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봄”부터 망명까지, 역사가 된 소설가의 2만3000 매 여정
“인간의 삶은 단 한 번 뿐이며, 우리는 그 한 번을 되돌릴 수 없다.”, “사랑이란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다.”,“아름다운 것만을 선택하고, 고통을 버리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한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중
2013년 외국어로 번역된 최초의 밀란 쿤데라 전집으로 화제를 모은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이 리뉴얼돼 출간됐다.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비롯해 소설 10편, 비평 및 에세이 4편, 희곡 1편으로 구성된, 전체 원고지 2만 3천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전집이다.
2013년 출간 당시 ‘민음사 밀란 쿤데라 전집’은 그 높은 가치로 10여 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쿤데라가 유일한 정본으로 인정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 판본을 사용했으며, 쿤데라와의 직접적인 논의를 거쳐 15권의 전집을 구성했다. 아울러 도서 표지로 작품의 2차 가공을 허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마그리트 재단이 전집의 가치를 인정하고 특별 승인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표지에 담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된 리커버 전집은 8명의 번역가가 쿤데라의 대표작을 다시 읽고 개정한 것으로,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그림을 표지로 한 가볍고 친근한 장정에 담아 선보인다.
쿤데라 전집은 모두 15종으로 출간됐다. 전집 기획 단계에서 쿤데라와 논의를 거듭해 확정한 작품들이다. 첫 소설인 ‘농담’을 비롯해 프랑스에서 출간돼 쿤데라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고 짧지만 삶에 대한 철학이 짙게 담긴 후기작들까지, 1번부터 10번까지는 소설들로 구성돼 있다.
‘느림’, ‘정체성’, ‘향수’ 등 소위 쿤데라의 ‘후기작’이자 프랑스어로 쓰인 이 작품들은 분량은 짧지만 “최소한의 텍스트 공간 속에 최대한의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 작품들”로 “형식적 완성과 주제의 밀도를 추구하는 쿤데라 소설의 미학적 원리가 잘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세기의 오디세우스가 부르는 망명과 귀환의 노래’, 박성창)
출간 순서대로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한자리에 모인 전집의 흐름을 따라가며 쿤데라 소설의 크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쿤데라 전집에는 소설뿐만 아니라 단편집, 에세이, 희곡 등 쿤데라가 집필한 여러 장르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소설의 기술’ ‘배신당한 유언들’ ‘커튼’과 ‘만남’은 소설, 예술, 철학, 문화 전반에 대한 밀란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은 조예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에세이이며, ‘자크와 그의 주인’은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디드로, 나아가 두 세기 전의 소설과 소설 철학에 대한 쿤데라의 애정을 담은 작품으로 그만의 과감한 문체, 거침없는 유희 정신과 날카로운 성찰이 돋보이는 희곡이다.
192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밀란 쿤데라는 프라하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며 1968년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으나, 소련의 강제 진압 이후 공직에서 해직되고 저서가 압수되는 등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 이로 인해 조국을 떠나 20년간 프랑스 망명 생활을 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작품은 개인과 역사의 관계, 자유와 억압,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주제를 날카롭게 탐구하며, 동유럽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냉전 시대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민음사 측은 “쿤데라의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담은 이번 전작을 읽으며, 독자들은 쿤데라가 선사하는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