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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14.4㎞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사내들 넷이서 더 이상 늦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간을 맞춰 떠난 곳은 제주도. 일행 중에 제주도 출신 사내가 있어 안내인 역할을 했다. 오전 열 시 반에 떠나는 티웨이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제주 공항에 내려 처음 찾아간 곳은 동문시장의 순대국밥집. 제주도 출신 사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있었다는 그 집은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돼지고기로 유명한 제주도 음식. 담백하면서도 국물맛이 깊다.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차귀도라는 곳으로 간다. 이 섬은 제주도에 딸린 무인도로서는 가장 크다. 우리는 낚싯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적당한 곳에 닻을 내린다. 선장이 시키는 대로 낚싯대를 드리운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수확이 많다. 우리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장모 선생님은 손바닥보다도 큰 쥐치를 끌어올리기도 하고 잡학의 귀재로 알려진 김모 선생님은 일곱 마리씩이나 끌어올린다. 그 사이에 제주도행 전부터 장염 증세를 앓고 있던 필자는 뱃머리에 걸터앉아 배멀미를 하고 있었을 뿐. 선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가 일행들이 잡은 물고기를 회로, 매운탕으로 요리해 준다. 잡은 물고기들을 다 살려주고 싶었다는 장모 선생님은 스스로 살생을 지은 일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하다.풍림 리조트로 가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찾아간 곳은 영실. 이곳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둔내코 쪽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50대 후반에 들어선 장모, 김모 두 선생님은 그런 날씨에도 산행을 할 준비를 다 갖추고 있다. 방수 등산복에 등에 짊어진 배낭을 덮을 방수포에 우산까지. 제주도 출신 사내와 나는 아무 것도 없다. 총도 안 들고 전쟁터에 나온 볼썽사나움이란. 우비를 산다, 우산을 산다, 소란을 피우고 산으로 들어가자 가파른 경사가 계속된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고 힘이 부치는 바람에 절벽, 바위가 일품인 영실기암 진면목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층층이 수종이 다양하다는 한라산 평판답게 이곳의 나무와 풀들은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이곳저곳 무더기를 이루면서 피어 있는 산철쭉들은 산 아래 철쭉과는 모양도, 빛깔도 다르다. 서울의 철쭉들은 분홍빛이라기엔 너무 빨갛고 꽃송이도 커서 귀한 맛이 없는 반면, 이곳 철쭉들은 한결 정제된 빛깔에 꽃송이도 작아 한데 뭉쳐 있어도 귀해 보인다. 갑자기 넓고 평평한 지형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윗세오름으로 가는 산들판 길에는 노루가 살고 그네들이 물을 먹으러 오는 노루샘이 있다. 노루샘 물은 우리 네 마리 목마른 노루들에게 달고 달다. 시간을 지체한 까닭에 우리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엔 한 폭 수묵화 같은 풍경. 비가 적당히 그치고 안개도 조금 더 걷혔다. 하지만 한라산 할망은 자신이 빚은 풍경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다음날, 우리는 쇠소깍에서 외돌개로 이어지는 제주 올레길 6코스, 14.4㎞에 도전하기로 한다. 이번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다. 그러나 쇠소깍이나 외돌개 모두 풍경 좋기로 유명한 곳. 이곳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포기할 수는 없다. 독특한 지명만큼이나 아름다운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는 바닷길의 연속이다. 바다를 따라 나 있는 올레길은 오르락내리락 평화롭고도 한적하다. 때로는 툭 트여, 때로는 수풀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세찬 비바람 속에서 우산도 버리고 우비에 붙어 있는 모자도 벗어버리고 그냥 걷는다. 비가 신발을 적셔 철벅철벅 소리가 날 지경이다. 그러나 아무 거리낌이 없다. 산딸기, 엉겅퀴, 나팔꽃, 토끼풀, 유도화, 귤꽃…. 마침내 외돌개가 건너다보이는 절벽 위에 당도한다. 우리는 저마다 고독한 사내들이 되어 바다를 바라본다. 비바람 속에서, 이 자연의 지극한 아름다움 속에서 잠시나마 속세의 풍진을 잊을 수 있었음을 고마워한다.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는 건 기쁜 일이다. 더 때가 늦기 전에 여행자가 될 일이다.

2011-05-26

이승만 코드

권석창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지난 4·19에 이승만 기념사업회라는 단체에서 4·19희생자들과 유족들의 4·19 희생자 추모행사장에 와서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4·19묘소 참배를 하려다가 유족들의 항의로 되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들의 의도는 4·19 유족들에게 사과를 한 다음,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려는 것이었음이 차츰 밝혀지고 있다. 그들이 내건 펼침막에는`이승만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없었다.` `이승만 기념관 없이 국격을 논하지 마라.` 등의 문구가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한 수구세력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어린 시절 우리는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국부, 즉 나라의 아버지라고 배웠다. 흰 두루마기를 입은 머리카락이 흰 노인의 모습의 사진을 보며 위대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려고 헌법을 고치기도 하고 부정선거를 치르다가 4·19 혁명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하와이로 망명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4·19 정신은 이 땅의 민주와 자유의 역사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였다. 4·19는 고등학교 학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젊고 순수하고 뜨거운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이승만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없었을까? 대한민국은 상해임시정부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상해임시정부를 배제하고 이승만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목숨을 걸고 일제에 항거했던 독립지사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식민지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나라를 세우면서 이승만의 대한민국은 식민지 권력에 참여하거니 협력했던 사람을 처벌하지 아니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요직에 중용했다. 그 후에 국회에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되어 친일파를 조사하고 구속하는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승만에 의해 반민특위는 해산되었다. 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의 편에 섰던 반민족주의자들을 청산하지 않고 출발한 나라의 국격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이승만을 추종하는 세력들은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1950년 우리는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맞게 된다. 인민군과의 전투에서 희생된 사람이 18만 명이라 한다. 그리고 이승만 정권과 미군들이 저지른 제주 4·3, 거창양민 학살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의 양민학살 사건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의 수가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이승만은 4·19 혁명에 의해 물러난 분이다. 그가 물러난 것은 독재자였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에도 독재자를 기념하는 나라는 없다. 독일의 히틀러도 캄보디아의 폴 포트도 기념하지 않는다. 국민들에 의해 처벌된 사람의 기념관을 세우고 동상을 세운다는 발상을 어찌 할 수 있겠는가?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승만의 대한민국으로부터 빚어진 일로 인하여 그 과거사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건을 조사하여 다행하게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사실보다 밝혀지지 아니한 사건이 더 많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독재자라 불린 이를 기념하지 않는데 왜 그들은 이승만을 기념하려 하는가? 누가 역사는 강자의 이익이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기득권층에 속한 세력이 친일파에서 이승만 독재정권으로 이어지는 계층의 사람들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친일파 계열이 아직도 우리사회의 강자이다. 민주화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민주인사들이 죄파라고 매도당하는 것은, 친일파에서 이승만으로 그리고 군사독재정권으로 이어지는 이승만 코드의 세력들이 이 사회의 기득권세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잠시 이승만 코드가 단절되었던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른다.

2011-05-26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 `댄싱킹` 되다

美 ABC `스타와 함께 춤을` 챔피언 등극 미국 프로풋볼(NFL)의 한국계 스타 플레이어인 하인스 워드(Hines Ward·35·피츠버그 스틸러스)가 `댄싱 챔피언(Dancing Champion)` 자리에 올랐다.하인스 워드는 24일 밤(현지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미국 ABC TV의 인기 프로그램 `스타와 춤을(Dancing With The Stars)`의 결승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문 댄서 킴 존슨(Kym Johnson)과 `하인킴(HineKym)`이란 팀을 이뤄 이 프로그램의 12번째 시즌에 참가한 하인스 워드는 이날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춤을 선택해 선보이는 결승 경연에서 삼바 댄스를 선보여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11개 팀 중 최종 3개 팀으로 남아 결승에 함께 진출했던 배우 겸 가수인 첼시 캐인 팀은 3위를 차지했고, 배우 커스티 앨리 팀은 하인스 워드 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하인스 워드 팀은 전날 경연에서 심사위원 지정 댄스와 프리스타일 등 2가지 종류의 댄스를 선보여 심사위원 점수 60점 만점에 59점을 획득, 첼시 캐인 팀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었다.이어 이날 최종 경연에서 하인스 워드 팀은 심사위원 3명으로부터 모두 만점인 10점씩을 받았고 첼시 캐인 팀과 커스티 앨리 팀도 모두 심사위원 점수 만점을 획득했지만, 시청자 투표에서 승부가 갈렸다.하인스 워드는 지난 9주일간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삼바·자이브·탱고 등 다양한 종류의 댄스를 선보였으며, 유연한 몸놀림과 안정된 스텝으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결승까지 진출했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캐리 안은 이날 하인스 워드의 댄스를 본 뒤 “하인스 워드가 `댄싱 위드 더 스타스` 12번째 시즌의 MVP”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댄싱 위드 더 스타스`는 연예나 스포츠 부문 인기스타들이 전문 댄서와 짝을 이뤄 매주 각종 댄스 장르에 도전하고 심사를 통해 매주 1팀씩을 탈락시키는 일종의 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005년에 처음 방송된 이후 12번째 시즌이 이어질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워드는 우승 후 소감에서 “시즌이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결승까지 진출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면서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워드는 최종 경연 댄스를 마친 뒤 스튜디오 방청석에서 관람하던 어머니 김영희 씨에게 달려가 키스를 하기도 했다./연합뉴스

2011-05-26

대구·경북권 전문대 `WCC` 선정 총력

대구·경북 지역 전문대학들이 교육부가 실시하는 WCC(World Class College,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WCC는 한국 최고의 기술 명장을 양성하는 한국의 대표 전문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으로 올해 7개교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매년 7개교씩 총 21개교가 선정된다.WCC로 선정된 대학은 재정 또는 학사운영 등 각종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재정적인 인센티브로 현재 80개 전문대학에 지원하고 있는 2천600억 원의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별도의 평가 없이 3년간 지원하고 올해부터 신규로 지원되는 우수학생 장학금도 일반대학보다 2~3배 더 지원하게 된다. 또 학사운영에서도 현재 인가제로 운영하고 있는 전공심화과정을 별도의 인가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등 자율성이 대폭 확대된다.특히 WCC로 선정된 대학은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전문대학이라는 명예와 자부심을 부여받게 돼 사업기획 단계부터 학교 현장의 많은 관심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교육부의 WCC 선정평가는 정량지표 중심으로 대학의 인프라 및 교육성과, 재정의 건전성, 기관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적으로 전문대 교육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반영해 선정 발표한다.실제 대구·경북 지역 대학은 WCC에 선정되려고 기업체 맞춤형으로 수준을 높이고 외국인 유학생 현지확인, 교수율 확보, 취업현장 확대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서인교기자igseo@kbmaeil.com

2011-05-26

안동 동거녀 암매장 살해 사건 용의자 변심(?)은 “박 형사님, 그저 그 분 때문에…”

【안동】 안동경찰서 수사과에 들어서면 맨 왼쪽 구석진 곳에서 피의자를 앞에 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강력1팀 박종배(41·경사·사진) 형사를 만날 수 있다.여느 형사들처럼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모습 같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수사기법으로 피의자들마저 존경하는 베테랑 형사다. 최근 발생한 `안동 동거녀 암매장 살해 사건`에서 박 형사의 진가가 여지없이 발휘됐다.수사가 본격 시작된 4월 초부터 지난 16일 범인 검거에 이르기까지 박 형사는 사건 용의자 K씨가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때까지 무려 16시간을 함께 지내며 마라톤 심문을 진행했다.이 사건 직후 경찰은 K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소환조사까지 벌였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돌려보내야 할 처지였다.그러나 박 형사가 투입되면서 `모르쇠와 오리발` 로 일관하던 피의자의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귀가 조치 직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와는 별개로 둘만의 시간이 깊어지면서 실마리는 풀리기 시작했다.박 형사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등 인간적인 대화로 K씨를 설득했다. 후일 잠적한 K씨는 박 형사의 설득으로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자살을 위장한 유서`에 암매장 장소를 정확하게 그려 경찰에 제공한 계기가 된다.당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잠적한 K씨는 박 형사에게 새벽에 수시로 `대화 없는 전화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것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K씨가 의도적으로 경찰 위치추적을 통해 포항의 한 방파제에 방치한 차량 속에 남겨 둔 약도를 찾아 암매장된 동거녀의 사체를 찾으라는 일종의 암시를 보낸 것. 이를 통해 안동시 남후면 야산에 암매장된 동거녀 A씨의 사체는 찾았지만 자살을 위장한 채 사라진 K씨의 동선은 이미 끊긴 상태였다.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이 사건은 지난 15일 박 형사에게 한 제보자가 찾아 오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공휴일인 이날 당직근무가 아님에도 박 형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과 놀아줄 계획을 포기하고 경찰서로 향했다. 때마침 경찰서 인근에서 서성이던 결정적 제보자를 만나게 된다. 박 형사는 이 제보자로부터 K씨의 행방을 확인했고 이를 단서로 모든 상황은 끝이 났다.지난 16일 오후 서울에서 압송된 K씨는 도피중 암매장 약도를 왜 그렸냐는 질문에 “박 형사님 때문에, 그저 그분 때문에…”라며 고개를 떨궜다.장태종 수사과 강력1팀장은 “어떤 부서에서도 무슨 일을 맡겨도 기획력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직업관이 워낙 투철하다보니 팀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권광순기자

2011-05-26

백결(百結) 선생

백결 선생은 신라 자비왕 때의 거문고의 명인(名人)으로 경주 남산 기슭에 살았다. 어찌나 가난한 지 백 군데 꿰멘 옷이 메추리를 달아놓은 것 같은 것을 입었기로 그 당시의 사람들이 동리(東里) 백결 선생이라 불렀다. 이러한 가운데도 백결 선생은 1점(點) 물루(物累-몸을 얽매는 세상의 괴로움)가 없이 오직 거문고만을 사랑하여 희로애락과 모든 불평불만을 거문고로 풀었다. 어느 해 세모가 되자 그 해 풍작한 곡식으로 이웃 집집 마다 떡방아를 찧는 소리가 온 동네 퍼졌다. 이 소리를 들은 백결의 아네가 방아소리를 듣고서는 “이웃 사람들은 농사 지은 곡식으로 방아를 찧어 떡을 만들고 환한 웃음소리가 산천에 퍼지는데 당장 오늘 밥지을 끼 꺼리가 없으니 어떻게 새해를 맞는다 말이요” 슬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백결 선생은 가난을 원망하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무릇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명(命)이 있고 부귀는 사람의 팔자에 매인 것이요 그런 불행이 오면 막을 수도 없고 간다해도 쫓아갈 수 없는데 그대는 왜 그렇게 슬퍼하오? 내가 그대를 위하여 떡방아 찧는 소리를 내어 위안해 주겠소.” 하고 거문고를 타서 떡방아 소리를 내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그 곡조를 전하여 이름을 대악(망앗대 음악)이라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은 언제나 어진 백성과 함께 했으며 나라도 가난 구제가 어렵다고 했다. 백결은 이런 가난에서도 오직 한 곳에 심취되어 마음의 위안을 삼은 것이 오로지 거문고 뿐이었다. 예술가는 이렇게 배가 고픈 시절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떤 가난한 대학생이 학교 주변을 다니면서 리어카에 채소를 싣고 틈틈이 팔면서 고학해서 공부했지만 그 해 수석 졸업생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일이 생겼다. 많은 신문 기자들이 왜 하필 채소장사냐?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되었느냐? 가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수석자의 말, “가난은 수치가 아니고 불편 할 뿐이다. 그도 백결선생이다./손경호(수필가)

2011-05-26

건청궁의 비애

필자는 가급적이면 비오는 날 궁궐을 찾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나마 담고 싶은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건청궁을 찾았을 때도 비가 내린 탓으로 주변이 정말 조용했다. 이곳만 찾으면 왠지 참았던 격분이 울컥 치밀어 오르곤 한다. 문화재청이 2007년 10월 경복궁 복원 계획의 일원으로 건청궁(乾淸宮) 복원 공사를 시작하여 2010년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건청궁은 경복궁의 북쪽 가장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다. 궁 안의 궁이라고도 불리는 건청궁은 고조 광무제(高祖 光武帝)가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왕이 사비를 털어 1873년에 지은 건물이다. 다른 궁궐과 달리 이 건물은 단청을 하지 않은 백골집이고 사랑채와 안채 등이 사대부 살림집과 유사한 구조로 돼 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향원지를 앞에 두고, 동측엔 수림으로 우거진 녹산이 있는데 녹산에서 우백호 인왕산, 좌청룡 낙산, 남주작·남산의 자연을 조명할 수 있는 빼어난 경관구조를 이루고 있다.고조 광무제가 건청궁을 짓고 나서 흥선대원군의 섭정을 종식하고 친정을 시작하면서 서양 문물을 수용해 1887년 건청궁에 최초로 전등이 설치되었는데, 이는 중국ㆍ일본보다 2년 앞선 것이기도 하다. 이 때 중국식 벽돌로 서재로 쓰인 집옥재를 지었고 궁궐 내 최초의 서양식 건축 관문각을 지어 외교관들을 접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건청궁내 왕의 거처인 장안당은 반가의 사랑채에 해당하고 왕비의 거처인 곤녕합은 안채에 해당하는 곳으로 두 건물 사이를 아름다운 복도각으로 연결해 놓았으며 궁 앞의 향원지에는 섬을 만들어 그곳에 향원정을 지어 궁궐 후원의 정취를 한층 더 높여 놓았다.1990년 일본인 여류작가 쓰노다 후사꼬(角田房子)가 쓴 `나의 조국` 에서 명성왕후 암살에 가담한 조선군 대대장 우범선이 을미사변 후 일본 망명시절에 남긴 우범선 가족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사진 중에 어린이가 바로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우장춘(禹長春 1898~1959)박사다.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가 바로 명성왕후 암살에 가담한 우범선인 것이다. 구중궁궐 속에 왕비가 거처한 곳을 일인들과 내통한 자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을미년 10월8일 새벽 5시30분경 미명에 정체불명의 한 무리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 들이 닥쳐 궁궐 수비대 일행을 살해하고 건청궁으로 곧장 쳐들어가 왕비의 침전인 옥호루에서 명성왕후를 시해한 후 시신을 홑이불에 싸서 협문 밖 나지막한 녹원 솔밭에서 석유불에 태워버렸던 것이다. 사건 직후 일본 육군참모부에 보고한 극비 전문에 의하면 `왕비를 끌어내 2~3군데 도상(刀傷)을 입히고 발가벗겨 국부검사를 했다`고 한다. 일국의 왕비가 괴한들에게 살해당하고 그 시신이 능욕을 당한 치욕의 장소가 바로 이 건청궁이다./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05-26

속 뒤집는 향후 국책사업 논의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영남권에서 추진해왔던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대형 국책사업이 무산 탈락된 직후 일부 수도권의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정부관계자, 정치권, 언론 등이 향후 국책사업 문제에 대해 또다시 수도권 이기적 논의를 표면화하고 있어 지역민의 속을 뒤집고 있다. 지역민들은 비록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과학벨트사업의 탈락을 공식 발표했지만 결정과정의 공정성 결여를 이유로 정부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단식에 정부기관 인사들이 위로를 전하고 많은 보상을 하겠다는 등의 립스비스로 지역민의 상한 감정을 달래려 하지만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바로 그 같은 정서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최근의 국책사업 유치 노력이 수도권 세력들의 주장대로 턱없는 지역이기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민의 생존권, 행복권을 획득하려는 의지이며, 이에 따른 입지의 적합성이나, 경제성 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하다는 분석과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남권 주민들은 2대 국책사업의 결정과정과 상세자료를 공개하고 지역민의 의문에 명백히 답변해 달라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민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다. 지금은 향후 국책사업의 원칙을 논하기에 앞서 결정된 사업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을 선결과제로 보는 것이다.경우가 이러함에도 두 국책사업의 결정과정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나 문제점에 대한 진정한 여론 청취도 없이 일부 정치권과 수도권 주류 언론이 주고받기식 여론몰이로 얼렁뚱땅 해치운 것도 모자라 향후 국책사업 문제로 이를 얼버무리려는 인상은 지방민을 무시하는 태도다. 물론 국책사업과 관련, 이미 결정된 사업이라도 경제성에 따라 재검토한다든지, 선호시설과 혐오시설을 패키지로 묶어서 정하는 원칙을 법제화하는 등의 원론적 논의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앞서의 2대 국책사업이 결정되기 전에는 이 원칙을 거론치 않고 있다가 이들 사업이 끝난 뒤에야 이슈화하는 까닭이 뭐냐는 것이다.이미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영남권에는 다른 지역에서 싫어하는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원전 건설과 전국 유일의 방사능폐기물시설마저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실은 지난 국책사업 유치과정에서도 영남권 설립의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왜 `버스 지나고 손드는 격`의 얍삽한 논의를 하느냐는 것이다. 경제성 문제도 근거를 들어가며 타당성을 주장했는데 그동안 무얼 했기에 새삼 문제 제기를 하는지 저의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이참에 비수도권 지역인으로서 역제의를 하나 하고 싶다. 대전 이북의 수도권에는 방폐장같은 본격적 기피시설이 들어온 적이 없다. 그럼에도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절대적 수혜 지역이 되고 있다. 이같은 전제에서 앞으로 국민적 혐오시설이 필요하다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0순위의 설립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선호-혐오 패키지론자들의 논리에 합당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해 논쟁을 없애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 원칙도 지속적으로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대한민국이 수도권공화국이 아니라면 국가적 의제설정이 수도권중심의 자의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비수도권 지방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국가적 통합을 위해 지켜야할 원칙이다. 최근의 2대 국책사업이 객관성과 공정성보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수도권 여론들조차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사실 확인과 공정한 재처리여부의 결정이야말로 앞으로 있을 국책사업 선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명백한 경위를 두고 선후가 맞지 않는 향후국책사업 논의를 확산시키려는 것은 하나의 속임수에 불과하다.

2011-05-25

신뢰성으로 인하여

믿고 의지하는 믿음성이 신뢰이다. 철학자 니체는 인간은 부조리의 테두리 속에 서로 사랑하고, 믿고, 보고싶어 하지만 신뢰성의 손실로 바로 미워하고 싫어하고 멀리한다는 것이다. 믿음과 신뢰속에는 사랑이 있어야 하며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다해도 사랑이 없으면 그것 또한 아무것도 아니라 한다. 인간은 서로의 신뢰와 부조로써 위대한 행위는 행해지고 위대한 발견이 이뤄진다. 그래서 해학자 호라티우스는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자는 군중을 지도하고 그리고 지배한다”는 말을 그의 시에서 밝혔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사람과 사람이 접촉함에 있어서 가장 큰 신뢰는 충고를 주고받는 신뢰가 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신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직 그러한 사람이라야만 미래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과 마찬가지로 믿을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이 현재 바라고 있는 대로 느끼고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채근담에도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성실하기 때문이요, 다른이를 의심한다는 것은 사람이 반드시 모두 속이는 게 아닐지라도 자기가 먼저 속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믿음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없다. 그것은 한 개의 커다란 유동력으로서 저울에 담아 볼 수도 없고 도가니에다 시험해 볼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늘의 청신한 각광이 신뢰를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단번에 위대한 사람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힘과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첫눈에 마음에 든 신뢰는 이상스럽게도 오래 계속해서 우리를 사로잡지는 못하는 것이다. 사랑과 신뢰는 만인의 마음에 있어 유일한 모유이며 신뢰는 거울의 유리 같은 것이다. 금이 가면 원래대로 안된다고 한다. 가난한 자와 부자의 신뢰도는 다르다. /손경호(수필가)

2011-05-25

美·유럽 가뭄… 밀 생산 비상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가뭄이 계속되면서 수확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국제 곡물 시장과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의 최대 밀 생산국가들과 미국의 주요 밀 생산지인 텍사스와 캔자스, 오클라호마에서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강타했던 최악의 가뭄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이처럼 이들 밀 생산지가 가뭄 피해를 당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미국의 밀 가격은 주간 최대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럽의 밀 선물 거래가도 지난 9주간 30% 가까이 올랐다. 유엔은 지난해 러시아 등 흑해 주변 곡창지대의 가뭄 피해 이후 곡물가격 상승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상태다. 세계 3번째 밀 생산국인 러시아가 한동안 중단했던 곡물 수출을 올해 여름께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수확량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나오긴 하지만 충분한 곡물 공급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곡물 수출을 중단했으나 올해 작황 상황이 다소 개선되면서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의 프랑크 니콜라는 “러시아의 귀환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수요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킬 것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가뭄과 견고한 경기순환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러한 가운데 기상 전문가들은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6월까지는 가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프랑스의 곡물 업계에서는 올해 연질 소맥(soft wheat) 생산량이 3천100만~3천500만t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가뭄이 계속되면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두 번째 밀 생산국인 독일도 최근 연간 밀 생산량 전망을 2천230만t으로 320만t 낮춰잡았다. 독일의 최대 제분소 관계자는 “계속되는 가뭄은 수확량과 곡물의 품질 모두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밀과 밀가루 모두 높은 가격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미국에서는 텍사스, 오클라호마에서 경질 밀(hard red winter wheat)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고, 미국 내 최대 생산지인 캔자스주에서는 지난 15년 이래 최소의 수확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파리·시카고=로이터/연합뉴스

2011-05-25

도시디자인 도시이미지

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대만의 한 유명한 건축가가 `한국의 도시에서 보이는 것은 교회의 십자가뿐이다`라고 평한 것을 신문지상에서 접한 적 있다. 얼핏 들으면 기독교 관련의 비평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의도의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건축가가 우리 한국에 비해서 기독교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왔기에 수많은 교회건물들이 좀 경이롭게 보여졌을지도 모를 일이며, 더구나 요즈음 지어지는 교회건물들 중 감탄을 자아낼만한 웅장한 스케일의 것들도 있기에 그러한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해석은 도심경관을 특징지어주고 도시를 브랜드화 할 만한 뛰어난 건축물들이 부족해 보인다는 말일 것이다. 한 외국인 건축가의 지나가는 투의 인터뷰 내용을 너무 이슈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도심경관과 도시브랜드화에 관심을 가진 필자로서는 그 발언의 의미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놀랄만한 경제·산업 성장을 이루어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다. 수도인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의 도시에 많은 건물과 구조물들이 세워졌지만, 대부분의 도심은 무언가 특색보다는 비슷함과 평범함으로 채워져 있는 듯 보인다. 오래된 건물들은 손쉽게 파괴되고 새로운 건물들이 끝없이 채워지는 듯 보여 진다.전쟁으로 우리 한국의 대부분 거리와 건물들은 크게 파괴되었었다. 극심한 빈곤에서 신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었고, 국민들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었기 때문에 도시는 과감히 헐리고 지어짐이 반복되었고, 단기적인 용도 내지 필요에 따라 지극히 비용절감의 건물들이 지어져 왔다고 보아진다. 그리하여 부산도, 대구도, 광주도, 대전도 서울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는, 서로 차별화가 전혀 안 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고 보아진다. 물론 포항도 예외가 아니다.포항은 도시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서울이나 부산 등과 비교하더라도 건물들의 규모도 작고 다양함이 부족하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것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대규모 아파트단지이며, 큼지막한 시청사가 있지만, 이것이 포항 유일의 대규모 공공건물임을 생각한다면, 그 디자인이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이 없는 게 아니다. 하나뿐인 백화점도, 도심의 주요결절점인 오거리와 육거리에 늘어선 건물들도 도시이미지에 독특함을 주기 보다는 광고판에 휩싸인 무질서함을 주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인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멋진 건물을 지어내고 독특한 도시이미지를 조성해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건축물 및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고, 규모가 크든 작든 참신한 이미지의 건물, 그 지역의 역사와 주변의 지형 및 건물들과 잘 조화되는 건물들을 세워 갈 필요가 있다. 우리 포항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은 공공디자인에서 도시미화와 지역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아트폴리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당시 도지사를 맡고 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는 `남는 것은 문화 밖에 없다`며 활력있고, 개성이 넘치는 전원문화권 창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도시경쟁력 제고사업을 펼쳤다. 사업추진의 목표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풍부한 발상을 지역주민들과의 협동을 통해 질 높고 뛰어난 건축물을 지역 속에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다. 신축된 건물은 단순한 건조물로서가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도록 했다. 포항도 이러한 아트폴리스운동을 좀 더 적극화 할 필요가 있다.포항의 공공건물들도, 도심의 크고 작은 상가들도 기능면에서 활용도도 높아야 하지만 그 모습에서도 도시의 이미지를 빛내줄 만큼 잘 디자인 되고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잘 찾아보면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소규모지만 잘 디자인 된 건물, 꽤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들이 많이 발견 되는데, 이들을 잘 보전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서두에 언급한대로 한국도시를 특징지을 만큼 크게 눈에 뜨이는 교회건물들도 도시의 이미지를 풍성히 꾸며 줄 수 있을 만큼 잘 디자인 되었으면 좋겠다.

2011-05-24

묵상형 인간

윤석안/포항중앙교회 부목사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단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누군가는 여행은 `여자의 행복` 줄임말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여행을 하면서 행복하기 때문이다. 밥 걱정 안 해도 되고, 차려 주는 것 먹고 설거지 할 일도 없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좋은 구경도 많이 한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보다는 여자들끼리가 더 행복하다고 한다. 아마도 남자들이 짐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반쪽 행복여행이다.파울로 코엘료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들에게서 본받을 만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현실과 삶의 비범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배우는 것이다”라고 한다. 보고 생각하고 깨닫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은 여행에서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가능하다. 그 방법은 `묵상형 인간`이 되는 것이다.지혜의 왕 솔로몬이 엮은 잠언 24장 30절부터 34절에서는 어느 지혜자의 이야기가 나온다.그 지혜자는 어느 날 게으른 자, 지혜 없는 자의 밭을 지날 때가 있었다. 거기에는 가시덤불이 퍼졌고, 그 지면이 거친 풀로 덮였고, 돌담은 무너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생각이 깊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서 “훈계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 훈계의 내용은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누워 있자하면, 빈궁이 강도같이 오며, 곤핍이 군사같이 이른다”는 사실이었다. 지혜자는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자세히 보았고, 그것에 대하여 생각이 깊었다. 그리고 훈계를 받았다. 이것은 오늘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묵상형 인간으로 사는 삶의 원리를 보여준다.첫째, 잘 보는 것이다. 30절에 “내가 본즉”, 32절에 “내가 보고”, “내가 보고”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건성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주의 깊게 보는 것. 관찰했다는 표현이 맞다. 영어로는 Observation이다.묵상의 대가 예수님은 공중의 새도 들의 백합화도 그냥 보시지 않으셨다. 하나님이 그들을 먹이시고 입히시고 계신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말하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고 교훈하고 있다. 예수님의 일상은 묵상의 주제였고, 가르침의 주제가 되었다. 우리의 삶의 모든 것도 묵상의 대상이 된다. 그러기에 잘 보아야 한다. 망원경으로도 보고 현미경으로도 보고,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둘째,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영어 성경에서 “apply my heart(내 마음에 적용했다)”라고 표현한다. 관찰하며 본 것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우리 생각의 깊이는 수심 몇m 일까? 얕은 생각은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깊은데서 건져 올려야 한다. 수심 600m 광천수, 깊은데서 건져 올릴수록 좋은 것 아닌가. 관찰하면서 생각을 하되, 깊은 생각을 한다. 아무리 많이 보아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묵상이 깊어질수록 깨달음은 커지기 마련이다.마지막으로 교훈을 받아 행동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배가 아프세요. 어떻게 아프세요. 여기는 어떠세요” 잘 관찰하고, 말하기를 “맹장염이군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관찰하고 깨달았으면, 행동을 해야 한다. 진정한 묵상형 인간이란 보고 깨달은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짧은 여행을 떠나면서 동행하는 사람들과 같이 많은 것을 보고 깊이 생각하고, 교훈을 받고, 또 그대로 살아가게 되길 소망한다.

2011-05-24

경주 천년 담은 신라의 얼굴

국가브랜드 공연 `신국의 땅 신라` 포스터 공개 【경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명동·정동극장은 오는 7월 1일부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상설로 공연될 경주 국가브랜드 상설공연 `신국(神國)의 땅, 신라` 메인 포스터를 23일 공개했다. 사진 국내 최초로 지역에서 열리는 이 상설공연은 16년간 26만 명 관객을 동원한 `미소-춘향연가`에 이은 정동극장의 두 번째 브랜드다. 이 포스터는 신라의 `미소`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경주 천년의 이미지를 담은 신라의 얼굴을 새로운 이미지로 구축했다. 메인 이미지인 `신라의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형상화했다. 신의 얼굴, 화랑의 얼굴, 부처의 얼굴 또는 선덕여왕의 얼굴이 될 수도 있는, 신라의 얼굴을 단순화해 강렬하면서도 선명하게 나타냈다. 또 여백의 공간감으로 상상의 여지를 마련해 그 상상의 신라를 편안하게 내려다보는 표정을 살려내고 있다. 뺨의 문양은 `신국` 신라의 하늘과 땅, 우주의 어울림이며, 신라왕관 등에 장식된 풍요와 다산의 `곡옥(曲玉)을 상징한다. 메인 색상은 오방색의 중심색인 노란색을 주배경색으로 활용하고 물을 상징하는 검정과 파랑의 단순한 배색으로 주목성을 최대한 높였다./윤종현기자

2011-05-24

골프의 매력

보통 일반인들이 아는 골프는 클럽으로 공을 쳐서 경기장에 파 놓은 홀에 차례차례 넣어가는 구기로 모두 18홀을 돌며 타수가 가장 적은 사람이 승리하는 경기이다. 그런데 골프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의 제1위이며 여자선수는 천하를 통일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골프의 뉴스가 스포츠면을 독차지 하면서 필자처럼 전혀 문밖의 사람도 한 두가지 용어를 듣게 되고 약간의 상식도 생기는 것 같다. 파(홀마다 정해져 있는 기준 타수) 또는 보기(파보다 한 타수 많은 타수), 이글(파 보다 2타수 적은 타수) 등 그 용어에 친밀감이 있어 날이 갈수록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골프에 대한 말의 의미를 듣고 너무 놀란 일이 있어 골프는 정말 현대인들이 즐겨야 할 스포츠인것 같다. 잘못 해석된 것인지는 몰라도 영문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골프에 대한 소견을 듣고 깜짝 놀란 일이 생겼다. 그 친구가 나에게 골프는 영어의 약자인데 그 뜻을 모르니까 너무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 단어의 골프의 원뜻은 Grass- 푸른 초원에서 생물의 호흡에 없어서는 안되는 산소(Oxygen)와 밝은 대지의 강렬한 햇볕(Light)을 받으면서 신선한(Fresh) 공기를 마시면서 활력이 넘치는 스포츠를 만끽하는 것이다. 골프가 너무 멋이 있고 매력이 넘치는 운동임을 이해하니 정말 필드로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골프에 관한 격언이 재미가 있다. “티 샷은 쇼, 퍼딩은 돈”이란 말이 있다. 근본적으로 골프는 야외에서 행해지는 매저키즘(자제함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적인 운동이라 한다. 그것은 어떤 멋을 부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은 자기의 희생자와의 어떤 친밀감을 자아에게 하므로 사교적인 면에서 가장 훌륭한 스포츠라 한다. 몇 시간의 열중된 시간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하나의 의식(儀式)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05-24

카다피의 리비아에서 북한 읽기

이대환 `아시아`발행인·작가최근 나는 두 편의 귀한 에세이를 읽었다. 카다피 독재의 리비아를 무너뜨린 혁명에 대해 두 작가가 쓴 `리비아의 내면에 대한 보고`라고 할 만한 글로서, 북한에 대하여 다시 사색할 어떤 근거를 제공해주었다. 먼저, 아랍권의 대표적 여성 작가 파크리 살레는 다음과 같이 썼다. “독재자는 모든 정치권력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사상에 대해서도 완전한 통제를 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지난 42년 동안 자행했던 것이다.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등이 중등교육과 대학교육 제도의 토대를 확립하여 지적, 문화적 삶의 번영을 이루고 있을 때 리비아의 교육제도는 파탄에 이르고 문화는 시들어 갔다. 그 이유는 바로 혁명적 이론으로 리비아의 사상, 정치, 사회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망상에 사로잡힌 카다피가 자신의 `녹색서`(Green Book)에 제시된 생각과 다른 사람과 사물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나는 카디피의 `녹색서`를 읽지 못했다. 다만 그것이 리비아의 사상적 바이블로서 시민들의 세계관 형성을 지배하는 유일의 지도서가 되어 모든 지식과 과학적 탐구의 근간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했다는 단편적 정보나 아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얼마든지 김일성-김정일로 세습된 북한의 `주체사상`을 상상할 수 있다. 모든 저작물의 첫머리에 위대한 어버이 수령의 존함을 등장시키는 평양 기득권 두뇌들이 앞으로 주체사상을 어떻게 수정해 나갈지 몰라도 그것은 마치 카다피의 `녹색서`처럼 북한 인민들의 바이블로서 세계관 형성을 지배하는 유일의 지도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과연 `녹색서`가 지배한 리비아에서 젊은이들의 삶의 태도는 어떠했을까? 이 궁금증은 A.J.토마스라는 인도 작가가 풀어준다. 지난 2008년 4월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포스코의 후원을 받아 계간 문예지 `ASIA`가 포항에서 개최한 `아시아 작가대회`에 참여했던 A.J.토마스는 2008년 10월 지중해와 가까운 리비아 아지다비아의 대학 분교로 출근하게 되었다. 인도 뉴델리에서 영문 문학지인 `인도문학`의 편집자로 있던 그가 리비아로 옮겨간 까닭은 `급여가 매우 좋은 조건` 때문이었다.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정치와 종교는 일절 언급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는 것으로부터 강의를 시작한 A.J.토마스의 눈에 비친 리비아 학생들은 한마디로 “태평하고, 놀기 좋아하며, 멋 부리기 좋아하고, 게을러 보였다” 대다수가 유럽 축구 클럽 팬으로서 그 유니폼을 입고 다녔으며 먹는 것과 잠자는 것을 좋아했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이 믿기 어려운 변화를 일으켰다. 몇 천 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카디피 퇴진의 구호를 외쳤다. 무기고를 탈취하여 총을 들었다. 카다피의 군대에 맞서는 그들의 얼굴에는 비장한 결의마저 서려 있었다. 중요한 공공장소마다 걸려 있던 카다피의 초상화를 끌어내리고 사정없이 훼손했다.A.J.토마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혁명이 일어났지만 리비아 젊은이들은 액션 영화를 감상하듯이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그저 시위를 구경이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대체 무엇이 리비아 학생들을 그렇게 변화시켰을까? 물론 인간은 누구나 억압과 굴종에 대한 한계적 본능을 타고났으니 42년이면 그 임계 상황에 닿았을 거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나는 그의 글에서 두 가지를 주목한다. 하나는 “경솔한 논평가들의 주장과 달리 궁핍은 리비아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식량은 싸다. 물보다 기름이 싸서 일반 시민들도 자동차나 소형 트럭을 소유하고 있다. 공공시설이 양호하고 위생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인터넷을 처음 들여온 사람은 카다피의 둘째 아들이다. 인터넷이라는 마법사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절대적으로 빈곤하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다. 이것은 카다피의 리비아와 김정일의 북한이 무척 다른 조건이다. 오랜 굶주림은 저항할 영혼의 기력마저 고갈시키고, 정보의 차단은 소통의 광장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이 대목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카다피의 리비아에는 그를 칭송하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국외로 망명하여 그의 독재체제에 맞선 작가들도 있었다. 왜 북한에는 망명하는 작가들이 없는가? 이 역시 절대빈곤과 절대세뇌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11-05-23

도시락 하나로 소통하는 사회

이경우대구본부장울며 매달리는 마리아를 떼어 동료 게릴라들과 함께 도망 보내고 부상한 로베르트는 홀로 남아 쫓아오는 적들을 향해 기관총을 갈긴다. 왕년의 명배우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추억의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그렇게 끝난다. 그리고는 엔딩 크레딧이 펼쳐진다. “어떤 이의 죽음도 나 자신의 소모이려니, 그러니 묻지 말아라,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느냐고. 그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므로” 존 돈의 시다. 혼자서 완전한 인간은 없고 우리 모두는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다.5월, 수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 가족 간 화해하고 서로 사랑하는 가정을 재건하자는 목소리는 우리가 그렇게 특정한 날을 정해서 기념해야 할 만큼 하루하루 가족의 의미를 지워가며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외로운 이웃들에게 사람의 정을 배달해주는 이웃들이 5월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힘들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손을 내미는 것은 또 하나의 연대다.할머니는 한사코 우유 3팩을 건네 주셨다. 그냥 도시락을 받기가 미안하다며, 고맙다며 전해주시는 할머니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달서구 한 주택가 2층집 단칸 골방에 혼자 세 들어 사시는 할머니는 지난 번 도시락을 깨끗이 씻어 보자기에 싸서 되돌려 주셨다. 동사무소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와 폐지를 주워 팔아 모은 몇 푼이 할머니의 생활비인 듯하다고 자원봉사에 나선 아주머니들은 말했다.조그마한 방에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시는 한 할머니는 언제나 아무런 표정이 없다고 했다. 한 집에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도시락을 대문 앞에 두고 나왔다. 도시락 배달을 주인집에서 노골적으로 싫어해서 벨을 누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는 한 골목길에서는 길쪽에 붙은 쪽문을 열자 바로 주방 겸 거실인 비좁은 방이 나오는 집도, 대문을 열고 나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 다시 2층으로 올라가야 마주치는 방도 있었다. 그곳에는 생활능력이 없는, 그러나 한 때는 가족들과 미래를 꿈꾸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쓸쓸히 방을 지키고 있었다.가정의 달이라는데, 모두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환하게 웃음 짓는데 우리 주위에는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자식이 있으나 보호받지 못하고 보호해줘야 할 가족이 있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대구시에 따르면 자치단체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대구시내에만도 10만7천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홀몸 노인이 5만6천명이 있고 조손가정도 800세대에 이른다.40, 50대 주부들로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벌써 7년째 주 2회 반찬을 장만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들 모두 삶이 바쁜 우리의 보통 이웃들이었다. 몇 푼의 성금과 종교단체의 지원금과 그들의 성금으로 반찬거리를 사서 직접 국과 김치 등 반찬을 만들어 전하고 있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남을 위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이타주의는 아름답다고밖에 표현할 길 없다. 윤리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니 남을 위한 선이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철학적 결론에 도달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했듯 결국은 이기적 행동일 것이다.도시락 하나로 홀몸노인이나 한 주일의 생계를 도움받는다면 자원봉사자들은 영혼을 위로받고 있었다. 도시락 하나에 거창하게 인류가 등장하기엔 왠지 쑥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도시락 하나가 한 사람을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소통시켜 주는 것도 사실이다. 도시락 하나가 아득하게 잊어버렸던 가정의 온기를 담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냥 도시락 하나가 아니다.

2011-05-23

다산에게서 배운다

정장식대구대 석좌교수다산 정약용선생(1762~1836)의 일생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물은 드물 것이다. 다산의 삶은 대략 3기로 나눌 수 있다. 제 1기는 22세 때 과거에 급제해 높은 벼슬을 살며 18년 간 정조(正祖)의 남다른 사랑을 받았던 득의의 시절이고, 40세 때 신유사옥으로 전남 강진에 귀양 간 후 보낸 또 다른 18년 간의 유배생활이 제 2기라 할 것이며, 제 3기는 귀양으로부터 풀려 경기도 마현 고향 땅에서 임종 시까지 보낸 마지막 18년이다. 이 중 제 2기에 해당되는 강진 유배시절에 저술한 600여권에 달하는 책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값진 정신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국가경영, 지방행정, 문학, 역사, 천문, 지리, 과학, 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이르도록 세계에 자랑할 만한 귀한 저술을 남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책들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 등이다. 특히 목민심서는 비록 지방행정에 관한 책이지만 그 흐르는 기본정신은 철저히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에 기초를 두고 있어,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읽을 때마다 옷깃을 여미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베트남의 건국영웅 호치민이 목민심서를 배갯머리 맡에 두고 일생 좌우명으로 삼았으며, 어느 선인은 `술에 취하면 하루가 가고 목민심서에 취하면 천년대계가 이루어진다` 라고 노래하였겠는가!다산 자신 스스로도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지만 목민관(牧民官)벼슬만은 스스로 구해서는 안 된다`라고 못을 박고 있다. 목민관을 오늘의 시각으로 보면 지방단체장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나라 일을 보살피고 있는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포함된다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다산선생은 목민관이 지켜야 될 덕목 중 청렴한 마음가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율기(律己) 제 2조에서 `청렴은 수령의 본무여서 모든 선의 원천이자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수령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나라 전체의 발전 보다는 일신의 영달과 온갖 모함과 음모로 얼룩진 당쟁싸움으로 날을 지새고 있는 조정의 모습과, 수령과 아전들의 백성의 고혈을 짜내고 있는 부패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 다산이 고발한 200년 전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세월은 제법 지나갔지만 만약 다산 선생께서 오늘의 중앙정치나 지방행정의 현실을 되돌아보시고 어떤 소회를 피력하실런지 자못 궁금해진다.세종시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이 엊그제 같것만, 지금은 혁신도시문제로 나라 전체가 또 한 번의 몸살을 앓고 있다. 동남권신공항문제, 과학벨트문제 등 뜨거운 감자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LH공사가 진주로 가고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간다는 소식에 지방마다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보다는 당리당략의 이해에 따라 잘못 꿰어진 첫 단추 때문에 댓가를 치루고 있는 엄청난 비용들이다.부산저축은행사태로 인하여 연일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내 돈 내놓아라면서 피를 토하고 있는 힘없는 서민들의 눈물을 누가 닦아 줄 수가 있는가? 조금만 신경을 써도 저축은행의 오늘의 부실을 예견할 수가 있었건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둔 금융당국의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 와중에서도 오직 자기만 살겠다는 일념으로 영업정지 직전까지 수천 억 원의 돈을 인출해간 힘 있는 자들은 도대체 어떤 자들인지 알고 싶다. 감독을 해야 할 금융감독원 간부들은 아예 버젓이 수억 원 씩의 뇌물을 공공연히 요구하였다니 그저말문이 막힐 따름이다.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설움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에 대한 다산의 애민정신을 오늘에 우리 모두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나라 공직자들만이라도 다산선생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가슴에 새겨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과 행동의 쇄신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아니면 다산 목민심서를 한 번만이라도 읽기를 권하고 싶다.

2011-05-23

건강 보행법

중앙방송 TV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것에 국민적 관심이 많은 것은 아마도 건강에 대한 갖가지 질병의 대책과 예방과 치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각종 병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제1이 사람은 많이 움직이고 특히 많이 걷기를 권장한다. 움직이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병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운동이 걷기인데 저녁 먹기 전에 조금 걷고 저녁 뒤에도 조금 걸으라고 한다. 걷기운동은 특별한 장비나 기구가 필요하지 않다. 공기 맑은 쪽으로 평지나 언덕이나 산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맞춰 걸으면 된다. 이왕 걷기운동에 심취한다면 건강 보행법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옛부터 전해지는 말 가운데 “약보(藥補) 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 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로 “좋은 약을 먹는 것 보다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게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걷는 게 더 좋다”는 뜻이다. 약보다 건강에 더 좋은 올바른 걷기법을 지키면 천만다행이겠다. 첫째, 걷는 속도는 시속 6~8km가 적당하다. 평상시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 걸음은 시속 3.5km이므로 담이 나고 숨이 약간 찬 속도가 좋다고 한다. 둘째는 걷기시간이다. “걷기 운동의 효과는 `강도, 시간, 횟수`순이다. 한두번 빨리 것는 것 보다 강도가 다소 약해도 오랫동안 꾸준히 걷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보폭은 키의 45% 정도가 적당하며 보통걸음의 보폭보다(70cm) 40% 정도 더 넓게 걷는 것이다. 셋째로 발이 땅에 닿는 순서는 뒤꿈치, 바깥쪽, 새끼 발가락, 엄지 발가락 순으로 옮겨가며 걷는게 좋다는 것이다. 발은 11자형 보다는 밖으로 15~20도 벌어지는 게 좋다. 인체해부학적으로 발이 밖으로 벌어지는 게 인간이 취하는 가장 자연스런 자세이기 때문이라 한다. 혼자서 조용히 걸으면 많은 맑은 생각이 떠오르고 산책과 두뇌회전은 사람의 머리를 길러준다는 것이다. 보행법을 지키면서./손경호(수필가)

2011-05-23

미래 과학자들 “제 실력 어때요”

청송 청소년 과학탐구 경진대회 개최 【청송】 청송교육지원청(교육장 우진하)은 과학적 소질을 개발하고 과학에 대한 관심과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지난달 8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청소년 과학탐구 군 경진대회를 열었다. 초·중학생 총 127명이 참여한 이번 과학탐구 경진대회는 과학그림그리기, 과학도서 독후감, 기계과학, 전자과학, 로켓과학, 발명품, 탐구토론 등 7개 부문으로 나눠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로켓과학 부문에 참가한 김찬종(진보 진성중 2)학생은 “물로켓을 발사할 때 풍향과 각도를 맞추는 것이 어렵지만 로켓이 과녁 가까이 떨어질 때의 쾌감을 생각하면 힘들었던 것이 모두 사라진다”고 말했다.또 참가학생들은 작용과 반작용을 이용한 로켓과학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날개의 모양과 각도를 재어 직접 디자인, 공설운동장에서 직접 발사를 하는 등 과학적 기량을 뽐냈다.청송교육지원청 박미령 장학사는 “미래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상상해 그리며, 만들고, 토론하는 등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은 과학의 기본 원리가 우리 생활속에 많은 부분이 접목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좀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 탐구력이 함양되고 미래 과학 기술의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딛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선발된 각 부문의 학생들은 오는 6월18일 제29회 경상북도청소년탐구대회에 청송 대표로 참가해 더 발전된 과학적 기량으로 타 지역학생들과 꿈의 과학을 펼치게 된다./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11-05-23

기업 성공의 키워드, 열린 혁신

김상윤포스코경영연구소 미래전략연구실글로벌 기업인 애플과 PG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제조기업?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 물론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해 성공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애플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를 만들면서 기존의 제조기업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소프트웨어(S/W)의 혁신 방안을 모색했다. IT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할 것이라는 정확한 시장 예측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자사의 모든 디바이스 소프트웨어에 열린 시장(open market)의 개념을 도입하여, 앱스토어라는 장(場)을 만들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전세계의 누구나 개발자로 참여하여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어놓고 팔 수 있다. 기업이 모든 것을 만들고 제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주도권을 외부, 즉 개발자들에게 풀고 거기에서 나오는 가치(value)를 가져가겠다는 판단이었다.PG의 경우도 비슷하다. PG는 세계 27개 연구소에 9천여 명의 과학자를 보유하고, 신제품 아이디어의 35%를 외부의 과학자나 연구자들이 제시할 정도로 외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부의 인력과 자원만으로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과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 결과, 신제품 개발 성공률이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고, 개발 비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PG의 실제 연구 인력은 7천500명이지만, 이들과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150만 명의 연구자를 PG의 신제품 개발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내부의 중요한 무형 자산이나 노하우 등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는 있었지만, 생활용품 산업은 속도와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애플과 PG가 이와 같은 열린 혁신을 통해 기대하는 가치는 매출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가치뿐만 아니라,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요구에 대응하는 속도이다. 이러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두 기업의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최근 모든 산업에 걸쳐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적은 비용(low cost)으로 높은 수익과 성과(high return)를 내는 것을 넘어서서, 소비자들의 구미에 적합하며(customer based), 빠르고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right time to market) 전략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시의 적절한 시장진출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최근 지식사회로 일컬어지는, 후기 정보화 사회(post information society)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소유하느냐 보다는 흩어져 있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인터넷이라는 빠르고 넓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매체는 시공을 초월하는 정보의 공유를 가져왔으며, 이는 정보의 소유자와 비소유자간의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무너뜨리게 되었다. 최근의 `위키리크스(WikiLeaks)` 사태를 통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과거 소유한 자가 인정받는 세상에서 똑똑한 자가 인정받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그렇다면 똑똑한 기업이란 무엇일까? 바로 네트워킹과 창의성을 가진 기업이다. 열린 혁신은 이러한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최근 열린 혁신의 구체적인 기법으로 CD(connect development)가 각광을 받고 있다. CD는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활용하여, 신속하게 기업 내의 기술 및 제품의 혁신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연구개발 방식을 말한다. 작은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고, 크게 생각할 줄 아는 열린 혁신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소비자에게 사랑 받을 것이다.`이대도강(李代桃畺)`이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이 있듯이, 현 시대의 기업들도 살을 주고 뼈를 얻는 열린 혁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201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