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답이다··· ‘피토폴리스’의 해법‘
인류는 불과 몇 세대 만에 숲과 들판을 떠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 속으로 터전을 옮겼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며, 유엔(UN)은 2070년 이 비율이 70%에 달할 것이라 예측한다. 바야흐로 ‘호모 우르바누스(도시형 인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건설한 도시들은 폭염, 홍수, 전염병, 환경오염, 에너지 고갈 등 기후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왜 현재의 도시는 기후 위기 앞에서 이토록 취약한 것일까?
세계적인 식물신경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는 신간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김영사)에서 충격적인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는 도시의 위기가 동물의 신체 구조를 모방한 설계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며, 식물의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를 도시 설계에 도입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통적 도시는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뇌=도심, 심장=산업지구, 폐=주거지구)과 선형적 자원 소비 구조로 인해 취약하다. 교통·전력망 등 기반 시설에 장애가 발생하면 도시 전체가 마비되며,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축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역사적으로 로마 시대 도시 하나가 생존을 위해 이탈리아 반도의 절반 면적을 착취했던 것처럼, 현대 도시는 더욱 광범위한 지역을 잠식하며 확장돼 왔다.
반면 식물은 모든 기능을 전신에 분산한 모듈형 구조로 진화했다. 일부가 훼손되어도 생존하며, 에너지와 자원을 순환시켜 낭비를 최소화한다. 만쿠소는 “식물의 분산형 네트워크만이 기후 재앙과 불확실성에 대응할 유일한 해법”이라 강조한다.
이 책은 이론적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아스팔트 도로 일부를 나무와 식물로 대체해 생태 기반을 마련한다. 산업·주거·여가 시설을 한 지역에 집약해 이동 거리를 단축하고 에너지 사용을 절감한다. 기계적 냉난방 대신 나무의 증발산과 탄소 흡수 기능을 도시 설계에 통합한다.
브라질 쿠리치바의 보행자 전용 도로 ‘후아 다스 플로레스’는 이러한 접근법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숲길을 조성해 열섬 현상과 대기 오염을 동시에 해결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만쿠소는 “기후 위기로 거주 가능 지역이 북상하는 상황에서, 신규 도시들은 처음부터 식물 구조를 모방해야 하며, 기존 도시들도 단계적 개조를 통해 ‘피토폴리스(Phytopolis)’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식물생리학자로, 식물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과 생태적 적응력을 연구해왔다. 베스트셀러 ‘식물, 지능의 발견’ 등을 통해 과학적 통찰을 대중에게 전파했으며, 현재 피렌체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