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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배 생각...안 상 학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5-23 21:32 게재일 2011-05-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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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냐?

-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안동에서 활동 중인 시인의 투박하고 구수한 안동사투리가 정겨운 작품이다. 시인이 만들어내고 있는 풍경은 설핏 미소를 머금게하는 은근한 맛이 있다. 자주 집을 비우는 자식을 향해 간섭, 잔소리를 하시던 아버지는 이제 영원히 살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셨고, 그 아버지를 추억하며 쓴 이 시는 재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에 이르게 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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