 원목을 결합한 모듈러 벤치와 커피 테이블을 선보이며 산업적 구조와 생활 공예의 조화를 탐구했다. 김은솔 작가는 금속으로 해초 형상을 구현한 스탠드 ‘씨위드 오디세이(Seaweed Odyssey)’를 통해 자연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박진희 작가의 물방울 모티프 금속 조명과 이시영의 감정 담긴 금속 조명 내장 공예품은 빛을 매개로 한 감성적 소통을 시도한다. 이진희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음향·빛 기술을 융합한 ‘빛의 공명, 은하수를 담은 스피커’로 소리의 파동을 시각화했다. 최근영 작가의 화병 ‘페르블룸’은 철제 구조물에 생명을 상징하는 꽃을 결합해 산업과 생태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기술 마스터들은 용접, 3D 모델링, 센서 제어 등 산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로 작품 구현을 지원했다. 이들의 참여는 공예가 단순한 핸드메이드를 넘어 ‘기술 기반 제작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또한 전시가 열리는 공예실험실 커넥트는 작가, 기술자, 시민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향후 남구 연일읍의 공예실험실 마스터스와 함께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의 거점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제작 과정의 실험과 협업 자체를 아카이브 형태로 재구성했다. 관람객은 워크숍 기록을 통해 기술과 예술이 충돌하고 융합되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이는 산업 도시의 기술적 자산이 어떻게 문화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기술적 기법에 예술적 감성을 더해 지역 공예 산업의 창조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청년 예술인의 활동 기반 확장과 기술-예술 융합 도시로서의 발전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7

EBS ‘세계의 명화’, 장국영·원영의 주연의 ‘금지옥엽’

EBS 1TV ‘세계의 명화’가 7일 토요일 밤 10시 45분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 진가신 감독의 ‘금지옥엽(金枝玉葉)’을 방영한다. 1994년 제작된 이 작품은 성별과 정체성을 가로지르는 발칙한 상상력과 세련된 연출로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는 홍콩 최고의 여가수 로즈(유가령 분)와 그녀를 키워낸 프로듀서 샘(장국영 분)을 우상으로 여기는 열성팬 임자영(원영의-袁詠儀 분)의 엉뚱한 도전에서 시작된다. 자영은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남성 신인가수 오디션에 남장을 하고 참가해 합격하게 된다. 샘은 미소년 같은 외모 속에 순수한 열정을 지닌 자영을 아끼며 음악적 교감을 나누지만, 자영이 남성인 줄 알면서도 싹트는 미묘한 감정에 당혹감을 느낀다. 여기에 샘의 연인 로즈까지 자영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며 세 사람의 관계는 복잡한 오해와 진실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이 영화는 단순한 소동극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는 상대의 성별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남장한 자영을 향해 샘이 느끼는 혼란은 사회가 규정한 성 역할의 틀을 깨고, 사랑의 본질은 결국 영혼의 이끌림에 있음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90년대 홍콩 사회의 고정관념을 경쾌하게 비판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적 고독과 외로움을 섬세하게 짚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장국영의 섬세한 멜로 연기와 원영의(袁詠儀)의 중성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은 이 영화의 독보적인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당대 홍콩 음악 산업의 활기찬 분위기와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져 시대를 초월한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재미를 보장한다. 거짓된 정체성 속에서 피어난 진짜 사랑의 향기를 담은 영화 ‘금지옥엽’은 토요일 밤, 안방극장을 따뜻한 감동과 설렘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07

포항시립교향악단이 펼치는 베토벤 명곡 향연

포항시립교향악단이 베토벤의 명곡으로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2일 오후 7시 30분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제220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을 주제로, 인간의 고뇌와 승리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거장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협연자로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이자 독보적인 솔리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로 입학한 그는 김남윤 교수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독일 뮌헨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등과 협연하며 국내외 무대를 누비는 그는 2007년 노부스 콰르텟을 결성해 ARD 국제콩쿠르 2위를 차지하며 세계 클래식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재영은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 김남윤 교수를 사사하며 졸업 후 독일로 유학 가 뮌헨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이번 공연에서 김재영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을 연주한다. 1806년 작곡된 이 곡은 3악장 구성, 장대한 팀파니 리듬, 후대에 추가된 카덴차 등이 특징으로,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조화를 이룬다. 2부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대명사라 불리는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이 연주된다. 이 곡은 단조로 시작해 장조로 마무리되는 독특한 구조로 점차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이 절망 속에서도 삶의 고통과 불확실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완성한, 불굴의 의지와 희망을 담고 있다. 곡은 네 개 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악장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음악적 특징을 통해 드라마틱한 전개가 펼쳐진다. 1악장은 무게감 있고 긴장감 넘치는 동기로 청중을 몰입시키는 반면, 2악장은 차분한 선율로 내면의 평화와 위안을 전한다. 특히 목관과 현악기의 서정적인 선율은 고요한 삶의 정취를 그려낸다. 이어지는 3악장은 빠른 템포와 경쾌한 리듬으로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4악장은 장대한 금관과 타악기의 폭발적인 음향으로 절정을 이루며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승리의 환희를 전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은 대중에게 ‘운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는 비공식적 별칭으로 출판 악보에도 표기돼 있지 않다. 차웅 포항시향 지휘자는 “베토벤은 청각 상실을 극복하고 불멸의 작품을 남겼다”며 “교향곡 5번은 그의 삶의 투쟁을 담은 걸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1악장의 강렬한 도입부는 운명의 도전을 상징하지만, 마지막 악장의 환희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노래한다”면서 “고통 속에서도 끝내 승리한다는 메시지가 청중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작곡가 이름을 그대로 주제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6

인간이 사라져 가는 전쟁 속에서 ‘최종 승자’는

기술은 언제나 전쟁의 양상을 바꿔 왔다. 화약은 중무장한 기사(騎士)를 고꾸라뜨렸고, 철도와 전신은 총력전을 가능하게 했으며, 원자폭탄은 전쟁의 대가를 인류가 감당 못 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은 이전의 기술들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이전의 기술들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했다면, AI는 인간의 역할 자체를 ‘대체’한다. 운명을 가르는 순간에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간이 사라져 가는 전쟁에서, 인류는 과연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신간 ‘인간 없는 전쟁’(북트리거)은 이 물음에 응답하려는 시도다. 저자인 최재운 광운대 경영학부 빅데이터경영 전공 교수는 기술과 전쟁이 얽혀 온 역사를 개괄하고,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최근의 전쟁터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톺아본다. 인간의 손아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기술이 야기할 윤리적 딜레마를 찬찬히 짚어 보고,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한다. ‘인간 없는 전쟁’은 인공지능(AI)이 현대 전쟁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초래하는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심층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AI는 이전 기술과 달리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며 전쟁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AI의 발전과 군사적 활용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AI 전쟁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이다. AI 오작동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해도 법적·윤리적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 원격 전쟁에 익숙해진 병사들은 ‘일상과 전투의 괴리’로 인해 오히려 심리적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된다. “AI는 생사 결정의 주체를 기계로 전환하며, 책임 소재마저 모호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섣부른 기술 낙관주의나 묵시록적인 비관주의, 양쪽 모두와 거리를 두고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재고하기를 요청한다. 2023년 하마스와 휴전 중인 이스라엘군은 AI 시스템 ‘라벤더’(패턴 분석), ‘가스펠’(목표 특정), ‘웨얼스 대디’(위치 추적)를 활용해 표적을 식별하고 폭격을 수행한다. 인간 장교는 AI가 생성한 살생부를 20초 만에 승인하는데, 이는 “남성 여부만 확인하고 공격 결정을 내리는 수준”이라고 책은 전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의 실험장이다. 양측은 유선 드론, 엣지 AI 기술 등으로 통신 차단 상황에서도 자율 작전을 펼치며, AI 참모가 전략·전술을 제안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AI 드론부대는 통신 두절 시 스스로 최적의 작전을 수립한다. LLM 기반 AI는 정세 분석과 여론 조작까지 담당하며, 딥페이크 영상 유포와 사이버 공격이 일상화됐다. 저자는 “SNS 피드와 알고리즘도 전쟁의 첨병으로 변모했다”며 “트로츠키의 경구처럼 이제 전쟁은 우리에게 직접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팔란티어, 구글 등)은 AI 기술을 군사 목적으로 확대하며,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지원 사례처럼 민간 기업이 전쟁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저자는 “국제적 협약은 무력화됐고, AI 군비경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안전한 AI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기술적 원칙을 제시한다. AI의 목표와 행동을 인간의 가치와 일치시키고, 의사 결정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끔 작동 프로세스를 투명화하고, AI를 즉각 중지할 수 있는 킬 스위치를 구비하고, 인간이 주도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명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 해결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시민이 기업의 AI 개발 목적과 정부 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며 “작은 질문과 행동이 변화를 만들 것”이라 강조한다. 저자는 “AI 시대의 전쟁은 화면 너머 인간의 고통을 망각하게 만든다”며 “생명을 다루는 결정에는 반드시 인간적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5

8개국 32명 스피노자 전문가의 기념비적 연구성과 담아

신간 ‘스피노자 편람 (‘The Bloomsbury Companion to Spinoza·그린비)은 빕 판 뷩어·헨리 크롭·피트 스테인바이커스·예룬 판 더 펜 등 8개국 32명 스피노자 전문가의 기념비적 연구성과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7)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입체적인 성과물이다. 기존의 편람류 도서가 스피노자 철학의 제 주제에 관한 논문을 묶어 출판했다면, ‘스피노자 편람’(그린비)은 스피노자의 생애(1부), 스피노자에게 영향을 준 이들이나 사조(2부), 그의 철학에 대한 초기 비평가들의 비평(3부), 스피노자 철학의 주요 용어 해설(4부), 그의 저작에 관한 소개(5부)와 스피노자 연구사(6부)를 다루는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1부 ‘생애’는 세금 장부, 파문 문서, 교회 기록 등 1·2차 사료를 통해 스피노자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복원했다. 유대인 공동체 추방 사건, 홀란트 정치가 암살 관련 기록 등이 포함돼 역사적 맥락을 제공한다. 2부 ‘영향’에서는 데카르트, 스토아 철학, 유대교 신비주의, 17세기 신탁마니즘 등 스피노자 사상의 원천과 주변 사상가들의 관계를 분석한다. 3부 ‘초기 비평가’는 스피노자에 대한 당시 적대적 비평을 모아 당대의 논쟁적 평가를 재조명한다. 4부 ‘용어 해설’은 112개의 핵심 개념(신, 실체, 양태 등)을 20여 명의 전문가가 해설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5부 ‘저작 개요’에서는 ‘에티카’를 비롯한 주요 저작뿐 아니라 ‘히브리어 문법 강요’처럼 덜 알려진 작품까지 소개하며, 각 저작의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6부 ‘연구사’는 19세기 이후 스피노자 연구의 흐름을 정리해 그의 사상이 현대에 미친 영향을 입증한다. 스피노자는 토마스 홉스, 르네 데카르트, 존 로크,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와 함께 근대 철학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질적 일원론(신과 세계가 동일하다는 주장)과 결정론적 자유 개념은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그를 “철학의 그리스도”라 칭하며, ‘차이와 반복’ 등에서 스피노자의 사상을 재해석했다. 헤겔은 “누구나 철학을 시작할 때 스피노자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고, 신유물론 계열 학자들(로지 브라이도티, 필리프 데스콜라 등)은 스피노자의 물질적 일원론에서 포스트-휴먼 담론의 실마리를 찾는다. 이번 완역본은 원서의 오류를 수정하고 세심한 해설과 역주를 추가해 학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진태원 교수는 “원서보다 나은 번역본”이라며 “학자의 성실함이 빚어낸 역작”이라 평가했다. 특히 10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협력해 스피노자 연구를 집대성한 점에서 주목받는다. 스피노자의 사상은 종교적 관용, 정치적 자유, 자연과학적 세계관 등에서 현대 사회의 핵심 가치를 예견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5

포항문화원, ‘포항의 옛 지도’ 도록 발간···“역사·문화유산 재조명으로 지역 정체성 확립”

'지도로 읽는 포항의 500년 역사’.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이 지역사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전승하기 위해 ‘포항의 옛 지도’ 도록을 발간했다. 이번 도록은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포항의 변천사를 지도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지역민과 연구자들에게 역사적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의 역사는 단순한 공간의 변화가 아닌 시간과 인간의 선택이 쌓인 결과물이다. 포항문화원은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가장 생생하게 담은 매개체로 ‘지도’를 주목했다. 이번에 발간된 도록에는 조선 후기 고지도를 시작으로 근대 항만 지도, 산업화 시기 도시 확장지도, 현대의 포항을 담은 최신 지도까지 총 105점의 지도가 수록됐다. 각 지도는 단순한 위치 정보뿐 아니라 당시 사회의 공간 인식, 행정 체계, 도시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포항은 조선시대 동해안의 군사 요충지로 시작해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핵심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는 해양·철강·문화가 융합된 도시로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 중이다. 도록은 이러한 시대별 변화를 지도 위에 고스란히 기록해, 독자들이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번 도록의 기획과 집필은 권용호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위원이 주도했다. 그는 방대한 사료 수집과 고지도 판독, 근현대 지도 분석, 지역사 해석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학술적 깊이를 더했다. 특히 조선 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지도를 한데 모아 포항의 역사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점이 눈에 띈다. 권 위원은 편저자의 말을 통해 “옛 지도는 문헌에서 볼 수 없는 지역의 생생한 변화를 포착한다”며 “‘포항’이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사라진 지명(포항창, 어룡사 해변, 석남사 등)까지 지도를 통해 확인하며 마치 ‘나만의 특권’을 누린 듯했다”고 전했다. 또한 “여러 기관과 개인 소장자들의 협력을 받아 자료를 모으고, 지도마다 해설을 달아 지역사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포항문화원은 이번 도록이 지역민에게는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의 역사와 공간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학생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는 교육 자료로, 연구자에게는 포항 지역학을 심화시키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문화의 뿌리를 지키는 것이 문화원의 책무”라며 “도록을 바탕으로 전시, 시민 강좌, 역사 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도록에는 죽도와 해도 등 포항의 옛 지명이 담긴 지도부터 산업화 시기 철강 단지 확장 과정, 현대의 해안 개발 현황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는 지역민들이 자신이 사는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지도를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이나 토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교육적 가치가 높다. 이번 도록의 편저자인 권용호 박사는 포항 출신으로, 중국 난징대학교에서 고전 희곡을 전공하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한동대학교 출강과 포항고전연구소 번역 작업에 참여하며 학문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고전 문학 연구를 통해 축적한 문헌 분석 역량이 지역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포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후세에 전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5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기증작 특별전: 이음’ 12일 개막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김희철) 미술관은 2025년 기증자들의 사회적 공헌을 기리는 ‘기증작 특별전: 이음’을 오는 12일부터 3월 29일까지 스페이스 하이브 1~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영길(전 영진전문대학교 교수)·박은미(천석 박근술 유족) 등 개인 기증과 리안갤러리의 기관 기증, 2025 올해의 청년작가 신준민·이재호의 기증작을 포함해 회화·사진·서예·자료 등 70여 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기증으로 확장된 미술관 컬렉션의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관람객과 공유하며, 지속 가능한 기증 문화 확산과 지역사회 문화적 연대 강화를 목표로 한다. 전시 제목 ‘이음’은 ‘개인의 소장’이 ‘공공의 컬렉션’으로 이어지는 연결이자, 서로 다른 세대와 장르, 지역과 동시대가 만나는 교차점을 의미한다. 전시는 소장자가 작품을 공공과 공유하는 선택을 조명하고, 그 선택이 시민의 경험으로 확장되는 과정인 ‘이어짐’을 서사로 삼았다. 전시는 전시실별로 기증 작품의 다채로운 면모를 펼쳐 보인다. 1전시실은 한국 수채화의 거목 이경희를 중심으로 강운섭, 권영호, 김건규, 김우조, 김태, 박광진, 박항섭, 성병태, 이국봉, 이항성, 최돈정 등 지역 미술의 높은 예술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영남 서화의 계보가 한눈에 이어진다. 석재 서병오, 긍석 김진만, 죽농 서동균, 천석 박근술의 작품을 통해 영남 서화의 계보를 한눈에 확인하며, 스승과 제자, 동시대의 교유와 전승이 어떻게 지역 미술의 뿌리가 됐는지 조명한다. 3전시실은 해외 작가 리사 루이터, 러셀 영, 디자인과 함께 고명근, 김두진, 차규선, 곽승용, 류현욱, 신준민, 이재호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는 ‘기증’이 과거의 보존을 넘어 현재의 실험과 미래의 해석으로 이어지는 통로임을 보여준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한 점의 기증은 소장자의 안목이 시민의 향유로 건너오는 가장 분명한 ‘이음’이라며 "이번 특별전이 작품을 매개로 기증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의 컬렉션을 더욱 풍부하게 연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무료 관람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설 당일(17일)은 정상 개관하며, 19일은 임시 휴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5

"포항 철강공단 옆 학교가 예술의 산책로가 되다···공공미술이 바꾼 일상“

회색빛 콘크리트 담장에 가려져 있던 대송초등학교의 담장이 색색의 그림과 철판 조각으로 물들었다. 거대한 포항철강산업단지의 굴뚝 연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차가운 공장 소음을 밀어내고 있다. 지난 3일, 포항문화재단이 펼친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 펜스’가 학교 담장을 예술의 산책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핵심 사업으로, 철강 산업의 상징성과 예술을 결합해 도시 공간을 재생한다는 목표로 진행됐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그간 ‘철’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전시장에 선보이는 데 머물렀지만, 지난해엔 학교·공장·주택가를 잇는 일상 공간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특히 대송초등학교 아트 펜스는 철강 기업의 기술과 현장 역량이 지역의 일상 공간을 변화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의미 있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중앙수리섹션과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이 기술 지원을 맡았고, 지역 작가 이향희(회화)·정미솔(일러스트)씨와 대송초등학교 전교생이 직접 그림을 그리며 참여했다.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그린 그림과 발자국이 작품에 새겨졌어요. 이 길은 이제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가 된 거죠.” (정미솔 작가) 담장에 설치된 작품은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복실이 꽃신’ 은 유기견 복실이가 가족을 찾는 포항의 원로 작가 박이득의 동화 ‘복실이 꽃신’에 정미솔 작가의 일러스트를 철판에 새겼다. 생명 존중 메시지를 산업 도시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한 장치다. 이향희 작가의 ‘포항의 길을 따라’ 는 작가의 아버지가 철강공단으로 출근하던 길을 추상화로 표현했다. 작품 하단에는 아이들이 직접 찍은 발자국 도장과 그림이 더해져 “이 길의 주인공은 우리!”라 외친다. 겨울방학을 맞아 돌봄교실에 오던 아이들은 이제 3월 새학기가 되면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예술을 만난다. 학부모 김모(38) 씨는 “담장에 펼쳐진 동화 속 풍경과 햇빛에 반짝이는 철판 조각을 보니 마음이 환해진다”며 미소 지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아트 펜스는 ‘산업에서 일상으로, 전시에서 생활로’ 라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되는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4

포항 인문학당 사띠스쿨, 김석모 박사 초청 ‘예술과 과학의 경계 허물기’ 강연 열어

포항 인문학당 침촌 사띠스쿨(Sati School·원장 공봉학)은 지난 3일 정기 인문학 특강의 일환으로 미술사학자 김석모 전 솔올미술관장의 강연을 개최했다. 김석모 박사는 독일 뒤셀도르프대학에서 미술사 분야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강릉 솔올미술관장을 역임한 후 현재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활동 중이다. 김 박사는 강연에서 르네상스를 단순히 ‘인간 중심 사조’로 보는 통념을 반박하며 “기술과 상상력이 결합된 역사적 전환점”이라 강조했다. 특히 피렌체의 대성당 돔 설계를 완성한 브루넬레스키의 혁신 사례를 들어 “예술은 감각적 표현을 넘어 기술적 완성으로 현실을 재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역시 넓은 의미에서 창의적 혁신가이자 예술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며 “과학과 창의성의 융합이야말로 오늘날 르네상스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라 역설했다. 김 박사는 한국 미술 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법과 손 기술 중심 교육으로 인해 독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신의 박사 논문 연구 결과를 인용해 “관람객이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평균 시간이 7.5초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는 “빠른 소비적 관람 문화가 작품의 심층적 감상 기회를 차단한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또한 “미술 학교의 탄생 자체가 예술의 본질을 왜곡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개념(컨셉)과 설계(디자인), 즉 사고의 체계가 예술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술사를 “밤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북두칠성과 같은 별자리를 찾는 과정”에 비유했다. “단순한 연대기 암기가 아닌, 인류의 질서와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강조하며 “미술은 정답을 배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작업”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석자들에게 “단순히 작품을 소비하는 관람객에 머무르지 말고 삶의 모든 순간에서 이미지를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주체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2014년 5월 개원한 침촌 사띠스쿨은 ‘자유와 행복으로의 여행’을 모토로 삼아, 명상과 독서를 통해 개인의 내적 성찰을 이루고, 이를 사회적 변화로 연결한다는 신념으로 설립됐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2-04

삶의 무게에 가려진 존재의 본질과 조우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극사실적인 모래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영(69) 작가와 소장작품전으로 2026년 새해 전시를 시작했다. 미술관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5월 17일까지 ‘김창영: 샌드 플레이, 존재와 기억의 방식’과 소장품전 ‘POMA Collection: Steel Sculpture’를 선보인다. 제1, 3, 4전시실과 초헌 장두건관에서 열리는 ‘김창영: 샌드 플레이, 존재와 기억의 방식’ 전에서는 47년 간 ‘모래’를 매개로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김창영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작가가 직접 포항 해변에서 수집한 모래로 제작한 대형 설치작품을 포함해 총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From Where To Where’에서는 인간 존재의 성찰을, ‘SAND PLAY’에서는 회화의 물성을, 그리고 ‘Sand Play–Upward’에서는 이방인의 삶을 담았다. 또한 포항의 모래를 수집해 제작한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김창영의 작품은 모래사장의 표면을 얇게 떠낸 것 같은 화면 위에 발자국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모래라는 실제 만질 수 있는 물질과 그림이라는 허상을 동시에 나타낸다. 이를 통해 실체와 허상을 한 화면에 표현하며, 모래사장에 새겨진 발자국으로 사라진 존재(허)와 그 발자국이 증명하는 존재(실)를 동시에 담아낸다. 1980년 ‘발자국 806’으로 제3회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김 작가는 이후 일본으로 이주해 모노하의 스승 사이토 요시시게(1904-2001)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쓰임이 다한 나무와 철을 작품의 프레임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 작품을 발표했고, 1979년부터 지금까지 모래를 매체로 한결같은 작품세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창영의 작품에는 인간의 모습이 사라지고 흔적만이 남아있다. 형상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인간이 머물렀던 자리에 남은 미세한 흔들림과 감각을 포착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호출한다. 김창영 작가는 “45년 동안 이방인으로 살다 고국에 돌아와 ‘우리’ 안에서 전시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2026 소장품전 ‘POMA Collection: Steel Sculpture’는 스틸아트 조각 17점을 ‘한 생애’에 비유해 세 구역으로 나눠 소개된다. 우리는 태어나고, 살아가며, 사라진다. 이 당연한 사실 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숨어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금속과 조각으로 이뤄진 작품들을 한 인물의 생애에 비유해 구성됐다. 1장 ‘물질에서 생명으로, 그 전환의 문턱’, 2장 ‘한 인물의 생애, 관계와 책임의 시간’, 3장 ‘밤과 새벽 사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생’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사용된 뒤 버려진 철근과 금속들이 다시 세워지는 모습으로,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몸을 연상시킨다. 이 구역의 추상·반추상 조각들은 인체를 왜곡하고 비워둔다. 금속은 차가운 물질이 아니라, 태동을 시작한 몸에 비유된다. 두 번째 장에서는 한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관계와 책임, 기쁨과 상처의 시간을 다룬다. 평온과 웃음이 잠시 찾아오지만, 무게도 함께 커져간다. 이 구역은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통해 ‘사람으로 산다’는 의미를 묻는다. 세 번째 장은 죽음 이후의 시간을 상상한다. 죽음은 단절과 소멸이 아닌, 긴 쉼표로 표현된다. 종교와 민간 신앙, 영적 상상력이 뒤섞인 한국적 죽음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죽음 이후에도 남는 기억과 흔적, 감정에 주목한다. 작품들은 구조와 상징, 빈자리와 울림으로 이를 드러낸다. 전시는 관람객이 자신의 삶과 연결된 질문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에게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감각은 어떤 모습인가?”, “내 몸 위에는 어떤 시간들이 쌓여 있는가?”, “누군가가 사라진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 있는가?” 이 질문들을 품고 천천히 걷는 시간이야말로 전시가 관람객에게 건네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상반기 전시는 영일만 해변을 연상시키는 ‘모래’와 포항의 정체성인 ‘철’을 매개로 삶의 궤적을 깊이 있게 사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전시 관람을 통해 삶의 무게에 가려진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3

임진왜란 의병장 우배선 재조명, 뮤지컬 ‘월곡’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사업 전국 최대 1억8000만원 선정

대구 달서문화재단 달서아트센터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 ‘월곡’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최, 주관 2026년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 공모에서 전국 95개 문예회관 중 최대 규모인 1억8000만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번 선정은 뮤지컬의 지역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뮤지컬 ‘월곡’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대구 달서구 일대에서 의병을 이끌었던 월곡(月谷) 우배선(1569~1621) 장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우배선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의병장으로, 전쟁 중 작성한 ‘의병진 군공책’을 통해 전투 전략과 전황을 상세히 기록했으며, 이는 후대에 그의 리더십과 애국심을 증명하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작품은 이 기록을 토대로 우배선의 명석한 전술과 의병들의 투쟁을 역동적인 액션과 안무로 재해석했다. 특히 비슬산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현대적 감각의 음악과 서사를 더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2020년 리딩 공연으로 첫 선을 보인 ‘월곡’은 매년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대구 지역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초연 이후 2022년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초청작으로 참여했으며, 2023년과 2024년에는 김천·안동 등 타 지역 투어 공연을 통해 지역 간 문화 교류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2024년 예술경영지원센터 국비 지원사업 선정과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2년 연속 수상으로 행정적·예술적 성과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2025년에는 주연 배우 이충주 캐스팅과 신규 넘버 작곡 등으로 작품 완성도를 높였으며, 이번 문예회관 지원사업을 통해 무대 세트 개선과 극본·음악 보완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달서아트센터는 이를 계기로 ‘월곡’을 지역 특성화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고, 공공 제작극장 모델 확립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성욱 달서아트센터 관장은 “뮤지컬 ‘월곡’의 선정은 달서아트센터의 제작 역량과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꾸준히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은 성과"라며 "대구에서 출발한 공연 콘텐츠가 안정적인 공공 제작 레퍼토리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3

경북의대 안행수필동인회, 2025년 연간집 ‘안행수필’ 제36호 발간

경북대 의과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수필가 모임 ‘안행수필동인회(회장 정명희)’가 2025년 연간집 ‘안행수필’ 제36호(학이사 발간)를 발간했다. 1984년 창간호를 펴낸 이후 40여 년의 세월 동안 인술과 문학의 만남을 이어온 결과물이다. 이번 호에는 김병준 동인의 권두시 ‘시간의 상처’를 필두로 박언휘, 이재태 회원 등 33명의 동문이 집필한 70여 편의 수필이 담겼다. 정명희 회장(정명희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안행수필이 발족한 지 40년이 넘었다”며 “단일 의과대학 출신으로 구성되어 이토록 오랜 역사, 전통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동인지를 발간하는 곳은 경북의대 ‘안행수필’이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밝혔다. 동인회의 명칭인 ‘안행(雁杏)’은 기러기와 살구나무를 뜻한다. 기러기는 질서 있게 떼 지어 날아가는 ‘편안한 동행’을 의미하며, 살구나무는 의술을 상징한다. 살구나무가 의사의 상징이 된 것은 중국 오나라의 전설적인 의사 동봉(董奉)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그는 치료비를 받는 대신 병이 나은 환자들에게 살구나무를 심게 했는데, 훗날 이 울창해진 숲을 ‘행림(杏林)’이라 부르며 오늘날까지 인술(仁術)의 상징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북의대 안행수필동인회는 이번 36호 발간을 통해 의사로서의 삶과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따뜻한 시선을 문학적 향기로 녹여내며 지역 문단과 의료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2-02

무사욕의 탁월한 리더십···'사람 박태준'의 길

“K-팝, K-뷰티, K-푸드 등에 이어서 요즘 들어 부쩍 K-방산, K-조선이란 말도 우리 국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있는데 그 기반을 조성하는 역사적 대업에 ‘무사욕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앞장선 박태준 회장의 삶과 정신은 우리에게 언제나 자랑스럽고 감사한 ‘K-축복’이다.”(‘K-축복’ 221쪽) 1985년 2월부터 2년간 포항공대(포스텍) 건설본부장을 맡아 그 책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던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2011년 12월, 향년 84세로 서거한 박태준 포스코 창립회장의 생애와 정신을 왜 ‘K-축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한 책이 바로 ‘K-축복: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아시아)다. ‘박태준 평전’의 저자 이대환 작가는 2026년 새해, 그를 기리며 이 신간을 출간했다. 프롤로그, 1부, 4부는 박태준의 삶과 정신에 대해 작가가 쓴 에세이고, 2부와 3부는 국내 저명인사 13인과 해외 저명인사 17인이 35년∼40년 전에 남겨둔 박태준 리더십의 특질과 인간적 체취에 대한 글들로 엮었다. 고인의 영전에 띄우는 편지 10통 형식으로 구성한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박태준의 역사적 공적에 대해 세계 최빈국이라는 ‘궁핍 골짜기’의 한국사회를 ‘융성 대평원’으로 건네주는 철교(鐵橋) 건설 현장의 가장 탁월한 총감독과 같았다고 평가한다. 두 번째 편지에는 작가가 평전을 쓰기로 했을 때 ‘박태준의 생애와 정신과 투쟁을 그냥 묻어두는 것은 사회적 큰 손실이라는 작가의 담담한 발의’(14쪽)에 의거해 서로가 순정한 마음으로 긴 작업을 하게 됐다는 사연도 담겨 있다. 여덟 번째 편지에는 영남과 호남의 정치적 화합”을 외치는 고희(古稀)의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1997년 12월 5일 김대중(DJ) 대통령 후보와 함께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게 된 시대정신, 경위, 연설 요지, 사진 등을 담고 있다. DJ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화해하는 명연설을 남겼다. “고인이 경제에 7할을 바치고 인권에 3할을 쓴 분이었다면, 고인과 정치적으로 대결하던 시절의 나는 인권에 7할을 바치고 경제에 3할을 쓴 사람이었습니다”(26쪽) 대립과 갈등을 멈출 줄 모르는 우리 사회가 ‘국민통합의 디딤돌’로 삼고 기려야 마땅한 시대적 중대사였다. 그러나 그날 그 자리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든 작금의 현실에 대해 작가는 개탄하는 심정을 하늘로 띄운다. 제1부 ‘박태준의 길, 천하위공의 길’은 이 작가가 박태준 정신을 탐구한 에세이 한 편이다. 2011년 1월 하노이국립대학 특별강연에 담겼던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라는 좌우명이 가리키는 대로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의 두 레일을 따라 완주하며 천하위공 사상을 실천한 박태준의 생애를 정신적 설계도처럼 그려놓은 글이다. 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나온다. 중국 신해혁명을 이끈 쑨원(孫文)이 중시했고, 해방공간에서 백범 김구도 소중히 여긴 말이다. 제2부 ‘박태준은 우리의 축복이다’는 한국경제의 근간을 만들고 작고한 11인과 생존한 2인의 박태준에 대한 인물평을 모은 글이다. “박태준은 경영자의 살아 있는 교재”(이병철 회장), “국영기업으로 종합제철을 성공한 것은 박태준이 총괄하는 포철뿐”(정주영 회장), “청렴한 박태준의 인품에 끌려 종합제철 기본계획을 그냥 넘겨줬다”(신격호 회장), “박태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국익(國益) 지상주의자”(류찬우 회장), “박태준의 청렴결백 철학과 바른 건의를 듣는 안목 덕분에 행복하게 일했다”(황경로 포스코 2대 회장) 등 거장들이 일찍이 밝혀놓은 박태준의 진면모를 대면할 수 있다. 제3부 ‘박태준은 한국의 축복이다’는 작고한 외국 저명인사 17인이 남겨둔 박태준에 대한 인물평을 모은 글이다. “박태준은 불같은 의지와 신념의 사내로서 거시적인 안목의 설계자”(후쿠다 다케오), “박태준은 진정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제 신사”(나카소네 야스히로), “박태준은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생각하는 리더십을 지녔다”(다케시타 노보루),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 박태준은 한국의 행운”(헬무트 하세크), “마음을 휘어잡는 리더십을 지닌 박태준은 한국의 축복”(유고 세키라), “박태준은 미래지향적인 지도자이며 뛰어난 친화력의 소유자”(데이비드 로데릭), “박태준은 한국에 봉사하고 또 봉사하는 것을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인 사람”(로베르 미테랑) 등 외국 저명인사 17인이 예리하게 읽어냈던 ‘사람 박태준’의 인간적 체취·리더십·정신과 만날 수 있다. 제4부 ‘태어나서 곧 사라질 뻔한 포항제철이 전화위복의 새 지평을 열어젖히는 그 날까지’에는 1968년 4월 포스코 창립으로부터 1970년 4월 1일 영일만 백사장에서 마침내 포항제철 착공식이 열리는 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던 갖가지 우여곡절과 고난의 사연들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정리해놓았다. 작가는 ‘박태준의 하와이 구상’과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제철보국의 길로 나아간 포스코에 대해 이렇게 글을 맺었다. “역사가 간택하고 관장한 특정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운명은 포항종합제철, POSCO의 운명으로 전화될 수밖에 없었다. 역사 의지가 지명한 운명은 회피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다. 회피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진작에 처음부터 운명이 아니다”(485쪽) 한편, 이 책의 끝에는 1992년 10월 5일 박태준 회장이 포스코 이사회에 제출한 ‘사임서’, 임직원들의 ‘철회 건의문’, 그의 ‘반려 이유’ 등이 특별자료로 첨부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2

또 다른 ‘이은결 매직’···신작 ‘META’ 설 무대

대한민국 대표 마술사,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환상적인 퍼포먼스가 설 연휴를 맞아 대구에서 펼쳐진다. 수성아트피아(관장 박동용)는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대극장에서 총 5회에 걸쳐 ‘스테이지 S 시리즈’의 2026년 첫 공연으로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신작 ‘META’를 무대에 올린다. ‘스테이지 S 시리즈’는 수성아트피아의 대표 기획 프로그램으로,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공연을 엄선해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이번 무대는 2026년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이은결이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그의 예술 세계를 집약한 역작이다. 공연은 ‘당신의 인식이 만든 또 다른 현실’이라는 주제로 시작해 AR·MR 등 디지털 기술과 VR,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이 퍼포먼스와 결합해 차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관객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인터랙션이 더해져 관객의 주의·판단·선택·확신을 뒤흔들며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전달한다. 인지심리학에 기반한 이 무대는 관객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도록 유도하며, 그 순간 전율을 일으키는 철학적 탐구로 이어진다. 딥페이크, 가짜 뉴스, AI 이미지 등 현대 사회의 이슈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믿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이로운 현상은 단순한 마술 트릭이 아닌, 현실 인식에 대한 성찰이다. 특별 이벤트로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단 한 커플에게 맞춤형 프로포즈 기회가 주어진다. 공연 중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이 순간은 현실과 인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테마와 어우러져 평생 기억될 고백의 장면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작품의 메시지와 감정선을 공유하는 독창적인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6세 이상 관람 가능한 이번 공연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몰입할 수 있는 환상적인 엔터테인먼트다. 설 연휴 가족과 함께 체험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2

영천 은해사 주지후보 선거 소청 결정 또다시 ‘연기’···9일 회의 열어 재논의

속보=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태성 스님)가 영천 은해사 주지 후보 선거 관련<본지 1월 23일 자 2면· 1월 29일 자 5면 보도> 소청 심사를 두 차례 연기하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제428차 회의에서 소청 심사를 진행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9일 오후 2시로 결정을 연기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첫 번째 연기에 이은 두 번째 연기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소청인 덕관 스님, 피소청인 성로 스님, 진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 청취와 증거 심문 등 추가적인 확인이 이뤄졌다. 약 2시간 10분간 논의 끝에 선관위는 “증언 내용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결정을 미루고, 차기 회의에서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중앙선관위원장 태성 스님은“이번 사안이 중대한 만큼 법적 절차를 철저히 따져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달 16일 은해사 주지 후보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에서 성로 스님이 55표를 얻어 덕관 스님을 1표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덕관 스님은 투표 당시 성로 스님이 투표 용지를 접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켜 비밀투표 원칙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19일 중앙선관위에 선거 결과 정정 등 소청을 제기했다. /윤희정·조규남기자

2026-02-02

케데헌 OST ‘골든’ K팝 최초 그래미상 수상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제가 ‘골든‘이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골든‘은 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LA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부문 수상작이 됐다. ‘골든‘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K팝 장르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를 석권하는 등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 악령을 막는 마법진 ’혼문‘을 완성하는 노래인 골든은 넷플릭스 역대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케데헌의 인기를 타고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골든이 수상한 이 부문은 노래를 만든 작사·작곡자인 송라이터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에 따라 ‘골든‘을 만든 한국계 미국 가수 이재, 작곡에 참여한 테디, IDO(이유한·곽중규·남희동), 24 등이 수상자가 됐다. K팝 작곡가 혹은 음악 프로듀서가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는 수상 이후 “이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저희와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승님인 ‘K팝의 개척자’ 테디형께 이 영광을 바친다“고 밝혔다. 골든 수상을 해외 주요 언론들은 긴급 뉴스로 전하며 비중있게 다뤘다. AP통신은 이 부문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이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K팝 아티스트의 그래미 첫 수상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수상) 작곡가들은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수상 소감을 전하며 이 곡의 이중언어적(bilingual) 매력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골든‘의 그래미 수상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히트곡이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장르(K팝)의 오랜 갈증을 마침내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골든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주인공인 루미가 속한 3인조 K팝 그룹 ‘헌트릭스’가 부르는 노래. 비현실적으로 높은 고음(최고음 3옥타브 A)이 오히려 캐릭터성과 카타르시스를 부여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다. 특히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는 OST로서 매우 이례적으로 8주간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2-02

“신자·지역민 함께 하는 열린 교회로”

"조선시대 순교자들의 흔적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의 깊은 신앙의 뿌리를 지닌 신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6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주교대리 신부로 부임한 최환욱(63) 신부의 포부다. 그가 관할하는 지역은 포항시, 경주시, 울릉군 등 경상북도 남부 지역의 27개 성당이다.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주임 시절 문화예술을 접목한 선교 혁신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4대리구는 조선시대 순교자들의 흔적이 깃든 유서 깊은 지역이다. 경주 산내면에는 기해박해(1839년)와 병인박해(1866년) 당시 신자들이 은신했던 산내 동굴이 있으며, 포항 청하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 사제 김대건의 수행자였던 김 프란치스코, 흥해로 유배된 최해두의 자책서 등 역사적 자산이 풍부하다. 최 신부는 “이곳의 신앙적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대인의 삶에 맞는 의미로 재해석해 지역민과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최해두의 자책서를 뮤지컬로 제작하거나 김대건 신부와 김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최 신부의 대표적 프로젝트는 창작 뮤지컬 ‘4처’다. ‘성모 마리아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 이 작품은 지난달 18일 범어대성당에서 시연회를 가졌고, 3월 7~8일 범어대성당 봉헌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정식 무대에 오른다. 최 신부가 대본을 쓰고 음악감독 김호령 씨가 작곡한 이 작품은 신자 40여 명이 6개월 동안 연습했으며, “십자가 앞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마음을 그려낸 감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종교 예술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하는 것이 선교의 한 방법”이라며 지난 2009년 제4대리구 사목국장 소임 때 불교 합창단과 협업한 ‘상생과 평화’ 공연처럼 타 종교와의 교류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4대리구는 들꽃마을 민들레 공동체, 성모자애원 마리아의 집 등 14개의 사회복지시설과 경주의 근화여중고, 포항의 오천중고를 운영하며 지역 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최 신부는 “사회복지시설은 단순한 구호 활동을 넘어 신앙의 가치를 전파하는 공간”이라며 이주민 대상 언어 교육과 방문 미사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필리핀·베트남 커뮤니티 등 다문화 신자를 위한 문화 행사도 기획 중이다. 대구대교구는 2000년대 초 교구 규모 확대에 따라 5개 대리구로 분할됐으며, 각 대리구에는 주교대리 신부가 임명돼 교구장의 현장 업무를 분담한다. 최 신부는 “27개 본당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본당 지원 센터’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울릉도의 천부성당과 도동성당은 육지와 떨어져 있어 정서적 연결이 필요하므로 정기적으로 방문해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주 진목정성지나 포항 청하 지역처럼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을 순례하며 신앙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최 신부는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노인층 신자 수가 감소했지만, 온라인 미사에 익숙해진 신자들을 위한 새로운 사목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신앙은 개인적 구원을 넘어 공동체의 빛이 되어야 한다”며 “역사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자와 지역민이 함께하는 열린 교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자들에게 “신앙은 개인적 구원을 넘어 공동체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으로 하나 되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으며 하느님 공동체로 나아가길 바랍니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1

사진작가 김훈, 美 뉴욕서 개인 초대전

포항의 대표 사진 예술가로 평가받는 김훈(66) 사진작가가 미국 뉴욕 갈라아트센터에서 초대 개인전을 연다. 김 작가는 사람과 사물, 풍경에 대한 개성적이고 깊이 있는 탐색을 통해 잔잔한 가운데 끝 모를 심연을 느끼게 하는 사진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3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총 22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전시 주제인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Where Are We Going)’는 ‘가다’라는 행위를 통해 삶의 방향과 존재의 시간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작가의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이동 중이거나 이동을 앞두고 있지만,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들은 떠날지 말지를 고민하고, 가기 전에 무엇을 지워야 하는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모두 미니어처 모형을 기반으로 구성·촬영됐다. 축소된 세계 속 인물과 풍경은 실제보다 더 또렷한 은유로 작동하며, 출발을 앞둔 망설임, 이미 시작된 이동의 불안,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을 포착한다. 김 작가는 메타픽션 기법을 활용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삶의 단편에 무의식 속 허구를 더해 사진이 단순한 사실 기록을 넘어 서사의 숨결을 담도록 한다. ‘가다’는 물리적 이동을 넘어 삶의 시간 자체를 의미한다. 삶에서 삶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그리고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시간에서 다음 시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가만, 여기 맞아?’, '난 놔두고 가', ‘가기 전에 지워야 할 것: 두려움’ 등 작품 제목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과 명령, 독백은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된다. 갈라 아트센터는 2020년 8월 설립된 비영리 예술 기관으로, 은퇴한 한국인 건축가 제이미 장이 관장을 맡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지구촌 작가들에게 전시와 워크숍,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김훈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40여 년간 사진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훈 작가는 “포항 지역 사진가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에서 전시를 열게 되어 부담이 크지만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란스러운 시대가 지나도 내 작업은 여전히 길 위의 외줄 타기 같다”며 “다음 걸음을 내딛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른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고 있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고 덧붙였다. 김훈 작가는 2005년 동아국제사진전에서 최고상인 골드메달을 수상했으며, 일본 아사히신문 주최 국제사진살롱에서도 3회 수상하는 등 포항의 대표 사진 예술가 중 한 명이다. 현재 김훈사진학원을 운영하며 계명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경북사진대전 및 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로서 2019 경상북도 문화상(조형예술 부문)을 수상했고, 동아일보사진동우회, 현대사진영상학회,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01

[역사 칼럼] 정유재란 울산성 전투: 지옥의 성벽 위로 흐른 탐욕과 생존

전쟁은 기본적으로 모든 가치를 파괴하는 지옥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숨겨진 본능을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420여 년 전, 정유재란의 막바지 혈투가 벌어졌던 울산성(울산왜성) 전투는 그 비극적 모순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조명(朝明) 연합군은 승리를 위해 조선의 최첨단 공성(攻城) 장비들을 투입했다. 조선의 포(砲)는 위력적이었음에도 곡사(曲射) 능력이 취약해, 가파른 지형을 활용한 왜성의 방어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성전의 일반적인 상식 또한 울산성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다. 대개 성(城)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방어 측보다 압도적인 군사력(보통 10대1)이 필요하지만, 연합군은 2~3배 군사적 우위밖에 확보하지 못했다.(연합군 4만7500명, 왜군 2만9000명) 기술적 한계와 견고한 요새화는 결국 전투를 장기적인 고사(枯死) 작전으로 몰고 갔으며, 이는 성 안팎 모두에게 지옥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울산성을 사수(死守)하기 위한 왜군의 총집결도 패전의 한 원인이었다. 당시 일본군은 수군과 육군을 총출동시켜 울산성으로 모였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순천왜성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까지 구원병으로 출정했다는 사실이다. 평소 극심한 반목 관계였던 이들이 생사 위기 앞에 전면적으로 협력한 모습은 당시 일본군에게도 울산성 수성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립된 성 안의 풍경은 참혹했다. 보급이 끊긴 일본군은 군마(軍馬)를 잡아 허기를 채우고, 말의 피와 소변으로 목을 축였다. 기록에 남은 이 장면은 전쟁이 영토와 명분을 넘어, 한 모금의 물과 한 점의 살점을 두고 벌이는 원초적 사투임을 증언한다. 당시 왜군 종군(從軍)승려 경념(慶念)의 일기에는 “성 안에 물과 식량이 떨어져 오줌을 받아 마시거나 말을 잡아먹었다“고 “말고기를 먹고, 흙벽을 긁어 먹거나 종이를 끓여 먹는 등 처참한 상황이 계속되었다”고 적고 있다. 12월 엄동설한을 배경으로 전개된 전투에서 변변한 방한(防寒) 장비가 없었던 조선의 민초들의 동사자도 속출했다. 이 지옥 속에서 가장 이질적인 대목은 성벽을 넘나든 ‘물장수‘들의 이야기다. 매일 새벽, 물동이를 든 물장수들이 사선(死線)을 넘어 성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가져온 물 한 병을 금과 은으로 바꿨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복판에서 피어난 이 기묘한 상거래는 ‘상혼(商魂)‘이 절망의 끝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지독한 본성임을 말해준다. 산성에서의 경험은 생존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을 남겼다. 가토 기요마사는 일본으로 돌아가 구마모토성을 쌓으며 무려 130개의 우물을 팠고, 다다미조차 고구마, 토란줄기로 만들어 비상식량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이는 울산성에서 겪었던 고립과 갈증에 대한 공포가 형상화된 트라우마의 기록이다. 울산성 전투는 군사적 충돌 외,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고 탐하는지를 보여주는 인류학적 보고서다. 금과 바꾼 물 한 병, 그리고 그 물로 연명했던 이들이 만든 찰나의 ‘시장‘은 전쟁의 명분보다 질긴 생존의 욕망을 증언한다. 울산성의 척박한 땅 위에 흐른 것은 피뿐만이 아니었다. 절망을 자양분 삼아 피어난 기묘한 상흔과 생존의 본능은, 42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사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31

[EBS 세계의 명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

EBS 1TV ‘세계의 명화’는 31일 밤 10시 45분, 일본 영화의 대표적인 ‘슬로 무비’로 꼽히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2006)을 편성했다. 이 작품은 갈등 구조 없이 일상의 단면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일본 영화 특유의 미니멀리즘(단순함으로 미를 추구하는 문화·예술적 사조)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핀란드 헬싱키. 주인공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이곳에서 일본식 가정식을 판매하는 작은 식당 ‘카모메’를 운영한다. 개업 초기에는 현지인들의 외면으로 손님이 없었으나, 일본 만화 주제가에 관심을 둔 핀란드 청년 토미를 시작으로 미도리, 마사코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며 활기를 띤다. 영화는 이들이 식당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인물들이 음식을 분모(分母)로 교류하며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인간관계 모델을 시사한다. ‘카모메 식당’은 북유럽의 여유로운 풍광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고독을 놓치지 않는다. 흔히 복지국가나 낙원으로 인식되는 핀란드에도 슬픔, 외로움이 존재한다는 진리를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전달한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 가업을 잇지 못하고 방황하는 커피 장인(匠人)의 에피소드는 판타지적 배경을 현실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장치다. 영화는 이들이 겪는 내면의 상처를 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감상적 환기를 유도한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여백’이다. 나오코 감독은 과장된 대사나 감정 과잉을 철저히 배제한다. 대신 식재료를 손질하는 소리, 오니기리를 만드는 손동작, 시나몬 롤이 구워지는 과정 등 일상의 시청각적 요소들을 정교하게 배치해 영상미를 구축했다. 화려한 연출 기법 없이 담백한 연기와 차분한 배경만으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 영화 속 사치에(さちえ)는 타협하지 않고 오니기리와 같은 소박한 메뉴를 고집한다. 이는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일상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상징한다. ‘카모메 식당’은 일상이 잠시 궤도를 이탈했을 때, 음식을 나누는 단순한 행위가 개인에게 어떤 심리적 안전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1-31

윤명희 수필집 ‘내 마음의 못된 구석’ 발간

경주에서 활동 중인 수필가 윤명희(64)씨가 두 번째 수필집 ‘내 마음의 못된 구석’(교보문고)을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경북매일신문에 연재한 글 45편을 묶은 것으로, 첫 수필집 ‘말대가리 뿔’ 이후 8년 만의 신작이다. 윤 수필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오랜 기간 거주하다가 지난 2016년 “늦가을 나이에 고요를 찾아” 경주로 이주했다. 대구수필가협회와 경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단에 몸담은 지 20여 년. 그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라며 “무말랭이처럼 메마른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마른 가슴에 습기를 채운다”고 말한다. 이번 수필집은 과거 자신 안에 숨은 ‘못된 구석’을 마주한 성찰의 기록이다. “누군가를 섭섭해하고 미워했던 시간들, 시간이 흘러도 변명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작가는 “헛것을 붙잡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지난 시간이 아쉽다”고 고백한다. 특히 “‘그때 왜 그랬어?’라고 묻고 싶다가도, 상대 역시 나로 인해 상처받은 이야기를 쏟아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책은 교보문고의 POD(Print On Demand) 시스템을 통해 출간됐다. 표지 디자인부터 본문 편집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아 “새로운 창작의 매력”을 느꼈다는 윤 수필가는 “작은 진전이지만, 독자와의 소통 창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윤명희 수필가는 2008년 계간 ‘현대수필’로 등단했으며, 현재 대구수필가협회와 경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첫 수필집 ‘말대가리 뿔’(2018)을 비롯해 ‘경상도 우리 탯말’ 등 다수의 공저를 출간했으며, 지역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오고 있다. 2022년 12월부터는 경북매일 Essay 필진으로 참여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31

광물 확보에 국가의 명운 달렸다

과거의 패권 전쟁이 영토와 석유를 중심으로 일어났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의 선임연구원 박준혁 저자는 그의 저서 ‘핵심광물 공급망 전쟁’(시크릿하우스)에서 핵심 광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국가 산업 경쟁력과 안보, 외교 전략이 교차하는 ‘공급망 전쟁’의 핵심 요소로 조명한다. 21세기 전쟁의 새로운 전장은 바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곳, 바로 핵심 광물 자원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모든 첨단기술의 뿌리에는 리튬, 코발트, 희토류와 같은 핵심 광물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와 AI를 넘어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흑연과 희토류 수출 통제를 통해 공급망에서의 영향력을 드러내며, 미국과 EU는 핵심 광물 확보를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법과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현재 공급망 전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채굴(업스트림)보다 훨씬 중요한 정·제련과 가공 단계(미드스트림)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며, 사실상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마스터키’를 쥐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가공 능력의 80~90%를 독점하고 있으며,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과 리튬 제련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은 그린란드를 차지하려 덴마크를 압박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핵심 광물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린란드는 막대한 희토류를 품고 있어 ‘유럽의 광물 창고’로 불린다. EU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역내 채굴 및 재자원화 비중을 높이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독자적인 산업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어떻게 이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한국이 자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 탐사, 기술 개발, 인력 교류 등을 포함한 입체적인 ‘파트너십’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원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총 6장에 걸쳐 전 지구적 핵심 광물 공급망 경쟁의 실체와 한국의 생존 전략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1장에서는 세계화의 퇴조와 함께 부활한 자원 민족주의의 실체를 파헤치며, 그린란드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수싸움이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선임을 밝힌다. 2장에서는 디지털 전환(DX)과 AI 혁명이 가져온 광물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분석하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핵심 광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3장에서는 광물의 탐사부터 최종 제품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하며, 요소수 사태를 통해 시장 조달을 넘어선 ‘공급망 내재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4장에서는 광산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기후 변화, ESG 규제 등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5장에서는 폐배터리에서 보물을 찾는 ‘도시 광산’ 기술과 재자원화의 중요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리튬 직접 추출(DLE)과 AI 기반 광물 탐사 등 혁신적인 기술을 통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핵심 광물 문제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고민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의 회복력과 직결된 사안이다. 저자는 위기감을 과장하기보다, 공급망 충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와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며 독자가 현재의 국제 정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9

故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삶과 사상

2022년 별세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삶과 사상을 담은 회고록 ‘김동길 육성: 이게 뭡니까’(나남)가 출간됐다. 이 책은 김동길 교수가 남긴 칼럼과 저술을 모아 엮은 것으로, 일제강점기 평양에서의 학창 시절부터 해방, 김일성 체제 체험, 월남, 6·25 전쟁, 연세대 교수 시절, 유신독재 반대, 투옥, 재야 지식인의 길, 그리고 그의 마지막 성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김동길 교수는 정확한 언변과 정연한 논리, 기발한 유머, 깊은 통찰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논객이었다. 그의 화두는 항상 ‘자유’와 ‘정의’였으며, 이를 실천하고 알리는 것이 평생의 사명이었다. 유신독재 반대, 북한 주체사상 비판, 3김 정치 청산, 자유민주주의 수호, 태평양 시대 구상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순히 보수 진영의 논객이 아니라, 진영 논리를 넘어선 가치를 추구했다. 김동길 교수는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것은 용기 없는 일”이라고 믿었으며, 시시비비를 직설로 가렸다. 그의 삶은 자유와 사랑의 실천에 중점을 뒀으며,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핵심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김동길 교수는 1928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민주화 운동에 관여했고, 이후 보수 인사로 변신하여 국회의원직도 지냈다. 그의 제자인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의 육성을 바탕으로 이 회고록을 엮었다. 이 책은 김동길 교수의 주요 발언뿐만 아니라 그의 삶의 여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한국 사회에서 논객의 역할이 단순한 해설자가 아닌 역사의 흐름을 읽고 대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책임 있는 지식인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김동길 교수의 삶을 통해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을 성찰하게 하며, 자유와 사랑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김동길 교수는 인생의 주제를 사랑으로 삼았으며, 이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를 넘어 나라와 민족, 전 인류를 아우르는 것이었다. 그는 독신으로 살면서도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나누었다. 대학에서는 2300명이 수강한 인기 교수였고, 5000회가 넘는 강연으로 30만 명의 청중을 만났으며, 100권이 넘는 저술로 독자들과 호흡했다. 이 책은 김동길 교수의 공적 자서전으로, 단순한 개인의 내면 고백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한 지식인이 어떻게 사유하고 말하고 행동했는지를 기록한 중요한 역사적 자료다. 서구 지식인의 자서전 전통을 잇는 이 책은 국내외 지식인의 공적 자서전 전통을 이어가며, 당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김동길 교수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서 지식인이 차지해온 위치와 역할을 성찰하게 한다. 김동길 교수는 어린 시절 에이브러햄 링컨을 영웅으로 삼았으며, 그의 명연설은 김동길 교수에게 깊은 믿음을 심어줬다. 감옥에 갇혀서도 청년 죄수들을 가르치고 돌보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신앙은 자존심이었고, 이는 인격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제자들에게 전하며, 옳다고 믿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 “역사가의 일차적 임무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알아내는 것. 그러나 국가권력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과거사를 파헤치고, 그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집권 세력의 구미에 맞게 풀이한다면, 이는 절대 용납해선 안 될 일이다.”(227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9

포항문화재단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에 창작 뮤지컬 ‘설보:여인의 숲’ 최종 선정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2026년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 공모에서 창작 뮤지컬 ‘설보: 여인의 숲’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선정으로 포항문화재단은 국비 9000만 원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는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한 창작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이를 예술 콘텐츠로 제작‧확산하는 ‘문화의 발신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정작품인 뮤지컬 ‘설보: 여인의 숲’은 포항시 송라면 하송리에 전해지는 ‘여인의 숲’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조선시대 실존 인물인 ‘김설보’ 여사의 삶을 중심으로, 여성의 선택과 실천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연대와 돌봄의 가치를 이어왔는지를 섬세한 서사로 풀어낸다. 작품은 지역에 깃든 기억과 관계의 의미를 무대 위에 담아내며, 오늘날 관객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공동체 정신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자 한다. 포항문화재단은 2025년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의 예술적 가능성과 확장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본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 재단의 대표 창작 공연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 축제 및 문화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공연의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자원을 창작의 토대로 삼아 동시대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 콘텐츠로 구현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축적된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포항만의 독창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9

포항문화재단, 청년들과 함께하는 머신아트랩 결과공유회 ‘Open Lab’ 개최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31일부터 2월 2일까지 머신아트랩 작업장(북구 우현동)에서 ‘그랜드 로보틱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머신아트랩 워크숍 결과공유전시회 ‘Open Lab(오픈 랩)’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동대학교 RISE 사업단이 주최하고 포항문화재단과 Machine Art Lab.(Engine42 Inc.)이 공동 주관한 워크숍의 최종 마무리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 워크숍에는 지역 내외의 대학생 등 청년 14명이 참여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Open Lab’은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한 결과 공유 행사로,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기존 전시방식에서 벗어나 창작이 이뤄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전자공학 △공연·영상 △디자인·홍보 △기획·예술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팀을 구성했으며,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팀원들과 협업하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전시에서는 각 팀의 작업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 중 겪은 시행착오와 해결 방식, 팀별 접근 법 등을 아카이빙 형태로 공유함으로써, 창작의 본질과 도전 정신을 관람객에게 생생히 전달할 예정이다. 전시 첫날인 31일에는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오전에는 시민 체험 프로그램으로 머신아트랩 소개 및 팀별 작품 설명과 함께, 시민들이 직접 로봇(이아피)을 조작해보는 ‘내 친구 머신아트 : 나도 머신아티스트!’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이어 오후 2시부터는 워크숍 참여자, 관계자,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라운드테이블이 열려, 워크숍의 운영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확장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펼쳐질 칠 예정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Open Lab’은 결과물뿐 아니라 청년들의 실험과 협업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참여자들이 직접 기획·실행한 방식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그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머신아트랩(Machine Art Lab)’은 포항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창의융합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예술가와 기술자, 기획자가 함께 협업하여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움직이는 대형 기계작품과 퍼포먼스를 개발하며, 지역 내 창작 생태계 조성과 융합형 예술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8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 여성 '고려인’과 ‘사과 꽃내 속에서 삶을 영글어낸 여성들’ 두 권 발간

경북도가 디아스포라 여성 5인과 사과 농업 개척자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낸두 권의 책을 출간하며, 지역 여성사 연구에 잊혀진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했다. 경북도 산하 여성정책 연구 기관인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은 경북도와 함께 ‘경북여성 구술생애사’ 제13권 ‘경북 여성 고려인’과 ‘풀뿌리 경북여성의 삶이야기‘ 제8권 ‘사과 꽃내 속에서 삶을 영글어낸 여성들’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출판은 역사 속에 묻힌 경북 여성들의 삶을 구술 기록으로 보존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구술사 85명, 풀뿌리 삶이야기 28명의 이야기를 발굴·기록해왔다. 제13권 ‘경북 여성 고려인’은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고려인 1·2세의 후손인 3세대 여성 5인의 생애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또 다른 축을 조명한다. 이들은 소련 해체 이후 복합적 이주 경험을 거치며 한국에 정착해 4·5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록 인물은 △1949년 러시아 사할린에서 태어나 우즈베키스탄·모스크바 등을 거쳐 경주에 정착한 김타마라 △1955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나 회계사로서 활동하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한국으로 이주한 최타마라 △1960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나 일자리를 찾아 한국행을 택한 남편과 딸을 돌보기 위해 이주한 장이라이다 △1962년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에서 군인의 딸로 태어나 극동 지역부터 독일, 벨라루시아까지 풍부한 이주 경험을 가졌던 김마야 △1964년 카자흐스탄 코스타나이에서 태어나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왔다가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후 카자흐스탄 장애인 사격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김스베틀라나다. 제8권 ‘사과 꽃내 속에서 삶을 영글어낸 여성들’은 경북 북부의 척박한 환경에서 사과 농업을 통해 삶을 개척한 4명의 여성농업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삶은 고추·담배 농사에서 사과 재배로의 전환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 농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 수록 인물은 △마흔둘에 남편을 따라 청송으로 이주해 사과농사를 시작해 아들·손자로 이어가며 사과농사로 반백년을 보낸 윤화연(92) △청송 토박이 농군으로 남보다 먼저 사과농사를 시작해 이제는 아들과 함께 사과농사를 짓는 이옥례(83) △결혼해 남편과 함께 시작한 농사일, 사과농장을 일구고 첫수확만 하고 떠난 남편몫까지 하느라 농사일에 인이 박힌 조은자(80) △사과 농사로 안동군에서 가장 많이 수확하기도 한 이정순(80) 등이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광복 80주년 기념으로 디아스포라 여성과 농업 선구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지역 여성사를 확장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지역의 역사로 남도록 구술사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