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은 최근의 국책사업 유치 노력이 수도권 세력들의 주장대로 턱없는 지역이기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민의 생존권, 행복권을 획득하려는 의지이며, 이에 따른 입지의 적합성이나, 경제성 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하다는 분석과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남권 주민들은 2대 국책사업의 결정과정과 상세자료를 공개하고 지역민의 의문에 명백히 답변해 달라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민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다. 지금은 향후 국책사업의 원칙을 논하기에 앞서 결정된 사업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을 선결과제로 보는 것이다.
경우가 이러함에도 두 국책사업의 결정과정에서 제대로 된 설명이나 문제점에 대한 진정한 여론 청취도 없이 일부 정치권과 수도권 주류 언론이 주고받기식 여론몰이로 얼렁뚱땅 해치운 것도 모자라 향후 국책사업 문제로 이를 얼버무리려는 인상은 지방민을 무시하는 태도다. 물론 국책사업과 관련, 이미 결정된 사업이라도 경제성에 따라 재검토한다든지, 선호시설과 혐오시설을 패키지로 묶어서 정하는 원칙을 법제화하는 등의 원론적 논의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앞서의 2대 국책사업이 결정되기 전에는 이 원칙을 거론치 않고 있다가 이들 사업이 끝난 뒤에야 이슈화하는 까닭이 뭐냐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영남권에는 다른 지역에서 싫어하는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원전 건설과 전국 유일의 방사능폐기물시설마저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실은 지난 국책사업 유치과정에서도 영남권 설립의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왜 `버스 지나고 손드는 격`의 얍삽한 논의를 하느냐는 것이다. 경제성 문제도 근거를 들어가며 타당성을 주장했는데 그동안 무얼 했기에 새삼 문제 제기를 하는지 저의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이참에 비수도권 지역인으로서 역제의를 하나 하고 싶다. 대전 이북의 수도권에는 방폐장같은 본격적 기피시설이 들어온 적이 없다. 그럼에도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절대적 수혜 지역이 되고 있다. 이같은 전제에서 앞으로 국민적 혐오시설이 필요하다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0순위의 설립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선호-혐오 패키지론자들의 논리에 합당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해 논쟁을 없애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 원칙도 지속적으로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수도권공화국이 아니라면 국가적 의제설정이 수도권중심의 자의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비수도권 지방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국가적 통합을 위해 지켜야할 원칙이다. 최근의 2대 국책사업이 객관성과 공정성보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수도권 여론들조차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사실 확인과 공정한 재처리여부의 결정이야말로 앞으로 있을 국책사업 선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명백한 경위를 두고 선후가 맞지 않는 향후국책사업 논의를 확산시키려는 것은 하나의 속임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