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
경주시립극단이 오는 4월 2일부터 4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배삼식 작가의 대표작 ‘하얀앵두’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경주시립극단의 제134회 정기공연으로, 일상의 소란 속에서 삶의 본질을 응시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얀앵두’는 2009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는 이 작품을 “할아버지의 정원 속 하얀 앵두나무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작품은 강원도 영월의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잊혀진 작가 반아산이 과거의 흔적을 복원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파장과 치유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무대는 오래된 개나리 나무와 흙더미만 남은 텅 빈 마당으로 시작한다. 반아산은 이곳에서 할아버지의 정원을 떠올리며 하얀앵두나무를 재현하려 하지만, 늙은 개 원백이와 이웃 곽지복의 갈등을 계기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 작품은 인간의 상처와 그리움, 생명의 순환을 자연과 화석, 동물의 이야기로 은유한다. 고고학자 오평이 연구하는 삼엽충 화석은 5억 년의 시간을 상징하며,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에 갇힌 그의 모습은 현재의 감정을 직시하는 조교 소영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늙은 개 원백이의 죽음과 그를 묻는 장면은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막간마다 등장하는 백발의 노파는 사라진 존재를 향한 애도의 상징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과 생명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시각화한다.
작품은 반아산의 가족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으로도 긴장감을 더한다. 입양한 딸 지연의 임신은 가족 내 숨겨진 감정을 폭발시키며, 분노와 보호 본능 사이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곽지복이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으며 공간을 재생시키듯, 상실 속에서도 생명은 다시 움튼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출을 맡은 강성우는 “이 연극은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삶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공연 후에도 삶의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 시간 4월 2·3일 오후 7시 30분, 4월 4일 오후 3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