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영, 지방행정, 문학, 역사, 천문, 지리, 과학, 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이르도록 세계에 자랑할 만한 귀한 저술을 남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책들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 등이다. 특히 목민심서는 비록 지방행정에 관한 책이지만 그 흐르는 기본정신은 철저히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에 기초를 두고 있어,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읽을 때마다 옷깃을 여미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베트남의 건국영웅 호치민이 목민심서를 배갯머리 맡에 두고 일생 좌우명으로 삼았으며, 어느 선인은 `술에 취하면 하루가 가고 목민심서에 취하면 천년대계가 이루어진다` 라고 노래하였겠는가!
다산 자신 스스로도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지만 목민관(牧民官)벼슬만은 스스로 구해서는 안 된다`라고 못을 박고 있다. 목민관을 오늘의 시각으로 보면 지방단체장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나라 일을 보살피고 있는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포함된다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다산선생은 목민관이 지켜야 될 덕목 중 청렴한 마음가짐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율기(律己) 제 2조에서 `청렴은 수령의 본무여서 모든 선의 원천이자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수령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나라 전체의 발전 보다는 일신의 영달과 온갖 모함과 음모로 얼룩진 당쟁싸움으로 날을 지새고 있는 조정의 모습과, 수령과 아전들의 백성의 고혈을 짜내고 있는 부패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 다산이 고발한 200년 전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세월은 제법 지나갔지만 만약 다산 선생께서 오늘의 중앙정치나 지방행정의 현실을 되돌아보시고 어떤 소회를 피력하실런지 자못 궁금해진다.
세종시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이 엊그제 같것만, 지금은 혁신도시문제로 나라 전체가 또 한 번의 몸살을 앓고 있다. 동남권신공항문제, 과학벨트문제 등 뜨거운 감자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LH공사가 진주로 가고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간다는 소식에 지방마다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보다는 당리당략의 이해에 따라 잘못 꿰어진 첫 단추 때문에 댓가를 치루고 있는 엄청난 비용들이다.
부산저축은행사태로 인하여 연일 목을 놓아 울부짖으며 내 돈 내놓아라면서 피를 토하고 있는 힘없는 서민들의 눈물을 누가 닦아 줄 수가 있는가? 조금만 신경을 써도 저축은행의 오늘의 부실을 예견할 수가 있었건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둔 금융당국의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 와중에서도 오직 자기만 살겠다는 일념으로 영업정지 직전까지 수천 억 원의 돈을 인출해간 힘 있는 자들은 도대체 어떤 자들인지 알고 싶다. 감독을 해야 할 금융감독원 간부들은 아예 버젓이 수억 원 씩의 뇌물을 공공연히 요구하였다니 그저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설움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에 대한 다산의 애민정신을 오늘에 우리 모두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나라 공직자들만이라도 다산선생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가슴에 새겨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과 행동의 쇄신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아니면 다산 목민심서를 한 번만이라도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