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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80주년 맞은 광복절 “빛을 되찾은 가치 알고, 의미 되새기자”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은 지 80주년을 맞았다. 일제 36년의 참혹한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1945년 8월 15일은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권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운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결실을 맺은 날이었다. 이를 통칭해 우리는 ‘광복’이라 부른다. ‘빛을 되찾은 날’ 우리 국민에게는 국권을 회복하고, 민족의 이름을 되찾았으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중요한 날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수많은 희생과 노력의 산물이다.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국외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외교적, 무장투쟁으로 맞섰던 이들, 국내에서 민족 교육과 문화 운동으로 정체성을 지켜낸 수많은 보통 국민의 힘이 뭉쳐 이룬 결과이다. 이런 한반도 역사의 현장 중심에 대구·경북이 있었다. 1919년 3월 8일 대구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 퍼졌다. 대구 약령시에 있는 교남 YMCA 회관은 독립운동 정보를 전파하는 거점 역할을 했다. 박상진을 중심으로 1915년 대구에서 조직된 대한광복회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무너뜨리고, 공화정 체제의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인 비밀 결사 단체였다. 여성독립운동가의 활약도 눈부셨다. 3·8 만세운동을 이끈 교사 임봉선, 여성 의열단원 현계옥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며 힘을 보탰다. 대구에서는 이러한 독립운동을 기억하기 위해 국립신암선열공원, 대구근대역사관,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해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린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만큼 독립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체 독립유공자의 약 14%에 해당하는 2500여 명의 인물이 경북 출신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경북 안동의 임청각에서 배출됐다. 대한민국 독립의 초석을 다진 지역인 만큼 경북은 독립운동 역사 발굴과 선양을 위해 독립유공자 발굴 사업, 기념관 건립, 관련 행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8·15 광복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여왔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경북 포항 신광중학교의 ‘8·15 한마음 체육대회’이다. 1947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로 72회째를 맞은 역사 깊은 행사이다. 우리 민족은 광복 직후 분단이라는 비극과 함께 한민족끼리 남북으로 갈려 총을 겨누는 전쟁의 상처를 겪었다. 수많은 정치적 혼란과 외환위기, 사회 갈등의 고비를 안고 살아왔다. 지금도 불평등, 지역·세대 갈등, 정치 양극화를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80주년 광복절을 맞은 우리사회는 광복의 의미와 가치, 역사적 중요성을 되새기는 ‘그날’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13

부산항 중심 북극항로 개척… 영일만항 거점항만은 ‘필수’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부산항 중심의 북극항로 개척사업이 담긴 ‘북극항로 시대 주도 K-해양강국 건설’을 국정 과제로 확정해 발표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포항 영일만항에 거점항만의 역할을 제대로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부산항이 또다른 일극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석탄·철광석·이차전지 등 핵심 광물자원의 수요지역인 포항은 동해 석유 가스 탐사시추로 에너지자원 확보 가능성에다 북방 물류 운송 거점으로서 북극항로 환적화물 유치에 유리한 입지를 자랑한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정희용 의원(국민의힘)의 질문에 북극항로 활성화 시기와 예상되는 항만별 특성을 고려한 복수 거점항만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장관으로 임명되면 관련 사항을 자세히 살피겠다고도 했다. 이미 2014년 용역까지 진행할 정도로 북극항로 개척에 대비해온 포항시는 경북도와 함께 16선석 규모로 계획된 영일만항의 계류시설을 32선석으로 늘리고 기존 면적 34만㎡에서 2배 이상 확장해 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유류 등 국가 에너지 복합기지를 구축하는 등 동해안 에너지산업의 물류 거점이자 북극항로의 중심으로 키울 계획이다. 스마트 항만으로 탈바꿈하는 작업도 필수다. 포항시는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 부산 집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극 해운정보센터’ 만큼은 포항에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며 지난달 관련 용역까지 마쳤다. 포항시는 “북극항로에 있어서 영일만항은 거점항이자 완충지대로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해양 일극 체제 방지와 효율성 측면에서라도 꼭 포항에 ‘북극 해운정보센터’가 세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극 해운정보센터’는 위성·AI(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상·해빙 관측, 예측정보, 안전 운항 등을 총괄 지원하는 국가적 차원의 컨트롤 타워로서 북극 빙하가 시기별로 녹아 생기는 북방항로를 찾고, 기존의 남방항로의 환경·지정학적 상황도 분석해 국내 해양 운송 업체에 빠르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운송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포항시는 지역의 과학 인프라를 활용한 인재 양성 노력도 기울인다. 글로컬대학 30에 최종 선정된 한동대와 포스텍을 비롯해 한국해양대, 연구기관과 함께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서 안전에 필요한 AI와 위성정보 분야를 비롯해 국제해상법 분야 전문 인재 양성과 북극항로 개척 과정에서 영일만항을 특화할 수 있는 분야 인재도 길러내기로 뜻을 모았다. 북극과 가장 가까운 노르웨이 등지에 있는 대학들과 연계한 쇄빙선 건조 등의 분야 인재 육성도 고려하고 있다. 하영석 계명대 명예교수(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는 “포항에 국제광물자원거래소를 조성해 글로벌 자원 물류 거점을 구축하고, 아시아와 유럽간 컨테이너 환적 거점(3000~500TEU급 선박 특화 항만)을 만들어 북방 물류 거점 항만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북극해 크루즈 항만 조성과 해양탐사선 모항 및 수산물 가공센터 설치도 필요하고, 경북연구원 내 북극해연구센터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도했다. 천만석 포항시 항만과장은 “북극항로 개척의 중심에 부산항을 두면서도 영일만항 등 항만별 특성을 살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북극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13

‘포항지진’ 형사재판 2라운드… “촉발” VS “자연” 치열한 공방

2017년 11월 15일과 2018년 2월 11일 수리자극 등으로 포항지진을 촉발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과 검찰이 지진의 원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2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박광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포항 지열발전 연구사업 주관기관 넥스지오 대표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 5명에 대한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 는 "정부연구조사단에 국내 전문가 12명, 국외 전문가 5명이참여했고, 마지막 회의때 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냈다”면서 “그 결론에 반박한 전문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2017년 4월 15일 3차 수리자극으로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면서 ”수리자극에 의해 유발지진이 발생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밖에도 “물 주입 수리자극 후 유발지진이 생겼고, 단층에 스트레스가 쌓여 지진이 발생하게 됐다”라면서 "특히 동일본대지진과 경주지진은 지열발전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항지진은 이들 지진과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반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은 포항지진이 지하수 과다 유입 등에 의한 자연 발생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이 지역 지하수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면서 “지하수 물높이 변화가 심부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며 잘라 말았다. 이어 “물 주입량의 에너지와 지진 규모가비례 한다는 이론은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포항지진의 원인을 두고 증인신문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8월 26일 여인욱 전남대 교수, 9월 23일 이진한 고려대 교수가 잇따라 증인석에 앉게 되며, 포항촉발지진과 관련해 활동했던 이들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사업으로 인해 촉발된 인재로 진술할 가능성이 크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MW급 지역발전 연구사업을 수행하던 넥스지오 대표 등 5명은 5차례의 수리자극 과정에서 2017년 4월쯤 발생한 규모 3.1 지진 이후에 지속적인 수리자극을 진행할 경우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지진 위험도 평가를 위한 사업 중단 등 제반 조치 없이 성공만을 위해 계획된 주입량(320t)보다 1400t이나 많은 1722t의 물을 주입하는 등 무리한 수리자극을 한 결과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 등을 촉발해 포항시민 1명이 사망하게 하고 81명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2016년 초부터 해당 연구부지에 2개 단층대가 있음을 추정하고, 그곳에 수리자극을 진행할 경우 보다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 주변 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고도 수리자극을 계속 실시하는 등 여러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2

‘저상버스’ 도입률보다 실제 이용률을 높여야

저상버스가 도입된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저상버스는 계단을 없애고 교통약자(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계된 버스다. 또 2023년 1월부터는 노선버스를 대체나 폐차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시내·농어촌 마을버스를 그 대상이다.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현저히 낮다. 저상버스 주 이용 대상자인 교통약자들의 실제 이용률이 거의 없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20여 년간 뇌병변장애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포항의 한 장애인(57)은 “한 번도 저상버스를 타본 적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상버스를 타기까지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다. 버스를 탄다고 해도 여러 사람의 시선이 아직 불편해서 가까운 거리는 전동휠체어로 다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반 승객들도 저상버스를 타는 장애인을 본 적이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단순히 물리적 이동을 넘어 교육, 취업, 사회적 서비스 접근을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2022년에 비해 18만 명이 증가했고 저상버스의 보급률은 전국적으로 39.7%로 2022년보다 4.1%로 증가했다. 대구도 서울 다음으로 저상버스 도입률이 높지만 이용률이 저조하다. 경북은 2024년 기준으로 도입률이 29.4%로 인천(24.4%), 전남(24.9%), 충남(27%)과 함께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은 전체 버스 184대 중 118대가 저상버스로 운행 중이다. 경북의 타 시·군보다 높다. 마찬가지로 이용률은 거의 없다. 저상버스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가지고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유모차를 가지고 타려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발생한다. 대구에 사는 조은정(40)씨는 “유모차를 가지고 택시가 아니라 버스를 타야 할 때가 있다. 아직은 탑승 시 유모차를 접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기 띠에 아이를 메야 하고 유모차를 접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큰맘 먹고 타야 하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라고 토로했다.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버스, 택시, 지하철을 이용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교통약자들의 일상에서는 버스, 택시, 지하철 타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다. 휠체어나 유모차의 경우는 5분 만에 갈 길을 20여 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집을 나서자마자 울퉁불퉁한 인도를 경험하는 것부터 힘들다. 버스에 타기까지의 순서도 어렵다. 버스가 인도 가까이 정차를 해야 하고 리트프 설치, 탑승 후 휠체어 고정, 단말기 승차 태그, 순서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운전기사의 불친절과 승차 거부 등이 존재한다. 지난 2023년 포항에서는 버스 기사의 협조 부족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인도 대신 도로에 하차해야 하는 일이 발생해 장애인 단체의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저상버스 보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률이 낮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교통약자(장애인과 노인 등)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저상버스 확충뿐만 아니라 이용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을 통한 실질적 이용률 향상이 시급한 과제다. 포항시 대중교통 관계자는 “저상버스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것이 맞다. 불편한 사항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차량번호나 시간 등을 기록하셔서 신고를 주시면 된다. 불편한 점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2

매화를 사랑한 이들

조희룡 ‘매화서옥(梅花書屋)’​을 보았다. 대구 간송미술관 2전시실에 오롯이 홀로 자리한 그림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매화 한 송이가 하얀 꽃병에 꽂혔다. 선비의 서재를 몰래 들어가는 느낌이다. 매화 숲속의 서재라는 뜻의 그림을 만나러 들어갔다. 벽에 매화 한 그루가 가지가 생기고 꽃잎이 피어나 나무가 환해지는 순간이 천천히 그려진다. 영상을 보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매화서옥’ 진품이 우릴 맞는다. 천천히 다가가 매화향에 스며들게 만든다. 그림 속 조희룡이 어떤 향기를 맡고 있을지 짐작이 되었다. 봄이면 경주 통일전에 매화를 보러 찾아간다. 너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 문을 열면 매화향이 마중을 나와 있다. 아직 꽃은 보이지도 않는데 향기로 어서 오라고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통일전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큰 연못이 있고, 하얗게 꽃구름이 뭉싯한 매화가 한 그루 보인다. 그림에는 선비의 집 주위로 하얗게 둘러쌌으니 그 향이 숲 가득할 것이다. 매화서옥, 가파른 산기슭 아래 나지막이 자리한 서옥과 그 주변을 감싸는 매화, 그중 한 가지를 병에 꽂아 바라보는 모습이 화폭에 담겼다. 짧은 순간 피고 지는 꽃이 아쉬워 화폭에 담아두었을 매화, 화가는 매화를 좋아하는 병이 있어 스스로 매화 큰 병풍을 그려 자는 방에 이를 둘러놓고 벼루는 매화시경연을 쓰며, 먹은 매화서옥장연을 썼다. 바야흐로 매화백영을 본떠 시를 짓고, 시가 이루어지면 방에 ‘매화백영루’라는 편액을 걸어 자신이 매화 좋아하는 뜻을 통쾌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그런데 금방 이루어지지 않아 억지로 읊다가 목이 말라 매화편차로 목을 축이었다. 매일 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다가 입추에 접어드니 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며칠 에어컨을 끄고 창을 열고 잠자리에 들었다. 용케도 알고 귀뚜라미가 창가에 와서 날개를 비빈다. 옛사람들이 만든 절기가 어쩜 이리 딱 맞는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여름휴가에 24절기에 관한 책 ‘제철행복’을 읽었다.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24계절로 나눠 살았던 현명함에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절기마다 먹는 음식이 따로 있고, 절기마다 피는 꽃을 옛사람들은 어떻게 즐기는지 알게 되었다. 12월에 있어 맨 끝의 절기인가 했더니 조선시대는 동지가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궁궐에서는 천문과 지리를 담당하던 기관 ‘관상감’에서 새해 달력을 만들어 임금에게 올렸다. 책 형태로 만들어진 달력이라 하여 ‘동지책력’이라 불렀다. 신하들에게 절기가 적힌 달력을 선물로 내리면 신하들은 그것을 가까운 친지들에게 나눠 삶의 지표로 삼았다. 조선 후기에는 30만 부나 찍었다고 하니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선물이었다. 24절기 중에 밤이 가장 긴 동지에 조상들이 팥죽을 먹고 봄을 기다리며 즐긴 풍류가 놀라웠다. ‘구구소한도’라는 풍속인데 양수 9를 길하게 여긴 조상들은 동짓날로부터 아흐레가 아홉 번 반복된 날, 즉 81일째 되는 날에 봄이 온다고 여겼다. 그래서 동짓날에 흰 종이에 매화 81송이를 그려 창문이나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하나씩 색칠해 나갔다. 흐린 날엔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은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마침내 81개가 모두 칠해진 날 창문을 활짝 열고 진짜 매화를 바라보았다. 듣기만 해도 얼마나 낭만적인지, 올해 동지에는 친구들에게 구구소한도를 나누며 색칠 놀이를 권하고 싶다. 81일 동안 색칠하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매화를 찾아 나서는 탐매 모임을 만들어야겠다. 더운 여름을 잊게 하는 옛 어른들에게 배우는 피서법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2

안동 낙동강변을 ‘맨발로 룰루랄라’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더위가 한풀 꺾였다. 그래도 우리 몸이 기억하는 여름 더위는 추석 전까지는 이어지리라. 여름에는 물놀이만한 피서가 없다.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강으로, 사람들은 더위를 식히러 떠난다. 하지만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이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안동시 낙동강변(운흥동300 일원)에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물속에서 걷기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탈춤공원 건너 강변에 약 400m 길이의 ‘물속 걷는 길’이 조성됐다. ‘물속 걷는 길’은 안동댐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을 실개천으로 유입해 만든 수로형 산책로다. 시원한 실개천에 파라솔과 의자를 비치해 걷다가 담소를 나눌 수도 있고 간단한 간식도 먹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파라솔에서 커피나 간식을 즐긴 후 꼭 뒷정리를 하고 가지고 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시민의식을 보여주면 좋겠다.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낙동강변에 모래길과 적운모길, 자갈길을 조성해 시민들의 맨발 걷기를 장려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공간에 이번 물속 걷는 길까지 조성되면서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에겐 더 없는 힐링의 장소가 되었다. 접근성도 높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마침 맨발 걷기에 나선 법흥동 주민은 “그동안 도청 신도시 천년숲 황톳길을 걸으러 일부러 그 멀리 다녀오곤 했는데 안동 시내에도 이런 곳이 만들어져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싱 운동의 붐은 건강과 저속노화에 관심이 끊기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물속 걷는 길’은 초등생 종아리 반 정도의 물 깊이라 아이들과 함께 즐겨도 좋고 어르신들이 운동하기도 안전하다. 파라솔에 앉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책 한 권 읽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앞으로 잘 가꾸어 장점을 극대화시킨다면 안동의 또다른 명소가 될 것이다. 또, 토요일 밤에는 가까이 낙동강 음악분수 쇼를 관람하고 다양한 공연과 음악 감상도 가능하니 올 여름 남은 더위는 낙동강변에서 여유 있게 보내면 좋을 듯하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12

대구시·경북도 ‘5극 3특’ 공조 시동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과 균형 성장을 위해 ‘5극 3특’(5개의 초광역권, 3개의 특별자치도) 정책을 제시한 가운데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전략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기획조정실장, 지방시대정책국, 경북연구원, 행정통합추진단, 대구정책연구원 등 관계자는 13일 오전 경북도청 사림실에서 ‘대구·경북 공동 협력 TF’를 구성하고, 공동 전략 과제를 논의한다. 기존 행정협력 기반과 공동 정책 수요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공동 전략을 준비하고, 새 정부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공동 전략 과제는 4대 분야 21개이다. 초광역 SOC 분야는 대구경북신공항, 대구·경북 순환철도망, 동서횡단철도, 동서횡단고속도로, 달빛철도, 대구권광역철도(동남권 연결) 등 7개다. 미래전략산업 분야는 미래 모빌리티, AI(인공지능)반도체, 항공·방위, 이차전지, 바이오, AI로봇, 고부가가치 섬유산업 등 8개다. 문화관광권 개발 분야는 낙동강·금호강·백두대간, 포스트 APEC, K 콘텐츠 개발 및 초광역 관광그리드 구축 등 3개이고, 사회환경 분야는 인재양성, 저출생 극복, 탄소중립 등 3개이다. ‘대구·경북 공동 협력 TF’는 이날 협의를 통해 21개 공동 전략 과제를 15개 정도 수준으로 더 좁힐 예정이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13일 청와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어 123대 국정과제와 12대 중점 전략과제 등을 발표한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12

동해안, 아열대성 해파리 대량 출현··· 휴가철 피서객 주의 당부

최근 동해안에 아열대성 소형 해파리인 푸른우산관해파리가 대량 출현해 여름 휴가철 피서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푸른우산관해파리는 지름 2~3㎝ 크기로 동전처럼 둥근 모양을 띤다. 지난 7월 중순 제주 해역에서 처음 관측된 뒤 전남·경남·부산·경북 등 남해안과 동해안 전역으로 확산해 대량 출현하고 있다. 이 해파리는 독성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소방본부는 “바다에 입수할 때는 전신 수영복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호기심으로 해파리를 직접 만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는 바닷물이나 식염수로 상처 부위를 씻어낸 뒤 남아 있는 촉수는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긁어 제거해야 한다. 이후 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수돗물이나 알코올로 세척하거나 상처 부위를 문지르거나 압박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최근 3년간 경북 지역에서는 해파리 쏘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총 40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15건, 2023년 4건, 2024년 21건이 보고됐다. 올해는 아직 공식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푸른우산관해파리의 대량 유입으로 피해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소방본부는 전망했다. 박성열 경북도소방본부장은 “동해안에 해파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피서객들은 해파리 쏘임 사고에 경각심을 갖고 안전하게 여름 휴가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12

‘열대어 재테크’ 뜬다… 쏠쏠한 ‘제2의 월급’

“취미로 키우던 물고기가 월급 봉투를 하나 더 만들어줬습니다” 포항시 남구에 거주하는 김정훈씨(32)는 2년 전 작은 어항 하나로 열대어 구피 사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였다가 번식한 새끼를 판매하면서 월 50만~100만 원의 수익도 올린다. 김씨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체계적으로 배우니 이제는 취미이자 부업이 됐다”며 “번식이 잘 되면 월급을 한 번 더 받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그는 어항을 늘리면서 사육 품종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열대어 재테크는 희귀하거나 인기 있는 품종을 정식 수입 절차를 거쳐 들여온 뒤 집에서 사육·번식해 분양하는 방식이다. 구피, 디스커스, 엔젤피시 등이 대표 품종이며, 일부 희귀 구피는 한 쌍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다. 건강하게 관리하면 한 달에 1~2차례씩, 수십 마리의 새끼를 얻을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네이버 카페 ‘홈다리 장터’는 약 15만 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열대어·관상용 새우 거래 커뮤니티다. 회원 간 직거래 뿐 아니라 품종 정보, 사육 노하우, 질병 치료법 등이 활발히 공유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네이버 밴드, 유튜브 채널에서도 매일 수백 건의 거래와 상담이 오간다. 강아지·고양이와 함께 3대 반려동물로 꼽히는 관상어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다. 해양수산부 ‘제2차 관상어산업 육성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4년 약 4100억 원 규모였던 관상어 산업 시장은 2020년 4873억 원가량으로 확대됐다. 저렴한 초기 비용과 유지비도 장점이다. 포항시 북구에서 수족관을 운영하는 A씨는 “가정에서 소규모로 열대어를 양식할 경우 수도·전기세와 사료값을 포함해도 월 5만 원 이상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초기 투자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5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육 환경이 불안정하면 질병으로 개체가 전멸할 수 있고, 거래 과정에서의 사기나 배송 중 폐사 같은 위험도 존재한다. 조규봉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직장 외 시간과 에너지를 부수입 창출에 쓰는 경향이 강해졌고, SNS의 발달로 소비자 선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소규모라도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초보자가 무리하게 고가 개체를 들였다가 질병으로 모두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충분한 사전 학습과 검증된 거래 상대 확보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12

일가족 숨진 대구 아파트 화재⋯3차 합동감식

속보=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추가 합동감식이 12일 진행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동구 신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과 함께 3차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 감식은 1·2차 감식에서 나온 정황을 토대로 더 과학적이고 세밀한 분석을 위해 실시됐다. 현장은 ‘POLICE LINE’으로 통제됐고, 수사관들은 현관과 실내를 오가며 세밀하게 조사했다. 화재로 숨진 일가족은 평소 계단을 이용하거나, 인사도 받지 않는 등 이웃과 단절된 채 지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베란다 등에서 합동감식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일가족이 사망한 화재가 발생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억울함이 있다면 반드시 풀어지길 바란다”면서 “주민들이 아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안방과 거실 등 4곳에서 발화 지점이 확인됐으며 양초와 성냥이 다량 발견됐다. 아파트 내부 발화지점 주변에는 노끈으로 묶은 서적 수십 개 등 인화성 물건들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소방대원들이 현관문을 강제 개방했을때 가구 등으로 입구가 막혔던 사실도 파악됐다. 외부인 침입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화재는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동구 신천동 아파트 11층 세대 내에서 발생했으며 19분 만에 진화됐다. 서윤재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장감식 내용과 부검 결과를 종합해야 확실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12

봉화 특산물로 채워진 韓·베트남 국빈만찬상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한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국빈 만찬 메뉴가 봉화의 특산물을 활용한 퓨전 한식으로 밝혀지면서 베트남과 봉화군과의 관계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만찬 메뉴는 고려 말 한반도에 정착한 베트남 왕자 이용상의 후손인 화산 이씨가 한국전쟁 후 봉화에 정착한 점을 고려해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메뉴는 ‘봉화산 허브를 곁들인 해산물 샐러드와 삼색 밀쌈 말이’ ‘여름 보양 영계죽’ ‘봉화 된장소스를 곁들인 제철 민어구이’ ‘여름 쌈밥과 김치 스프링롤을 곁들인 봉화 한우 떡갈비 구이’ ‘메밀차와 홍시 크렘 브륄레’ 등이었다. 한우와 된장 등 상당수 식재자가 봉화와 영주 등 인근 지역에서 대통령실로 공수됐으며 음식하나하나에도 봉화와 베트남 간 교류 등 상징과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대통령실이 이번 베트남 정상회담 만참 메뉴 주 식자재를 봉화에서 가져갈 정도로 배려한 부분에 감사드린다”면서 “지금 봉화군이 진행하고 있는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봉화군은 국내 유일의 베트남 리왕조 유적지를 활용한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대상지에 최종 선정됐다. 봉화군은 고려시대 베트남인 이주역사와 관련 유적인 충효당을 지역특화 소재로 활용해 봉성면 창평마을 일대에 국내 유일의 베트남 테마명소 ‘봉트남’을 조성해 베트남 이민자·유학생 등이 찾는 성지로 만들 계획이다. /박종화·박형남 기자

2025-08-12

포항 찾은 김문수 “오직 나만 이재명 정권·민주당 독주 저지 가능”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1일 ‘보수의 텃밭’ 포항을 찾아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독주를 저지할 적합한 인물인 김문수를 뽑아 국민의힘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차담을 나누고 포항으로 향한 김 후보는 “제1야당으로서 확고한 신념으로 이재명 독재정권의 개헌과 장기 집권 시도를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것”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이재명 정권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국민의 힘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4년 연임 개헌 제안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장기 집권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해산시키면 더불어민주당의 일당 독재 체제가 되지 않겠느냐”라며 “북한의 조선노동당, 중국의 공산당처럼 우리 대한민국도 민주당 일당 독재가 되면 깜깜한 암흑세계 속에서 우리가 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은 대장동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 사건 등 많은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재판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도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 후보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기업 활동을 저해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노동 개혁 목적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한국에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만 발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마지막으로 “포항의 경제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더 부지런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1

‘동부초 이전’ 3년 갈등 해소 물꼬 트나

속보=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의 조건인 동부초 이전을 놓고 3년간 갈등을 겪은 포항시와 포항교육지원청이 11일 한 자리에 모여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두 기관이 어떤 합의안을 도출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마련한 첫 협의회에서는 포항시와 포항교육지원청 실무진과 국장까지 참여해 서로가 가졌던 오해를 풀고 잘못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도 했다. 이런 덕분에 공식 협의체를 구성해 매월 1차례 이상 정기 회의를 여는데 합의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상생 협력의 의지를 다지며 열린 마음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면서 “두 번째 회의는 이달 내로 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현 포항시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장은 “오늘 첫 협의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동부초 이전과 포엑스 건립 2단계 사업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후성 포항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도 “서로의 입장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고, 이견에 관해서는 대화를 통해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포항시는 지난해 7월부터 북구 장성동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옛 미군부대 캠프리비 부지에 연 면적 6만3818㎡로 2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홀과 7183㎡ 면적의 전시장, 2128㎡ 면적의 컨벤션홀, 11개 중·소회의실, 시민 휴식 공간, 상업·업무시설, 루프탑 등을 갖춘 포엑스 1단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말 또는 2027년 초 완공 예정인 이 건물에 초대형 행사 및 국제회의 유치를 위한 2단계 확장사업에 동부초 부지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으나 최근 3년간 교육청지원청과의 협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1

‘워터 퐝 페스티벌’서 뜬 깜짝스타 중 1 곽세현 숏폼 하루만에 58만 조회

지난 8~9일 경북매일신문이 마련한 ‘2025 SUMMER 워터 퐝 FESTIVAL’에서 인기 래퍼 래원의 무대에 올라 화려한 랩 실력을 뽐낸 포항 장흥중학교 1학년 곽세현(13)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기 트로트 가수 전유진을 잇는 포항 대표 스타 탄생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11일 오후 5시 기준 ‘ 워터 퐝 FESTIVAL’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59초 짜리 곽군 무대 숏폼 동영상의 조회수는 57만9000회를 기록했다. ‘좋아요’는 1만7000여 개, 공유 71380건이다. 현재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조만간 조회수 100만회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곽군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2분 37초짜리 숏폼 동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4만8000회를 기록했다. ‘좋아요’ 역시 1222개가 달렸고, 곽군을 응원하는 댓글도 줄을 잇는다. 이 동영상은 지난 9일 ‘워터 퐝 FESTIVAL’에서 곽군이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래원의 힙합 공연 무대에 올라 랩 실력을 뽐내는 모습을 담았다. 파워풀한 래핑을 쏟아낸 곽군은 단숨에 무대를 장악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래원이 피쳐링한 래퍼 염따의 ‘존시나’라는 곡을 선보인 곽군은 원곡자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를 휘저었다. “나도 래원이랑 공연 해봤으면 좋겠다”, “세현의 미래가 밝다”, “제2의 포항 염따 그는 대세 (곽)세현”이라는 등 부러움과 감탄, 놀라움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곽군에게 무대를 제공한 ‘워터 퐝 FESTIVAL’에 대한 호평도 줄을 이었다. 포항시민 유모씨(30)는 “포항에서 워터밤과 같은 행사를 열어줘서 고맙다”면서 “내일이 없다는 듯이 신나게 즐겼고, 내년에도 행사를 열어준다면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피서객 최모씨(28·서울)는 “공연 라인업도 쟁쟁한 가수들로 구성돼 볼거리가 많았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의견을 남겼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1

길이 2m·무게 400kg 거구… 자유자재 ‘개복치 해체쇼’

포항 죽도시장 수산물매장 상인 이영태씨(71)가 이른 아침부터 번뜩이는 칼을 들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흔하지 않은 물고기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길이는 2m 남짓에 무게가 400㎏가 나가는 거구를 보면서다. “날개부터 갑니다”라고 외친 이씨가 수압이 센 호스를 들이대자 납작한 거구의 배는 물줄기와 만나 은빛 속살을 더 드러냈다. 비릿하면서도 달큼한 향기도 번졌다. 이씨의 칼끝은 매우 부드럽게 날개를 파고들었고, 녹두로 쑨 청포묵과 같이 말랑말랑하면서도 탱탱한 살점이 떨어졌다. 지나던 사람들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발걸음을 멈췄다. 11일 아침 죽도시장에서 마주한 ‘개복치’ 해체 현장의 모습이다. 개복치는 몸은 납작하고 넓고, 꼬리지느러미가 퇴화해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로 수영한다. 수심 60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해파리와 오징어 등을 먹고 산다. 부레가 없어서 젤라틴 질 피하조직으로 중성부력을 유지한다. 치어 단계에서 대부분 천적에 먹히는 귀한 생선이다. 이씨는 개복치의 목을 다시 공략했다. 붉은 핏물 대신 불투명한 액체가 툭 튀었다. 개복치의 창자와 뇌 사이에 있는 쓸개를 건드려 터뜨리면 고기 맛이 써지기 때문에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공략 포인트인 배를 가르자 내장이 출렁였고, 오징어가 창자에 그대로 숨어있었다. 갓 잘라낸 투명한 살점을 입에 넣은 이씨는 “비리지 않고 담백하다”고 했다. 콜라겐이 많아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날개살은 검붉은 대야에 별도로 담았다. 이씨의 설명은 더 이어졌다. 개복치 날개는 수육, 하얀 몸살은 회·수육·장조림, 뱃살은 국거리, 창자는 볶음과 두루치기가 제격이다. 개복치 수육은 ㎏에 4~5만 원, 창자와 국거리는 1만5000원 수준이다. 큰칼은 날개와 몸통, 중간 칼은 목과 꼬리, 작은 칼은 세밀한 부분을 다듬는 데 사용하고, 해체는 날개, 머리, 꼬리, 몸통 순이었다. 워낙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숙련되지 않으면 해체 작업 자체를 할 수 없고, 쓸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젊은이들도 힘이 들어서 배우기를 포기하는 게 다반사인 개복치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된 이씨는 아버지의 좌판 냄새와 개복치가 싫어서 사업을 택했다가 2006년 지금의 가게를 이어받았다. 한때는 연 매출 35억 원을 기록했고, 주말이면 하루 500명 넘는 손님이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을 정도였다. 강제 철거와 이전을 겪으면서 사정이 어렵지만, 그래도 그는 개복치와 씨름하며 꿋꿋하게 이곳을 지키고 있다. 63빌딩 수족관 요청으로 2m 길이의 개복치를 포항에서 특수차량에 실어 3시간 40분 만에 옮겨서 6년을 생존하게 했던 이야기, 고래를 개복치로 착각해서 손해본 일화, 물치를 개복치로 속아 400만 원 손해본 기억도 쏟아냈다. 이씨는 “포항 죽도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제대로 된 먹거리, 볼거리, 살 거리를 제공하려면 개복치 전시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복치는 그 자체로 볼거리”라면서 “내가 손을 놓으면 죽도시장의 개복치가 사라질 수 있으니 포항시청, 포항시의회, 포항시민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11

포항 오도리 해변 불법 수중 파라솔 모두 철거

속보=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 해변에 불법 설치된 수중 파라솔<본지 8월 4일자 5면 보도>이 모두 철거됐다. 지난 2일 오도리 해안도로 인근 얕은 바다 위는 민박업주들이 설치한 평상과 파라솔 5~6개가 점령했다. 하루 5만 원의 ‘자릿세’를 받고 피서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일부 이용객들은 평상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남은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 환경 훼손과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공유수면법 제8조에 따르면 공유수면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려 할 때 반드시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평상과 파라솔은 명백히 인공구조물에 해당하고, 허가 없이 설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 10일 경북매일신문 취재진이 현장을 다시 찾아 확인한 결과, 해안의 파라솔과 평상은 모두 사라졌다. 대신에 ‘수중 파라솔 대여 및 설치 금지’라는 안내 현수막이 걸렸다. 해변은 탁 트인 모습을 되찾았고,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오도리 해변을 찾은 한 주민은 “경북매일신문 기사를 보고 단속이 이뤄진 것 같다”며 “경관이 훨씬 좋아지고, 바다 접근도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흥해읍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최근 불법 구조물 설치와 영업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며 “현재 해당 시설은 모두 철거된 상태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주말까지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11

일가족 숨진 대구 아파트 화재, 당시 현관문 가구로 막혀 있었다···성냥·양초 다량 발견

속보=경찰이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고<본지 11일자 5면 보도>와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대구동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숨진 어머니 A씨(47)와 자녀인 B군(13), C양(11)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사망 원인이 화재인지, 외력 등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 기도 손상이나 독극물 중독 여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 불로 A씨는 아파트 화단에 추락한 상태로, B군과 C양은 안방에 누운 상태로 소방대원들에게 발견됐다. 감식 결과 화재 현장에서는 안방과 거실 등 4곳에서 발화 지점이 확인됐으며 양초와 성냥도 다량 발견됐다. 또 아파트 내부 발화지점 주변에 노끈으로 묶은 서적 수십 개 등 인화성 물건들도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대원들이 현관문을 강제 개방하자 가구 등으로 막혀 있었던 사실도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로선 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0일 오전 3시 35분쯤 동구 신천동 아파트 11층 세대 내에서 발생했으며 19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서도 감식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11

대구형무소 역사관에서 배우는 애국심

대구에는 근대역사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근대역사골목이라는 여행길이 만들어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끈다. 역사교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중 한 군데인 대구형무소 역사관을 찾아보았다. 대구형무소는 일제 강점기 때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감옥이다. 1908년 대구부에 처음 설립된 뒤 1910년에 중구 삼덕동으로 이전됐다. 대구형무소에는 2386명의 서훈 독립운동가가 투옥됐었다. 그 중 216명(국가 서훈 212명)이 순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로 추모된 195명 (국가 서훈 175명)보다 많은 숫자다. 대구형무소 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오늘날 이곳은 그 아픈 역사를 생생히 전하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다. 역사관은 대구시 중구 공평동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 2층에 있다. 역사관 내부에 들어서면 이육사, 장진흥, 박상진, 김영랑, 이종암 등 대구형무소에 수감 되었던 주요 독립운동가들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투옥 당시의 기록이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육사 시인은 ‘광야’와 ‘절정’ 등의 시틀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였으며, 조선의용대 활동 중 체포되어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장진홍 의사는 1920년 대구 조선은행에 폭탄을 투척한 의열투사로, 그도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다. 또 박상진 선생은 대한광복회를 조직하고 항일 무장투쟁을 이끈 인물로, 사형 선고 후 형무소에서 순국하였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김영랑과 독립운동가 이종암 역시 대구형무소에 수감되는 등 일제에 맞서 저항한 삶을 살았던 분이다. 전역에서 모여든 애국지사들이 이곳에 갇혀 고문과 옥고를 견디며 꺾이지 않는 애국심을 지킨 장소란 점에서 대구형무소는 단순한 수감시설 이상의 항일의 성지로 평가된다. 대구형무소역사관은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의 우리가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자유와 정의의 정신을 되새기는 장소다. 일제의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이들의 발자취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 찾아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볼만한 교육 현장이다. 대구형무소 역사관 연락처는 (053)255-2194이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08-10

대구공군전우회 그날을 회상하다

대구공군전우회가 광복 80년을 맞아 우리나라 공군 전투력의 모태인 K-2 대구동촌비행장을 둘러보고 선배 전우들의 희생과 업적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신문식(95) 참전용사를 통해 당시의 상황들을 전해 듣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은 연락기 수준인 L-4, L-5, T-6 등 구형 모델의 비행기가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1950년 7월 한국공군의 전력강화를 위해 미 극동사령부가 일본 ‘이다즈케’ 기지에 있던 전투기 F-51D(무스탕) 10대를 인수하게 된다. 이것이 시발이 돼 대구동촌비행장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이근석 장군은 동촌비행장에서 직접 비행기를 몰면서 전투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장군은 적의 탱크 공격에 직접 나섰다가 불행하게도 안양 상공에서 적의 공격에 피격돼 34세의 젊은 나이로 순직하게 된다. 이후 우리 공군은 1952년 5월 황해북도 승호리 철교 폭파와 8월 평양 폭격을 성공시켜 혁혁한 전과를 올린다. 당시 유치곤 장군은 전투기 출격 203회로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치곤 장군을 기리는 기념관은 현재 대구 달성군 현풍면 유가읍 양리에 있다. 또 당시 활약하던 김영환 장군은 1951년 8월 합천 해인사에 숨어든 공비 토벌을 위해 해인사 폭격을 명령받았지만 국가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각종 유산의 훼손을 우려, 기관총 사격으로 적을 퇴치한다. 한국불교 조계종 종단에선 이를 기억하기 위해 해인사 입구에 그의 추모비를 세워 업적을 알리고 있다. 한편 권태정 공군장학재단 이사장과 남상석 전우회 회장, 정중규·이문길 부회장은 6·25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신문식 유공자를 찾아 당시 얘기를 나누며 그를 위로했다. 1930년 성주에서 태어난 신 유공자는 21살인 1951년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 했다. 성주고등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가야산, 지리산 등지로 공비 토벌에 나서는 등 학도병으로도 활약했다. 1953년 1월 공군에 입대해 조종 간부가 됐으나 훈련 중 갑자기 시력이 나빠져 공군 헌병대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이후 대구공군기지 헌병대 선임하사로 근무하다 1978년 만기 제대했다. 제대 후 사업가로 변신해 고향 노인을 위해 각종 봉사활동을 벌였고, 대구공군 6·25 참전 용사회 회장직도 맡아 후배들의 사기진작에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보라매 장학기금으로 1000만원을 기탁했다. 대구공군전우회는 선배 전우들의 희생정신과 업적을 가슴에 새기면서 광복 80년의 의미를 나누었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5-08-10

견공(犬公)

나는 인간과 무척 친한 동물이다. 어떤 집에서는 나를 ‘반려견’이라 부르며 식구 대접까지 해준다. 인간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친했다 멀어지지만, 우리 견공은 다르다. 우린 맹목적인 충성, 그것 하나로 족하다. 우리 조상 중에는 참으로 영특한 이가 있었다. 전해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하던 날, 우리 견공에게는 앞다리 둘, 뒷다리 하나만 주셨다고 한다. 아니, 그럼 어떻게 걸으라고! 어느 날, 우리 조상이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 움직이지도 않는 가마솥이 네 다리를 떡 벌리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세 다리로 온갖 고생을 하는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화가 난 조상께서는 조물주께 따지러 갔다. 조물주 영감님 하나 물어봅시다, 가마솥은 하루 종일 움직이지도 않는데 다리가 네 개고 저희는 여우도 쫓고, 도둑도 막고, 집 지키랴 바쁜데 우리에게는 왜 다리 세 개만 주십니까? 논리 정연한 우리 조상의 어필에 조물주께서도 듣고 보니 타당한지라 가마솥 다리 하나를 뚝 떼어 우리 조상께 주셨다. 그날 이후로 가마솥은 세 다리, 우리는 네 다리가 되었다. 우리는 안정된 걸음걸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 감격의 순간을 기려 우리 선조는 유언을 남겼다. “앞으로 오줌을 눌 땐, 조물주가 주신 그 고귀한 다리를 들고 누거라.”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수컷 견공들은 한쪽 다리를 들고 오늘도 예의를 지킨다. 얼마나 염치 있는 족속인가. 그런 우리를 인간들은 종종 모욕한다. ‘개고생’이란 말 우리가 언제 인간을 고생시켰단 말인가? 고생은 니들끼리 해놓고, 왜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는가? 그리고 ‘개망나니’는 또 뭐란 말인가. 그냥 망나니면 됐지, 왜 굳이 개를 앞에 붙이나? 초등학생들조차 “야, 개 XX야!” 하고 소리친다. 우리 새끼들이 듣기라도 하면 상처받을 일이다. ‘개살구’는 또 어떤가. 보기만 좋고 맛은 없다니? 우리 견공이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가장 억울한 건 개판 5분전이다. 듣기엔 마치 우리견공들이 난장판을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이 말은 ‘개판(開板)’, 즉 솥뚜껑을 여는 시간과 관련이 있다. 6·25 전쟁 중 병사들에게 밥을 빨리 먹이려고 취사병이 밥 솥 뚜껑을 열기 5분 전이라 외치던 바로 그 “개판(開板) 5분 전!”이다. 전혀 우리랑 상관없는 말이다. 제발 용어 선택 좀 조심해 주길 바란다. 며칠 전엔 주인님이 전화를 하시더라. “자네들, 우리가 복날에도 안 죽고 살아남았으니, 우리 개띠들 생환 기념으로 한잔 하세!” 이 얼마나 위트 넘치는 인간인가. 주인님이 개띠라서 나는 진심으로 행복하다. 이런 주인에게는 꼬리를 흔들고 싶다. 이참에 ‘견공’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사연을 하나 들려주겠다. 경상도 선산, 해평 땅의 한 역참집에 누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던 이 견공은 하루는 술 취한 주인이 말에서 떨어져 잠든 사이, 들불이 번져오는 걸 목격했다. 놀란 누렁이는 낙동강으로 달려가 수백 보를 뛰어넘어 꼬리를 적셔 돌아왔다. 그렇게 수차례 물을 날라 불을 껐고, 결국 그 자리에서 기진맥진 쓰러져 숨을 거뒀다. 주인이 깨어 보니, 개는 죽어 있었고 꼬리는 그을려 있었다. 그제야 개가 자기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주인은 개를 정성껏 묻어주었고, 사람들은 그를 ‘견공(犬公)’이라 불렀다. 지금도 구미 해평면 낙산리에 가면 그 묘가 있다. 그런 고귀한 전통이 있는 우리가, 욕설이나 듣는 대상이 된 게 참으로 안타깝다. 난 그저 우리 조상처럼 의연하고 당당하게 살다가 ‘개’가 아니라 ‘견공’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10

퍼포먼스 서예 창시자 리홍재 특별초대전

율산 리홍재(李洪宰) 선생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한국 현대 서예의 대표적 기인(奇人)이자 퍼포먼스 서예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통 서예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와 파괴, 철학과 순간의 예술을 통합한 독창적인 서예가다. 탐구 퍼포먼스, 전통과 현대의 융합적 서체, 그리고 창작하는 그 자체를 예술로 삼는 삶의 철학으로 서예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시각적 미감을 넘어 삶의 태도와 미학적 가치를 전달하며, 많은 후학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예술 정체성의 전통과 규범을 깨고 자유롭고 파괴적인 서체 공간을 열어가는 그의 열정이 이채롭게 여겨진다. 또 예술적 퍼포먼스는 관객과 공유하는 ‘창작의 순간’임을 보는 이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그는 철학적 태도로 ‘무아의 경지’를 지향한다. 삶과 예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 젊은 나이에 미술계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20대 초반에 대구·서울 미술제 초대작가로 선정되었고, 개인전 때마다 출품작들이 큰 반향을 일으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율산은 국전 심사위원, 대통령 표창, 대한민국 서예대전 대상 수상 등 공적 경력으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율산은 타묵 퍼포먼스의 개척자로서 1999년 봉산미술제에서 초대형 붓을 활용한 공연을 선보이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를 서울 보신각 특설무대에서 진행했으며, 월드컵 대회와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 퍼포먼스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무흘구곡 전시관 현판, 사명대사 공원 건강문화원 현판, 용화사 일주문·대웅전 주련, 김천시립도서관 표지석, 김천시민운동장 표지석, 백수문학관 현판, 김천혁신도시 준공비 휘호 작업 등이 있으며, 김천시 승격 60주년 자랑스러운 김천인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김천 배꼽갤러리에서 율산 리홍재는 율산 특별초대전을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간 연다. 율산의 지인인 초지 예찬건 국악인은 이번 전시회 축하 편지에서 “리홍재 선생님이 창시한 타묵 퍼포먼스는 전통 서예의 정적인 틀을 깨고, 붓이 마치 살아 있는 혼을 담은 듯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장관을 연출한다”라고 칭송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10

래퍼 래원도 인정한 포항 장흥중 1년 곽세현

지난 8~9일 포항 영일대 해상누각 광장에서 2만여 명을 끌어모은 ‘2025 SUMMER 워터 퐝 FESTIVAL’에서 중학생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포항 장흥중학교 1학년 곽세현군(13)은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래원의 힙합 공연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닦은 랩 실력을 뽐내 ‘반짝스타’로 등극했다. 파워풀한 래핑을 쏟아내며 단숨에 무대를 장악한 곽군은 이날 현장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공연장의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래원이 피쳐링한 래퍼 염따의 ‘존시나’라는 곡을 선보인 곽군은 원곡자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은 덕분에 우레와 같은 환호와 함성을 끌어냈다. "잘한다”라는 감탄사도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곽군이 래원에 비해 더 많은 박수를 받을 정도여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래퍼를 꿈구고 있는 곽 군에게 래원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래원의 춤과 노래를 물론 작은 동작 하나하나도 숙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곽군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래원의 굿즈(Goods)인 슬리퍼도 구매, 자랑스럽게 신고 다녔다. 행사장에서 그는 슬리퍼를 두 손에 들고 래원의 노래에 맞춰 흔들어댔다. 곽군은 “머리 위에서 슬리퍼를 흔들며 팬이라고 목이 터지라고 외치는 모습을 본 래원이 나를 무대 위로 번쩍 안아서 올려 줬다”며 기뻐했다. “래원과 함께한 3분 30초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다”고 할 정도라고 한 곽군은 래원과 같이 멋진 래퍼가 되기 위해 매일 랩과 작곡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시청소년재단에서 주최한 ‘제26회 포항 청소년 댄스 가요제’에서 장려상이라는 결실도 얻었다. 곽세현 군은 “래퍼들의 실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해 당당하게 1등 하고 싶다“면서 ”세계적으로 인기 많고 유명한 래퍼가 되는 게 꿈“이라고 소망을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0

“내 짝이 여기 있었네” ‘물총은 핑계고’ 솔로탈출 이벤트

‘2025 SUMMER 워터 퐝 FESTIVAL’은 포항에 살거나 포항을 찾은 젊은이들에게 설레는 순간도 선사했다. 8~9일 영일대 해상누각 광장에 마련된 축제 무대에 10~30대 청춘남녀가 올라 소중한 인연을 맺는 ‘물총은 핑계고’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주목받았는데, 이틀간 8쌍의 ‘써머 커플’을 탄생시켰다. 이색 행사인 만큼 참가자들의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100명이 넘는 미혼남녀가 신청서를 냈고, 치열한 경쟁을 뚫은 24명이 솔로 탈출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노래와 춤, 랩 실력으로 구애하는가 하면, 무더위와 비 속에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에 앞서 파트너를 선택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참가 여성들에게 함께 게임 하고 싶은 남성을 고를 기회가 제공됐는데, 무려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선택받은 ‘최고 인기남’이 탄생하기도 했다. 몰표남 윤예준씨(19·포항)는 “평소 ‘스스로 잘생겼다’는 생각하지 않아 당연히 0표를 받을 거로 생각했는데 많은 여성의 선택을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물풍선 던지기’와 ‘빨대로 과자 옮기기’ 게임에서는 여성의 인원이 남성보다 적은 탓에, 남남 커플 2쌍이 탄생하는 등 다소 ‘웃픈(우습고 슬픈)’ 상황이 연출돼 관람객들에겐 재밋거리가 됐다. 하이라이트인 ‘물풍선 던지기’ 게임에서는 참가자와 관객 모두 하나가 됐다. 풍선이 터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물벼락을 맞은 상대방도 연신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유튜버 김현재(41·포항시)씨는 “머리 위에서 ‘팡’ 하고 터지는 순간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와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라면서 “전국 각지 여름 행사를 가봤지만 워터 퐝 페스티벌이 최고 중의 최고였다“고 했다. 최종 선택의 순간, 총 8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참가자들의 소중한 모습을 남기는 사진 촬영을 끝으로 ‘물총은 핑계고’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커플 매칭에 성공한 미국인 매리베스(25·여)는 “한국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했다. 벌써 내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0

대구 동구 아파트 방화 추정 불 일가족 3명 숨져… 경찰 조사 중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일 대구경찰청과 대구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5분쯤 동구 신천동 한 17층짜리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났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19분 만에 진화됐으나, 남매와 어머니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안방에서 자녀 A군(13)과 B양(11)을 발견했고, 숨진 남매의 어머니 C씨(47)는 아파트 화단에서 추락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불로 주민 3명이 연기를 마셔 경상을 입었고 20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사망한 일가족과 함께 사는 아버지는 당시 화재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감식에 나선 경찰은 불 난 아파트 안방과 주방, 거실 2곳 등 총 4곳의 발화 지점을 확인했다. 발화 지점 주변에는 양초와 성냥이 다량 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아파트는 1990년대에 지어졌으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매캐한 탄내가 진동해 잠을 깼다는 주민 박 모씨(67)는 “베란다 넘어로 검은 연기 올라와 바로 119에 신고를 한 뒤 주변 이웃들 집에 초인종을 누르며 함께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당 아파트는 27년된 노후 단지로 일부 주민들은 화재 당시 대피 방송 및 경보음 등을 듣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합동 감식과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윤재 대구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화재 원인을 아직 방화로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