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를 만들면서 기존의 제조기업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소프트웨어(S/W)의 혁신 방안을 모색했다. IT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할 것이라는 정확한 시장 예측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자사의 모든 디바이스 소프트웨어에 열린 시장(open market)의 개념을 도입하여, 앱스토어라는 장(場)을 만들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전세계의 누구나 개발자로 참여하여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어놓고 팔 수 있다. 기업이 모든 것을 만들고 제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주도권을 외부, 즉 개발자들에게 풀고 거기에서 나오는 가치(value)를 가져가겠다는 판단이었다.
P&G의 경우도 비슷하다. P&G는 세계 27개 연구소에 9천여 명의 과학자를 보유하고, 신제품 아이디어의 35%를 외부의 과학자나 연구자들이 제시할 정도로 외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부의 인력과 자원만으로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 환경과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 결과, 신제품 개발 성공률이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고, 개발 비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P&G의 실제 연구 인력은 7천500명이지만, 이들과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150만 명의 연구자를 P&G의 신제품 개발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내부의 중요한 무형 자산이나 노하우 등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는 있었지만, 생활용품 산업은 속도와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애플과 P&G가 이와 같은 열린 혁신을 통해 기대하는 가치는 매출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가치뿐만 아니라,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소비자의 변화무쌍한 요구에 대응하는 속도이다. 이러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두 기업의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모든 산업에 걸쳐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적은 비용(low cost)으로 높은 수익과 성과(high return)를 내는 것을 넘어서서, 소비자들의 구미에 적합하며(customer based), 빠르고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right time to market) 전략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시의 적절한 시장진출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최근 지식사회로 일컬어지는, 후기 정보화 사회(post information society)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소유하느냐 보다는 흩어져 있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인터넷이라는 빠르고 넓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매체는 시공을 초월하는 정보의 공유를 가져왔으며, 이는 정보의 소유자와 비소유자간의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무너뜨리게 되었다. 최근의 `위키리크스(WikiLeaks)` 사태를 통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과거 소유한 자가 인정받는 세상에서 똑똑한 자가 인정받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똑똑한 기업이란 무엇일까? 바로 네트워킹과 창의성을 가진 기업이다. 열린 혁신은 이러한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최근 열린 혁신의 구체적인 기법으로 C&D(connect & development)가 각광을 받고 있다. C&D는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활용하여, 신속하게 기업 내의 기술 및 제품의 혁신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연구개발 방식을 말한다. 작은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고, 크게 생각할 줄 아는 열린 혁신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소비자에게 사랑 받을 것이다.
`이대도강(李代桃畺)`이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이 있듯이, 현 시대의 기업들도 살을 주고 뼈를 얻는 열린 혁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아야 할 시점이다.