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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화폭에 담아낸 내면과 자연의 교감

몸과 마음이 쉬어 가는 계절,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는 14일부터 19일까지 ‘자연’을 매개로 인간의 내면과 교감하는, 지역에서 주목받는 두 명의 작가 개인전과 초대전이 열린다. 서양화가 김바름의 개인전 ‘Spring Shower’와 문인화가 최영희의 초대전 ‘사군자, 현대적 지평을 열다:연당 최영희의 화업 50년’이 A관과 B관에서 각각 개최된다. △김바름: 자연의 숨결을 캔버스에 새기다 김바름(39) 작가는 장미 한 송이를 100개의 캔버스에 담아낸 ‘장미 100송이’ 시리즈를 비롯해 유화 30점 등 총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자연 재현을 넘어 빛과 공기, 찰나의 감각을 화폭에 녹여낸다. 봄의 상징적인 소재-장미, 개나리, 벚꽃, 유채꽃-는 반복적 붓질과 섬세한 색채로 생동감과 환희의 순간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봄비’, ‘분분하니’ 등의 작품은 수묵과 유화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자의 내면과 마주하는 예술적 공간을 연출한다. 작가는 “물감 냄새가 나는 작업”이라 표현하며, 차분히 쌓은 붓질의 층위에서 솔직한 감정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감각적 색채와 서정적 터치로 잊힌 자연의 숨결을 되살리며, 관람객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김바름은 2022 대구아트페어, 울산·경주·부산 아트페어 등에 참여했으며, 2018 사군자 미술대전 대상 수상 경력이 있다. 현재 자관회와 고금미술작가회에서 활동 중이다. △최영희: 전통 문인화의 현대적 변주 최영희 작가는 사군자를 중심으로 한 근작 30여 점을 통해 전통 문인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필획의 겹침과 번짐으로 선의 리듬감을 강조한 작품들은 ‘공필화(가는 붓 세밀화)’와 ‘지두화(손가락으로 그린 그림)’ 등 다채로운 기법으로 제작됐다. 광목천과 같은 현대적 재료를 활용해 먹의 스밈과 주름까지 작품의 일부로 수용하며, 비대칭적 구성과 추상적 색채로 전통적 균형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했다. 예를 들어, 수묵 위에 배색(配色)한 매화의 진홍빛과 소나무 배경의 추상적 색채는 문인화의 전통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감각적 시각 언어를 구축한다. 작가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전통을 재해석한다”고 설명한다. 2019년 ‘길상화’ 시리즈에서 복숭아·석류 등 상징적 소재를 활용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묵죽, 연꽃, 석류 등이 현대적 해석으로 재탄생한다. 최영희는 50년간 문인화 교육에 헌신하며 국내외 단체전(러시아, 프랑스 등)과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현재 대구미술협회·죽농서단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김바름 작가는 서양화 기법으로 자연의 순간적 감각을 포착하는 반면, 최영희 작가는 전통 문인화를 현대적 재료와 실험적 기법으로 재해석한다. 두 작가는 자연을 매개로 인간의 내면과 교감하며,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 심리적 치유와 예술적 성찰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3

1만 명이 즐긴 해와 달의 축제

“포항 시민의 삶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의 장에서 전통과 현대, 시민과 예술인이 어우러져 포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포항의 대표 향토문화예술축제인 ‘제16회 일월문화제’가 1만여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지난 11일과 12일 이틀간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 개최한 이번 행사는 지역 역사와 신화를 재해석한 독창적인 구성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호평받으며 막을 내렸다. 특히 포항의 상징적 공간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열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적 의미가 한층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축제는 ‘우리는 이곳에서 살며, 놀았다’를 슬로건으로 삼아 자연, 사람,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축제로 기획됐으며, 개막 퍼포먼스 ‘춤이 되고, 노래가 되고, 빛이 되어’는 10여 개 예술단체와 시민 그룹 300여 명이 협업한 대규모 공연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11일 일몰과 함께 시작된 개막식은 동해안별신굿의 신명나는 가락과 대북의 장엄한 울림으로 문을 열었다. 곧이어 등장한 300여 명의 대형 행렬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등장하자 관람객들은 숨을 죽인 채 장면에 몰입했다. 100여 명의 풍물패와 취타대가 힘찬 선율을 더했고, 무용수들은 영일만의 파도를 형상화한 역동적인 장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무용수와 시민참여자들은 ‘해’와 ‘달’을 상징하는 소리와 몸짓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공동체적 이야기를 펼쳤으며, 피날레에서는 전통 민속놀이 ‘월월이청청’이 시민들과 어우러져 대동제의 장으로 확장되며 관람객이 축제의 주인으로 함께하는 참여형 무대를 완성했다. 이번 축제는 포항예총 산하 7개 지부를 비롯해 포항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 취타대, 흥해농요보존회, 죽장지게상여놀이, 월월이청청 등 지역 예술단체와 시민 커뮤니티가 주체적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의미를 구현했다. 또한 11, 12일 이틀간 지역 자원을 중심으로 기획된 겸재 정선 강연, 포항문학 토크쇼, 규방공예와 도자기 체험,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시민마켓 등 27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포항시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탬프 미션 프로그램’은 ‘해’와 ‘달’을 테마로 한 퀴즈와 경품 이벤트로 어린이와 청소년층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개막 퍼포먼스는 포항의 자연과 예술,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체의 예술’이었다”며 “서로 다른 빛이 모여 하나의 빛을 이루듯, 포항의 다양성과 조화를 상징하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정모 씨(32·포항시 남구)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에서 포항의 정체성을 느끼며, 가족과 함께한 도자기 체험과 지역 특산품 마켓, 전통 놀이 공연이 특별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월문화제’는 격년제로 개최되며, 제17회 축제는 2027년에 열릴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2

옻칠로 생명의 꽃 피워낸 ‘시간의 정원’ 속으로

포항의 중진 옻칠작가 김덕기 작가의 개인전 ‘칠화: 꽃 이야기’ 전이 개최된다. 오는 26일까지 포항시 북구 장량로에 위치한 옻칠아트 려연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옻칠의 독특한 광택과 질감을 활용해 꽃의 생명력,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 30여 점이 선보인다. 전통 옻칠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꽃의 생명력을 담은 작품들은 작가의 ‘자연의 본질 탐구’ 테마를 이어가며, 옻칠 회화의 기술적 완성도와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보여준다. 자연과 삶의 순환, 영원을 탐구하는 서사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김덕기 옻칠작가의 작품은 꽃을 소재로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독특하게 재해석한다. 옻칠 특유의 깊고 풍부한 색감 위에 분홍, 보라, 흰색 꽃들이 세밀하게 배열돼 있으며, 자연의 생명력과 화려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작가는 옻칠의 느린 제작 과정과 층층이 쌓아 올린 질감을 통해 ‘생명의 언어’와 ‘시간의 기록’을 구현해냈다. 대표작인 붉은 바탕 위 연꽃을 담은 칠화 ‘25B03’은 전통 옻칠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연꽃의 고결함과 정신적 숭고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단순한 구도 속에 강렬한 시각적 울림을 담아 삶의 희망과 깨달음을 상징하며, 표면에 흩어진 금빛 무늬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부여한다. 칠화 ‘25B07’ 은 화폭을 가득 채운 작은 꽃들이 찰나의 순간을 초월한 ‘시간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반복되는 패턴과 색채 대비를 통해 시각적 리듬을 형성하며, 옻칠의 광택과 질감이 입체감을 더한다. 작가는 전통 공예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해 자연의 순환과 아름다움을 강조했으며, 이는 그의 작업 세계관인 ‘생명의 지속성’과도 연결된다. 김덕기 작가는 “옻칠은 기다림의 예술이자, 순간 속에 영원을 새기는 작업”이라며 “관람자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대학원에서 옻칠 조형을 전공했으며, 전국 사찰과 목조건축물에서 단청·옻칠 작업을 통해 전통 기법을 익혔다. 2022년부터 포항에서 ‘옻칠아트 려연’ 작업실을 운영하며 독자적인 칠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칠화: 꽃 이야기’ 전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2

거장 지휘자·스타 협연자 ‘환상의 하모니’

대구를 대표하는 클래식 축제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KBS교향악단 공연이 오는 18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KBS교향악단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에는 70대 거장 지휘자 피터 운지안과 20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협연자로 나서, 세대를 아우르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1956년 창단 이래 수준 높은 연주로 클래식 음악 발전에 기여해 온 KBS교향악단은 교향악부터 실내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에게 감동을 전해왔다. 2024년에는 폴란드와 체코 페스티벌에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받아 세계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였으며, 19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로도 대중과 소통하며 ‘클래식 힙’을 선도해 왔다. 이번 대구 공연에서도 다채로운 레퍼토리와 무료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는 피터 운지안은 뉴욕과 시애틀에서부터 암스테르담과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콘서트홀에서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지휘자다.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는 재일교포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혼혈 배경을 지닌 줄리어드 출신 음악가로, 클래식계의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뉴욕 타임즈와 BBC 매거진이 ‘세대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극찬한 그는 이번 대구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은 미국 현대 음악의 거장 조앤 타워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모음곡’으로 시작된다. 각 악기군이 독주자처럼 활약하며 현대 음악의 혁신적 에너지를 구현하는 이 곡은 KBS교향악단의 정교한 연주로 기대를 모은다. 2025년 1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예일 필하모니아와 피터 운지안의 지휘로세계 초연된 뒤, 아시아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첫 연주를 맡는다. 이어 랜들 구스비의 협연으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된다.작곡 당시 난해함으로 연주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현재는 바이올린의 정수로 꼽히는 이 명곡을, 2018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우승자인 구스비가 특유의 음악적 감각과 테크닉으로 생동감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공연의 피날레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3번 라단조 Op.33’으로 장식된다.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유려한 선율의 조화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1936년 완성된 후기 걸작으로, 러시아적 정서와 화려한 악기 편성이 결합됐다. 특히 미국 망명 중 고향의 정서를 재구성해 예술적 열정을 응집한 이 작품은 청중에게 강렬한 감동을 전하며 음악사에 빛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2

국립경주박물관, 추석연휴 15만명 넘게 찾았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올해 추석 연휴 6일(추석 당일 휴관) 동안 총 15만3342명의 관람객이 신라의 문화유산을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예년보다 길었던 올해 추석 연휴(10월 3~9일) 동안 국립경주박물관은 온 가족이 즐기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15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휴관일인 6일을 제외한 엿새 동안 누적 관람객 수는 15만334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루 평균 관람객은 2만5557명으로, 전년 7982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관람객 추이를 보면 추석 당일을 전후해 방문객이 급증했으며, 특히 연휴 마지막 날인 7일에는 3만8477명이 방문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박물관이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4년 5월 4일의 3만4034명을 넘어선 수치다. 이어 8일 2만9480명, 9일 2만2900명 순으로 방문객이 몰렸다. 관람객 증가 요인으로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지역 관심이 증대된 점과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등 다채로운 전시·행사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모(43·포항시 북구)씨는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방문했는데, APEC 정상회의 개최로 경주가 활기를 띠면서 박물관도 새롭게 단장해 관람하기 편했다"며 “아이들이 천마총 금관과 신라 보물을 보며 즐거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방문객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신라 문화유산의 역사·문화·예술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전시·교육 프로그램·문화행사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윤상덕 관장은 “방문객들이 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관람 환경과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세계적 박물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1

노벨문학상,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수상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헝가리 출신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9일(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그의 장편소설인 ‘저항의 멜랑콜리'(1989), ‘북쪽에서 언덕, 남쪽에서 호수, 서쪽에서 도로, 동쪽에서 강’(2003) 등을 소개하면서, “인간 존재의 불안과 문명의 몰락을 심오하게 탐구한 서사로 현대문학의 지평을 확장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 헝가리 문학의 거장, “긴 문장 속의 묵시록적 세계” 1954년 헝가리 북동부 지오르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동유럽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장광설(長廣舌)처럼 이어지는 긴 문장과 묵시록적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인 ‘사탄탱고'(1985)는 공산주의 붕괴 직전의 헝가리 농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타락과 구원을 탐색하며, 벨라 타르 감독에 의해 7시간짜리 영화로도 제작돼 전설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유럽의 변방과 몰락한 공동체를 무대로, 체제 전환의 공포와 인간 내면의 허무를 독특한 문체로 직조한다. ‘끝없는 문장 속의 명상’으로 불릴 만큼 고독하고 철학적인 문체는 독자에게 일종의 정신적 체험을 남긴다. △ ‘노벨문학상 단골후보’에서 마침내 현실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수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2015년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독일의 괴테상, 오스트리아 국립문학상 등을 통해 유럽 내 위상을 확립했다. 평단에서는 “20세기 후반 동유럽 문학의 잿빛 유산을 21세기 문명비판의 언어로 변환시킨 작가”로 평가된다. △ ‘변방에서 중심으로’··· 동유럽 문학의 복권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은 아프리카·아시아 등 비서구권 문학을 조명해왔지만, 올해는 다시 유럽 내 변방으로 눈을 돌렸다. 헝가리라는 지정학적·문화적 경계의 땅에서 태어난 작가의 수상은 “문학의 중심은 여전히 언어와 사유의 깊이에 있다”는 상징적 선언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9

생명 진화서 AI 예측까지 미래를 설계하다

세계적인 화제작 ‘빅 히스토리(Big History)’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신작 ‘빅 퓨처’(북라이프)에서 인류의 미래 예측 메커니즘을 집중 조명한다. 호주 매쿼리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빅 히스토리’에서 우주론, 생물학, 역사학 등을 통합해 빅뱅부터 현재까지의 138억 년의 시간을 분석했었다. 그는 새 책에서 접근법을 확장해 이번에는 생명의 진화 전략에서 AI 예측까지 다양한 미래 사고법을 제시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21세기 새로운 세계사로 불리는 지구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가 창시한 빅 히스토리는 우주론, 지구물리학, 생물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합해 빅뱅(약 138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워크다. 이번 신작에서는 이를 확장해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크리스천은 ‘빅 퓨처’에서 시간의 본질을 과학적·철학적 차원에서 재정의한다. 엔트로피(무질서도) 증가와 같은 물리적 법칙을 통해 ‘시간의 화살’ 개념을 설명하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시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는 환경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신호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식물은 확률적 전략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다. 이러한 자연계의 메커니즘은 인류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생명체의 진화적 적응 방식을 분석한다. 대장균은 유당 부족 시 효소 생산을 중단하고, 파리지옥은 단기 기억으로 먹이 포획 여부를 판단하며, 애기장대는 장기 기억으로 계절 변화를 인지해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 크리스천은 이와 같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인간의 예측 도구(점술, 통계, 과학적 모델링)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크리스천은 30~40억 년 후 태양의 밝기 증가로 지구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천문학적 예측을 제시하며, 일론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계획을 성간 이동의 초기 단계로 해석한다. NASA와 스페이스X의 탐사 기술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은 시간과 미래에 대해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 기타’부터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와 신학자,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이 고심해낸 가설과 이론을 소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법, 이른바 ‘미래 사고(future thinking)’에 적용되는 근본 원리의 도출을 시도한다. 제1부 ‘미래를 생각하는 법’에서는 시간의 본질부터 파고든다. 제1장 ‘미래란 무엇인가?’는 결정론과 인과관계를 넘어 시간의 화살(엔트로피 증가 등)을 과학적·철학적 관점에서 재정의한다. 이어 제2장 ‘미래를 예측하다’에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차용해 가상의 미래 지형도를 그리며, 예측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한다. 제2부 ‘미래를 관리하는 법’은 생명체의 진화적 전략을 분석한다. 미생물부터 다세포 생물까지, 생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해온 메커니즘(예: 대장균의 신호전달 체계, 식물의 확률 기반 생존 전략)을 통해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을 조명한다. 이는 인간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생물학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3부 ‘미래를 대비하는 법’에서는 인류의 지적 도구가 미래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추적한다. 언어를 통한 집단 학습, 기술의 발전, 통계적 사고의 등장 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미래 예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본다. 특히 점술에서 과학적 모델링으로 전환된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미래학’이 가진 실용적 가치를 강조한다. 제4부 ‘미래를 상상하는 법’은 가장 도전적인 섹션이다. 기후 위기, 인공지능, 우주 확장 등을 종합해 2040~2100년의 시나리오, 1000년 뒤 인류의 진화, 우주 종말론까지 세 가지 시간 축에서 미래를 상상한다. “향후 수 세기 동안 태양계의 여러 위성과 행성, 소행성은 물론, 소행성이나 작은 행성만 한 특수 목적 우주선에도 식민지가 세워질 것이다. 아직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를 위한 제조업도 그 근거지를 대거 우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351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9

15~17세기 동남아시아는 독자적 문화·경제 체계 가진 역동적 공간

‘대항해시대’를 논할 때 흔히 유럽 중심의 시각에 가려졌던 동남아시아의 진정한 모습을 복원하는 책 ‘대항해시대의 동남아시아’(글항아리)가 출간됐다. 20년 넘게 동남아시아를 연구한 석학인 저자 앤서니 리드(UCLA 동남아시아센터 초대 소장)는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사관의 왜곡을 넘어 15~17세기 동남아시아가 단순한 교역의 경유지가 아닌 독자적 문화와 경제 체계를 가진 역동적 공간이었음을 밝힌다. 그는 ‘대항해시대’ 대신 ‘교역의 시대’라는 용어를 제안하며, 이 지역이 세계사와 상호작용하며 구축한 통합적 역사를 재구성한다. 동남아시아는 지리적·문화적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해안선, 울창한 열대림, 풍부한 수자원은 이 지역의 삶의 기반을 이뤘다. 육로 접근은 어려웠으나 해양 교통은 발달해, 계절풍을 활용한 안전한 항해가 가능했다. 이러한 환경은 지역 내 교역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말레이어는 당시 영어처럼 무역 언어로 사용됐으며, 자바인·중국인·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이 참여했다. 문화적 공통점도 뚜렷하다. 대다수 언어는 오스트로네시아족에서 비롯됐으며, 쌀·생선·야자를 주식으로 삼고 나무 기둥 위에 지어진 주상 가옥에서 생활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두드러졌는데, 결혼과 이혼이 자유로웠고 처가살이가 일반적이었다. 교역 중심 국가에선 여성 통치자도 등장했으며, 유럽 기록에 따르면 ‘남성들이 여성의 성적 만족을 위해 성기에 방울을 달 정도’로 남녀 관계가 평등했다. 이는 유교적 억압을 받은 동아시아 여성과는 대조적이다. 15~17세기 동남아시아는 세계 교역의 중심지였다. 말루쿠산 향료, 후추 등 고급 자원을 실은 중국·유럽 상선의 유입으로 번영을 누렸다. 1620년대 유럽의 연간 향료 수입량은 정향 300톤, 육두구 200톤에 달했고, 이윤율은 100%를 넘었다. 현지 상인들은 거대한 정크선을 운용하며 해상 무역을 주도했고, 도시들은 활기를 띠었다. 버마의 한 도시는 ‘열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도로’를 갖췄으며, 금화·엽전 형태의 ‘피치스’ 등 다양한 화폐가 유통되었다. 상업 계층인 ‘오랑카야’는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토착 귀족과 경쟁했다. 그러나 17세기 말 이 화려한 시대는 갑작스럽게 종말을 맞는다. 네덜란드동인도회사의 독점,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악화,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이 겹치며 교역은 쇠퇴했다. 동남아시아는 ‘훔치는 것 외에는 생계 수단이 없는’ 빈곤 지역으로 전락했고, 서구 열강의 착취 구조 속에서 저발전의 낙인이 찍혔다. 서구 기록은 종종 동남아시아를 ‘미개한 땅’으로 묘사했지만, 이는 식민주의적 편견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 지역은 창조적 적응력과 개방성으로 변화를 수용했다. 예를 들어, 말레이어는 무역 언어로 확산되며 다문화 교류의 매개체가 됐고, 현지 상인들은 유럽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서구 종교(이슬람교·기독교)의 유입은 여성 문화를 파괴했다. 남성 중심의 경전 종교가 정착되며 여성은 공적 영역에서 배제됐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복식으로 전환됐다. 이는 오늘날 ‘동남아시아 여성 인권이 낮았던 것을 서구가 개선시켰다’는 잘못된 인식의 뿌리가 됐다. 리드는 이 책을 통해 동남아시아의 ‘실패한 과거’가 아닌 역사의 자산으로서 교역의 시대를 재평가한다. 그는 ‘동남아시아인들은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며 번영을 일궜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 성과가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짓밟힌 점을 지적하며, 현재의 빈곤을 지역 탓으로 돌리는 시각을 비판한다. 17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은 20년 넘는 연구를 집약했다. 저자는 프랑스어·영어·말레이어 자료를 섭렵하며 파편화된 사료를 통합했고, 국립국어원의 표기 기준이 없는 지명과 용어는 현지 연구자의 자문을 받아 번역했다. 이처럼 철저한 고증은 동남아시아의 복합적 실체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데 기여했다. 후쿠오카아시아문화상을 받은 학술서로, 발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명성을 자랑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9

“포항시립박물관, 지역 유물 구입·기증 접수”

포항시가 역사문화 랜드마크 조성을 목표로 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시립박물관 전시 자원 확보를 위해 유물 수집에 나선다.   시는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이메일과 등기우편으로 유물 기증과 매매 신청을 받는다고 7일 밝혔다. 수집 대상은 포항과 관련된 지역 및 인물 관련 고문헌, 지역 고지도 및 근현대 지도, 근대 이전 회화·서화 작품 등이다. 시는 포항과 관련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상시 기증받는다. 기증자에게는 기증 증서와 감사패 수여, 박물관 행사 초청, 발간물 송부 등 특전이 제공된다. 단, 출처나 소유 관계가 불분명하거나 불법 취득된 유물은 구입·기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청 유물은 서류심사와 유물평가위원회의 평가·심의를 거쳐 최종 구입·기증 여부가 결정된다. 시는 2028년 11월까지 460억원을 들여 남구 동해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원에 부지면적 1만5142㎡, 연면적 7640㎡ 규모로 지하 1층∼지상 3층 시립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정혜숙 포항시 문화예술과장은 “이번 유물 수집은 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첫걸음이자 시민의 기록과 기억을 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7

포항시립미술관, 윤옥순의 ‘땅, 물, 불, 바람’ 회향전과 ‘기억윤슬’ 소장품전 개최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9월 30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지역작가조명전 ‘땅, 물, 불, 바람: 윤옥순의 회향’과 소장품전 ‘기억윤슬’을 개최하고 있다. 1, 3, 4전시실에서 열리는 지역작가조명전 ‘땅, 물, 불, 바람: 윤옥순의 회향’은 포항 출신 중견 여류화가 윤옥순의 근원적 생(生)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작가는 전통 한국화 재료의 현대적 실험부터 역동적 추상 회화, 존재에 대한 성찰적 근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생명’을 주제로 50여 년간 이어온 그의 예술적 궤적을 돌아보며, 시대와의 끊임없는 교감을 추구한 삶을 재조명한다. 윤옥순 작가는 “고향인 포항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혔다. 2전시실과 초헌 장두건관에 마련된 소장품전 ‘기억윤슬’은 미술관의 소장품과 신작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넘나드는 기억의 정서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박영달의 1950~60년대 흑백사진,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박혜수의 영상, 낙마 사고 후 신체적 트라우마를 재구성한 홍기원의 설치 작품 등이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엮여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끈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햇볕에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볼 때처럼, 전시 관람을 통해 삶의 무게에 가려진 진솔한 감정을 마주하는 기회를 가져보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추석 연휴 기간(10월 3~9일)에는 추석 당일인 10월 6일을 제외하고 정상 운영한다. 전시관람 문의는 (054)270-470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5

대구 출신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서울시향과 함께 미국 카네기홀 무대 장식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대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6)가 이달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봄소리는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미국 뉴욕 카네기홀과 오클라호마 맥나이트센터 등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다섯 차례 미국 순회공연에 동행한다. 지휘자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과는 이미 여러 차례 협연한 바 있다. 경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홍콩 필하모닉 등 다양한 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역량을 입증해왔다. 특히 2022년에는 뉴욕에서 야외 콘서트를 통해 현지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주로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김봄소리가 서울시향과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카네기홀 공연에 앞서 서울시향과 함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으며, 이는 초기 낭만주의 음악의 정수를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봄소리는 화려한 기교와 작품에 대한 깊은 해석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순수한 행복”이라 칭하며 꾸준히 무대에서 연주해오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특유의 따뜻하고 풍부한 음색으로 바이올린의 투명한 선율을 극대화한 멘델스존의 작품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공연에서도 김봄소리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특히 그는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 재학 시절부터 카네기홀과 친숙함을 쌓아왔다. 대구 출신인 김봄소리는 서울대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석사 및 아티스트 디플로마를 취득하며 탄탄한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뮌헨 ARD 콩쿠르, 하노버 콩쿠르, 몬트리올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비에냐프스키 콩쿠르 등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스위스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 등에서 연주하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또한 한국 솔리스트로는 최초로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기념해 파리 에펠탑 마르스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야외 축제 ‘르 콩세르 드 파리’의 메인 무대에 올라 프랑스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는 네덜란드 헤이그 레지던티 오케스트라의 2025/26 시즌 상주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4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투어 경주 공연

프랑스 뮤지컬의 대표작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총 5회 공연으로 진행되는 이번 무대는 2005년 한국 초연 이후 20주년을 맞아 경주를 찾는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작곡가인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음악과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시대를 앞서간 극작가 뤽 플라몽동의 가사가 조화를 이룬다. 15세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신분이 다른 세 남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추한 외모의 종지기 콰지모도, 대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는 모두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게 강렬한 욕망과 애정을 품는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당시 사회의 갈등, 부조리한 형벌 제도, 인간의 내면적 고뇌를 날카롭게 드러내며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한다. ‘성스루’(sung-through) 형식으로 모든 대사가 노래로 전달되며, ‘대성당의 시대’, ‘아름답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등 명곡들이 프랑스어 원어로 선사된다. 또한 100kg 이상의 대형 종과 움직이는 세트,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이 결합된 독창적 안무로 시각적 웅장함을 더한다. 1998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전 세계 30여 개국, 1500만 관객을 모은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 팀의 내한으로 원작의 감동을 재현한다.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하고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5 한수원 프리미어’ 마지막 시리즈로 기획된 이번 공연은 고품격 프리미엄 대형공연 프로그램으로, 티켓 가격은 VIP석 19만원부터 B석 7만원까지이며, 경주시민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예매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며 공연 관련 자세한 정보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arts.kr) 또는 문의 전화(1588-4925)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2

‘제23회 평보백일장’ 개최

포항대학교 설립자 고(故) 평보 하태환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빛나는 업적을 기념하는 ‘제23회 포항대학교 평보백일장’이 오는 25일 오후 1시 30분 포항대학교 평보관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포항대학교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의 부강과 지역발전을 교육을 통해 구현하기 위해 포항지역의 최초 사학인 포항대학과 동지학원을 설립한 고 하태환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고 지역문학의 활성화와 문학적 소양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년 백일장을 개최해오고 있다. 포항대학교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지부장 손창기)가 주관하는 ‘포항대학교 평보백일장’은 지난 2001년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 23회째 이르며 지역 문학인구의 저변확대와 글쓰기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대학의 지역문화 선도 및 문학발전에 기여를 목적으로 입선자 대학입학 특별전형 확대 및 우선 선발 등 지역 밀착형 대학 이미지 제고에 한몫을 하고 있다. 포항대학교 평보백일장은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학·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와 산문 부문으로 나눠 실시되며 제목은 대회 당일 현장에서 발표한다. 다만 대학부는 포항대학 재학생에 한하며 타 대학 참가학생은 일반부에 포함된다. 시상은 대상(평보상) 1명에게 상금 100만원이 수여되며 특별상 고등부 1명에게 상금 100만원과 포항대학교 총장상이 수여된다. 부문별 장원과 우수상, 장려상 작품을 선정해 상장과 상금을 시상한다. 입상자는 11월 3일 포항대학교 홈페이지(http://www.pohang.ac.kr)와 포항문인협회(http://cafe.daum.net/pohangliterature) 카페를 통해 발표된다. 시상식 일정은 추후 별도 공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1

포항 서명종 원법사 ‘대한불교 유식종(唯識宗) 원법사'로 새 출범

전국 최초의 사찰형 민간정원을 보유한 대한불교 서명종 포항 원법사(주지 해운 스님)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종단 법인 명칭을 사단법인 ‘대한불교 유식종(唯識宗) 원법사’로 공식 변경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 명칭 변경은 종단이 유식불교(唯識佛敎) 사상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정체성과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결정이다. 기존 ‘서명종’ 체제 역시 종조인 원측대사가 주창한 ‘일체유식(一切唯識)’을 핵심 교의로 삼아 중생의 성불(成佛)을 위한 실천적 수행 체계를 구축해왔다. 새롭게 개정된 종단 규약은 이를 보다 명확히 정리해, △유식불교의 핵심 사상인 일체유식을 중심으로 삼고 △유가행(瑜伽行) 실천 수행을 통해 중생이 궁극적으로 성불에 이르도록 하는 길을 제시하며 △부처님의 진리를 널리 전파함으로써 상생과 화합의 사회 구현을 지향한다는 세 가지 목적을 명시했다. 해운 주지 스님은 “이번 명칭 변경은 종단의 근본 교의를 더욱 분명히 하고,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며 “유식불교의 교학과 수행을 바탕으로 화합과 치유 도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종단의 조직 체계도 일부 개편됐다. 총회가 최고 의결기구로 유지되며, 회원이 대의원을 선출해 주요 사항을 위임하는 구조는 기존과 동일하나, 지부별 대의원 정수를 이사회에서 결정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운영의 유연성을 기했다. 유식종의 총본산인 원법사는 이번에 새로운 심볼(symbol)도 공개했다. 석류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은 생명의 씨앗, 내적 풍요, 알라야식(alaya-vijñāna, 저장식)의 개념을 시각화했으며, 외곽의 원형은 우주의 순환, 불법 전파, 법륜의 의미를 담아 수행과 깨달음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았다고 했다. 또 석류를 받치는 손 모양은 알라야식의 심오함을 지탱하는 수행자의 자세와 자비·지혜의 정신을 은유한다고 설명했다. 해운 스님은 “심볼은 종단의 철학과 수행 정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며 “시각적 상징성과 교의적 깊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사회의 일부 인사들은 “사찰형 민간정원 등록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는 시기에 이뤄진 명칭 변경이 종단의 교의 본질을 강화하고, 유식불교의 정통성을 선양해 종단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창건 25주년을 맞은 원법사(포항시 북구 신광면 호리 693-1번지)는 명상과 안식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그동안 지역사회와 호흡을 맞추며 포교활동을 해왔다. 특히 2015년 원법사장학회 설립을 시작으로 지역 내 학생 및 동국대 지역미래불자 육성 장학금 지원 등을 폭넓게 실천하고 있고, 2024년 12월에는 달라이라마 친견을 통해 티베트 왕실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이운해 적멸보궁 도량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산림청 등록 160개 민간정원 중 최초의 사찰형 민간정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도량 내에는 국내 최고의 수형을 자랑하는 3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이식돼 성장하고 있어 머잖아 매화사찰로서도 명성을 떨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1

노시갑 작가 개인전 ‘군상’…시간과 기억의 층위 탐구

대구 ‘예술상회 토마’(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서 노시갑 작가 개인전이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구포토비엔날레 프린지 포토페스티벌 선정 작가전으로 마련됐다. 노 작가는 흑백필름 위에 꽃잎과 자연물 등을 직접 배치하고, 아날로그 칼라 인화 기법으로 재구성하는 독창적 방식을 선보인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기억과 감각을 중첩시켜 시간의 층위를 탐구하는 새로운 사진 미학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전통적으로 아날로그 사진은 ‘사라진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예술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노 작가는 이를 넘어선 실험적 시도를 이어왔다. 이번 ‘군상’》 시리즈에서는 필름 위에 올려진 꽃잎과 자연물이 인화 과정에서 다시 겹쳐지며 다층적 감각을 드러낸다. 사진은 기록 매체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이 교차하는 미학적 실험 공간으로 확장된다. 사진 전문지 ‘포토닷’은 노 작가의 작업을 “아날로그 기법의 순수성을 바탕으로 한 실험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 흑백필름과 꽃잎, 자연물을 직접 활용해 손으로 인화하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는 것. 또 그의 사진은 서로 다른 시간성과 감각을 한 화면에 중첩시켜 단일 이미지 속에서 다층적 감각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정지된 장면을 넘어선 연속성과 심리적 흐름을 포착함으로써 기억과 감각이 재조합되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포스트모더니즘적 흐름 속에서 사진 재현 방식을 확장한 점도 눈에 띈다.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호와 의미가 교차하는 새로운 미학적 실험을 펼쳤다는 분석이다. 노 작가는 “사진을 단순히 기록 매체로 다루기보다, 감각과 상징이 교차하고 시간이 겹쳐지는 사유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다”며 “꽃잎 하나, 필름의 결까지 모두 순수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450길 10 예술상회 토마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0-01

10월 포항은 문화·예술의 향연으로 ‘넘실’

포항 전역이, 추석 연휴를 포함한 10월 한 달간, 다채로운 문화 예술 프로그램으로 가득한 축제의 현장으로 탈바꿈한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포항 전역에서 전시, 공연, 축제, 체험 등 20여 개의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선사한다고 30일 밝혔다. 먼저 추석 연휴 기간에 맞춰 시민과 귀성객,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8일에는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신라마을에서 국악 힐링콘서트 ‘한가위, 소리로 물들다’가 열리며, 이어서 9일에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12일에는 ‘일요향악:가무백희’가 진행돼 추석 연휴의 문화적 즐거움을 더한다. 인디플러스 포항에서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간 독립예술영화 특별전 ‘풍요로운 영화 한 상’이 열려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0월 11~12일에 열리는 ‘일월문화제’는 전통놀이, 공연, 마켓, 강연이 어우러진 대동 문화의 장으로 꾸며진다.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영일대해수욕장과 동빈문화창고1969 일대에서는 포항 대표 예술축제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개최된다. 10월 문화의 달 대미는 29일 영일대해수욕장 해변에서 열리는 불꽃 및 드론 쇼다.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1000대의 드론과 화려한 불꽃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밤하늘을 연출할 예정이며, 이어서 11월 1일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오후 7시부터 한국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문화예술팩토리에서는 무형유산과 현대예술의 접점을 탐구한 ‘K-헤리티지 아트전:이음의 변주’가 11월 7일까지 열리며, 동빈문화창고1969에서는 철강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기술 기반 예술로 재해석한 ‘숨 쉬는 기계’ 전시가 10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귀비고에서는 정다운·사공숙 작가의 ‘달’을 주제로 풀어낸 스토리 전시 ‘달을 그리다’가 펼쳐진다. 또한 구룡포생활문화센터에서는 ‘구룡포와 바다’를 주제로 지역 학생들과 아라예술촌 입주 작가 3인이 협업한 ‘2025 공공미술 프로젝트전’이 11월 1일까지 개최돼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10월 26일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에서는 해양문화와 일월신화를 주제로 한 ‘2025 포항국제음악제’ 프린지 공연이 펼쳐지며, 본 공연은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대공연장, 포항시청 대잠홀, 효자아트홀 등 포항시 전역에서 열린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마련된 환경 뮤지컬 ‘마고마나또라’도 준비됐다. 고래의 여정을 통해 생명과 자연보호 메시지를 전하는 이 공연은 10월 18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펼쳐진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귀비고에서는 10월 4일부터 8일까지 전통 창작 체험 ‘내 손안에 물들다’가 운영된다. 4~9일에는 신라마을과 구룡포생활문화센터에서 윷놀이와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이 진행된다. 또한 9일에는 귀비고 신라마을에서 ‘고택뮤직페스타-신라마을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족 소통형 인문교육 ‘2025 가가호호 – 영화 하브루타’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감상 후 토론하는 방식으로 11일, 17일, 25일 중앙아트홀에서 열린다. 꿈틀로에서는 예술체험 마켓 ‘298놀장 10월’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이외에도 구룡포 피어라운지에서는 10월 한 달간 ‘모리 스케치 체험’과 추석 연휴 특별 프로그램 ‘즉석 사진 인화 이벤트’(10월 7~9일)가 운영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0월 한 달간 도심 전역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전환된다”라며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기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30

툭 던져진 확들로 고요한 사색을 남기다

대구 갤러리 분도(중구 대봉동)에서 한국 동양화의 거장 김호득(75) 화백의 개인전 ‘Hommage to 박동준-김호득’이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작고한 패션디자이너 박동준(1951~2019) 선생을 기리며 그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작가들을 초대하는 기획전의 일환이다. 김호득 화백은 수묵화의 전통적 미학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독보적 화풍으로 주목받아왔다. 그의 예술은 단순한 필선의 역동성을 넘어, 생명의 에너지를 공간에 투영하는 ‘기운생동’이 핵심이다. 김 화백은 ‘수묵화의 전통을 혁신적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아 왔다. 먹과 한지의 물성을 실험하며 공간 자체를 예술로 변용시키는 그의 설치 작업은 직관과 분석을 결합한 독창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 영천 시안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먹물 수조 작업’이 대표적인 예다. 천장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한지들이 거대한 먹물 수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극대화된 수직적 깊이에 관람자는 숭고한 몰입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 작업은 이후 금호미술관, 덕수궁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재해석돼 전시되며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2년 제1회 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서는 야외 공간에 설치된 흰 광목천이 도랑을 가로지르며 바람에 나부꼈다. 동양화의 핵심 요소인 ‘여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강물·흙·바람 등 자연 요소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축적되는 과정을 기록하는 설치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그가 ‘겹’과 ‘사이’ 연작에서 선보이는 사선 필치의 리듬감은 우주적 순환을 닮았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폭포’ 연작의 진화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이 시리즈는 초기에는 4m가 넘는 화면에 광폭한 필치로 생명의 분출을 표현했으나, 2025년 신작에서는 단순화된 몇 개의 획만으로 폭포의 본질을 포착한다. 광목천 위에 툭 던져진 획들은 오히려 내면의 성찰을 강조하며, 격렬한 에너지 대신 고요한 사색의 흔적을 남긴다.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서울예술고를 거쳐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하며 화업의 길을 걸었다. 제15회 이중섭 미술상, 제4회 김수근문화상 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국내 유수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5년 영남대 교수 퇴임 후 경기도 여주로 작업실을 옮긴 이후 수차례 투병과 외로움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은 결과물이 이번 전시에서 빛을 발한다. 고(故) 박동준 선생은 대구 출신의 패션디자이너이자 갤러리 분도의 창립자로, 김호득 화백과도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이번 전시는 박동준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Homage to 박동준’ 기획전의 여섯 번째 행사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9

문정미 씨 ‘포항시 서예대전’ 한문 부문 대상

포항서예가협회(회장 강성태)가 주최한 ‘제33회 전국공모 포항시서예대전’에서 한문 행초서 부문의 문정미(58·포항시 북구 장량동)씨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씨는 봉래 선생의 시 ‘국도(國島)’를 통해 전통 서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0년대 초 서예를 시작한 후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은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앞으로도 인성을 겸비한 예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진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전에서는 한글ㆍ한문ㆍ문인화ㆍ서각ㆍ캘리그라피 등의 부문에서총 277점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며, 148점이 입상했다. 최우수상에는 김지희씨(한문 행초)가 선정됐으며 우수상에는 이한형씨(한글), 김병찬씨(한문 해서)ㆍ김명지씨(캘리그라피)ㆍ이혜정씨(서각)가 수상했다. 특별상은 김영근씨(한문 행초)에게 돌아갔으며, 삼체상은 이기환씨(한문), 손용옥씨(한문), 김교덕씨(한문), 박수용씨(한문), 최이규씨(한문), 정향숙씨(한글), 최두길씨(문인화), 이민희씨(문인화), 한귀옥(한문ㆍ문인화)씨가 각각 수상했다. 입상 작품은 11월 7일부터 9일까지 포항시북구청 4층 아트팩토리에서 전시되며, 11월 8일 오후 3시 전시장에서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제34회 충효학생서예대전 결과 총 125점의 출품작 중에70여 점이 입상했다. 심사결과 대상에는 김은후(포항제철초3), 한동우(두호남부초6), 김소은(항도중2) 학생이 차지했으며, 최우수상에는 백하연(구룡포초1), 정민정(신흥초6), 허하운(상도중2) 학생이 각각 차지했다. 포항서예가협회는 1991년 창립 이래 서예 활동을 통해 문화 소통 활성화와 시민 정서 함양, 서예 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해왔다. 설날 민속한마당 행사장 등에서 가훈 써주기, 장애인시설 부채작품 제작 등 봉사활동을 펼치며 전통 문화 계승과 글로벌 포항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9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인생은 달라질까?

대구의 토종 극단 ‘극단돼지’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대구 중구 동성로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신작 연극 ‘타임’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인생은 달라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되풀이되는 삶과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타임’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차용했지만, 화려한 특수효과보다는 인물의 심리와 감정에 집중한다. 주인공은 실패와 후회 속에서 무너진 평범한 인간으로, 과거를 바꿀 기회를 부여받지만 운명은 비틀리며 결국 같은 절망으로 돌아간다. 반복되는 실패와 상실을 통해 그는 삶의 무게와 인간관계의 상처를 드러내며, 관객은 그의 절망에 빠져든다. 특히 작품 속 ‘신’ 캐릭터는 전통적인 구원자가 아니라 조롱과 관찰을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로 설정된다. 친절하지만 공허한 미소를 지닌 그는 인물의 선택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연출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고, 차갑고 반복적인 장면 전개와 변주된 사운드·조명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과거를 바꾸는 것이 곧 구원은 아니다”라는 성찰을 던진다. 극단 측은 이번 공연이 단순히 판타지적 상상력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불가역성과 관계의 복원력을 질문하는 장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과거보다 현재를 살아가야 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것이다. 극단 돼지 이홍기 대표는 “이번 공연은 판타지와 심리극적 요소를 결합해 20~40대 관객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며 “삶의 어두운 단면, 사랑과 후회,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를 담아낸 서사는 관객 각자가 자신의 관계와 선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강렬한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평했다. 연극 ‘타임’은 화~금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6시,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2시와 5시에 공연된다. 10월 3일, 5일, 7~9일, 12일은 일부 변동된 일정으로 무대에 오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29

책과 음악 어우러진 ‘문화의 장’ 펼쳐져

포항시 최대 독서문화축제인 ‘2025 포항 독서대전’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포은흥해도서관 일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포항시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후원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지난해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 포항’에 이어 함께 읽는 독서의 가치와 즐거움을 만끽했다. 올해 독서 대전은 ‘음악, 책을 만나다’를 주제로, 단순한 독서 행사를 넘어 책과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전국 규모로 열린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성공에 이어 올해는 지역 특화형 축제로 전환해 시민 주도적 참여와 사회적 가치 확산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포항시립도서관과 독서 문화 교육 음악 예술계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북마켓, 강연과 북토크, 전시, 공연, 체험 등 8개 영역 3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전국 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한 북마켓에서는 희귀 도서와 개성 넘치는 굿즈가 선보였으며, 가족 퀴즈왕 대회, 점자 촉각 도서 체험 등 독서와 창작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참여를 이끌었다. 강연 & 북토크: 올해의 책 작가 김민서·신동섭을 비롯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 정호승 시인, 김현욱 작가 등이 참여해 문학과 음악의 교차점을 탐구했다. 특히 동화작가 송언과 사서 딸의 대담은 세대 간 문학적 소통을 이끌어 내며 눈길을 끌었다. 포항 지역 작가전(28인 참여), 음악 그림책 특별전,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지역 이야기책 등 시민 참여형 전시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공연 또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책의 감동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렉처콘서트, 그림책 작가의 1인극, 뮤지컬 ‘커다란 방귀’ 공연이 진행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모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음악영화 상영도 마련돼 포용적 문화축제의 면모를 발휘했다. 축제 기간 중 ‘추억의 DJ코너’에서는 시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음악과 함께 소개하며 감성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지역 서점 3곳을 추천받아 최다 득표 서점에 ‘명예의 포부기’(포항독서대전 캐릭터) 스티커를 수여하는 이벤트도 열려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서양진 포항시립도서관장은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문화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포항 독서대전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과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느끼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포항 독서대전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8

국립대구박물관, 전통 복식과 근대 섬유산업 역사 기획전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인 국립대구박물관(관장 직무대리 최환)이 2025년 복식문화 특성화 박물관협의체 및 지역박물관 연계 사업의 일환으로, 경운박물관과 대구근대역사관과 함께 공동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복식의 미학과 근대 섬유산업의 역사를 주제로, 각 기관의 특화 소장품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인다. 경운박물관의 ‘갖옷, 겨울을 건너다’(9월 25~12월 7일)는 동물 털과 가죽으로 제작된 한국 전통 방한복 ‘갖옷’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집중 조명한다. 갖옷은 털을 안감에 숨겨 보온성과 절제미를 동시에 구현한 독특한 복식으로, 전시에서는 저고리, 두루마기, 모자, 가죽신 등 실생활에서 활용된 갖옷의 유물과 제작 과정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의 ‘대구 도심 공장굴뚝, 기계소리 – 근대 대구 섬유 읽기’(9월 30일~2026년 3월 8일)는 대구가 세계적인 섬유산업 도시로 도약한 역사적 배경과 발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자본으로 설립된 ‘동양염직소’부터, 전시체제기 일본의 공출 정책에 따라 건설된 산업 시설까지, 대구 섬유산업의 궤적을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최환 국립대구박물관 관장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복식문화의 독창성과 산업사적 가치를 조명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전시·학술·출판 등 다양한 공동사업을 통해 참여 기관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8

포항문화원, 대한민국 문화원상 ‘우수상’ 수상

포항문화원이 ‘제18회 대한민국 문화원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26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지역문화박람회 개막식장에서 진행됐다. ‘대한민국 문화원상’은 전국 232개 문화원을 대상으로 활동 실적의 독창성과 지역문화 발전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지역문화 진흥과 문화 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기관의 성과를 공인하는 상으로, 지방문화 현장의 대표적인 포상으로 꼽힌다. 포항문화원은 다양한 향토사 발굴 및 연구 활동과 선비문화강좌 등 시민참여형 문화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기여해왔다. 특히 지역 역사자원을 활용한 교육·체험 사업, 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 시민 강좌 운영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매년 10월 10일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제정한 ‘지방문화원의 날’로, 전국 문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김해에서 열린 지역문화박람회와 연계해 시상식이 함께 진행됐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예산이 타 지역 문화원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문화가족들과 지역 후원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응원 덕분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시민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포항문화원 김모 이사(63)는 “경북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유일한 인구 50만 대도시인 포항문화원이 예산 지원 규모에서는 하위권에 머무는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역문화 창달에 앞장서 온 결과”라며 “지역의 역사문화적 기반이 튼튼할수록 철학·사상·문화적 자부심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지역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포항문화원은 1964년 설립 이후 지역 정체성 확립과 문화자산 보존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향토사료 수집·정리, 지역문화 아카이브 구축, 시민문화학교 운영 등 지역 맞춤형 문화사업을 확대하며 ‘시민 속의 문화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6

책과 음악이 만나는 가을의 향연···‘2025 포항독서대전’ 개최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독서 축제가 포항시에서 열린다.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오는 27일과 28일 이틀간 ‘2025 포항독서대전’을 포은흥해도서관 일원에서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음악, 책을 만나다’를 주제로, 책과 음악이 어우러져 시민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지난해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포항시립도서관은 올해부터 지역 특화형 독서 축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단순한 독서 행사를 넘어 독서의 사회적 의미 확대와 시민 주체적 참여를 목표로,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예술적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독서대전에서는 시민들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우선 전국의 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하는 북마켓에서는 책과 개성 넘치는 굿즈를 선보이고, 작가와 직접 만나는 시간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더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올해의 책 가족 퀴즈왕 대회, 점자 촉각도서 체험, 그림책 만들기 등 독서와 창작을 연결한 행사들이 준비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참여가 가능하다. 또한 강연&북토크에서는 올해의 책 작가 김민서·신동섭을 비롯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 정호승 시인, 김현욱 작가 등이 참여해 문학· 음악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특히 동화작가 송언과 사서 딸의 대담은 세대간 문학적 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지역 문인 28인의 작품 세계가 펼쳐지는 ‘포항 지역 작가전'과 음악 그림책 특별전, 포항여전자고 학생들의 지역 이야기 책 등 시민 참여형 전시가 풍성하게 열린다.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책의 감동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렉처콘서트, 그림책 작가의 1인극, 뮤지컬 ‘커다란 방귀 공연’이 진행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음악영화 상영도 마련됐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음악과 함께 소개하는 ‘추억의 DJ코너’와 함께 지역 서점 3곳을 추천받아 최다 득표 서점에 ‘명예의 포부기(Pobooki, 포항독서대전 캐릭터) 스티커’를 부착해주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서양진 관장은 “이번 축제는 시민이 주체가 돼 책과 음악을 함께 경험하며, 지역 안에서 문화적 유대감을 넓히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책으로 생각을 열고 음악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6

6000만 년 걸친 인류와 나무의 공생 관계를 탐구

“작은 영장류의 후손인 인류는 대체 어떻게 직립보행에 성공하고 최상위 포식자가 돼 세계를 호령하며 살게 됐을까? 인류는 어떻게 문명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일까?” 최근 출간된 ‘나무의 시대’(더숲)는 목재가 인류 역사의 숨은 주역이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영국 헐 대학 생물학과 객원교수이자 식물학·생체역학 전문가인 롤랜드 에노스는 6000만 년에 걸친 인류와 나무의 공생 관계를 탐구하며, 돌·청동·철 중심의 전통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목재가 문명 발전에 미친 결정적 영향을 조명한다. 저자는 목재가 인류의 진화, 기술, 사회, 건축, 환경에 미친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산업혁명 이후 목재는 점차 화석연료와 대체 자재에 자리를 내줬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이제 다시 ‘나무’로 돌아가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는 나무가 어떻게 인간의 진화·기술·사회·건축·환경을 이끌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목재로서 나무’의 독특한 성질을 활용할 줄 아는 우리의 능력이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 사회와 삶을 근본적으로 빚어냈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땅으로 내려와 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목재는 분명 중심적인 재료였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를 나무에서 내려오게 한 열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운 좋게도 목재의 유용한 성질 가운데 두 가지를 활용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 첫 단계로 초기 인류는 목재가 마르면서 단단해진다는 성질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땅을 파는 데 사용할 막대기를 만들어 새로운 식량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우리와 같은 사람(Homo) 속에 속하는 초기 구성원들은 마른 목재가 불에 잘 탄다는 성질을 활용했다. 덕분에 불을 피워 포식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됐다. 결국 나무에서 나는 재료인 목재와의 관계가 급성장한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가 나무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나무와 목재가 전 세계에서 이뤄낸 문명의 장대한 이야기는 인간 문명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동남아시아와 서아프리카에서는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형 유인원의 뇌를 자극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600년 이상 끄떡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궁궐인 자금성과 서기 600년경 세워진 호류지 5층탑이 빈번한 대형 지진을 견디어 왔고, 유럽에서는 목재를 변형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만들고 책과 신문을 만들 종이를 공급했다. 영국은 목조선으로 제국을 건설했으며, 19세기 아메리카의 신생국가는 거대한 산림에 의존하여, 주택·철도·가축우리·다리를 지었다. 목재의 역할이 단지 긍정적인 면에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목재로 만든 무기의 발달이 우리를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었고, 그 결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량 멸종을 불러오기도 했다. 우리는 농경을 통해 환경을 바꾸는 기술을 익히기도 전에, 나무 도구를 이용하여 거대한 짐승들을 죽여 없앴다. 유럽에서는 매머드와 털 코뿔소, 메갈로케로스(거대 순록), 아시아에서는 거대 오랑우탄, 북아메리카에서는 마스토돈과 말, 테이퍼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뿐만 아니다. 나무로 만든 활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주목나무로 만든 장궁(큰활)이 대표하듯이, 목재로 만든 활이야말로 15세기까지 명실상부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량살상 무기였다. 영장류학·인류학·고고학·역사학·건축학·공학·목공학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지식과 최근 연구 결과를 정교하게 엮어냄으로써 이야기의 스케일은 장대하고, 그 속을 채우는 지식과 통찰은 깊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깊이 있는 지식의 확장과 과학적 근거와 인문적 서사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여기에 저자의 흡입력 있는 문장과 치밀한 구성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결코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단편적 정보가 아닌,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지식의 네트워크를 경험하게 된다. 본문 중에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컬러 화보 23컷이 실려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5

‘혁신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구체적 방법론’을 체계화한 실전 지침서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른 ‘혁신’, 그러나 많은 기업이 도입만 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가 신간 ‘혁신과 성장 그리고 미래’(드로드출판사)를 출간했다. 포스코 혁신 기획 6년, 17년간의 글로벌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구체적 방법론’을 체계화한 실전 지침서다. 저자는 포스코 혁신 컨설팅과 MB 정부 동반성장 정책 아래 30여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조직에 혁신이 스며들면 건강한 조직,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혁신은 복합적 조건의 총합”이라며 “단편적 도구 적용이나 일시적 캠페인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리더십의 일관성과 현장 중심의 실행력이 결합돼야만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혁신을 멈추면 기업도 멈춘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생물과 같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한순간에 쇠퇴한다. 생존과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든 기업이 혁신을 도입하지만 성공한 기업은 드물고, 부분적으로 성공하는 수준에 머문다. 왜일까? 혁신을 제대로 실행하여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급 낭비가 된다”고 지적한다. 모든 조직은 생물로, 진화하지 않으면 쇠퇴한다고 경고하면서 최근 화두인 ESG 경영과 연계해 사회적 책임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 점도 주목된다. 책은 “혁신은 기술이 아닌 조직과 사람의 문제”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제2장에서는 ‘IIAC(도입-모방-응용-창조) 진화 모형’을 통해 경영 비전부터 회의체까지 5가지 핵심 요소를 문화로 정착시키는 방법을 설명한다. 제3장에서는 TPS·6시그마·TOC 등 12가지 혁신 기법을 업종별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특히 ‘Clean 작업장 문화’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처럼 현장 친화적인 접근법이 돋보인다. 혁신 실패 원인을 분석한 제4장에서는 ‘조직의 행동 변화와 균형 있는 혁신’을 강조한다. 제5·6장에서는 ESG 경영과 MZ 세대 관리법 등 현대 기업이 직면한 과제를 혁신과 연결시켰다. 제6장에서는 ‘미에루카 경영’(예측형 데이터 경영)과 ‘지식경영’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소통과 공감’이 조직 성과의 핵심임을 재확인시킨다. 제7장은 철강·에너지·2차전지 등 10개 업종별 혁신 성공 사례를, 제9장은 중국·일본·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혁신 전략을 소개한다. 제8장에서는 중소기업의 혁신 성공 사례를 통해 ‘작은 기업도 체계적 접근으로 강소기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10장은 ‘챗GPT에서 스마트 제철소까지’,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전략을 집약했다. 저자 정상철 대표는 “AI 시대는 예측과 협업이 혁신의 열쇠”라며 “문화적 토대 없이는 첨단 기술도 무용지물”이라 경고한다. 또 “이 책이 기업의 ‘멈춤’을 ‘도약’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혁신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와 사람에 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5

잊고 지낸 ‘편지의 감성’ 다시 일깨운다

신간 ‘하루 한 문장, 내일이 달라지는 마음습관’(도서출판 서로)은 우리가 잊고 지낸 ‘편지의 감성’을 다시 일깨운다. 한때는 손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던 시대가 있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빠른 속도와 디지털 메시지에 익숙해져버렸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 속에서도 ‘짧은 한 문장’이 마음을 두드린다는 것을 증명한다. 명사들의 언어, 고사성어, 일상의 깨달음이 조화를 이룬 문장들은 마치 아침마다 건네받은 손편지처럼, 하루의 시작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최규운 작가의 신간은 그가 10여 년간 매일 지인들에게 보낸 ‘아침편지’를 엮은 산문집이다. 단순한 개인의 기록이 아닌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권유와 응원을 받아 탄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몇 사람만 읽기엔 너무 아깝다”는 지인들의 제안이 모여,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든 책’이 됐다는 것이 출간 배경의 핵심이다. 책은 마음가짐, 자기성찰, 성장과 변화, 관계와 소통, 행복과 감사, 삶의 지혜와 리더십이라는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짧지만 깊이 있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어, 독자가 하루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일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이름 없는 들풀일지라도 햇살을 향해 곧게 서 있다면 잡초가 아니라 존재의 빛이 된다”('잡초, 혹은 산삼')라는 문장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사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연속된 모습”이라 말한다. “구름, 햇살, 꽃향기, 숲길의 공기, 사랑, 우정, 의리, 신뢰 같은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시간과 마음으로 얻는 것”이라며 “진정한 부자는 이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라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5

“골목길의 진정한 가치는 변치 않는 이야기”

“우리가 지금 만나는 역사의 현장이 신비롭기도 하고 흥미로운 것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구 중구 근대골목은 서문시장, 약전골목, 계산성당, 제일교회, 3·1 만세운동길, 대구 최초 백화점 무영당 등이 연결된 역사 탐방로다.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 국채보상운동 주역 서상돈의 자취, 화가 이인성의 감나무,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옛터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08년 시작된 골목 투어는 한국관광 100선에 여러 차례 선정됐으나, 세계적인 명소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달구벌골목길연구소 김규인(66) 기획실장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역사•문화 가득한 ‘대구 근대골목’ 숨겨진 이야기•체계적 보존 필요 골목길에 깃든 추억과 삶의 흔적 스토리텔링으로 세계 사로잡아야 김 실장은 “대구근대골목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가치는 무궁무진하지만, 체계적인 보존과 홍보 부족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올해 2월, 대구 지역 수필가 단체인 달구벌수필문학회를 모태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골목길 톺아보기’ 행사를 통해 4개 조가 중구 일대의 피난 문학 중심지, 일제강점기 흔적, 근대 산업 골목, 이름 없는 골목을 탐방하며 골목길의 다층적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골목길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을 즐기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손이 얼어붙도록 뛰어놀던 그 순수함이 골목길의 본질 아닐까요?”라며 골목길이 단순한 통행로가 아닌 삶의 흔적과 역사가 응축된 공간임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리용의 중세 돌길과 비밀 통로 트라불(Traboules), 이탈리아 피렌체의 골목길을 예로 들며 “대구도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의 발길을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구소는 두 차례 사진수필전을 개최해 호평을 받았으며, 이인성 기념사업회와 협력해 예술적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김 실장은 “골목길 탐사는 글쓰기의 중요한 영감원”이라며 “독자들이 글을 읽고 현장을 직접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10월부터 향촌문화원 등에서 열리는 ‘골목길 사진수필전’으로 일반인에게 골목길의 매력을 알릴 전망이다. 그는 대구시가 달성토성 등 역사적 골목길 보존에 소홀하다고 지적하며 “개발보다 원형 보존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골목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재생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구소는 향후 법인화를 통해 골목길 탐사 결과를 책으로 정리하고, 국내외 단체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골목길의 진정한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이야기 속에 있다”며 “이를 지키고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근대골목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자처한 달구벌골목길연구소의 노력이 골목길에 새 숨결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4

“끝맺음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여정”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오는 12월 14일까지 ‘202 유리상자-아트스타 Ⅲ 김선경 전 - 無와 有의 경계에서’ 전시를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인 ‘유리상자-아트스타’의 올해 세 번째 행사로, 김선경 작가의 설치작업을 만날 수 있다. ‘아트스페이스(Art Space·유리상자)’는 사방이 유리로 된 개방형 전시 공간으로, 봉산문화회관 2층에 위치해 일상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며 작가의 창의적 실험을 지원한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대표 모티프인 ‘종이배’를 통해 시간과 존재의 순환을 탐구한다. 유리상자 내부에 설치된 대형 종이배 오브제는 시각적 웅장함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전달한다. 특히 전시장 바닥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검은 실은 그리스 신화의 ‘레테 강’(망각의 강)을 연상시키며, 삶과 죽음, 기억과 소멸의 경계를 상징한다. 반면 종이배 후미에 연결된 붉은 실은 생명의 연속성과 인연을 나타내며, 두 요소의 대비를 통해 존재의 이중성을 표현한다. 종이배는 낮과 밤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낮에는 자연광을 받아 반짝이며 생동감을 드러내고, 밤에는 반사되는 빛에 의해 어둠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는 “끝맺음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여정”을 은유하며, 작가의 희망적 메시지를 담았다. 김선경 작가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낙동강 인근에서 성장하며 유년기에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띄우던 경험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추모와 치유의 맥락에서 시작된 ‘종이배’ 모티프는 점차 “생과 사, 유와 무의 경계를 넘는 여정”으로 확장됐다. 작가는 “종이배는 흘러가며 과거를 만들고, 현재를 비추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며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경계의 무엇’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의 중심을 차지하는 대형 종이배 모형은 기존 축소 모형의 개념을 뒤집는다. 실제 크기보다 수십 배 확대된 형태로 제작된 작품은 반투명한 비닐 테이프와 실을 층층이 쌓아 올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환영과 실체의 경계를 허무는 장치”로, 관람객이 작품 내부로 걸어들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실로 연결된 종이배들은 공중에 매달리거나 벽면에 설치돼 유동적인 구조를 이루며, 마치 물살을 타고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김선경 작가는 재료 선택에도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비닐 테이프는 내구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갖춰 “존재하면서도 사라지는 이중성”을 표현한다. 여기에 붉은색·파란색 등 다채로운 색실의 조합은 생명력과 에너지를 상징하며, 부드러운 천과 실은 여성의 섬세한 손길을 연상시킨다. 미술평론가 김영동은 “작가의 지난한 수작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 자체”라며 “수많은 손길이 담긴 작품은 관람객에게 위로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 추모에서 출발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는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종이배가 물에 잠기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은 죽음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시작을 위한 떠남”을 암시한다. 유리상자 내부에 설치된 작품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리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김선경 작가는 “종이배는 사라짐으로써 오히려 영원히 남는다”며 “이번 전시가 관객 각자의 기억과 시간을 비추는 거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민주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 기억과 망각, 유와 무라는 극단적 개념들이 서로 공존함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이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짐을 전달한다”며 “관람객이 종이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3

'힙한 선비, 예술을 품다' 군립청송야송미술관 3번째 순회전

(재)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한 경북문화재단 2025년 예술거점지원사업–‘힙한 선비, 예술을 품다’ 일반 기획 세번째 순회전이 지난 9일부터 28일까지 군립청송야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순회전은 ‘수양, 실용, 개혁’이라는 우리 고유의 선비정신을 현대 예술의 언어로 재해석해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로 풀어내고 있는데, 지난 7월부터 안동, 봉화에 이어 청송에서 세 번째로 열리고 있다. 이같은 전시회 컨셉은 기존의 전통적·보수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던 선비의 정신을 ‘힙(Hip)’이라는 개념으로 확장, 새롭게 조명하고 시민과 관람객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의 소전시실과 중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순회전은 3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선비정신을 기리는 섹션(Section)1 전시는 추사 김정희 선생과 백범 김구 선생 등의 진품 필적을 관람할 수 있다. 섹션2는 지역예술 선각자의 작품 코너로, 청송 출신의 산수화 거장 야송 이원좌 화백의 다양한 진경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다. 섹션3은 지역 참여단체 초대전으로, 청송묵림회ㆍ안동 영상미디어동우회ㆍ포항 맥시조문학회 등이 참여해 작가의 개성과 창의성을 살린 시서화 및 사진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맥시조문학회는 ‘힙한 선비’와 지역성을 결합해 창작한 시조를 회원들이 직접 붓글씨나 그림으로 표현한 시화·시서작품 15점을 전시해 눈길을 끈다. 김원택 (재)영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순회전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인 선비정신을 현대 예술과 접목하고, 관람객과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 융합의 실험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북 북부권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예술을 통한 문화 교류와 공감의 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3

스승을 섬기되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제42회 이형회 작품전 ‘사사무은(事師無隱)’

포스코갤러리 초대 제42회 이형회 작품전’이 오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포스코 포항본사 1, 2층 포스코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사사무은(事師無隱·스승을 섬기되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을 부제로 정해 이형회를 창설한 한국 서양화 도입기의 거장 고(故) 장두건 화백을 기리는 의미를 담은 뜻깊은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초헌 장두건 전’과 함께 열리게 되는 이 전시에는 회원들의 대형 작품이 출품돼 창작 열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형회는 1984년 포항 출신의 대표적 서양화가 장두건 화백이 창립한 미술 단체로,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과 궤를 함께해왔다. 장 화백은 생전 98세로 타계할 때까지 회장직을 맡아 이 단체를 이끌며 후배 작가 양성에 힘썼으며, 그의 유작과 유품은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에 기증돼 ‘초헌 장두건관’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다. 또한 포항시는 그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장두건미술상’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이형회의 42회째 정기 작품전으로, 장두건 화백의 예술적 유산과 현대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 작가는 장두건 선생을 포함해 총 67명으로, 강광식·노희정·고윤·허계 등 원로 작가부터 신진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특히 포항 지역에서는 류영재(전 포항예총회장), 최복룡(전 포항미협 회장), 박수철(지역 원로 작가) 등이 참여해 지역 미술계의 저력을 보여준다. 또한 포항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초헌 장두건 전’으로 정해 같은 기간에 장두건 화백의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전시 개막을 축하해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회원 46명과 지역 미술인들이 참여하는 전시 축하 행사가 열린다. 첫날인 18일에는 포항역에서 집결해 포스코갤러리로 이동한 뒤 전시장에서 오프닝 행사를 진행하고, 호미곶 관광과 만찬을 통해 회원 간 친목을 다진다. 둘째 날인 19일에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 선산에 위치한 장두건 화백의 묘소를 참배하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포항시립미술관의 ‘초헌 장두건관’을 방문해 그의 작품을 감상한 후 지역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마무리된다. 권숙자 이형회 회장은 “이번 전시는 포항시민과 포스코 임직원에게 수준 높은 미술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전국의 작가들에게 문화도시 포항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포스코갤러리의 개방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전시를 통해 지역민은 일상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며, 포스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와의 유대감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