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

북한 문화와 역사 궁금하세요?

분단으로 인한 역사와 문화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선결돼야 할까. 우리 민족의 기대와는 다르게 오랜 시간 남한과 북한 사이의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단절과 경색국면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런 문제의식과 그 문제의 해결의지를 담아낸 전시회가 `실크로드 경주 2015`의 `문명의 만남` 섹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준비된 `미래 문화관`(북한관) 전시회다. 고구려·평양 모습 간접 확인작품속 북한 산세·절경 탄성서역인 모습서 국제성 엿봐`분단 아픔`도 고스란히 전달이번에 소개될 북한관 전시는 그 규모의 크고 작음과는 상관없이 남북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북한의 문화와 역사를 좀 더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전시회는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 전 기간에 걸쳐 계속된다. `미래 문화관` 전시회는 북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 외에도, 오래 전 실크로드 선상의 당당한 주인공 중 하나였던 고구려와 평양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기에 각계각층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국은 “북한관 전시회는 잃어버린 한민족의 문화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규정했다. `한민족 실크로드를 누비다`라는 테마 아래 분단의 현실 속에서 잊고 살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선조들이 찬란한 교역의 역사를 북한을 통해 되돌아보자는 것이 전시회의 기획의도. 고려시대 국제 무역항 벽란도에서 만나는 고려인과 희귀한 보물들, 조선 후기 미술 속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운 북녘의 모습, 아직 치유되지 못한 분단의 아픔 등이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된다. 먼 옛날 국제적으로 유행한 스타일의 주름치마를 입은 여인들이 등장하는 수산리 고분 벽화. 그림을 통해서는 동북아의 강대국이었던 고구려 속 서역인들의 모습과 국제성을 엿볼 수 있다. 전시회에선 `꼬레아` 고려의 국제적인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존(zone)도 설치된다. 나전칠기, 화문석, 인삼, 조랑말, 금, 은, 종이 등의 수출품과 비단, 약재, 차, 유리, 향료 등의 수입품이 전시되고, 천리장성과 고려 궁성 만원대, 선죽교 등을 주요 테마로 고려가 간직한 다양한 이야기도 소개할 계획이다. 조선 후기에 등장한 진경산수화 속에서는 지금은 가보기 힘든 북한의 아름다운 산세와 절경을 관람객들의 눈에 담을 수 있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 조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북녘의 절경에 취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처럼 ` 문화 미래관`을 걷다보면 실크로드의 주역이었던 고구려인, 국제적 감각을 지녔던 고려인, 조선 후기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만나는 북녘의 아름다운 절경 등을 북한에 가지 않고도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전시회는 화합과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실크로드 경주 2015`를 통해 구체화시킨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경주에서 사람들과 반갑게 만나게 될 고구려, 고려, 북한의 문화와 유물에선 따스한 온기와 민족적 향취가 느껴지지 않을까싶다. 한국의 역사를 돌아볼 때 1970년대까지는 풍요보다는 빈곤이, 안락보다는 고행의 시간이 우리를 지배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바로 이 빈곤과 고행의 시기를 이겨내게 했던 힘이 국민적 단결이었다. 좀 더 미시적으로 말하자면 경제적 궁핍을 벗어나게 한 동력의 하나는 `새마을운동`임을 적지 않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다. `미래 문화관`과 함께 준비된 `문명의 만남` 섹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새마을 세계화 전시관`이다. 이 전시회는 `새마을 운동과 함께 세계로 가는 길`이라는 콘셉트로 구성된다. 한국전쟁 이후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위해 힘을 보태는 나라로 성장하게 되기까지는 새마을운동의 힘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세기에 진행된 새마을운동은 21세기를 맞아 한국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재난과 빈곤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희망의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다. `새마을 세계화 전시관`은 전쟁 후 힘들고 어려웠던 한국의 현실과 새마을운동을 통한 근대화의 과정, 새마을운동에서 발현된 공동체 정신,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였던 경북도의 모습, 나눔의 한류로 역할하며 아프리카 등지에 불고 있는 새마을운동의 바람 등을 상세하게 조명한다. 이를 통해 세계로 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될 것이다. 같은 기간 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열릴 `실크로드 리얼리즘전`에선 `한국작가가 보는 실크로드, 실크로드 작가가 보는 실크로드`라는 주제로 몽골,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중국 등의 작가가 출품한 대작 60여 편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전시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9-01

한국 사극드라마 `숨은 주인공` 만나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사극드라마의 인기는 `한류열풍`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실크로드 경주 2015`가 경주타워 전망대에서 여는 전시회 `실크로드 주얼리 in 드라마`는 바로 이 한국 사극드라마의 숨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전통공예품(장신구)과 전통의상(한복)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한다.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관계자는 “드라마 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신구와 한복을 통해 실크로드 선상에 위치한 나라에 한류가 보다 광범위하게 퍼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전시회를 통해 다시 만나볼 드라마는 `태왕사신기`, `기황후`, `신의`, `야경꾼 일지`, `해를 품은 달`, `닥터 진` 등 모두 6편. `실크로드 주얼리 in 드라마` 전시회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사극드라마 속 복식 전시다.전시관에서는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며 인기리에 방영된 다양한 사극드라마를 통해 선보였던 여러 가지 장신구와 한국의 전통의상을 고대에서 조선시대까지로 나눠 시대별로 전시한다. 앞서 언급한 6편의 사극드라마 속 주연 배우들이 직접 착용했던 장신구와 의상 140여 점이 이번 전시회를 위해 준비됐다.`실크로드 주얼리 in 드라마` 전시회에선 이민호와 김희선이 입었던 옷과 머리 장식을 비롯해 `해를 품은 달`에 등장해 탄성을 자아냈던 김수현의 곤룡포, 우리 조상의 빼어난 미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가인의 봉잠(봉황 모양을 새긴 비녀) 등이 관람객들과 만나게 된다.여기에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된다. 일반인들에게 잠시나마 `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보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또 사이버공간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과 사진을 찍어 자신의 e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했다.여기에 더해 드라마 속 의상을 직접 입어 볼 수 있는 `체험존`과 보문단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카페`도 운영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즐거움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전시회가 열리는 경주타워는 황룡사 9층목탑의 형식을 차용해 건축한 82m의 높이의 건물이다. 유리로 만들어진 외벽은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의 감탄을 유발한다. 또 건물 한가운데가 목탑의 모양처럼 뚫려있어 이채롭다. 최상층 전망대에서는 보문단지와 공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경주의 명소로 통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경주타워 전망대를 `실크로드 주얼리 in 드라마`의 상설전시관으로 꾸몄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은 “한류와 우리 고유문화의 근간인 경주에서 국내 최초로 사극드라마 속 복식과 장신구를 선보이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이번 전시회의 성격을 설명했다.다음은 전시회에서 만나게 될 드라마 6편의 간략한 내용이다.▲태왕사신기: 광활한 대륙을 정복해 한민족의 기상을 높였던 광개토대왕의 활약상을 역동적인 화면으로 구성한 작품(출연 배용준 문소리) ▲기황후: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원나라를 37년간 좌지우지 했던 기황후의 스토리를 담아낸 작품(출연 하지원 지창욱) ▲신의: 현대를 사는 여자 의사와 까마득한 옛날 고려시대의 무사를 등장시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준 작품(출연 김희선 이민호) ▲야경꾼 일지: 조선시대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 시간에 순찰을 돌며 귀신을 잡던 순찰대 `야경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출연 정일우 고성희) ▲해를 품은 달: 조선조 가상의 왕 이훤과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무녀 월의 슬픈 사랑을 그린 작품(출연 한가인 김수현) ▲닥터 진: 현대의 의학 지식과 기술을 지닌 의사가 19세기 말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드라마로 만화가 원작인 작품(출연 송승헌 박민영)/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31

바리톤 석상근, 대구서 국내 첫 리사이틀

유럽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정상의 바리톤 석상근사진의 국내 첫 리사이틀이 대구 수성아트피아 `아티스트 인 대구`의 첫 무대로 열린다. 수성아트피아 `아티스트 인 대구`는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중견, 젊은 예술가들을 선정해 올해 하반기 동안 네 번의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수성아트피아 고유 브랜드로 자리 잡은 `아티스트 인 대구`는 2012년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음악,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지역의 예술가들을 초청했다. 올해`아티스트 인 대구`첫 공연은 오는 9월 8일 오후 7시30분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열리는 바리톤 석상근 리사이틀 `벨칸토 아리아·베르디 아리아`다.`동양의 피에로 카푸칠리`로 불리며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에게 인정받은 석상근의 리사이틀은 여러 가지 특별함이 있다. 영남대와 이탈리아 마스카니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15년 동안 유럽에서 활동한 그가 고국에서 갖는 첫 리사이틀이고, 프로그램 전곡을 오페라 아리아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유학시절 단짝친구인 피아니스트 이영민(성신여대 교수)이 반주를 맡아 특별함을 더한다.그는 벨리니국제콩쿠르 3위를 시작으로 쟈코모 아라갈, 비오티, 레온카발로 등 세계적인 국제콩쿠르에서 일곱 차례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크로아티아 리예카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맥베드`주인공 역으로 유럽무대에 데뷔한 그는 베르디 가수를 뜻하는 `베르디아노`로 주목받으며 오페라 `일토레바토레`, `아이다`, `라트라비아타`, `팔리아치`등 수많은 작품으로 유럽 극장에 올랐다. 독일 뮌스터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극장을 빛낸 최고 가수상` 수상, 오페라 `나부코` 주인공 역으로 독일 언론(뮌스터 차이퉁)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국립오페라단 `가면무도회` 레나토 역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 석상근은 2013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운명의 힘` 돈카를로 역으로 남자성악가상을 수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31

솔거미술관에 작품 830점 기증한 박대성 화백 “전시관 건립 꿈, 현실로 이뤄 감격”

“신라 천년고도 경주는 경북만의 경주가 아닙니다. 한국 최고의 명지죠. 솔거미술관 개관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미술관이 곳곳에 세워져 우리의 유구하고 아름다운 문화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지난 21일 개관한 경주 솔거미술관에 60여 년 창작 여정의 모든 것인 작품 830점을 기증한 수묵화의 대가 소산(小山) 박대성(70) 화백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바람을 내비췄다.26일 박 화백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은 그가 인고의 세월을 감내한 붓질 고행의 궤적을 보여줬다. 축하한다는 인사에 박 화백은 “6살 때부터 키워왔던 꿈이 오늘, 현실로 이뤄져 감격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솔거미술관이란 이름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그는 “신라시대 뛰어난 화가였던 솔거 선생의 이름을 딴 만큼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훌륭한 미술관이 될 것”이라며 명칭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에도 괘념치않아 하며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1~5전시관에서 자신의 작품들이 전시되는 것만으로도 더할 수 없는 영광”이라 했다.“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신라 황금보물들과 함께 전시되고 있는 `불국사 설경`을 비롯해 `고대의 꽃`이라 할 신라 경주를 소재로 한 작품과 `독도`, `솔거의 노래`, `남산`, `길오양도` 등 48점을 우선 선별해 전시한다고 하더라고요.”8m에 이르는 대작인 최신작 `독도`에 대해 그는 “독도에 갔을 때 하늘에 떠있던 구름이 용처럼 보였고 그것에 영감을 받아 독도 위를 용이 감싸고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면서 “용이 손아귀에 일본 국기를 움켜쥐고 있다”며 찬찬히 음미할 것을 권했다. 일본의 독도야욕을 은유한 것이다.솔거미술관이 개관 전 명칭 논란이 빚어졌던 것과 관련해서는 “시립이나 공립미술관이 화가의 개인 이름을 따서 지어진다는 것은 아직 많은 시간이 걸려야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좀 더 명확한 계획이 사전에 준비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박 화백은 “골목마다 쉼터마다 예술품이 넘쳐나는 격조 높은 나라를 만들 때가 됐다”며 “지방 정부가 품격 있는 미술관을 세우고 기업들이 작가들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선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견해는 문화융성시대에 문화예술이 경제를 이끌어가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최근의 정부 정책과도 부합되는 셈이다.동양화가 서양화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자 동양화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예술론 강의도 곁들였다.“서양화가 밝고 어두움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데 반해 동양화는 붓이 품어내는 그 본질을 추구하죠. 오히려 앞으로 색을 쓰는 유화보다 단색조이지만 심오한 철학과 깊이가 들어 있는 먹그림의 농담이 각광을 받을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먹물의 `스며듦`과 `여백`의 여유로움을 서양화에서는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박 화백은 “한국은 신라 때 솔거가 당나라의 밀타성 화법을 전수받아 일찍이 황룡사 금당벽화 `노송도`를 그렸지만 한국에서도 유화보다 선으로 볼륨, 광선과 입체감을 살리는 먹그림이 발전했다”며 동양화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70세 고령임에도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바로 기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천주교 신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평화의 시간은 하느님과 마주 할 때”라며 자신은 매일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그는 이번 개관전에 나온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2천 호 초대형 작품인 `솔거의 노래`를 꼽았다. “소나무는 나무 중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다. 나는 우리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 자연이라 표현한다”고 했다. 이어 어릴적 집안 어른들로 부터 들었던 `새들이 진짜 소나무로 착각해 날아들었던` 극사실화가 솔거 이야기가 자기가 화가의 길을 걷게 한 시발점이 됐고 자신의 인생 자체가 소나무와 함께 살아온 삶이었다고 했다.6·25 전쟁 때(4세) 고아가 됐고 또 왼팔을 잃고 의지할 데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적막하고 고독한 인생여정 속에서 다행히 그림소질이 있어 독학으로 화업을 일궜지만 일생 꿈꿔왔던 이름 석자를 내건 `박대성 전시관`(솔거미술관 내)이 마련된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박 화백. 그는 그림 앞에서 한 없이 가난하고 겸손했다.초지일관 수묵화에서 중요한 필선(筆線)을 제대로 살리고 필력을 기르고자 평생 글쓰기에 힘을 쏟아 온 열정 만큼 이제는 “후학 양성을 위해도 힘쓰겠다”고 했다.`박대성 화풍`은 참으로 독특하다. 사실과 추상이 적절히 어우러져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의 작품 앞에 선 관객들은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큰 울림이 그림 속에서 풍겨져 나오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나서면서 어쩌면 그는 솔거의 환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관련기자 3면

2015-08-28

“더 나은 평등 체제 고민하라”

장편소설 `슬로우 불릿` `붉은 고래` 등을 통해 전쟁에 의한 인간성 상실과 갈등과 질곡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명해온 소설가 이대환(57)씨가 최근 산문집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아시아)를 펴냈다.1980년 중앙대 문예창작과 4학년(22) 재학 중 처음 쓴 작품으로 제PEN 클럽한국본부가 주관한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당선된 뒤 작가 활동 36년 만의 첫 산문집이다.그동안 고향인 포항에서 작품활동 외에도 지역운동에 앞장섰던 작가는 이번 산문집에 대해 “지난 36년 동안 서울, 포항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많은 칼럼과 에세이를 발표했는데, 그들을 일일이 컴퓨터에 보관하는 취미도 없거니와 이번에 과감히 추려 버리고 여전히 내 눈길이 머문 글들만 골랐다”고 밝혔다.`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무지개`는 총 5부로 구성됐다.1부 `아시시의 새들과 갈라진 형제들`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그의 말씀을 새기며 `자본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궁극적 사색과 남북분단의 비극적 파편들을 어루만지면서 평화통일로 가는 길을 탐구하고 있다. 현존 자본주의의 진로에 대해 작가는 “헌법이 보장한 기회균등은 평등의 기본조건에 불과해 세습과 경쟁이 야기하고 조장해온 불평등의 광포(狂暴)한 광폭(廣幅)을 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황이 말한 `더 나은 평등의 체제`를 진실로 고민할 것”을 제안하고, 남북이 평화통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북한이 개방체제에 연착륙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곧 한국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최고 전략”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2부 `내 안에 걸린 무지개`는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로 독자의 가슴을 짜안하게 깊이 울려준다. `포항제철`이 들어선 마을에서 보낸 유년의 추억, 할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이 이끌어준 고교시절의 방황과 그 종착역에 기다려준 문학, 시인으로 살아간 대학시절, 소설을 쓰게 된 동기, 작가로 살아가는 고독, “더럽게 까칠한 인간”이라는 손가락질이 뒤통수에 꽂혀도 끝내 놓을 수 없는 작가정신의 나침반 등과 만날 수 있다. 3부 `소설의 특권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대환 작가의 소설론이기도 하다. 이 산문집에서 가장 긴 에세이인 `한국소설의 현실 유기에 관한 한 작가의 생각`은 문학박사학위를 받을 때 쓴 논문이지만 흔한 학위논문들처럼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작가의 강한 신념과 작가정신을 느끼게 해주는 자신만의 소설론에 대한 에세이다. 4부 `천하위공-박태준의 궤적`은 2011년 12월 타계한 고(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삶과 정신을 분석적으로 밝혀낸 에세이들이다. `박태준` 평전을 집필한 동기와 이유, 주인공과의 인연에 대한 추억,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박태준의 마지막 계절, 천하위공(天下爲公)의 길을 걸어간 박태준의 정신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두고 있다. 작가는 박태준의 인생에 대한 태도와 정신을 이렇게 규명하고 있다.“박태준의 삶은 통속을 거부했다. 통속적 계산을 경멸하는 작가만큼 자기 신념의 자계(磁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천하위공, 그 머나먼 길을 애국주의·일류주의의 두 발로 완주했다.” ▲ 저자 이대환 씨5부 `지나온 길, 가야할 길`은 한국사회가 극복해온 `지나온 길`을 성찰하고 극복해야 하는 `가야할 길`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 박정희`를 역사로 보내주지 못한 채 비이성적이며 정략적인 시비를 일삼고 않지만, 작가는 한국사회에서 `대통령 박정희`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경제를 일으키느라 독재를 했다`라는 공칠과삼(功七過三)이 상식처럼 제일 두텁게 형성돼 있는데 이거야말로 기나긴 역사에서 어느 한 정거장을 어렵게 통과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통찰하면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권력쟁탈전을 좌우논쟁으로 대체시키고 권력형 부패구조도 좌우논쟁으로 감춰버린 한국사회에서 현실과 이상(理想)의 변증법적 대화를 부단히 시도하는 지식인, 영혼의 균형과 고뇌를 가진 정치인, 그들까지 자극해야 하는 진정한 작가, 이들이 누구보다 먼저 용기와 기개를 떨치고 나서야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8

대담하고 노련한 필치로 살려낸 신라의 뿌리

경주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솔거미술관이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작품을 기증받아 지난 21일 개관했다. 높이 3m·길이 13m 대작 `불국설경`뉴욕 개인전 인기작 `우공투양도` 등기증 830작품 중 48점 첫 선작고 경주작가 7인 작품도 전시미술관은 2008년 박대성 화백의 작품 기증 의사에 따라 미술관 설립구상이 시작됐고 2012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건물 착공에 들어가 2014년 11월 완공됐다. 이후 여러 논의를 거쳐 통일신라시대의 화가인 솔거의 이름을 딴 `경주솔거미술관`이 탄생했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해 신축됐고 설계는 승효상 건축가가 맡았다. 천년고도 경주에 세워진 첫 공립미술관으로써 앞으로 지역 미술문화 발전과 관광자원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미술관 개관전에는 총 3개의 전시가 각각 다른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이중 박대성 전시관 1~5관까지는 박대성 기증작품전 `불국설경`과 `소산 박대성 - 붓끝 아래의 남산`이, 기획전시실 1~3까지는`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이 각각 열린다. 박대성 화백이 미술관에 기증한 830점은 회화에서부터 도자기, 서예, 벼루 먹 등 화백의 70년 인생사를 응축시킨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48점이 이번 전시에 소개돼 관람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그 중 `불국설경`은 소산의 대표 작품으로 눈 내리는 불국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먹으로 담아낸 대작으로 높이 3m, 길이 13m가 넘는다. 묵(默)이라는 간략한 재료를 써서 대담하고 노련한 필치로 한 번의 붓터치로 그려내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을 압도시키기에 충분하다.솔거미술관 개관과 더불어 박대성 화백의 최근작 15점이 `소산 박대성 - 붓끝 아래의 남산`이라는 타이틀로 기증작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경주의 상징인 남산을 주제로 불국토를 표현한 전시작품들은 경주에서 칩거생활을 통해 얻어진 그의 정신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신라의 풍경과 정신을 붓끝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 그의 작품은 말 그대로 그 옛날 원효가 실현하고자 했던 무애행의 정신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이중 `청산백운`은 내리닫이 형식으로 거대한 산봉우리를 응집시켜 화면에 옮긴 작품이다. 겹겹의 산봉은 검은 농묵으로 처리하고 중첩된 산세 표현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하얀 띠로 둘렀다. 거대한 산을 표현했지만 배경으로 푸른 산을 살짝 두었고 또 산 아래는 탑과 같은 건축물을 배치했다. `청산백운`은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의 조화를 의미한다. 바로 산과 수, 즉 산수화의 원리와도 상통한다.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우공투양도`는 가로 4m가 넘는 대작으로 황소 두 마리가 대거리를 하는 그림이다. 이 외에도 보름달 아래 정자와 연꽃이 어우러진 `만월`, 캘리그래피가 금강역사의 두상을 감싼 `금강역사`, 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흙과 아교를 이용해 도자기를 그리고 글씨를 더한 `고미(古美)` 연작 등이 전시된다.기획전시실 1~3에서는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이라는 주제로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이 되는 근·현대미술사 1세대 작고작가들의 작품 27점이 전시된다. 영남화단에서 경주 작가들의 미술사적 위상을 조명하고 그 맥을 짚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최초의 전시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7인의 작고작가는 황술조, 손일봉, 김준식, 박봉수, 김만술, 손동진, 손수택 등이다. 격변기에 치열하게 예술혼을 펼쳐온 작가들의 생생한 작품 활동과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전시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소산 박대성 - 붓끝아래의 남산`과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은 11월 29일까지 계속되며 박대성 기증작품전`불국설경`은 상설전시로 그 이후에도 관람이 가능하다.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은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묵화가 소산 박대성 화백은 1945년 경북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에서 태어났다.한국전쟁이 발발했던 당시 한의사였던 그의 부친은 공비의 습격을 받아 돌아가셨고, 그 곁에 있었던 네 살짜리 박대성 화백도 왼팔을 잃었다. 이후 여섯 살부터 육체적 불편을 순명으로 받아들이면서 꾸준히 붓글씨를 쓰며 필력을 키우고 그림 그리기에 매진했다.박 화백은 1968년 23세에 제17회 국전에서 `가을`이란 산수화로 입선하면서 화단에 화제가 됐다. 이후 8년 연속 입선하면서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얻게 됐다. 1979년 중앙미술대전(중앙일보사 주최)에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수묵작업을 기본으로 해 전통의 창조적 계승에 매진, 국내외 미술계에 주목받는 화가로 발돋움했다. 1999년부터 경주 남산에 정착해 `신라인(新羅人)`이라고 작품에 서면하면서 남산에서 먹으로 생애의 절정기를 맞고 있다. 최근 그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박물관,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미술관, 베이징 중국미술관 등에서 초대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이에 앞서 그는 호암갤러리에서 대작 100여 점으로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80년대의 스타작가 반열에 올랐다.“그의 존재감이 점점 부각되는 이유는 역대 화가 가운데 가장 강렬한 에너지를 표출하고 섬세한 감각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평면적인 이미지라기 보다는 스펙터클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극적인 울림이 있다. 사실과 추상, 세밀함과 단순함, 강렬함과 서정성, 중후함과 유머러스함 등 양 극단 사이에서 그는 균형을 잡는 외줄타기를 즐긴다. 때때로 대상과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극단으로 치닿지는 않는다. 양 극단을 적절하게 융합한다. 그래서 구상 속엔 추상이 깃들고 추상 속엔 구상이 엿보인다. 구상과 추상을 하나로 아우르는 세계, 그것이 그가 평생 지향하고 또한 이룩한 세계다. 그가 평생 지향하고 또한 이룩한 세계다.” (정병모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8

자본의 폭력·억압에 둘러싸인 비참한 삶 직시

노동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 온 `노동자 시인` 백무산 시인이 아홉번째 시 `폐허를 인양하다`(창비)를 펴냈다. 노동자 문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의 근원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로 시세계를 확장해 새로운 시적 성취를 일궈낸 대산문학상 수상작 `그 모든 가장자리`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폐허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정곡을 꿰찌르는 치열한 인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뇌의 시선으로 “당대의 삶이 직면한 한계와 가능성을 투시하는 하나의 독특한 시학”(조정환, 해설)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본의 폭력과 억압으로 둘러싸인 삶의 비참을 직시하는 냉철한 눈과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목소리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모두가 바다로 향할 때//타는 사막으로 가는 강이 있다//모두가 풍요의 땅으로 향할 때//마른 대지에 자신을 먹이고 증발하는 강이 있다//붉은 흙먼지에 목이 말라붙은 어린 생명들 먹이고//타는 사막을 건너온 어미들 모래 쌓인 젖가슴에 젖을 만들고//모두가 안식의 바다를 꿈꿀 때//갈라진 목구멍을 향해 달려가는 강이 있다//물은 알고 있다 타는 목을 적실 때 물의 생명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기진한 대지에 스며들 때 비로소 강의 생명이 완성된다는 것을//타는 대지에 자신을 소멸시키는 것 아니라//대지의 마른 생명을 얻어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다”(`완전연소의 꿈` 전문)1955년 영천에서 태어난 백무산 시인은 1984년 `민중시`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이산문학상, 제12회 만해문학상, 제6회 아름다운 작가상, 제2회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8

`소련 철권 통치자` 스탈린 젊은 생애 조명

옛 소련의 철권통치자 스탈린 연구에 매달려온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젊은 스탈린`(시공사)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스탈린이 태어나서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부에 입성하기까지 39년 동안의 삶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상세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부터 1953년 사망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저서 `스탈린:붉은 차르의 궁정`을 이미 펴낸 바 있다.국내외 주요 언론사와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던 `예루살렘 전기`를 쓴 저자는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와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대작을 만들어온 그답게 이번에도 스탈린의 젊은 날에 대한 기념비적인 작품을 써냈다. 모스크바, 트빌리시, 바투미의 새로 공개된 기록보관소를 비롯해 23개 도시 9개국을 돌아다니며 발굴한 엄청난 자료와 세밀한 인터뷰를 통해 스탈린의 젊은 생애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특히 이 책에는 스탈린 어머니의 회고록 일부 등 처음 공개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 아주 사소한 일화부터 오랫동안 잘못 알려졌던 사실까지 스탈린에 관한 가장 정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분량이 무려 700쪽에 이를 만큼 방대한`젊은 스탈린`은 가난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이상주의 신학생이었던 스탈린이 어떤 연유로 무자비한 음모가이자 간혹한 억압자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물론 그중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새롭게 규명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책에는 볼셰비키당의 주요 인물들인 레닌, 트로츠키, 카메네프 등과 관련된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도 소개된다. 특히 처음에는 스탈린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레닌이 그가 `더러운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두각을 내보이자 점차 그를 인정하고 또 그에게 도움을 받았으며, 마침내 1917년 난관에 부딪친 10월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여기게 됐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트로츠키의 경우에도, 스탈린과 처음 만남부터 일생의 라이벌이었던 관계가 거침없이 묘사돼 있다.1917년 이전의 스탈린과 그 이후의 스탈린은 얼른 봐서 도저히 동일인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달랐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인으로 변신해버린 것. 하지만 혁명 이전에도 그의 일탈적 행동과 범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았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은행강도, 폭력적 갈취, 방화, 약탈, 해적질, 살인 등 웬만한 강도단 두목을 훨씬 능가하는 폭력성을 보였다는 것. 다시 말해 그의 일생은 명암이 극명히 교차하는 모순적 행로였던 셈이다. 수십 개의 이름을 쓰던 그가 스탈린이라는 성을 공식으로 처음 사용한 때는 1917년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스탈린은 젊은 날부터 정치 조직가이자 폭력 단원이었으며 차르 체제의 보안 시스템을 뚫는 달인이었다. 자신이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대장인 레닌과 맞서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인간이었다. 지식인의 재능과 살인자의 재능을 겸비한 희귀 인물이었던 것. 이를 알아본 레닌은 1917년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스탈린을 일찌감치 평가해 등용한다. 1917년은 이들이 서로 알고 지낸 지 12년째가 되는 해였다.저자는 “레닌과 스탈린은 혁명 이전에 각자가 거느리던 무자비한 음모가들의 작은 그룹을 모방해 기묘한 소비에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들려준다. 이어 “이 책은 그저 한 사람의 전기만이 아니라 그들 집단의 연대기이며, 소련의 전사이자 강철 날개를 가진 나비로 탈피하기 전 땅속에 있는 벌레, 침묵 속의 유충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8

시골교회 목회자의 어르신 사랑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상대로 목회하는 시골교회 목회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정귀수 오천침례교회 전도사(53)는 지난해 5월 자신이 살고 있던 가정집을 예배당으로 리모델링해서 교회 문을 연데 이어 올 5월부터 토요일마다 30~40명의 어르신들을 초청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정 전도사가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20분가량 예배를 드리는 것은 주일예배를 부담스러워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다.정 전도사는 설교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확실한 구원관을 심어 주고 자신의 신앙생활을 간증형식으로 들려준다.어르신들이 귀가 할 때는 쌀 1kg씩과 콩나물을 선물하고 있다.정 도사가 어르신들에 대해 애착을 갖게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교회를 개척하고 1년가량 전도를 했으나 주일날 교회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러던 중 마을정자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복음을 전하는 아내 유미옥 사모를 본 후 지역 노인정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에게 복음을 전했다.지난주까지 보였는데 이번 주엔 보이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이들 중에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분도 있었다.그는 그 안타까움에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서 어르신들을 위해 올 4월 `실버처치 세미나`에 참석했고, 5월부터 어르신들을 교회로 초청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정 전도사는 불과 4개월 만에 복음으로 변화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행복함을 느낀다.“지금 죽으면 교회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죄가 많아서…”, “죽어 봐야 알지…”하던 어르신들이 요즘은 “예수님을 믿으니 천국가지”하며 자신 있게 대답하기 때문이다.정 전도사는 이런 어르신들을 보며 평일에도 교회와 300m 거리 내에 있는 노인정 4곳을 찾아다니며 어르신 전도에 더욱 열심을 내고 있다.매달 60만원 정도 소요되는 어르신 사역비는 다음카페 `호산나` 손정애 원장(월 20만원씩)과 목회자, 지인(매월 5천원~5만원씩)들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정 전도사는 “설교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어 즐겁고, 많이 부족하지만 목회자로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한 후 “봉고차 한대만 있다면 더 많은 노인정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 예배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뜻있는 분들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한편 정 전도사는 다섯 살 때 울릉도 이웃집 누나의 인도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 10살 때 부모를 전도했고, 중학교 3학년 때 침례(세례)를 받았다.울릉도를 떠난 후에는 신앙을 잃어버렸고, 사업용 화물트럭 운전기사로 일할 때는 교통사고로 구속되기도 했다.그는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성경 읽기와 기도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출소와 함께 오천소망교회를 다니며 청년부 회장을 지냈다.그 무렵 기도 중 목사가 되겠다는 서원기도(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속에서 터져 나옴)를 했고, 통일시대 북한에서 일하기로 약속했다.그 후 방언을 받고 현재 사모와 결혼을 했으며, 대전으로 화물차를 운전할 때면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캠퍼스를 찾아 기도하곤 했다.2008년 대전 침례신학대 입학 후에는 포항 장성동 갈보리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섬겼다.그는 그곳 목사로부터 “룻이 신랑 보아스에게 마음과 몸을 드렸던 것처럼 마음과 몸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말씀에 십일조 생활과 주일예배만 참석했던 자신을 크게 회개하고 몸까지 드릴 것을 결단한 후 졸업과 함께 지난해 5월 교회를 개척했다. 올 2월 신대원을 졸업한 그는 목사 안수를 앞두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7

계산주교좌성당 `대구 미래 특강` 마련

천주교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주임 조현권 신부)은 9월과 10월 매주 금요일(한글날 제외) 오후 8시 본당에서 `대구의 미래를 위한 열린 특강`을 마련한다.계산성당은 대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가톨릭교회가 함께 고민한다는 취지로 이번 특강을 준비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비롯, 유승민 대구 동구을 의원, 류성걸 대구 동구갑 의원 등 신앙 유무를 떠나 지역 일꾼들이 강사진으로 대거 나선다.특강은 9월 4일 `대구 재창조의 원년 - 과제와 전망`(권영진 대구시장)을 시작으로 11일 `대구의 미래를 변화시킬 행복 역량 교육`(우동기 대구시교육감), 18일 `대구와 대구사람`(홍의락 대구 북구을 위원장), 25일 `중앙정치와 대구의 좌표`(주호영 대구 수성구을 의원), 10월 2일 `2015 대한민국 공동체의 내일을 모색한다!`(김부겸 전 의원), 16일 `대구, 개혁의 중심이 되자`(유승민 대구 동구을 의원), 23일 `대구시민의 날과 대구의 정신`(최길영 대구시의원), 30일 `대구의 비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류성걸 대구 동구갑 의원) 등 주제로 진행된다.조현권 주임신부는 “신자들을 비롯한 전체 대구시민들이 지역 발전에 책임감 있게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7

시공 초월한 신라 화랑의 도깨비잡기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의 일환으로 21일부터 10월 18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특설공연장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날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플라잉 - 화랑원정대`는 기존에 진행하던 공연의 실크로드 특별판 격이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언어가 배제된 공연양식의 하나다. 춤을 포함한 동작과 몸짓만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특유의 역동성과 다이내믹함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넌버벌 퍼포먼스 형식 공연무술·무예·서커스 등 볼만실크로드 주변국 배우 참여이번 무대에 오를 `플라잉 - 화랑원정대`는 전설 속 신라의 도깨비 비형랑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 공연 중 펼쳐지는 각종 마샬아츠(무술·무예)와 체조, 서커스와 무용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특히 이번 공연엔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다양한 국가의 연기자가 참여하기로 돼있어 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실크로드 경주 2015`의 `어울림마당`에서 준비한 공연 중 하나인 `플라잉 - 화랑원정대`는 신라시대의 화랑이 멀리 도망친 도깨비를 잡기 위해 오늘날의 한 고등학교로 시간 이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공연을 통해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고도 신라와 중국, 인도와 페르시아 등 고대와 현대의 공간을 넘나드는 색다르고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리듬체조, 기계체조, 비보이 분야 국가대표급 퍼포머들이 펼치는 드라마틱한 몸짓은 인간이 몸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역동적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은 “스포츠와 공연예술, 그리고 실크로드의 절묘한 만남”이라고 이 공연을 자평했다. 또한 “도깨비와 화랑이 시간의 문을 통해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에피소드와 함께 밸리댄서 등 8명 연기자들을 보완해 극적인 재미와 효과를 배가시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초연된 이후 경주에서의 상설공연과 전국 투어, 해외 투어를 거치며 한국을 대표하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자리 잡고 있는 `플라잉 - 화랑원정대`는 이번 특별판 공연을 통해 `시간의 문`을 넘어 신라시대에서 현대로 오기 전, 실크로드의 여러 고대 국가를 거치는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선보인다. 여기에 신라(경주), 장안(서안), 천축국(인도), 페르시아(아랍) 배우들이 각 나라별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구성하는 것으로 극의 완성도도 높였다. 실크로드의 중심지 신라와 장안, 천축국, 페르시아를 넘나드는 여정은 페르시아의 정통 밸리댄서, 중국 서커스팀, 국가대표 출신 기계체조, 리듬체조, 마샬아츠, 비보잉, 치어리딩 선수로 구성된 배우들의 환상적인 팀워크로 무대에서 구체화된다. 천년의 여정을 선보이는 스펙터클한 영상 퍼포먼스와 각 나라별 이국적인 의상, 화려한 실크플라잉이 조화를 이루게 될 공연은 벌써부터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플라잉 - 화랑원정대` 공연은 평일의 경우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주말 및 공휴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입장권 가격은 성인 8천원, 학생 5천원. 공연과 관련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블로그(blog.naver.com/letsgoflying)와 페이스북(facebook.com/ExtremeFLYing)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플라잉 사업팀(054-740-3053~4)./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6

그림 구경하며 음악감상 해볼까

▲ 보컬리스트 하이진, 피아니스트 신애라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 음악회 `뮤지엄 뮤직` 8월 공연이 27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시립미술관 로비에서 열린다. `뮤지엄 뮤직`은 포항시립미술관이 포항시립예술단과 함께 미술관 로비를 활용해 매달 문화가 있는 날마다 음악회를 마련하고 있는데 미술과 음악을 함께 감상하며 공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다 보니 생소한 면도 있지만 큰 공연에선 경험 못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쉽고 재미있는 설명을 곁들여 폭넓은 음악감상의 행복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이번 8월 음악회에서는 `클래식에서 재즈까지`라는 주제로 피아니스트 신애라의 연주와 재즈 보컬리스트 하이진의 노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조지 거쉰의 `서머 타임`등을 재즈풍으로 감상할 수 있다.피아니스트 신애라는 감성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극찬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수차례의 독주회 및 실내악 연주회, 이야기와 함께하는 렉처 리사이틀을 통해 참신한 프로그램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현재 미국 NJCU에서 피아노 연주, 실내악 교수로 재직 중이다.재즈 보컬리스트 하이진은 NJCU Bigband 전속 보컬리스트로서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았으며 미국 여러 도시에서 초청받아 성황리에 공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백제 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학과장이자 하이진 재즈 콰이어 단장으로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이번 음악회에서 신애라는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리스트의 `사랑의 꿈`, 남택상의 `강가의 노을`을 연주하고, 신애라의 피아노 연주에 하이진은 영화 `러브 어페어` 주제곡, 조지 거쉰의 `서머 타임`,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노래한다.여름이 끝나가는 즈음, 이 두 젊고 열정 넘치는 여성 음악가의 연주와 노래를 감상하며 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고 오는 가을에 대한 설렘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윤희정기자

2015-08-26

가을 문턱서 그림으로 보는 `한국의 美`

▲ 권정찬作 `둥글다`경북도립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화가 권정찬(62·사진)의 개인전이 오는 9월1일부터 6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열린다.권정찬의 작품은 그리는 기법에 국한되지 않은 회화다. 주로 한국화는 한지에 먹을 써야 하는데 그의 미적 표현기법은 내용과 기법, 양식적인 부분에서도 독창적인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는 한지에 회화작업을 하며 가끔 먹을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한국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일반적으로 한국화 화가들이 관심을 갖는 기초적인 발묵과 농담을 표현기법으로 선택하지 않으며 한국화의 특징인 화면의 여백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한국화 기법의 전형에서 동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권정찬의 예술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한국화로서 충실하게 가치를 가진다. 그는 한국화의 일정한 형식을 벗어나도 한국의 미를 표현할 수 있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법으로 작품을 창작하지만 우리의 전통의 가치를 주지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에는 한국적 미학이 담겨져 한국의 오랜 정신성이 내재돼 있다. 표현기법 역시 파격적으로 자유분방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의 공간 구성은 가시권이 풍부하고 다양한 효과와 선적인 조형미를 충분히 획득한다. 그의 내면에는 아직도 한국회화의 사고와 정신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명암이라든가 형태의 묘사에 있어서도 직관적인 것에 의존하는 인상을 흔하게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 된다. 이는 작가가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미하며 조형적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장인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활달하고 호방한 기운의 선화적 수묵세계를 보여준다. 회화의 뜻을 거침없는 필력으로 화면 위에 쏟아내듯 그리는 일품화(逸品畵)로 굵은 붓의 속도감과 단순한 조형 등을 통해 작가의 철학과 성격이 잘 드러나는 150호 크기의 대작 등 총 50 여점을 보인다. 한편 권정찬 교수의 작품은 금호미술관을 비롯해 브라질 마떵역사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기관과 미술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아데르 아노쉬 헝가리 대통령을 비롯해 호소가와 전 일본총리, 브라질 상파울로 프로축구단 구단주 등 해외 인사들도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6

색소폰 연주자 워렌 힐, 내달 12일 대구공연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워렌 힐사진이 오는 9월 12일 오후 6시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워렌 힐은 데이브 코즈, 케니 지와 함께 세계 3대 색소폰 연주자로 꼽히고 있다. 새 앨범 `Under The Influences` 한국 발매를 기념해 대구와 서울에서 두 차례 내한공연을 연다.워렌 힐은 재즈와 팝 음악 영역에서의 대표적인 색소폰 연주자로 척 맨지오니, 데이브 그루신 등 유명 뮤지션과 함께 월드투어, 협연을 해 이름을 알렸다. 버클리음대 출신으로 샤카 칸, 나탈리 콜, 쳑맨지오니, 데이브 그루신, 리 릿나워 등 최고 수준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월드투어, 앨범 녹음, 협연을 통해 워렌힐 자신만의 팝음악적 연주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러한 팝음악적 연주성향은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됐고 특히 라이브 콘서트에서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색소폰으로 록 공연 같은 힘있고 자유분방한 연주와 알토 색소폰을 소프라노 색소폰처럼 다룬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고음에서의 엄청난 파워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첫 번째 내한공연을 통해 파워풀한 연주와 관객들과 함께 하는 세련된 스테이지 매너를 한국 팬들에게 선보였다.이번 공연에서 워렌 힐은 비틀즈의 `Hey Jude`, 퀸의 `We will rock you` 등 많은 밴드들의 명곡과 더불어 `Our First Dance` 등 자신의 기존 히트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워렌 힐의 친딸인 뮤지션 올리바 록스가 보컬로 참여해 부녀가 함께하는 색다른 무대를 선사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5

신라 공주·페르시아 왕자의 사랑 이야기

머나먼 나라 페르시아의 왕자 아비틴은 역경과 고난이 가득했던 항해를 통해 더없이 아름다운 나라 신라에 도착한다. 첫눈에 반한 신라 공주 프라랑과 사랑에 빠지는 아비틴.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지 못했다. 탐욕적인 악당 자하크에게 아비틴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것이다. 복수심에 몸을 가누지 못하던 아비틴 왕자는 빼앗긴 아버지의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프라랑을 신라에 남겨둔 채 다시 제 나라 페르시아로 돌아가게 된다.침략·저항·아픔·복수 등시대 영웅의 스토리 그려초대형 배·전투도 볼거리페르시아 구전 서사시 원작페르시아 국민들은 아비틴 왕자가 돌아오자 크게 환영한다. 하지만, 왕자와 국민의 바람과 달리 비극은 계속적으로 이어진다. 아비틴이 자하크와의 대결에서 목숨을 잃은 것인데….위의 이야기는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의 `문명의 만남` 섹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준비된 액션 춤 활극 `바실라`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6세기 초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의 공주를 주인공으로 그 시대 영웅들의 환상적인 스토리를 담아냈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 전 기간 동안 문화센터 공연장에서 하루 1회 관객들과 만난다. 평일 공연 시간은 오후 2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4시에 무대에 올릴 예정. `바실라`는 2015년, 개관 20주년을 맞은 정동극장이 경주 브랜드공연 `신라:SILLA`의 신작 작품으로 처음 선보였다. 2만km의 거리를 뛰어넘어 사랑을 나눈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이야기가 침략과 저항, 나라를 잃은 아픔과 복수, 새로운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삶의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바실라`는 이미 그간 공연들을 통해 `감동적인 서사극`으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바실라`의 원작이 된 작품은 사산조 페르시아 멸망 이후 왕자 `아비틴`과 그의 아들 `페리둔`의 이야기를 그린 구전 대서사시 `쿠쉬나메`다. 거기에 등장하는 단어 바실라는 `더 좋은 신라`를 의미한다. `쿠쉬나메`에는 페르시아인을 해방시키는 구세주 `페리둔`의 어머니로 신라의 공주 `프라랑`이 등장한다. `바실라` 공연에선 페르시아와 신라, 아랍 등 각 문화간의 만남과 충돌, 그리고 융합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관객들에게 에너지와 감동을 선사한다.또한 화려한 무대장치와 조명, 최첨단 영상은 `바실라`가 지닌 매력을 배가시킨다. 장대한 서사가 무대 위에서 판타지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대사 없이 배우들의 몸짓만으로 표현되는 캐릭터, 이와 조화를 이루는 상상력 가득한 의상과 소품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기에 특수 제작된 초대형 배와 자하크와 페리둔의 전투 장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김다솜, 김동환, 김민지, 김수영, 김종목, 김지현 씨 등이 출연하며, 원작은 이희수 씨가 번역했고, 극작은 이희준 씨. 안무와 연출은 김혜림 씨와 최성신 씨가 각각 맡았다.공연 관련 문의: 정동극장(www.jeongdong.or.kr) 054-740-3800/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5

파시오네 피아노 콰르텟 초청 작은 음악회

대구문화예술회관은 26일 오후 7시30분 비슬홀에서 `달콤한 문화마을-작은음악회`를 연다. 이날 공연은 탄탄한 개인 기량과 풍부한 앙상블 경험을 가진 파시오네 피아노 콰르텟사진을 초청해 무료로 선보인다.서울대 음대 동문으로 결성된 파시오네 피아노 콰르텟은 각각 미국과 독일에서 유학하고 귀국 후 앙상블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지난 2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정식 창단연주회를 마친 후,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사진이 있는 작은음악회` 시리즈, KT챔버홀 청소년 음악회 등 다양한 국내외 무대에 섰다.이날 작은음악회에서는 첼리스트 김영지가 연주하는 바흐의 `첼로 조곡 1번` 중 `서곡`을 시작으로 쇼팽의`녹턴 Op.27 No.2`을 피아니스트 서수지가 연주하고 헨델-할보르센의`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파사칼리아`를 박혜진 바이올린, 김지연 비올라의 듀엣연주로 들려준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네 명의 출연진이 함께 슈만의 `피아노 4중주 Piano Op.47`을 연주한다.한편 `달콤한 문화마을-작은음악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를 통해 각 시도별 공연장에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양질의 연주자를 무료로 지원해주는 공연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5

“구상화의 진수 만나 보세요”

포항 포스코본사 1층 포스코 갤러리가 지난 21일부터 오는 10월 23일까지 중·남부지역 구상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 `중남부 구상 5단체 교류전`을 열고 있다. 전시회에는 부산과 충북을 비롯해 포항, 목포, 진주 등에서 활동하는 구상화가 92명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화폭에 지역 특색을 담아 향토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각 지역 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 구상화는 추상화와는 다르게 실재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사물을 그대로 표현한 그림이다. 출품 작들은 나이프를 사용하거나 뿌리는 기법으로 애틋한 자연을 그리거나 하늘의 구름에서도 당당함이 느껴지는 소나무 그림, 수채화를 통해 자연과 민초의 삶을 표현한 작품 등 구상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또한 구상과 추상의 혼합으로 자연을 그리거나 자연과 추상의 형태를 여인의 인체와 결부해 신비로운 느낌을 표현한 작품, 환경이미지를 작업의 모티브로 삼고 이를 기계적이며 인간적인 이미지 제작 방식을 혼용한 반 구상화 작품도 있다. 겨울산, 바다, 길, 소녀 등의 소재를 통해 아련한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감성적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포스코 갤러리 관계자는 “남부 지역 향토적 분위기와 지역 특유의 색깔을 예술적 관점에서 조명해보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문화적 감동과 여유를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5

울산 오페라 `마술피리` 포항서 공연

포항시시설관리공단(이사장 김완용)은 오는 26일 오후 6시 포항시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울산오페라단의 뮤지컬 오페라 `마술피리`를 공연한다.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포항시시설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이번 공연은 2015 문화가 있는 날 `달콤한 문화마을-문화광장`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이는 매월 마지막 주를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시민들이 보다 쉽게 문화에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써, 포항시문화예술회관은 기존의 실내 공연이 아닌 늦여름 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야외오페라를 준비했다.오페라 `마술피리`는 엄밀히 말해 오페라가 아니라 독일어로 노래하는 소박한 민속악극인 `징슈필(Singspiel)` 장르다.원래 징슈필에서 노래는 멜로디를 따라가지만 대사는 연극처럼 하는 것이 특징이다.특별히 이날 공연에서는 독일어가 아닌 한국어 대사로 연극적인 요소를 강조한 뮤지컬 형식의 오페라를 선보인다.`타미노` 역에 테너 김성환(영남대 외래교수), `파미나` 역에 소프라노 엘리사 최,`밤의 여왕` 역에 소프라노 최민영(영남대 외래교수), `파파게노` 역에 바리톤 서의석 등이 출연해 열정적인 공연을 선사한다. 전석 초대./윤희정기자

2015-08-24

부처님 인자한 미소 살아있는 듯 생생

중고교 시절 수학여행 혹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한 여행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을 경주의 빛나는 보물 석굴암. 석굴암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으니 “부처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는 없을까”라는 것이다.바로 그러한 사람들의 바람을 현실화시켜줄 전시회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의 `황금의 나라 신라` 섹션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로그램 `석굴암 HMD 트래블 체험관`이 바로 그것이다. `실크로드 경주 2015`의 행사 전기간에 걸쳐 경주타워에서 열릴 전시회를 찾는 시민과 학생, 관광객들은 살아있는 듯한 부처의 옷깃을 만져보는 흔치 않은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실제 석굴암 속 부처는 아니다.“최첨단 ICT 기술을 통해 실제로 만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측의 설명이다. `석굴암 HMD 트래블 체험관`은 문화와 첨단 ICT 기술의 만남이라는 차원에서 `실크로드 경주 2015`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분명하다.HMD(Head Mounted Display·머리 덮개형 디스플레이)와 모션 센서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석굴사원인 `석굴암`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작지 않은 일이다.마치 현실인 것처럼 석굴암 안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본존불을 관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석굴암의 부분적 의미까지 알 수 있도록 배려했기에 교육적 효과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그간 유리창 밖에서만 볼 수 있었던 본존불. 그 본존불을 손을 뻗으면 당장이라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보는 기쁨이 클 것 같다.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들은 `석굴암 HMD 트래블 체험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재청에서 고해상도 3D스캔사진을 제공받아 제작했으며, `석굴암 HMD 트래블 체험관 시연회`를 통해 대중에게 매력적인 프로젝트의 일부분을 공개했다.HMD 기술과 스토리텔링 전시기법을 통해 세계 최고의 미학, 석굴암을 몸으로 체험하게 한 이번 전시회는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공모사업이기도 했다.전시장은 △Zone 1 welcome to 석굴암 △Zone 2 석굴암의 배경과 유래 △Zone 3 버투스 옴니 3D 가상체험 △Zone 4 석굴암의 미래:다시 만난 석굴암으로 구성된다. 또한 `석굴암 HMD 트래블 체험관`은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전시이기에 그에 어울리도록 게임의 요소도 가미했다. 입장객은 사천왕에게 특별한 아이템을 줘야만 입구를 통과할 수 있으며, 불상의 이마에 박혀있던 보석을 숨겨놓고 찾는 미션도 수행하게 된다.보석이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가면 동해에서 해가 떠올라 불상을 비추는 장엄한 광경도 확인할 수 있다.최첨단 ICT 기술과 세계 최고 석굴사원의 만남 `석굴암 HMD 트래블 체험관`은 `실크로드 경주 2015`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이라는 게 경주세계문화엑스포측의 자신에 찬 설명이다.이에 덧붙여 엑스포 조직위는 이번에 선보일 석굴암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신라시대의 각종 유적과 터키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 캄보디아 시엠립의 앙코르와트 사원 등도 가상현실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4

공립극단 연극공연, 모두 한자리에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가 가을의 서정을 더해 줄 연극의 향연에 젖어든다. (재)경주문화재단은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제6회 대한민국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을 개최한다.올해 여섯 번째로 열리는 국공립극단 페스티벌은 국내 10개 국공립극단이 참여해 페스티벌 기간 중 매일 오후 7시30분 각각의 공연을 펼친다. 창작극에서부터 판타지극,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의 연극이 준비됐다.고연옥 작-김광보 연출 콤비가 선보이는 서울시극단의 `나는 형제다` (8월 26일)는 오랜 연기 경험과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서울시극단 단원들과 객원배우, 서울시극단의 젊은 연수단원들이 함께 호흡한다. 광주시립극단의 판타지 연극 `전우치`(8월 31일)는 지난 2013년 여름 초연 이후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작품. 음악과 화려한 안무, 고난이도의 액션연기에 마술, 특수효과가 어우러져 판타지 액션 연극의 진수를 선보인다. 경주시립극단의 `부산상인 서일록`(8월 28일)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경상도 사투리로 번안해 제작한 것이다.심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유대인 갑부 샤일록을 부산에 사는 중국인 갑부 서일록으로 변신시켜 관객들에게 우리 정서에 맞는 친근한 말투로 접근한다.포항시립극단의 `벙어리 삼룡이`(8월 29일)는 나도향의 단편명작소설 `벙어리 삼룡이`를 연극화한 작품으로 문학적 가치가 돋보이는 문예극이다.전주시립극단의 `시집가는 날`(8월 30일)은 신명나는 전통음악과 버무려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맛깔스러운 악극으로 재해석 한 작품이다. 목포시립극단의 `신의 아그네스` (9월 4일)는 존 필미어의 불후의 명작으로 인간과 신의 관계, 신에 대한 인간의 자세를 현대적 시각에서 조명한 작품이다. 인천시립극단의 `한여름밤의 꿈`(9월 3일)은 배우들이 꾸미는 소리와 움직임, 노래와 춤, 빛과 어둠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연극의 재미를 선사한다.경기도립극단의 자살과 학교폭력을 옴니버스형식으로 다룬 뮤지컬 `4번 출구`(9월 1일)와 대구시립극단의 코믹스릴러극 `아이스 하우스`(8월 27일), 부산시립극단의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 원작의 연극 `도덕적 도둑`(9월 2일)도 연극의 진수를 선사한다. 문의 1588-4925./윤희정기자

2015-08-24

유럽문화 보는 새로운 감식안 제시

재영(在英) 저널리스트 권석하씨의 `유럽 문화 탐사`(안나푸르나)는 평범한 여행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어보면 유럽 문화를 보는 새로운 감식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유럽 문화를 만들었던 인물과 유적을 탐사하는 촘촘한 여정은 우리가 여행을 통해 느끼는 잔잔한 휴식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이 좋아했던 새로운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치열할 뿐 아니라 절실하게 새겨지는 상념이다. 저자의 발걸음을 쫓아가다보면 희로애락을 공감하는 저자의 깊고 넓은 문화에 대한 강한 탐구욕에 놀란다. 평범한 관광지에 던진 담백한 의문들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유년기의 추억과 조우하다어린 시절 동경했던 거장의 유적지를 성장한 후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아마도 모두에게 그런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던 아이에서 여러 번 인생의 질곡을 돌았던 저자에게 현장의 감상이란 청년기의 기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의 복잡 미묘한 생각들은 그래서 페이지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등장한다. 노르망디의 몽셍미셀에서 빅토르 위고와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무덤이 있는 루아르 계곡을 따라간다. 루앙에서 프랑스의 영웅인 잔 다르크를 기리고, 루앙 대성당에서는 모네의 이야기를 꺼낸다. 만약 천재 화가 고흐의 곤궁한 삶이 사실인지 의심한다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운한 인생에 대한 연민 때문일 것이다. 생전 고흐가 그리워했을 따뜻한 식사와 현재 상상을 초월한 그림 가격은 알 수 없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이따금 시간을 잊은 대문호와 예술가가 하나가 되고, 자연과 예술, 건축과 시공간이 만나는 장면들이 책 장 사이사이 알알이 박혀있다.◇역사 담은 도시, 영웅의 슬픔이 잠긴다4세기 중반 백년 전쟁의 막바지에 프랑스를 구한 것은 하급관리의 딸 잔 다르크였다. 오를레앙의 위기에서 홀연히 나타난 잔 다르크는 샤를 7세에게는 구세주였다. 이 불세출의 영웅은 그러나 자신이 목숨을 바쳐 싸운 사람들로부터 차례차례 배신을 당한다. 노르망디의 주도 루앙은 그런 잔 다르크의 도시다. 저자는 이 도시에 대해 다음 세 마디로 요약한다.`너무 무자비하거나, 잔인하거나, 혹은 무식하거나`.그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저자는 잔 다르크의 아픈 삶을 반추하면서 마르셀 광장의 잔 다르크 성당을 돌아본다. 지극히 절제된 감성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종횡 무진한 상상력, 생각의 깊이 더해스페인의 대표적 건축가 가우디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물을 곡선으로 만들었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살피면서 저자는 네덜란드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떠올렸다. 그는 자연을 극히 싫어해 곡선과 초록색은 쓰지 않았다. 경험에 더한 사유가 만들어낸 미학은 이처럼 다른 원칙을 만든다. 저자의 상상력은 `이 둘이 만난다면 어땠을까?`라는 의문으로 마감하면서 여운을 남긴다. 각각 다른 장에서 등장하지만 `거짓말, 아름다운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것이 진정한 예술의 목적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에서 피카소의 그림이 연상되는 것은 작지만 즐거운 혜택이다.그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의`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등은 전체가 완전한 창작임을 밝힌다. 사물을 보고 그 사물과 대척점에 있는 것, 혹은 그 사물을 해석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을 생각해 연결하고, 진실로 널리 알려졌으나 그 사실을 의심해 사유의 외연을 확장하는 저자의 별난 상상력이다.◇호기심 멎게 하는 그리운 고국의 향수고향을 떠난 저자의 세상에 대한 과도한 호기심도 태어나고 자란 고국의 향수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 `한국관`이 있는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우리 도자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세계 최고인 고려청자의 자태에 자부심을 느끼며 곰버츠 씨가 평생 수집한 130점의 작품에 대한 감사와 제아무리 진귀한 문화재도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고. 먼 곳으로 시집보낸 딸처럼 수만리 타향에서 외롭고 수줍게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우리의 도자기를 케임브리지에 방문하는 길이라면 꼭 한번 들러 `위로와 격려`를 하라고 잔잔히 권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